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권, 우리가 스스로 지킨다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한국노인인권센터’…노인인권보호지킴이단 활동
# 부산 동구 모 아파트 A씨(79·여)의 집에서 A씨가 침대에 반듯이 누워 숨져 있는 것을 사회복지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회복지사가 음식을 전해주기 위해 A씨의 집에 방문했을 때 그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상태. 경찰은 평소 혼자 거주하며 지병으로 인한 심한 통증으로 마약성분의 진통제를 처방받았다는 유족의 진술과 유서 등이 발견된 점을 미뤄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 지체장애 6급인 이모 할머니(79)는 홀로 보내야 할 겨울나기가 걱정이다. 최근 숨진 남편을 대신해 할머니를 돌봐주는 사람은 매주 세 번 찾아와 도시락을 전해주는 가정봉사원이 전부다. 할머니는 아들과 딸을 각각 한명씩 슬하에 두고 있지만, 딸은 현재 연락두절인 상태고,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아들도 빠듯한 형편과 알코올중독 등으로 할머니의 생활 개선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령사회 노인서비스 한계 있다”
노인 방임, 학대, 자살 등 노인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고령사회에 부응해야 할 서비스와 자원들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 노인복지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의 노인복지서비스들은 학대나, 자살, 빈곤 등 각 사안에 대한 개별적인 서비스로 사업적 연계성이 떨어져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학대나 빈곤, 소외와 차별 등 노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보장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립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관장 민경원)은 노인인권센터를 열고, 지역내에서 발생하는 노인문제해결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노인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동대문노인종합사회복지관에 한국노인인권센터를 개소한 것은 지난 2008년 2월이다. 민경원 관장은 “그즈음 동대문내에서 노인 학대, 자살, 빈곤에 보도가 이어졌고, 가깝게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한 어르신 중에서 학대를 당하는 사례를 보며 이들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노인인권사업을 특화하기로 했다”고 사업배경을 설명했다.
한국노인인권센터는 노인의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포함하는 ‘인권’에 포커스를 맞추고 서울시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노인전문인권기관이다. ‘어르신들을 완전한 권리를 가진 주체로 규정하고 어르신들의 권리와 인식개선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기치아래 시작된 사업은 올해로 4년째를 맞으며 도약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센터의 사업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센터내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험·노하우 바탕 ‘노인인권매뉴얼’발간
노인인권센터는 크게 4가지 기본사업을 통해 기반을 다져나갔다. 제일 첫 번째가 바로 상담사업이다. 전화와 내방, 인터넷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의 상담을 적극 지원했다. 또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노인인권센터 자문위원 위촉 및 활동을 장려하는 등 어르신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지역사회연계사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 노인인권센터는 옴부즈맨, 언론모니터링, 무지개인형극단을 통해 지역 내 노인 인권신장에 앞장서고 있다.
이와 함께 노인인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인, 사회복지종사자, 사회복지기관 등을 대상으로 인권교육과 노인인권캠페인, 유인물 발송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3년 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노인인권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했다.
민 관장은 “국가인권위에서도 시설노인이 아닌 일반적인 노인의 인권에 대한 자료를 구할 수가 없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3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인인권매뉴얼을 발간하게 됐다”며 “이 매뉴얼이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구체화, 체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센터는 노인인권보호지킴이단을 발족, 전문교육을 이수한 인권지킴이단 어르신들이 노인인권을 홍보하고,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노인인권보호지킴이단은 옴부즈맨, 언론모니터링, 무지개인형극단으로 나뉜다. 2인1조로 활동하고 있는 옴부즈맨은 서울시 25개구의 사회복지관련 기관(경로당 포함)에 직접 찾아가 유인물을 배포하며 노인인권을 홍보하고,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센터와 연계하는 활동을 펼친다.
언론모니터링은 노인인권을 위해 언론매체의 내용을 함께 토론하고, 토론내용을 시민단체와 언론기관에 제언하는 형식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무지개인형극단은 전국의 사회복지기관을 대상으로 노인인권인형극 ‘황혼의 언덕’을 공연하면서 보다 쉽게 노인인권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무지개인형극단은 지난해만해도 30여 차례의 공연을 실시하는 등 추운 겨울, 더운 여름을 제외하고는 거의 1주일에 1회는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내 어르신들에게는 인권의식을 함양시키는 효과를 거두는 반면, 노인인권보호지킴이단을 비롯한 인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어르신들에게는 자존감을 크게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한 사회복지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에게는 무조건적으로 베푸는 복지보다 어르신들의 입장을 존중할 수 있는 인권의 시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 민 관장의 설명이다.
한국노인인권센터는 현재 호남, 경상도, 충청도, 경기도 등의 사회복지기관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국지역확산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재정적인 문제에 부닥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경원 관장은 “앞으로 대두될 사업이 노인인권사업이라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고, 인식도 확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인권센터는 노인을 위한 복지서비스 개발보다 노인의 인권보장이 바탕된 복지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인인권의 중요성을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출처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