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한살, 조금씩 련애에 대한 기대감도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쪼그라들기 시작하고 <화려한 싱글>을 웨치기 시작하는 발칙한 녀자로 거듭나기 시작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남들은 이제 스물을 막 접어들어서 울렁증이라도 걸린듯 가슴이 울렁대며 사랑에 푹 빠진다는데 내게 웬지 사랑은 한물 간듯 싶다.
흠.. 그러고보니 처음 사랑에 가슴 뛰였을 때가 언제더라?
소학교때.. 옆쪽 남자애가 비오는 날 뒤에서 우산 씌워줬을 때?
분명히 그 남자애한테 심장 뛰는 소리가 들킬것 같아 조마조마했던 그 기분이 지금도 아련히 느껴지는것 같긴 한데.. 그건 단순한 떨림이지 사랑의 떨림은 아니였다는 나만의 론조다.
그때는 정말 이 세상에 백마왕자님이 존재하는줄로 착각해도 정말로 커다란 착각을 하고있었다. 동화에서처럼 하얀 말은 타고 오지 않더라도 최소한 멋있는 오토바이 (그때 그 나이에 오토바이를 생각하는것도 큰 사치였다...)를 타고 와서 내앞에 치익 멈워서서 뭔가 가슴뛰는 고백을 해주길 바라고 바랐다. 그래서 남몰래 옆집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오빠를 짝사랑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짝사랑인 셈치고 나름대로 진지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그 옆집 오빠를 짝사랑했는지 아니면 그 화려했던 오토바이를 짝사랑했던건지 나조차도 아리숭하다.
조금씩 하나, 둘 나이가 불어가면서 주변의 친구들이 남자친구를 사귀는것도 하나의 론쟁거리였다. 나도 덩달아 련애한답시고 눈이 말똥말똥한 , 은근히 귀여워보이는 놈이랑 한때 붙어다녔던 기억도 있지만 100일을 넘은 뒤엔 그 재미가 덜해져서 인츰 굳바이를 하고말았다. 그것도 한때 류행했던 한국드라마들을 본따서 그 놈한테 괜히 폼 잡으면서 했던 리별선고가 <미안해, 난 나쁜 녀자야... 더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해.>뭐 이런거였던거 같다. 웃기지도 않게 나름대로 가슴 시린 리별이라고 생각했나보다.
열아홉살 때쯤엔 드디여 정말 내가 사람이 되는듯 싶게 사랑을 배웟던것 같다.
그때의 내게 사랑은 단물이였다. 어른들 말처럼 집안배경이나 학벌이나 내겐 다 필요없었고 사랑이란 그 자체가 기적이라고 철같이 믿고있었다.
그래서 결혼까지 할듯 갑자기 새삼스럽게 료리하는것도 배우고 <사랑만들기>라는 책까지 열심히 보면서 나름대로 신경을 썼었다. 대학도 같은 대학 간다고 우겼고... 그래도 아직은 어린 나이라 리별은 비켜갈수 없엇자보다... 1년정도 이어가던 첫사랑은 그처럼 슬프게 끝나버렸고 난 처음으로 사랑때문에 울고 리별때문에 울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갑자기 사랑에 대해 시들해지는 날 느낀것이다.
내 친구들은 드라마에서 리별하는 장면을 봐도 <어머... 어떡해~~> 호들갑을 떨면서 눈물까지 찔찔 짜는데 난 단지 <시청률 울리느라고 용쓰는구나...>는 시큰중한 생각으로 덤덤하게 지켜봐야 했으니...
이런 나때문에 나보다 더 이상해하는것이 내 친구들이였다. 혹시 아직도 첫사랑이 남긴 후유증은 아니냐고 묻기도 하고 일명인생대학교 청춘학부 사랑학과에서 락제한 날 위한다는 명의로 남자 소개시켜준다고 난리피우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심술스레 <야, 사랑하기 위해서 련애하는거지 련애하고싶어서 사랑하는거니? 관둬, 인연은 굳이 화장하고 게걸스레 남자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저절로 오는거야.> 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면서도 길거리의 멋있는 남자를 보면 은근 슬쩍 훔쳐보고도 성차지 않아 다시 한번 머리 돌려 눈에 힘을 빡 주고 더 봐줘야 시름 놓이는 몹쓸 년이면서도...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뜬금없이 주변에서 누군가가 물어보면 촌스럽게만 느껴져서 <너 지금 썰렁개그 하냐?> 고 썩소(썩은 미소)를 짓기도 했었다.
사랑이 뭐냐고?
