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주말엔 여행손님들이 금요일 왔다가 일요일 돌아가는데 이번 주는 금요일이 아닌 8월 17일 토요일 내려오기로 돼있어 오늘은 휴무.
그동안 시간이 나도 낮엔 너무 더워 걸을 엄두를 못내고 주로 저녁식사 후 한, 두 시간씩 걷곤 했는데 오늘은 맘 먹고 일찍 집을 나서다.
지난 6월 22일 사려니숲에 왔다가 출입통제 기간인 6월 30일에 불과 며칠 모자라 오르지 못했던 물찻오름에 올라 아쉬움을 달래고자 함이다.

9시 40분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5.16도로 교래입구에 내리니 10시 35분, 제주는 두 달 가까이 비다운 비를 구경 못해 농작물이 말라가고 격일제 제한급수를 하는 등 가뭄이 심각한 지경인데 오늘 역시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갑다.
정면 12시 방향이 한라산 성판악, 그 반대 편이 제주대학과 구제주 방향이며 좌측 9시 방향이 교래측 사려니숲 가는 길.

5.16도로에서 교래방향으로 좌회전, 사려니숲으로 가는 길은 양측에 삼나무가 빽빽히 늘어서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길.

버스정류장에서 약 1.2km를 걸어 사려니숲 입구에 10시 50분 도착.

신성한 숲이란 뜻의 사려니숲은 여러 갈랫길이 있으나 지금은 예전 임도를 정비해 만든 파란색 표시의 약 10Km 구간만 걸을 수 있다. 사려니숲 입구에서 물찻오름까지는 약 5.2km, 물찻오름을 오르곤 다시 원상복귀하는 것이 오늘의 계획.

숲길은 예상외로 상당히 시원한데 가벼운 옷차림으로 유유자적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의 공기는 더없이 맑고 향긋하다.

잠시 올려다 본 맑고 파란 하늘엔 뭉게구름이 무심히 피어 오르고

숲길 곳곳엔 이렇게 휴식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으며 1km 구간마다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사려니숲 입구에서 5.2km 거리를 약 1시간에 걸어 11시 50분경 물찻오름 입구에 도착.
앗! 그런데 이게 뭔가? 내년 6월말까지 다시 출입을 통제한다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지난 번엔 6월 30일이 안되어 못오르더니만 이번엔 또 6월 30일이 지나 못오른다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맥이 빠진다.
알고 보니 물찻오름은 훼손을 막기 위해 7월 한 달만 개방한다고.
거참! 물찻오름 한번 오르기 정말 어럽네.ㅠㅠ

아쉬운 마음에 바로 떠나지 못하고 안내 팻말 앞에서 서성이며 설명글을 유심히 쳐다 본다.
정상 분화구에 물이 찻잔에 찬 것 같아 물찻오름인 줄 알았더만 제주어로 城을 뜻하는 '잣'이 찻으로 변한 말이라 한다.
그러니 물찻오름은 '물을 담고 있는 城' 이란 뜻.

이 안내판은 벌써 두 번이나 보는데 정작 정상에 올라 그 일대를 바라보질 못하다. 천상 내년이나 되야 그 정상에 오를 수 있다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찻오름 입구에서 점심으로 싸간 빵을 쥬스와 함께 먹고는 아쉬움을 접고는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리 사람들이 적고 아주 호젓하다.

사려니숲을 나와 다시 5.16도로를 향해 가는 중에 만난 한적한 풍경. 길 양측에 삼나무가 다시 봐도 참 인상적이다.

오후 2시 10분, 다시 5.16도로 교래입구 버스정류장에 도착. 이 곳에 내린 지 3시간 40분 소요, 총 걸은 거리는 약 12Km. 버스를 기다리며 제주시 방향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오늘 당초 목적한 바 대로 물찻오름엔 비록 오르진 못해 서운하긴 하지만 그래도 영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간 무더위로 지레 겁을 먹고 낮시간엔 걸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막상 이렇게 나와 걸어보니 집에 있는 것 보다 훨 시원하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고 또 땀 흘려 걷고 나니 몸과 마음이 아주 가뿐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숲속의 피튼치트를 맘껏 흡입하고 절로 힐링이 되니 이 어찌 얻은 게 적다 할 수 있겠는가.
이제 말복이 지났고 1주일 후면 처서니 올 여름 더위도 막바지 고비가 아닐까 싶다.
그간 유별난 무더위로 걷기에 조금 게을렀는데 가을을 코앞에 둔 지금부터 다시 걷기에 열심을 내리라 마음 먹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오르니 뿌듯함과 더불어 기분좋은 피곤함이 밀려온다.
첫댓글 물찻오름 첨 들어봐요.. 그런곳이 있었군요. 제주 갔다온 사람들은 다 아는 곳인가요 ?
제주 갔다 왔다고 다 아는 그리 유명한 곳은 아니지요. 하지만 제주 368개 오름 중에 분명 손꼽히는 아름다운 곳이랍니다.^^
40일정도 길게도 내렸던 비가 떠난자리에 폭염이 자리했네요
이 폭염도 바람이 살랑이고 매미가 통곡을 하는걸 보니 막바지 여름이 아쉬운 모양입니다
비 때문에
폭염때문에 여가가 멈춰버린 여름였지요
가을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쓰여지는 때가 되었습니다
훈장님! 기분좋은 피곤함을 이해할 듯 합니다
늘 여여하게 즐감하세요
제주는 두달 동안 비다운 비를 구경 못해 가뭄이 심각한 상태랍니다. 어쩌면 올 여름은 극과 극인지요. 어서 가을이 와야할 것 같습니다. 꽃기차님 정말 반갑고요.^^
훈장님




제주에서도 등산 꾸준히 다니시군요
물찻오름...
저도 함 가보고 싶네요...
건강하시죠
네, 제가 워낙 산행과 걷기를 좋아하니.ㅎㅎ 허향님 올 여름 유별난 무더위 잘 진내고 계씬지요? 뵌지가 정말 오래되었네요. 늘 건강하시길.
네 훈장님!!!
언제 제주도 세미나 갈 때 함 뵐 수 있겠지요?
제가 맛있는 밥 좀 쏠랍니당...
많이 뵙고 싶습니당...
몇년 전 가족과 함께 걸었던 사려니 숲길 ..다시보아도 시원합니다....지도를 보니 월든삼거리가 보이던데 ..maybe 소로우의 월든이라는 소설에서 따온 지명 같기고 하고 ..오늘아침 달빛마을 공기에 어김없이 가을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훈장님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비포장 도로의 땅 색깔이 너무 건강해 보이네요 제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