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길거리 야채상인 한테서
떨이 해와서 담근 부추 김치가 마침맞게
익어서 끼니때마다 잘먹는다.
노지에서 기른 조선부추 라더니 향도 진하고
씹히는 맛이 좋다.
(그 할줌씨는 상추도 애호박도 조선을 강조했다)
마트에서 파는 잎이 넓적하고 길다란 부추는
허우대만 멀쩡하지 이런맛이 안난다.
옛날에
외가에는 외할머니가 밭 주변 자투리 땅마다
부추씨를 뿌려두셔 부추가 지천이었다.
수시로 베어내도 비 한번 오면 쑥쑥 자라있어
물리도록 먹었다.
해먹을수 있는건 다 해먹어도 남아도는
부추를 장터거리 국밥집에 넘기기도 했다.
할머니는 그 심부름을 더러 나한테 시키셨는데
나는 그일이 참 싫었다.
보따리 들고 가다가 반아이들 만나는게 챙피해서..
어느날 국밥집에 갔다가 선생님을 만났다
막걸리잔에 불콰해진 얼굴로 나를 부르시더니
외가에서 생활이며 이런저런걸 물어 보셨다.
그리곤 내손을 만지작 거리시며
그때 마이 아팠제 ?..하셨다
무슨일론가..단체로 회초리를 맞은적이 있었다 .
남학생들은 종아리를 5대씩.여학생들은 3대씩
맞았는데 나는 곱배기로 맞았다
맞고나서 선생님을 쳐다 봤다고 불손죄가 추가되서 ^^
근데 난 억울했다.
딴아이들한텐 때리고나서 들어가 ! 하셨는데
나한텐 그 말씀을 안하셔서 쳐다본건데..
그날 저녁에 집에서 친 꿀이랑 안티푸라민을
사가지고 찾아와 주셔 놓고도 그일이 마음에
남아 있었던것 같다.
어느날
문구점을 겸하는 잡화상에 공책 사갖고 오다가
선생님을 만났는데 뜬금없이 우리집에 갈래?
하셔서
자전거 뒷자리에 타고 방천너머 있는 댁에가서
꿀벌 치시는거 구경하고 사모님이 해주신 점심을
맛있게 먹고왔다.
오랫동안 시난고난 하시다가 97세에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말년에 정신이 오락가락 하셨다.
어느해
뵈러 갔더니 나를보고 내가 장에서 ㄱㅈㄱ
ㅂ선생을 만났는데 니를 물어보더라
지한테 전화하라 카더라..하셔서 그때가 언젠데요?
했더니
내가 걸어 댕길쩌게..하셔서 엄마한테 퉁박을
맞았다.
엄마 걸어 댕길때가 언젠데 고려쩍 일을 어제일
처럼 말한다고..
근검 절약에 타의 추종을 불허 하시는 할머니는
곡식한톨 푸성귀 한잎도 허투루 버리지 않았는데
시든 부추를 고추장독에 파묻어서 장아찌를 만들기도
하셨다.
가끔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셨는데 그날은 맨밥을
먹기 일쑤였다.
고추장에 엉겨붙어 덩어리진 부추를 뗄라고
흔들다가 미리 떠넣은 밥이 그냥 넘어가 버려서..
반아이들 보기 챙피해서 도시락 뚜껑을 반쯤 덮고
먹었다.
고소한 멸치젓과 알싸한 부추향이 어우려져
입맛을 돋구면서 추억을 자극하는 부추김치다.
첫댓글 할머니와 엄니
그리고 선생님
정다운 분들이시지요.
할머니와 부추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혜전님
님께서도 좋은날 되셔요^^
밥이 먹고 싶네요
군침 막 돌아요 ㅎ ㅎ ㅎ
젓가락 들고 오셔요
따신밥 해놓을테니..ㅎ
@해솔정 저도 아주 오래된 이야기
중학교 때
훈육중이신 선생님께서 저를 호명하시는 거에요
제가 빈정거렸다구요
무엇가 생각하다
제 얼굴에 미소가 번졌었나봐요
지금껏 ~ 그것이 억울해 너무!! ㅎㅎ
@서초 정말 그때는 선생님이 갖다붙이면
다 죄가 됐지요 우리가 억울한 시대를
산게 억울해요 ㅎㅎ
해솔정님의 부추의 추억이
흑백의 스크린 처럼, 잔잔히 다가옵니다.
