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236편
연청은 이규를 이끌고 도망치듯 연예장을 빠져나왔다. 한 골목길로 접어들었는데, 어떤 사내가 남의 집에 벽돌과 기와를 집어던지고 있었다. 그러자 집안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이 깨끗한 세상에 빚을 두 번이나 지고서도 돈을 갚지 않으면서, 도리어 남의 집을 때려 부수느냐!”
흑선풍이 그 말을 듣자, 그 사내를 치려고 하였다. 연청이 사력을 다해 이규를 끌어안았다. 그래도 이규가 두 눈을 부릅뜨고 사내를 치려고 하자, 사내가 말했다.
“내가 저놈하고 다투고 있는데, 네가 왜 간섭이냐? 나는 지금 장초토(張招討)를 따라 강남으로 출정할 거니까, 넌 끼어들지 마라. 거기 가도 죽을 거니까, 치려면 어디 한 번 쳐 봐라! 여기서 죽으면 좋은 관이라도 얻겠지.”
이규가 말했다.
“강남으로 간다는 게 무슨 말이냐? 조정에서 군대를 파견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연청은 이규를 끌고 골목길을 나와 작은 찻집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차를 마시고 있는데, 맞은편에 노인이 앉아 있는 걸 보고 연청이 차를 권하며 말했다.
“어르신께 뭐 좀 여쭤 보겠습니다. 좀 전에 골목에서 어떤 군인이 싸움을 하면서, 장초토를 따라 강남으로 출정할 거라고 하던데, 어디로 출정하는 건지 아십니까?”
노인이 말했다.
“손님은 아직 모르시는군요. 지금 강남의 도적 방랍이 반란을 일으켜 8주(州) 25현(縣)을 점거하고서 목주부터 윤주까지 자기 나라라고 하면서 조만간 양주를 치려 하고 있소. 그래서 조정에서 장초토와 유도독(劉都督)을 보내 방랍을 토벌하려 한답니다.”
그 말을 들은 연청과 이규는 얼른 찻값을 치르고 성을 나와, 영채로 돌아가 군사 오용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오용은 그 말을 듣고 심중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송선봉에게 가서 강남의 방랍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조정에서 장초토를 파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송강이 말했다.
“우리 장수들과 군마가 여기서 한가롭게 머물고 있는 것은 별로 좋지 않네. 차라리 숙태위로 하여금 천자께 아뢰게 하여, 우리가 병력을 일으켜 방랍을 토벌하러 가겠다고 청하는 것이 좋겠네.”
송강이 장수들을 모아 상의하자, 모두 기뻐하였다.
다음 날 송강은 옷을 갈아입고 연청을 데리고 성으로 들어가 숙태위를 찾아갔다. 송강이 절을 하자, 숙태위가 말했다.
“장군은 무슨 일로 옷을 갈아입고 오셨소?”
송강이 말했다.
“근래에 성원에서 방을 내붙여, 출정했던 관군들은 조정에서 부르지 않으면 멋대로 도성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오늘 소장이 사사로이 이곳에 온 것은 상공께 드릴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문을 들으니, 강남의 방랍이 반란을 일으켜 주군(州郡)을 점거하고 멋대로 연호를 고쳤다고 합니다. 윤주까지 침략하고 조만간 강을 건너 양주를 치려고 한답니다.
송강 등의 인마가 이곳에 오래도록 한가롭게 주둔하고 있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들이 병마를 거느리고 가서 역적을 토벌하여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오니, 상공께서 천자께 아뢰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숙태위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징군의 말이 내 뜻과 같소. 내가 천자께 힘껏 아뢸 테니, 장군은 돌아가 계시오. 내일 아침 천자께 아뢰면, 반드시 중용할 것이오.”
송강은 숙태위를 작별하고 영채로 돌아와, 형제들에게 알렸다.
한편, 숙태위가 다음 날 아침 입조하니. 천자는 피향전에서 문무백관과 방랍에 관해 논의하고 있었다. 천자가 말했다.
“이미 장초토와 유도독에게 토벌을 명했건만, 아직 진척이 보이지 않는구나.”
숙태위가 반열에서 나와 아뢰었다.
“소신이 생각건대, 이 도적은 이미 큰 근심거리가 되었습니다. 폐하께서 이미 장초토와 유도독을 파견하셨지만 다시 회서를 토벌하고 온 송선봉을 보내셔서, 두 군마가 선봉이 되어 역적을 토벌하게 하면 필시 큰 공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천자는 숙태위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급히 성원의 관원들을 불러 성지를 내리는 한편 장초토와 종참모·경참모에게도 송강의 인마를 선봉으로 보낸다는 것을 알리게 하였다. 성원의 관원들은 성지를 받들어, 즉시 가서 송선봉과 노선봉은 피향전으로 와서 천자를 알현하라고 전하였다.
