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우편배달부가 되어
산림녹화 기념 숲 안의 꽃밭은 나비의 배달구역이다
꽃밭의 꽃들
사월의 꽃밭에서 나풀나풀
미추룸한 몸으로 반긴다
철쭉이 볼 발그레한 건 내용을 짐작한다는 것
제비꽃은 몸이 굳어 목만 까딱까딱 거리고
땅속에서 호시절 보낸 할미꽃은 모든 게 귀찮다는 듯 구부정하고
반드레한 목련은 벌써 내통했는지 머쓱하다
땅바닥 모도록하게 점령한 꽃다지는 난코스라
숭굴숭굴한 민들레는 마을 사랑방의 푼푼한 집 같아
분홍과 노랑, 한 페이지가 환해지는
나비는 별것 아닌 듯 황홀하여
볼 붉히는 꽃들에게
―괜찮아, 사랑이야
스물두 살
저녁 무렵, 문 앞에 놓인 하얀 봉투에
심장이 멎을 뻔했던
사월의 봄밤 같은
감천 마을
경사진 골목길에 내 달리는 마을버스
거미처럼 납작 엎드리면 통과될까
피난 시절 언 손 감싸고
부르튼 손 담벼락에 녹이던, 그런 한때가 숨어 있다
탄탄한 세로줄 계단에 매달린 듯
엉거주춤한 노파의 퇴행성 무릎관절은
아직 물 마르지 않았는지
내쉬는 축축한 한숨 소리에
건넌 집 창살이 출렁거렸다면
쉿, 옥녀봉 나무들 또한
오늘 거친 호흡법이다
골목이 삼킨 비릿한 피바람 진동해도
그 사이사이로 비대한 수레가 지나가자
골목의 헐은 위장이 잠시 빵빵 해진다
골목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발자국들
그 다닥다닥한 바퀴자국
꿀꺽 삼킨 위장술 뛰어난 좁은 골목
배고픈 거미는 매일 말간 얼굴인데
거미의 내장 속 승객이었던 나
빨고 있던 막대사탕 하나 툭 던지자
단내가 온기가 되는 홀쭉한 골목이 발그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