그럴듯한 소설집에선 <사랑은 유리 같은것>, <사랑은 겨울날의 눈 같은것> 하면서 련속 지적인 구절들을 뿜어내는거 나도 안다. 그러나 내 머리속에 사랑이란 요즘 시들어지게 먹는 얼큰한 사천 료리같은거 어떡하지?
사랑은 얼큰한 사천료리처럼 처음에 먹을 땐 <이게 어디 사람 먹을거냐?> 싶어 한 둬술 뜨다가 내평겨칠 정도로 어설프리라. 마치 첫사랑을 만날 때 어설퍼서 억지로 피하고 싶은것처럼... 그러나 어느날엔가 묘하게도 내팽겨쳤던 그 맛이 떠올라서 저도 몰래 또다시 숟가락을 집어들듯 그렇게 갑자기 뒤숭숭해나는 느낌이 또다시 사랑할듯말듯한 누군가에게 전화하도록 전화기를 집어들게 하는게 아닐가. 그리고 조금씩 그 맛에 빠져든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다가 그렇게 계속 맛있게 먹었으면 좋으련만 나 같은 년은 이젠 그 맛이 지겹다고 뿌리치고 잇는거다.
그래도 내겐 아직도 녀자라는 리유가 가슴에 자리잡아서인지... 이상하게도 사진관앞에 보란듯이 걸려있는 웨딩드레스 입은 신혼부부의 사진이나 첫돌생일ㅇ르 쇤 애기의 사진이 걸려있는거 보면 괜히 그 자리에 한참을 서서 보게 된다.
사랑을 안해도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이쁜 사진들을 소유할수 없을가?
못난 욕심에 속이 허옇게 타들어갈 때 분명히 사랑은 날 웃었으리라...
그게 다 그놈, 그 밉상스런 사랑이란 놈의 걸작인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그 놈앞에 철썩 엎드리지 않으면 더 이상 바랄것도 없다는것을 인정하지 않을래야 인정하지 않을수 가 없는것을.
참으로 가긍한 현실이여.
이때 문득이나 사랑이 내 귀가에 자그마하게 이런 메시지를 속삭이고잇었으니.
<녀자여... 백설공주가 되고픔 공주병때문에 억지스레 오토바이를 탄 오빠를 쫓으며 사랑을 쥐여 만들려 하지 말거라... 단지 호기심때문에 이성교제를 하면서 그것을 능청스레 사랑이라 포장하지 말거라... 첨으로 느껴본 사랑에 아프다고 해서 괜히 사랑은 없다고 사랑을 죽일 놈이라고 욕하지도 말거라...
아직도 나는 살아있나니 이제 진정 사랑에 영글어가는 녀자가 되려면 사랑을 눈 빠지게 기다리지 말되 찾아오거든 외면하지도 말아라...
사랑은 가끔 썩살처럼 아프긴 하다만 그 썩살을 벗기면 언제든 더 야들야들한 새살은 돋기 마련이니 미련없이 아픔을 참으며 썩살을 떼여내는 성숙을 배워라...
그리고 지금은 자신에게 충실하라...
언젠가 찾아올 최고의 사랑에게 제일 멋진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랑에 목숨 거는 바보 같은 녀자보다 20대의 열정으로 사랑 아닌 공부와 ㄲ무에도 목숨 걸줄 아는 현명한 녀자가 되라...
그리고 .... 늘 기억하라...
나는 항상 살아있나니... 마음을 항상 열고 있거라....>
첫댓글 사랑은 걍 아픔이 아닌가? 그 아픔을 겪고 대개 두부류로 나뉘는거 같은데~ 한부류는 님처럼 한번의 아픔을 최고로 치고 다른 아픔에 대해 시큰둥해지고~ 한부류는 더 큰 아픔을 찾기위해 찾아헤매고~ 나도 전자가 돼갓구 휴~ 그때 그 아픔이 최고였는데~ ㅎㅎㅎㅎㅎ~
사랑에 때문에 넘 아프게 살았더니 이제는 무덤덤 ㅎㅎㅎㅎ
한번쯤 뒤돌아볼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하는 좋은 글이였네요 잘 읽었습니다 ^^
사랑에대한 본인 생각을 얘기한거 같은데 좀 연애도 하고 ,상처도 받으면서 사랑을 해보세요. 시간 지나면 이때 왜서 이런 글을 올렸을가 하는 후회스러운 생각이 들꺼에요 아마. 아무튼 , 보태는 사랑이 아름답고 멋지니까 사랑을 하면서도 식지 않도록 갖은 노력을 해야 될꺼에요. 좋은 남자를 찾아서 좋은 인연을 맺어 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