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소!
이제 철드나 보오. 돌아보니 고맙지 않은 것이 없소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며,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그러하외다.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며, 돌아가 쉴 곳이 있으니 또한 고맙소. 함께하는 자연의 물상들이 친구처럼 느껴지니 기쁘기 그지없소.
하늘의 신이시여!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세상을 돌보심에 고맙소. 세상 어디에도 당신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소이다. 그런데 세상 인간은 당신의 뜻을 거스르며 혼돈의 무질서를 향하여 달아나고 있소. 어찌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소. 질서의 창조를 세우기 위해 쇄신의 칼날을 휘둘러야 하지 않겠소.
백주에 칼을 휘두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음주로 만취가 되어 차를 모는 이가 있으니 혼돈이 극에 다다르고 있소이다. 어디 그뿐이오. 성범죄와 인간 경시 풍조가 옛 소돔과 고모라, 시돈과 티로를 연상케 하고 있소이다. 당신은 박해 시대에 후미에(성화상)를 짓밟아도 침묵을 지키는 줄 알았는데 그 고통을 함께하고 있다는 환시를 보여주셨음을 알고 있소이다.
세상 곳곳에 혼돈의 소리가 들리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이며, 지구 어느 한 곳에는 기아에 허덕이는 소리가 지축을 흔들고 있소. 하늘은 무엇을 하고 있소, 지진과 해일, 폭풍과 폭우로 인간의 잘못을 뉘우치는 기회를 주고 있소이까. 그러나 인간은 깨우치지 못하고 서로의 양비론으로 갈등과 투쟁으로 혼란만 일으키고 있으니 비참한 일이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모르는 인간의 오만함이니 용서하소서!
우리는 늘 살아계시는 당신의 성전임을 고백하오. 당신과 우리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임을 아오. 아들이 미리 상속받아 먼 곳으로 가서 탕진하고 돌아와도 당신은 아들을 가엾이 여겨 기쁘게 받아주었소. 또 여러 아들(종)에게 재력을 맡겨 관리하게 하고 멀리 떠나 돌아왔을 때 재산을 부풀린 이가 있는가 하면 그대로 보관했다가 돌려준 이도 있었소. 누구에게 상을 주고 누구에게 벌을 주었소이까? 세상 논리라면 당연히 늘린 이에게 상을, 늘리지 못한 이에게 벌을 내렸겠죠. 그러나 당신은 재산을 늘리지 못한 것보다 성실하지 못함에 질책하였소.
그렇소. 당신의 섭리로 우주가 돌아가고 있으며. 우리 인간은 손수 빚은 거룩한 존재이오. 당신은 사랑 자체이오. 그 사랑의 힘을 우리에게 불어넣어 주셨소. 그 사랑을 좇아 살아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마지막 당신 앞에서 세상 소풍 기쁘고 행복했다고 고백하게 하소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정말 고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