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과 총선 출마 의지와 관련 “국민 눈높이에 맞게 윤석열 정권을 최대한 심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열린 정책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총선은 거의 역사적 분기점에 해당할 만큼 중요한 지점이기에 가능한 모든 힘을 합쳐야 하고 단합과 연대의 중요한 기준은 국민 눈높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누구나 정치 활동의 자유가 있다”며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에 그 상황을 최대한 정책적 전략 목표에 맞게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무능, 무도하고 민생과 국가의 미래에 대해 참으로 무관심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역사적 퇴행을 막고 미래로 나가야 하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국의 신당 창당에 관한 질문에 이게 무슨 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정말 미래로 나가야 하는 사명감을 가졌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세계 정치학자들이 우리 정치판을 흥미진진한 연구 사례로 주시하고 있지 않을까. 자주 생각한다. 다종다기하게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당의 전범으로 더불어민주당만 한 데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 중심에 이재명 대표가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관훈토론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 대표의 단점을 “너무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것,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더니 “아직도 당대표이고 당을 장악하는 것은 대단한 정치력”이라고 압축했다. 이 대표의 특질을 어떤 말보다 명료하게 간추렸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큰 거짓말을 얼굴색을 바꾸지 않고 한다. 제1당의 대표로서 선거제 개편의 열쇠를 쥐고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정을 빤히 다 아는 정치부 기자들을 모은 회견장에서 “여당이 위성정당금지법을 거부했다”고 했다. “여당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이 없어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는 거짓말을 했다.
애초에 위성정당 금지와 연동형 유지는 그의 대선공약이다. 21대 국회 내내 거대 의석의 민주당이 온갖 법안을 좌지우지했다.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여당 때문에 못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정치언어가 무서운 것은 생각을 타락시키기 때문이다. 나치의 언어를 연구한 언어학자 빅토르 클렘퍼러는 히틀러의 반복된 거짓말을 ‘소량의 비소’라고 정의했다. 히틀러가 독일인들의 생각을 가랑비에 옷 적시듯 바꿔 나간 연구 결과를 내놨다. 멀쩡한 지식인들까지 나치로 변질시킨 방식 중 가장 주효했던 것이 반복된 거짓말이었다.
히틀러 시대까지 갈 필요도 없다. 2016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의 주장 중 78%가 거짓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멀쩡한 정치 지도자가 거짓말을 자꾸 하면 허구의 반(反)세계가 창조된다. 탈진실의 대안적 현실이 만들어져서 안 그래도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싶은 추종자들을 치명적으로 현혹한다. 이 원리에 이 대표는 정확히 걸맞은 현존 사례다.
선거 시스템을 당대표 한 사람의 보신용으로 변형시킨 편법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견본 사례의 압권이 될 만하다. 공공의 선이라는 명분으로 게임의 룰 자체를 바꿨다. 범야권이 통째 야합할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면서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이라고 포장했다.
총선 이후 전당대회까지 염두에 둔 이 대표로서는 친명 중심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채우고 싶을 것이다. 최강욱, 김의겸처럼 공식 루트로는 공천이 힘든 하자 있는 친명 인사들을 위성정당에 태워 비례 앞 번호를 주면 된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2심에서도 징역 2년형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까지 큰소리로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대표가 큰 그림을 그리려는 통합비례정당에 조 전 장관의 신당이 합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우물쭈물하던 조 전 장관 앞에 신당의 활로를 활짝 열어 보장해 준 사람이 결국 이 대표다. 도덕적으로 회생불가 선고를 받은 인물을 정치적으로 부활시키는 마술을 부린 것이다.
해외의 정치학자들은 민주주의 위기 신호의 발신자로 독재자들을 지목한다. 집권하지 않았을 뿐 이 대표는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을 1인 정당으로 변질시킨 파괴력의 주인공이다.
이 대표 한 사람의 뜻대로 위성정당 제도가 결정됐을 때 민주당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106명의 소속 의원들이 “당대표께서 최종적인 고뇌의 결단을 내렸다”는 놀라운 성명을 냈다. 누가 모르고 봤으면 노동신문에서 퍼온 문장으로 알았을 것이다.
두 달도 안 남은 총선에서 정권이 심판받을지, 거야의 폭정이 심판받을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한 가지. 민주당에서 민주주의를 제거한 ‘1인 권력’의 기술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그것이 주요 관전 포인트라는 사실이다.>서울신문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출처 : 서울신문. 오피니언 황수정 칼럼, 조국도 살리는 ‘1인 권력’의 기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대 딜레마는 ‘사법 방탄을 위한 자기 사람 심기’와 ‘총선 승리’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형국에 놓여 있다는 점일 겁니다.
대장동 비리, 선거법 위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등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수사·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권을 거머쥐고 법원의 장애물을 뛰어넘으려면 친명(친이재명)계가 중심이 된 ‘친위 체제 구축’이 필수적이지만, 무리한 ‘친명계 꽂기’로 공천 파동이 번지면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시사했던 이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급선회한 배경에도 일부 비례 의석 지분을 시민사회에 양보하는 연대를 통해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합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1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이재명 사당화’에 집착하는 것은 자신이 당 대주주가 아니라는 불안 때문”이라며 “사당화라는 목표에 매달릴수록 ‘총선 승리를 통한 대권 잡기’라는 목표에서 멀어지는 역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닐 겁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예측을 하고 있지만 선택은 우리 국민이 할 것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