부추를 경상도 지방에서는 정구지라고 했지요.
서울 와서는 정구지의 맛을 못 본지 오래 입니다.
비오는 날 정구지 전 부쳐먹는 재미,
멸치국물로 만든 국수에는 반드시 파란 정구지 나물이 들어 갔지요.
외할머니와 함께 하던 시절이 그리움으로 다가오나 봅니다.
요즘은 선생님의 채벌은 큰일 날 일이지만,
그시절은 선생님도, 부모님도, 이웃 어른도
잘 못했으면, 매를 들어도 사랑의 매로 받아 들였지요.
해솔정님, 글이 수수하게 다가오면서도 진한 그리움을 자아냅니다.ㅎ
ㅎ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경상도에선 정구지 라고 하지요
전에 전주에 살때 거기서는 부추를
솔이라고 합디다
그러게요
요즘 같으면 난리날 일이지만 그때는
당연한듯 때리고 맞았지요 ㅎ
저는 노인정에 식사준비 하러 일찍 나갑니다
편안하신날 되세요^^
멸치젓국에 부추김치
너무 맛나지요.
지금은 잎사귀 넓고 길쭉한
개량 부추가 흔하지만 맛이 덜하고
토종부추는 보기 힘들더라고요.
할머니의 심부름과
부추장아찌 도시락반찬
해솔정님의 추억이 제 추억처럼 소환되네요.
정겨운 글 잘 보았습니다.^^
마자요
요새는 채소도 개량종이 많아 맛이 덜해요
저거는 노지에서 직접 기른거라 맛과향이
확실히 달라요
그쪽에선 부추를 솔이라 하지요? ㅎ
같이 추억소환 해주셔 고마워요 ^^
외할머니가 담근 부추 김치 그 맛이 생각납니다.
말씀처럼 요즈음은 부추 자체가 다른지 그런 맛이 안 나더군요.
할머니 ,선생님 옛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니 그리움인지 아련함 느낌에 잠시 젖어보네요.
정감 넘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한스님 감사합니다
건강히 잘 지내시지요
요즘 잘 뵐수 없어 궁금 했는데
들려주셔 반갑고 고맙습니다 ^^
흑백 무성 영화 한 편을 본듯합니다.^^
선생님의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가 배로 맞은 아픔을 잊게 했을 것 같네요~
할머니의 "내가 걸어 댕길쩌게.."
가슴이 짜르르해 집니다.
어지간해선 지나간 추억보다 앞일을 바라보고 싶은데
뭉글 뭉글 녹아내리는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사실 스승의 날에 이글을 쓸려고 했는데
추억팔이 하는 제 자신이 식상해서 주춤했다가
아침에 급발동이 걸렸어요 ㅎ
읽어 주시고
가슴이 짜르르 해지는 댓글주셔 감사합니다 ^^
ㅎㅎㅎ
재미 있어서 웃습니다.
지금 멀쩡하신 해솔정님의
어린 시절을 그리면서요.
고추장 눌어붙은 부추하고 실랭이,
장에 부추 팔러 가시며
챙피하셨단 말씀,귀여워 또 웃습니다.
저는 어른이 되어 풋고추
팔러 장에 가 봤습니다.
영감은 멀찍이 서 있고
나더러 팔라 그러데요.ㅎㅎㅎ
자기가 나보다 훨씬 험하게
커 놓고서는요.
암시롱 않던데요.
그거 팔아 막내 세발 자전거 사
들고 왔어요.
잘 읽었습니다.
우와~
지언님 진짜 부러워요.ㅋㅋ
ㅎ엄마는 강하다 입니다
아드님이? 자전거 타는거 보시고
뿌듯 하셨을듯요 ..
저는 일회용 마스크 접는 부업을 해서
아들 계몽사 동화책을 월부로 들였는데
남편이 집 어지럽히고 먼지 난다고 말리다가
안들으니까 마당에 패대기 쳤어요 ㅎㅎ
동네 노인정에 행사가 있어서 갔다가
이제 왔어요
지발로 걸을수만 있어도 안간다는
노인정을 팔팔한 제가 들락 거립니다 ㅎㅎ
@해솔정 딸임다.ㅎㅎ
지금 마흔 여섯 살.
아이가 어릴 적에
참 재미있었습니다.
