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했으면 계약했다”
자동차 역사 바꿀 뻔 했던 컨셉트카 5종
자동차 산업을 바꿨을지도 모르는 컨셉트카들
초경량, 전기차, V16, 드라이브바이와이어 등
시대를 앞서간 기술들의 집합
컨셉트카라는 영역은 자동차 브랜드가 ‘미래에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무대다.
현실적인 원가나 규제의 제한에서 벗어나
기술적 상상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때문에,
때로는 양산차보다 훨씬 혁신적일 때가 많다.
사진 출처 = Youtube ‘Ron D’Alessandro’
각 브랜드는 여러 컨셉트카들을 통해
기술적 목표를 제시했지만,
오히려 너무 앞서가서 이름 그대로
컨셉트에 그친 차량들이 존재한다.
비록 그들은 도로를 달리지는 못했지만,
자동차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토요타 AXV-IV
사진 출처 = Youtube ‘Old Cars’
1990년대 토요타는
‘Advanced eXperimental Vehicle’ 시리즈를 통해
미래형 경량 구조와 효율 기술을 시험했다.
그중 AXV-IV는 초경량, 공력, 저연비라는
하나의 목표를 중심에 둔, 매우 실험적인 컨셉트카였다
. 차체는 알루미늄/마그네슘/탄소섬유를 조합해 제작됐고,
서스펜션조차 FRP(섬유강화플라스틱) 스프링을
맥퍼슨 스트럿 내부에 넣는 식으로 철저하게 무게를 줄였다.
이러한 극단적 설계 덕분에 AXV-IV의 공차중량은
약 992파운드(약 450kg)에 불과했다.
파워트레인은 804cc 2스트로크 직분사 엔진과 5단 수동 변속기,
그리고 저항을 최소화한 135/55R16 후륜 타이어 조합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제조비용, 그리고 1990년대 후반부터
강화되기 시작한 안전 규제는
이 컨셉트카의 철학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비록 양산이 되지는 않았지만, 탄소섬유와 초경량 구조는
결국 오늘날 일부 고성능차와 EV, 그리고
다양한 퍼포먼스 파츠에서 현실이 되었다.
BMW E1
사진 출처 = ‘BMW’
199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BMW E1은
당시 대부분의 EV 콘셉트가 단순한 실험용
카트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이중 전면 에어백을 포함한 충돌 안전장비,
차체 구조 설계, 실주행 성능까지 갖춘 ‘완전한 자동차’였다.
BMW는 알루미늄 프레임에 플라스틱 패널을 조합해
차체를 최대한 가볍고 강하게 만들었고,
배터리는 충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뒷좌석 아래에 탑재했다.
구동계는 후륜 축에 장착된 전기모터로, 출력은 50마력,
최고속도는 약 75mph(약 120km/h) 수준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약 125마일(약 200km)의
주행 가능 거리였다. 그 시대의 기술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였다.
다만 초기형에 사용된 나트륨-황 배터리는
안정성 문제를 안고 있었고, 실제로
프로토타입 1대가 충전 중 화재를 겪었다.
이후 1993년형 E1은 보다 안정적인
나트륨-니켈염 화학식을 적용하였다.
만약 BMW가 배터리 이슈를 조기에 해결하고
이 모델을 양산까지 끌고 갔다면,
전기차 산업의 본격적인 상업화는
테슬라보다 10~15년 앞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포드 GT90
사진 출처 = Youtube ‘Far From Average Automotive’
GT40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소개된 이 모델은
중배치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쿼드 터보 V12, 720마력, 660lb-ft,
그리고 최고속도 253mph(약 407km/h)라는
공칭 성능을 앞세웠다.
포드는 이 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두 개의 링컨 V8에서
앞뒤 두 실린더씩 잘라내는 방식으로
6.0리터 48밸브 V12를 만들어냈다.
플랫폼 구성도 흥미롭다.
당시 포드 산하에 있던 재규어의 슈퍼카
XJ220의 서스펜션과 5단 수동변속기가
차체 하부 구조에 활용되었고, 차체 대부분은
카본파이버와 허니컴 알루미늄 패널로 이뤄졌다.
출력뿐 아니라 구조, 공력, 경량화까지 슈퍼카의
기본 조건을 모두 갖춘 기술 쇼케이스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GT90은 끝내 양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포드는 이 콘셉트의 일부 디자인 요소를
훗날 머큐리 쿠거, 포드 Ka 등 일반 모델에 반영했지만,
GT90 자체는 상품화하기엔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용도 높았다.
메르세데스-벤츠 F200 Imagination
사진 출처 = Youtube ‘DrGumoLunatic’
1996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된 F200은
메르세데스가 앞으로의 자동차를 어떻게
상상했는지 보여준 연구차였다.
가장 눈길을 끈 기술은
드라이브-바이-와이어 조이스틱 조향이었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을 없애고,
좌우·앞뒤로 움직이는 조이스틱 하나로
차를 조향하고 가감속하는 방식이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직관성과 안전성
논란으로 실제 양산에는 이어지지 않았다.
조이스틱을 제외하면 많은 기능이
실제 자동차 산업에 뿌리를 내렸다.
액티브 서스펜션, 카메라 기반 미러,
조향 보조 헤드라이트, 초기형 내비게이션과
온보드 컴퓨터, 키리스 엔트리, 그리고
디지털 화면 기반의 계기/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이 컨셉트에 담겨 있었다.
당시에는 미래 기술처럼 보였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차량이 사용하는 요소들이다
캐딜락 식스틴
2000년대 초, 캐딜락은 최고급 브랜드의 위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 해답이
2003년에 공개된 캐딜락 Sixteen이었다.
길이 215인치의 초대형 세단에
13.6리터 V16 엔진을 얹었고, 출력은 1,000마력,
토크는 1,000lb-ft에 달했다.
터보도 없이 순수 배기량으로 성능을 끌어올린
전형적인 미국식 플래그십이었다.
엔진 구조도 흥미롭다.
두 개의 V8을 결합해 만든 이 V16은
당대 기준으로도 상당히 진보적이었다.
실내는 외관만큼이나 화려했고,
24인치 휠도 차체 크기를 고려하면 자연스러웠다.
이 차의 목적은 판매가 아니었다.
캐딜락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프로젝트였고,
오늘날 롱휠베이스 에스컬레이드나
대형 럭셔리 SUV에서 이어지는
직선적 실루엣, 대배기량 플래그십 DNA가
식스틴이 남긴 흔적이라 볼 수 있다.
뉴오토포스 류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