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추석이 다가오는데

[석촌]

   딩동! 추석이 다가오는데

                                           김 난 석

딩동!

초인종 소리다.

열어보나 마나 으레 반가운 손님은 아니지.

딩동!

비대면 우편물이나 택배물건이 왔다는 소리다.

코로나 이후의 풍경이니

즉시 열어볼 것도 아니다.

딩동!

예감이 이상해 문을 열어봤다.

어느 회원으로부터 시집을 보내주겠다는 문자를 받은 터라

문 열어보니 달덩이 같은 멜론 세 덩이가 왔다.

어제 딴 것이라서 며칠 후숙을 시켜야 한다니

이리저리 둘러보다 베란다에 내놓고 침만 흘렸다.

멜론 세 덩이라..

하늘이 둘로 나뉘면 천지가 되고

천지가 나뉘어 건곤감리 4괘가 생성되는데

이렇듯 중국의 64괘 사상은 이수변환(二數變換)에 기초하지만

우리는 태양 속에 삼족오(三足烏)를 그려 넣듯

삼수변환(三數變換)의 독특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 한다.

(우실하의 ‘동북공정론’ 에서)

그러기에 天地人이요, 삼세번이요, 삼십삼인이요, 삼칠일인데

세계 최고의 경전이라는 천부경(天符經)은

삼(三)의 무궁한 변환을 담고 있다.

동양의 고전 중 하나인 주역(周易)도 변환의 원리 이야기다.

막히면 변해야 하고(窮則變)

변하면 통하게 되어있으며(變則通)

통하고 나면 다시 막히게 되므로(通則窮)

무한히 변해야 한다나.

멜론 세 덩이...

보은 대추 한과를 보내드리면 보은이 되려는지~

보내고 나서 둥글 둥글 둥글, 둥글리며

충분히 후숙 되기만 기다리다가

지난날의 선물 삼제를 아래에 붙여본다.

       선물 삼제(三題)

선물 1.

이렇게 그립도록 맑은 가을날엔 가까운 벗의 인기척만 들어도 마음이 흔들린다. 먼 데서 보내온 안부의 편지나 우편으로 배달된 선물을 받아볼 때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오늘은 버들로 엮은 조그만 동고리 하나 선물로 받아보았다. 참 앙증맞다.

삶은 현재진행형이요 하늘이 준 선물이다. 그래서 서양에선 현재와 선물을 모두 ‘present’ 라 표기하는지도 모른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린 바람이요 그 뒤끝은 신이 관장할 일이다. 미래 역시 앞으로 다가올 안개요 하늘이 열어줄 일이다. 인간은 그저 현재를 성실히 살아갈 뿐인데 삶의 순간들이 긴장감에 꽉 차있을 땐 극적이라 하고 아름다움으로 수 놓일 땐 시적(詩的)이라 한다. 그러나 시(詩)의 개념은 말하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니 시적 삶의 모습도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법이다.

흔히 시는 음악성이나 은유성을 내포해야 하고 회화성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시를 읽어보면 어떤 모습이든 고운 그림이 떠올라야 좋은 시라는 것이니 결국 시는 사람의 감흥을 불러내야 좋은 시라 할 수 있다. 또한 시는 시인의 손을 떠나면 읽는 사람의 것일 뿐이다. 시인이 시를 빚을 때에야 시적 성취감을 즐겼겠지만 시가 시인의 손을 떠나면 시의 즐거움은 읽는 사람의 몫이 되니 선물 포장을 뜯어보면서 가만히 미소를 지어볼 뿐이다.

남종화(南宗畵)의 시조로 추앙받는 당의 왕유(王維)는 유명한 시인이요 화가였다 한다. 소동파가 왕유의 시와 그림을 보고 “왕유의 시에는 그림이 있고, 또한 왕유의 그림에는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 고 했다한다. 결국 시를 감상할 땐 시가 묘사한 정경을 보아야 하고 그림을 볼 땐 그림에 드러난 색깔이나 구도뿐 아니라 속에 담긴 시적인 정취도 맛보라는 말일 게다.

선물 포장을 가만히 열어본다. 햇땅콩과 햇은행 그리고 두서너 개의 생화와 낙엽이다. 그러고 보니 하나는 뿌리요 하나는 열매요 또 하나는 꽃이요 또 하나는 잎인데, 이들 모두를 버들가지가 감싸고 있으니 생장소멸(生長消滅)의 전부가 거기 다 들어있는 셈이 아닌가. 화유중시(畵中有詩)라 했으니 나는 선물을 그렇게 읽어보며 이 가을의 열매 하나를 ‘딱’ 하고 깨물어본다.

선물 2.

시골 철도역의 제복을 입은 기수나 우체국 집배원은 언제나 설렘을 안겨준다. 하나는 떠남의 설렘이요, 또 하나는 만남의 설렘이다.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철도역의 플랫 홈에 들어서면 빨간 테 두른 모자를 쓰고 깃발을 휘두르는 모습을 본다. 그러면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에 눈시울이 젖기도 한다. 늘어진 어깨에 숄더백을 걸어 얹고 다가오거나 오토바이 시동을 끄고 내리는 집배원을 보노라면 괜히 다가가 수고하신다며 무엇 좀 건네주지 않나 기웃거리기도 한다. 바로 반가운 이로부터의 편지 한 통이거나 뭐 그런 것들이다.

