우리 나이로 쉰 여덟에 나는 할아버지가 되었다.
큰딸이 첫딸을 낳은 것이다. 그러니까 외손녀가 태어난 것인데 나는 故 최인호님이
글에서 쓴 '딸의 딸' 이라는 표현을 아주 정겹고 적절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그렇게 그녀(손녀)가 우리 가족에게 왔고 많은 추억거리를 함께 쌓아갔다.
2014년 말띠생인 그녀는 체구가 작고 몸이 아주 날랬으며 활동적이었다.
눈이 쌓이고 찬바람이 부는 날에도 밖에 나가자고 졸라대는 통에 내가 그녀와 함께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뛰어 놀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혈액형 B형에 배고픈 걸 참지 못하고 성격이 급했으며 밖에 나가서 뛰어 노는 것을
좋아해서 모두가 외할아버지인 나를 닮았다고 했다.
그녀는 부쩍 자랐고 최근 가장 큰 즐거움은 우리집 근처에 있는 가게 다00 에 가서
물건을 사는 것이다. 나도 몰랐는데 그곳엔 어린이들이 딱 좋아할 만한 물건들이 아주
많아서 여학생 아이들이 늘 붐비고 있었다.
엊그제 그녀와 함께 다00 에 가서 필요하다는 물건을 사갖고 오면서 내가 윤도현의
노래 '흰수염 고래' 를 흥얼거렸는데 뜻밖에도 초등학교 4학년인 그녀가 따라 불렀다.
이 노래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노래란다. 손을 잡고 걸으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짧지만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가사가 좋아 일부만 옮겨보면,
"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음 좋겠네
.............. 중략 .......................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 줘 숨기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 후략 .............
다시 오지 않을 아름다운 시간이 그렇게 우리를 스쳐 흐르고 있었다.
초여름날 연녹의 나뭇잎은 햇살에 반짝이고 공기는 맑았으며 바람과 시간이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다시 오지 않을 것이지만 늘 내 마음속에 살아서 숨을 쉬며 오래도록
나를 행복하게 할 순간이었다.
언젠가 나는 추억하리라, 그 시간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2024.05.13
앵커리지
첫댓글 손녀가 재롱둥이인것 같습니다.
그녀는 앵커리지 님의 딸의 딸이네요.
앵커리지님을 꼭 달았으니
더 이쁘겠네요.
이쁜 그녀가 세상에 나가서도 두려움 멊이 살아가야 하는 앵커리지님의 마음이 보입니다.
세상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무럭무럭 탈없이 자라서 넖은 세상 잘 살아기기를 바라겠지요
자기 전에 우주에 대고 기도를 합니다.
자식과 손주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작은 역경이
있어도 그걸 잘 헤쳐나가기를. 그리고 큰 어려움
없기를.
넒은 세상 잘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
길지 않은 그 나들이 길도 행복한 순간인 것을
가끔씩 잊기도 하네요~
이제 갓 초등생이 된 딸의 아들넘은
게임광이라서 늘 호전적으로 덤빕니다.
체스, 오목, 장기, 그 외 알지도 못하는 보드게임등등
저는 피하다 피하다 장기 한판이나 알까기로 떼웁니다.^^
손자녀석은 역시 다르더군요.
오기만 하면 게임하고 자동차 모형 조립만 하고
침대에서 쿵쾅거리니 심란하더라구요.
뭐 손녀도 만만찮은데 그래도 예쁘니 봐줍니다 ^^
하나뿐인 제딸은 비혼주의자라 결혼을 안하겠다고 합니다
손녀는 딸보다 훨씬 예쁘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저도 윤도현노래 많이 좋아합니다
윤도현의 흰수염고래 올려드립니다
https://youtu.be/UgeaJgUHkRM?si=-UpZ-XkzbWWgPdMR
PLAY
요즘은 비혼이 흔한 세상이 돼버렸네요.
뭐가 옳은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노래 잘 듣겠습니다.
저두 2013년생 5학년 친손녀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를 닮아 성격이 직선적이고 삐지기를 잘합니다. 돈있을때마다 다이소에 출근합니다. 쿠키를 어려서부터 혼자 잘만들어 요것을 다이소 포장지를 사가다 포장해 어른들 모이면 꼭 다량으로 만들어와 용돈을 챙깁니다.