송강과 노준의가 피향전으로 와서 절을 올리자, 천자는 칙명을 내려 송강을 평남도총관(平南都總管)에 봉하여 방랍을 토벌하는 선봉이 되게 하고, 노준의를 병마부총관(兵馬副總管)에 봉하여 부선봉이 되게 하였다. 천자는 두 사람에게 각각 황금혁대 하나, 비단 전포 한 벌, 황금 갑옷 한 벌, 명마 한 필, 비단 25필을 하사하고, 나머지 정장과 편장들에게도 각각 비단과 은냥을 하사하고 공에 따라 관작을 더하기로 하였다.
송강과 노준의가 성지를 받고 천자를 작별하려 하는데, 천자가 말했다.
“경들 가운데, 옥석에 글을 잘 새기는 김대견과 좋은 말을 잘 알아보는 황보단이 있다고 들었다. 그 두 사람을 남겨 궁궐에서 명을 받게 하라.”
송강과 노준의는 성지를 받들어 재배하고 사은한 다음, 궁을 나와 영채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기뻐하면서 말을 나란히 하여 성을 나와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어떤 사내가 막대기 두 개에 줄을 꿰어 잡아당겨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송강이 그걸 보고 사내에게 물었다.
“그게 무엇이오?”
사내가 대답했다.
“이건 호고(胡敲)라는 건데, 손으로 줄을 당기면 소리가 나는 겁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시를 한 수 읊었다.
낮은 소리도 나고 높은 소리도 나는데
맑은 소리가 저 푸른 하늘까지 울리네.
헛되이 많은 힘센 기력을 지니고서
끌어주는 사람이 없어 헛된 노력만 하는구나.
송강이 마상에서 노준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저 호고가 꼭 우리 같네. 헛되이 하늘을 닿을 만한 실력을 지니고서도, 끌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 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노준의가 말했다.
“형님은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우리가 흉중에 지닌 학식은 고금의 명장들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실력이 없다면, 끌어주는 사람이 있다 한들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우의 말이 틀렸네! 숙태위가 천거해 주지 않았다면, 우리가 어떻게 천자께서 우리를 중용하셨겠는가? 사람은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되네.”
노준의는 실언했음을 자각하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영채로 돌아와, 장수들을 소집하였다.
그때 경영은 임신을 했고 또 병이 났었다. 그래서 동경에 남아 있게 하고, 섭청 부부로 하여금 보살피게 하였다. 나머지 장수들은 모두 방랍 토벌을 떠날 준비를 하게 하였다.
후에 경영은 병이 낫고 달이 차서 얼굴이 넓적하고 귀가 큰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을 장절(張節)이라 하였다. 훗날 남편 장청이 독송관에서 적장 여천윤에게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영은 애통해 하다가 혼절했는데, 섭청 부부와 함께 독송관으로 가서 장청의 영구를 모셔다가 고향인 창덕부에 안장하였다. 섭청이 또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경영은 섭청의 아내 안씨와 함께 아들을 길렀다.
장절은 장성하여 오개를 따라가 화상원에서 금나라 장수 올출을 크게 이겼는데, 올출은 수염까지 자르고 도망쳤다. 그리하여 장절은 관작을 받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를 봉양하며 천수를 마쳤다. 또 장절은 천자께 어머니의 정절을 아뢰어 표창을 받게 하기도 하였다.
한편, 송강은 방랍 토벌의 조칙을 받은 다음 날, 조정에서 내려온 비단과 은냥을 장수들과 삼군의 우두머리들에게 나누어주고 김대견과 황보단을 대궐로 보냈다. 송강은 수군두령들로 하여금 배를 정비하여 먼저 양자강으로 나아가게 하고, 마군두령들로 하여금 갑옷과 무기 등을 정돈하여 수륙으로 병진하게 하였다.
그때 채태사가 사람을 영채로 보내 성수서생 소양을 대필인(代筆人)으로 데려가겠다고 하였고, 다음 날에는 왕도위(王都尉)가 직접 찾아와 철규자 악화가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하니 도위부에서 쓰겠다고 송강에게 요청하였다. 송강은 허락할 수밖에 없어, 두 사람을 보냈다. 그리하여 김대견·황보단·경영·소양·악화 다섯 형제를 떠나보내고, 송강은 마음이 우울하였다.
송강은 노준의와 의논하여, 장수들에게 출정 준비를 하라고 명하였다.
한편, 강남의 방랍은 반란을 일으킨 지 이미 오래되어 세력이 점점 커져서 생각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