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오는 11월 대선에 나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가 최종 확정됐습니다. 이미 예상한 것과 같이 민주당에서는 현 대통령 바이든이, 공화당에서는 전 대통령 트럼프가 각각 후보로 최종 결정됐습니다. 현재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맹추격하는 과정속에 112년 만의 전 현직 대통령 리턴매치 재대결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이제 세계 최대 국가이자 세계의 경찰국이요, 군사비로 무려 천조원을 투입하는 초거대 미국을 이끌 리더를 뽑는 대장정이 펼쳐지게 됩니다. 미국 대선의 판세를 결정지을 사안이 여러개 있겠지만 그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국내적으로는 경제문제 그리고 불법 이민자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적으로는 미중 대결과 중동문제 러우전쟁 그리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 등이 되지 않을까 판단됩니다. 대선판을 흔들 핵심 현안에서는 그다지 큰 이슈가 되지 않겠지만 미국을 제외한 유럽이나 동북아 국가 그리고 중동지역 국가들에서 현안이 되는 것은 바로 핵무기 개발문제입니다. 바로 트럼프 후보의 언급때문입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트럼프는 돈에 입각한 자국 우선주의의 신봉자입니다. 다른 대통령들도 자국 우선주의를 언급했지만 트럼프처럼 무조건 미국 우선을 주장하고 현실로 옮긴 이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특히 트럼프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 강하게 언급했습니다. 미군이 해당 국가의 안보를 지켜주는 댓가를 분명하게 받아내겠다는 말입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시절에도 나토와 이런 저런 갈등을 유발했습니다. 나토의 핵심 국가들이 댓가를 제대로 치르지않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주된 나라가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은 유럽연합국과 나토진영에서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강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같은 나토국 가운데 영국과 프랑스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독일은 핵무기가 없습니다. 바로 제2차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이 독일의 경우 당연히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했고 당사자인 독일도 그럴 마음이 없었습니다. 죄의 댓가를 치르겠다는 것이고 자칫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또 다른 세계대전의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국내외의 여론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러우전쟁으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러시아의 나토국 침공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나토국사이에 퍼진 것입니다. 역사상 서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숱한 전쟁이 있었습니다. 러시아가 힘이 세지는 경우나 서유럽국가 가운데 특정국이 강대해지면 반드시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습니다. 지금 러시아는 푸틴에 의해 강한 나라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 동유럽국가는 물론이고 서유럽국가들도 부랴부랴 군비를 급증하고 무기를 증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너무도 잘 아는 미국의 트럼프후보는 강한 언급을 시작합니다. 만일에 나토국들 특히 독일이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을 경우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다해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더 나아가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격려하겠다는 거친 표현을 되풀이했습니다.
실제로 미군이 서유럽에 주둔하는 것은 러시아의 침공에서 유럽을 보호하겠다는 것과 러시아의 팽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도입니다. 물론 미군이 주둔하면서 그 나라들의 방위와 안전에 상당한 도움을 주지만 그것이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기본 정신이자 세계 평화를 위하는 것이라고 그동안 판단해 온 것 아닙니까. 하지만 트럼프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너희 나라들이 힘이 없으니까 러시아의 공격을 두려워하는 것이고 그런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미군은 주둔하는 것이니 그에 합당한 돈을 지불하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면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청구합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국들은 난감합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아니 방법은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방위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바로 핵무기 보유입니다.
트럼프의 발언은 유럽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제 독일도 독자적인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무게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원자력과 미원자폭탄을 포기한 독일이 한때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면서 독일내에서 핵무기가 정말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 당국자들이 유럽의 핵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에대해 미국이 더 이상 러시아로부터의 핵위협을 방어할 의향이 없을 경우 나토를 보호하기 위해 핵 억제를 대신할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는 언급도 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들여다볼 때 독일이 미국이 빠지고 난 뒤 영국과 프랑스에만 의존할 수 있겠느냐면서 더 늦기 전에 핵무장과 관련한 금기를 깨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이 언급한 말도 유럽에 핵무기 확산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푸틴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군사기술적 면에서 항상 핵전쟁에 준비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은 국가의 존립에 관계되거나 주권과 독립이 훼손될 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면서 핵무기 사용 원칙이 러시아의 핵전략에 명시돼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비록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나토국들이 준동할 경우 핵무기 카드를 꺼집어내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이 핵무기 보유국에서 마냥 벗어나 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의 영국과 프랑스 등이 독일의 생각에 동조할 경우 상황은 아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데 영국과 프랑스가 무조건 안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도 유럽의 강한 의지속에 독일의 핵무장을 무조건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보호해 줄 의향이 없는데 자국을 지키기위해 핵을 보유하겠다는 데 거부할 명분이 사실상 없는 것입니다. 상황이 그렇게 진전될 경우 중국과 북한 그리고 러시아의 핵위협을 받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한국과 일본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 명분이 설 것이고 마침내 전세계는 핵무장 연쇄 보유 사태를 빚을 가능성이 낮다고만 볼 수는 없어 보입니다. 미국의 트럼프후보가 쏘아 올린 거대한 공인 핵무기 문제가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4년 3월 1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