역시 여자아이라 눈치가 백단이라 어른들 비위 맞추는 것은 타고 났습니다. 지아빠는 대단한 딸바보로 금메달감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아주 영리하더라구요.
그리고 요즘 애 아빠들은 애들 사랑이 끔찍해서
별 걸 다 하더라구요.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요.
우리 나이로 열 한 살인가요?
제법 이야기가 통하겠습니다.
손녀라 더 귀여울 것 같아요.
'딸의 딸'이란 표현에 가슴 한 켠이
뭉클합니다.
좀 일찍 손주가 태어나야 하는데
늦게 낳아 놓으니 딸도 저도 힘드네요.
이제 20개월.
설거지 한다고 의자 끌고 싱크대로 가서
물장난하다 옷버리고 난리네요.
언제쯤 윤도현의 '흰고래 수염'을
같이 부를 수 있을까요.ㅎ
고 최인호님의 글에서 읽었는데 그 표현이 아주
깊이 박히더라구요.
저는 아직 젊은 50대라서 아이들과 막 놀았는데
이베리아님은 지금 좀 벅차겠어요 ^^;;;
언제쯤 흰수염고래를 부르냐고요?
정말 금방입니다. 그땐 우리가 70대 중반이겠지요?
@앵커리지 10년 전에 했어야 할 일을
이제사 하니
체력이 바닥입니다.
몇 달만 더 봐 주고 저도
좀 쉬려고요.ㅎ
@이베리아 결혼한 딸들 일은 적당히 쌩까는(?)
수법이 필요해요 ㅋㅋ 끝이 없으니까요.
@앵커리지 맞심더~ㅎ
지금은 비록 작은연못이라도
장차는 큰바다로 가리라는 할아버지의 선창에 손주가 합창하네요.
세세연연 대길이길 바랍니다.
그렇게 노래를 부를 시간이 었었음에 무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공기는 맑으면
바람과 시간이
우리를 지나갔다!
마치
흰수염 고래와 아기 고래가
춤추며 물길 따라 흐르는
한 컽의 영상을 올리는 듯한
이런 글
앵커리지님의 낙관과도 같죠 ㆍ
내 아이들 키울 때는 몰랐는데 이제 여유가 생긴
탓인지 손주들을 보면 모든 것이 기적입니다.^^
세월이 준 이 여유가 선물이라 여겨집니다.
좋은 이들과 함께 언제라도 좋아하는 노래들을
흥얼거리며 산길을 걷는 꿈을 꿉니다.
늘 고마워요.
할아버지와 함께 노래 부르는 귀여운 손녀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조손 간 아름다운 소통 이 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행복하시다는 이야기겠군요. ^^~
저도 예상치 못했던 풍경이 만들어지고 그걸
즐기고 있더라구요 ^^
아마 그간 함께 쌓아온 추억과 시간이 있어서
가능한 소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할아버지의 손녀 사랑. 요즘 광고에도 나오더군요. 할비의 손녀바보.
앵커리지님 손녀와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세요.,
그 광고 저도 봤습니다 ^^
정겹고 시사하는 바가 많더군요.
감사합니다.
글 속으로 빨려들어가
'흰수염 고래' 노래를 부르며
손 잡고 걸어가는 조손의 뒤를
따라 걷습니다.
그 뒷모습이 빛이나 눈이 따끔거립니다. ㅎ
손주 자랑같아서 쑥스럽습니다만 어쨌거나
저에겐 다시 오지 않을 아름다운 시간이라
뭉클했습니다. 나이가 든 게지요 ^^
순간에 그 때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지
느낄 수 있다면 삶이 더욱 풍요롭겠지요.
댓글 고맙습니다
윤도현의 '흰수염 고래 ' 를 부르시는 앵커리지님은
젊게 사시는 분 , 절대 꼰대는 아니신게 분명 합니다 .
손녀와 손잡고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걷는
앵커리지님의 행복한 뒷모습이
그려집니다 .
저도 제가 꼰대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
그리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감사히
생각하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