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이 직립 보행을 하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가지게 된 세 가지 질환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치질, 요통, 두통입니다. 모두 중력이 인체에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것이죠.
하필 머리는 우리 몸에 가장 상부에 위치하여 혈액을 공급받기에 불리한 조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머리로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인체가 채택한 방법은 두부 혈관의 시기적절한 수축과 이완이죠.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생긴 것이 바로 두통인 것입니다. 이런 두통을 분류상 일차성 두통이라고 하는데 일차성 두통엔 편두통, 긴장성 두통, 군발 두통이 있습니다.
특히 편두통의 발생 기전이 두통의 메커니즘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뇌로 혈류를 공급하는 여러 동맥이 어떤 이유로 수축하게 되는데, 이 과정 중에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방출되고 이는 통증을 유발함과 동시에 동맥을 더욱 수축시켜 뇌로의 혈류공급과 산소공급을 악화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혈관 수축이 심하게 되었을 때 다양한 양상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편두통 전조라 합니다. 전조는 시야결손, 섬광과 같은 시각증상, 손이 저리거나 몸이 무거워지는 감각증상, 실어증, 구음장애 같은 언어증상이 동반됩니다. 이후 뇌로의 부족해진 혈류량을 보상하고자 프로스타글라딘(전에 생리통과 관련된 칼럼에서도 언급하였던 물질) 같은 물질이 분비되면서 뇌동맥들을 확장시키게 되고 이러면서 본격적인 두통기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편두통은 특히 여성에게 3배 이상 뚜렷하게 많이 보이게 되는데 이는 여성 호르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월경기에 이르면 호르몬 변화로 인해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더욱 심하게 발생하여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고, 실제로 초경 때 편두통이 증가하는 점이나, 호르몬 변화가 심한 임신기에 편두통이 증가 또는 감소하는 측면은 이를 증명하는 셈입니다. 또한, 편두통의 주요 유발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과로, 수면부족, 수면과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편두통ⓒ뉴시스
한의학에서는 지난 생리통 칼럼 때에도 설명하였듯이 ‘불통즉통(不通卽痛)’한 것으로 인식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불통되는 것이 좌우 부위에 따라 편차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왼쪽은 혈(혈액이 부족하거나 혈액순환이 나쁜 경우)로 인한 것이고, 오른쪽은 기(스트레스나 열)로 발생한다고 구분했습니다. 즉 두통의 원인은 혈액순환 장애, 스트레스, 열이며, 치료도 이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조(두통 발생 전에 발생하는 시각증상, 감각증상, 언어증상을 말함. 이것의 유무에 따라 전조가 있는 편두통과 전조가 없는 편두통으로 나뉨)가 있는 편두통은 뇌졸중 위험이 2배나 높고, 아울러 여성의 경우에는 4배에 이른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여러 면에서 편두통은 두부로의 혈액순환 장애를 시사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편두통은 흔히 편측으로 온다고 알고 있지만, 전조가 나타나지 않는 편두통에서는 양측성으로 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편두통의 특징은 박동성의 통증과 오심 구토가 동반된다는 점인데, 특히 오심(메슥거림)은 다른 일차성 두통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규칙적인 식사는 뇌에 유일한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공급하는 수단이므로 필수적이며,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식품인 치즈, 초콜릿, 양파, 포도주 등을 피하고,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삼가도록 해야 합니다. 커피는 일시적인 두통에는 개선 효과가 있으나 만성적인 두통엔 오히려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평소 만성적인 편두통에 시달린다면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 몇몇 한방차가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엔 국화나 박하를,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경우엔 당귀나 천궁을 차로 복용하면 두통에 좋습니다. 아울러 뒷목에 있는 ‘풍지’나 ‘풍부’라는 경혈과 머리 꼭대기의 백회와 그 주위의 사신총이라는 경혈을 지압해주면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으니 평소에도 자주 마사지하듯 지긋이 압박해주면 좋습니다.
한편 이 편두통이 인류에게 명작을 선물하였다고 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점멸하는 듯한 별의 형상이나 나무들의 모습, 제 눈엔 기괴해 보이는 파블로 피카소의 추상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여행기 같은 작품들은 편두통의 전조 증상 때 나타나는 섬광이나 사물의 왜곡으로 기인한 것이었다고 하니, 당사자들은 고통스러웠겠습니다만, 우리로서는 ‘참, 다행이구나.’라고 할 정도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겠네요. 역시 시련과 고난 속에서 피어난 작품이야말로 명작의 반열에 들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