시대가 변해 이젠 집배원을 통한 우편물보다야 이메일이나 택배회사를 통해 주거나 받고 있으니 그런 예스런 정감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엔 집배원이 건네주는 것들이 무슨 고지서나 판촉회사에서 돌리는 선전물 등이어서 어지러움만 맞는 게 일쑤이기도 하다.

엊그제는 반듯하게 포장된 우편물 하나 받아보았다. 어느 글벗이 보내온 건데 겉 포장지를 뜯어보니 ‘The body shop’ 이라 씌어있었다. 택배회사로부터 과일 같은 선물은 가끔 받아보는데 로션 같은 화장품인지... 시쳇말로 웰빙식품인지... 아니면 육신의 일부? 잠시 엉뚱한 생각 속에 흔들어보며 웃었다. 열어보니 햇호두였다.

평생교육원 성인반의 한 학생이 보내준 것이라니 책거리를 한 것일 테다. 이걸 혼자 먹으면 안 되지 싶어 나들이 길에 한 움큼 집어 숄더백에 넣어갔다. “저는 태어날 때 거시기 두 쪽만 달고 나왔는데, 이거 가을 선물로 두개씩 드립니다. “ 이렇게 건네주었지만 야하다고 야단맞진 않을게다. 태어날 때 영(靈)과 육(肉), 이렇게 두 쪽만 달고 나왔으니까. 이렇게 건네주었지만 헤프다고 나무라지도 않을게다. 그저 글벗으로부터 받은 호두 두 개씩 나눠 준 것뿐이니까. 집에 돌아와 백을 열어보니 철 지난 잡지만 들어있지만 사타구니엔 거시기 두 쪽이 그대로 남아있으니 웃어볼 뿐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다. 강대국 원수들은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한다. 아마 자기 나라 이익을 챙기려 각자 음모도 했을 것이다. 하루는 영국수상 처칠의 하는 행동이 의심스러워서 처칠이 샤워하고 있을 때 미국대통령 루스벨트가 그의 샤워실로 들어갔다 한다. 이때 처칠은 황당했을 게다. 달랑 거시기 두 쪽만 달고 있었을 테니까. 그때 처칠이 그랬다 한다. “ 나는 거시기 두 쪽만 달고 있을 뿐, 아무것도 숨긴 게 없소”.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신뢰하고 대화를 진지하게 나눴다지만 모두 우스갯소리일 게다. 가을은 익어 가는데 답례할 건 없고 이 글을 보내면 웃음이나 되려는지 모르겠다.

선물 3.

문 앞에 놓인 선물. 누런 포장지에 감싸인 퇴침만한 것인데, 무엇이 들어있을까? 보채는 손주를 밀어내고 뜯어보니 까만 등산장갑과 고동색 등산양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환하라는 쪽지까지 들어있다.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인지... 등산을 열심히 하라는 뜻인지... 아니면 가끔 등산하는 모습을 인터넷카페에 올리는데 차림새가 초라하게 보여 가엽게 생각한 터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자격도 없고 그런 일도 아닐뿐더러 그렇지도 않겠지만 보내준 이야 그렇다는 것이니 나는 또 내 나름대로 생각하며 받아들일 뿐이었다.

장갑은 손이요 양말은 발이니 그저 내 이웃들과 손발을 잘 맞춰 살아나가야겠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데 이제 추석이 다가오니 감과 사과나 조금 보내면 감사가 되려는지 모르겠다.

[태평성대]

선물을 기다리는 마음

선물을 받고 즐거워 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당

잘 보았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박민순]

작으나마 선물을 주고 받는 마음은
사람 사는 사회에서 정이자 덕입니다.

선물에 관한 이야기, 두 번 읽고 갑니다.

[지 인]

명절때마다 주고 받는 선물
아름다움의 풍습입니다..

선물 이야기글..
실감나게 잘 읽고 갑니다

아름문락 30편 응모 올려주신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석촌 고문님 수고많으셨습니다

[늘 평화]

아름문학호의 길잡이이자
진정한 선장이십니다~^^
덕분에 시.수필.소설.평론 등의
문학적인 글만
실린것이 아닌 이방의
품격을 문학스럽게
조절하는데 공헌하신듯요
존경스럽습니다
늘 강녕하시고 건필하시길요
수고하셨습니다 ~^^

[노올]

선생님은 너무 지식이 풍부하셔서 선물 하나에도 이렇게나 멋진 글들이 쌓입니다 ^^ 감사합니다 풍부함 가득한 글 읽을 수 있어서요 행복도 가득하세요 ^^**

[채스]

막히면 아프니
통(通)은 통(痛)과도 연결되겠지요

예전 신군부 시절
어음사기 사건의 주역 장영자씨가
'경제는 유통'이라고 했던 그 말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경제는 흐름이라고 주창하며
막힌 곳은 뚫어야 풀린다는 장영자씨~
어음사기만 아니라면 경제요직 한 자리는
충분히 꿰 찰만 한 사람인데....

글과 말에
배움의 귀절을 심어주시는 석촌님
늘 감사합니다

[콩꽃]

추석이 오고,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입니다.

차례상에 올릴 햇 과일과 곡물,
수확의 기쁨을 함께하는 우리의 미풍양속이
추석 선물로 이어진 것이네요.

선물 하나로
석촌님의 풍부한 글맥이 이어집니다.

한가위 처럼, 풍성하게요,

[석촌]

다녀가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