@지언 ㅎ 그렇군요
제 아들과 동갑이네요
품안에 자식이라고 어릴때가
이쁘고 재미도 있었지요.
@제라
아까 보고는 뭐가 부럽다시는지
몰라서 생각 좀 해 보자던 게
그만 깜빡 잊어 버렸습니다.
ㅎㅎㅎ
고추 판 뻔치가 부럽다.
요게 답일 것이다.맞나요?
제라님이 앓으시는 부분을
아니까.
다니던 가게에
고추 주고 주는대로 돈 받았죠.
흥정은 없어요.
밭농사는 주말 농사었어요.
대신 일꾼을 많이 써서
돈은 못 벌었습니다.ㅎㅎ
해솔정님 글 읽으니 나도 부추전. 부추김치 먹고 싶습니다.
부추는 여러모로 쓰일데가 많은 식물입니다.
부추는 뭘해도 맛있지요
부추 김치는 양념도 별로 안쓰이니
담기 간편해요 이참에 담가 드셔요 ㅎ
부추 김치를 먹다가 떠오른
외할머니
선생님
도시락 반찬으로
이야기가 재미있게 이어지네요.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입에서
꼬리에 꼬리를 문 추억으로 탄생한
어느 장편처럼
해솔정님에게도
더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정된 공간이 아쉽네요.
플로라님 들리셨네요
전 어제 피곤해서 일찍 잤더니
일찍 깼어요.
명민 하시고
섬세한 감성을 지닌 플로라님
댓글에 왠지 울컥 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저도 부추김치를 좋아하는데
담아서 먹자하진 못하고 ㅎㅎ
한인마트에 갈때마다 한병씩
사와서 먹습니다.
부추김치와 총각김치 번갈아
사와서 먹습니다.
김치를 먹지만 사실 고향과 추억을
먹는 겁니다. ㅎ
맞습니다
음식은 추억으로도 먹는다 자나요
김치는 새금새금 곰삭을수록 고향 냄새가
진하겠지요 ㅎ
타국에서 늘 건강하세요^^
부추를 키우고 있답니다 .
얼마정도 크면 부추전 만들어 딸네집에 갑니다 .
내가 키운것을 꼭 강조하죠.
사위가 좋아하고 야채 안먹는 손자들이 먹는것을
보면 제가 부추전에 일가견이 있는것 같아요 ,ㅎㅎ
부추를 보니 반갑습니다 . 헤솔정님도요 .
아녜스님은 꽃밭을 정성들여
가꾸시던데 부추도 길러 드시는군요.
내손으로 직접 키운 야채 맛은 각별 하겠지요 ㅎ
가족들이 잘먹어주면 뿌듯 하시겠구요
아녜스님 들려주셔 고맙고 저도 반가웠어요^^
부추와 선생님과 외할머니에
대한 단상이 그리움과 슬픔으로
와닿습니다.
제자를 매질하신 선생님 마음도
편치 않으셨겠죠.
부추는 뭘 해먹어도 맛있어요.
겉절이, 전, 김치, 그리고
국수에 넣어 먹어도 맛있어요.
어제 이사를 오면서
텃밭에 심어둔 여러 채소들
중에 다른 건 다 두고 부추만
화분에 담아 왔어요.
아파트 베란다에 두고 조금씩
베어다 반찬해 먹으려고요.ㅎ
해솔정 님, 글 잘 읽었습니다.
이베리아님 이사 하셨군요
경황이 없을텐데도 들려주셔 감사해요
저희도 고향 근처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사는집이 해결이 안되 진행을 못하고
있어요.
부추는 서민적이면서 몸에도 이롭고
다양하게 해먹을수 있으니 효자식품 이지요 ㅎ
새집에서 많이많이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해솔정 님~
이제 다시는 이사 못 하겠어요.ㅠ
포장이사해도
옷이며 그릇이며 다시 정리해야 하고
체력은 안 따라주고
약 먹어가면서 겨우 정리 마쳤습니다.
@이베리아 마자요
포장이사라도 정리 정돈은
다 내손이 가야되지요
우리도 이사를 수없이 다녀서 압니다.
저도 막상 이사 할려니 겁이나요
체력도 전같지 않고 장거리 뛸려니
엄두가 안나는데 인제 마지막이다 여기고
각오 해야지요
그래도 정리가 빨리 끝났네요
수고 많으셨어요. 푹 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