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가을이다. 요즘 땅을 잘 안쳐다보고 다녀서 잘은 모르겠다만 암튼 낙엽 뚝뚝 떨어지고... 아니다. 단풍이 호사 찬란하게 골목길을 물들이고, 길에서는 군밤 냄새 슬슬 나기 시작하고, 바람이 차가워져서 아침에나 저녁에나 날밤 안가리고 외로운 싱글들을 더더욱 외롭게 만드는 그런 가을 말이다.
이맘때면 마치 가을 들판의 노란색의 물결처럼, 혹은 전염병처럼 도지는게 있더란다.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일명 가을 우울증 되시겠다.
"도와주세여. 딴따라딴지..."
약도 없고 대책도 없고 설상가상 옆구리마저 쓸쓸한 분들을 위하야 본 기자가 가을 무드용 재즈 앨범 몇 장 슬며시 옆구리에 끼워 넣어주려 한다. 땡기는 분들은 함 사서 들어보시길.
<Lush life> - John Cltrane
첫 번째 항우울제는, 테너 색스폰이라는 악기의 한계를 넘어 재즈사 전체에 마일즈 데이비스와 필적할 만한 흔적을 남기고 간 존 콜트레인 아저씨의 소품집 비스무리 한거 되시겠다.
하고 많은 콜트레인 앨범 중에서 본 기자가 본작에 가장 큰 애착을 가지는 이유는 이 앨범이 갖고 있는 소박함 때문이다. 비슷하게 분위기 잡을수 있는데다가 곡수도 많고 약간의 화려함까지 갖고 있는 콜트레인표 재즈 발라드 앨범(이 앨범은 재즈적 발라드의 기초이자 꽃정도 되는 앨범이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Ballads> 도 있으나, 본작에서 피아노 소리가 앨범 전체에서 두드러지게 적어 테너 색스폰이 리드하는 안정된 모노톤이 앨범 전체를 관통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마일즈 데이비스에 의해 발탁되고 난지 오래지 않아 발표된 이 앨범은 그의 치밀한 연주가 돋보이는 다른 대표적인 앨범들, 예를 들자면 <A love supreme> 등과 같이 고밀도, 고속도의 프리 재즈에 가까운 연주와는 한 발 떨어져서 느긋하게 식후 담배 한 대 피우는 기분으로 조용히 음미할수 있는 분위기를 갖고 있는 음반이란 것이다.
웬지 울적하고 누군가와 만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멍하니 있기에도 어정쩡한 날을 위한 왕추천음반되겠다. 느긋하고 조금은 슬픈 듯 따뜻한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맘이 편안해진다. 일단 들어보고 본 기자의 말이 맞는지 함 확인해 보도록.
<light as a feather> - Chick Corea and Return to Forever
첫 번째 콜트레인 앨범... 넘 중후하다고 생각되는 분들을 위해 칙 코리아 아저씨의 새털같이 가벼운 손이 일렉트릭 피아노 위를 날라 다니는 본 앨범 추천하려 한다. 앨범 전체를 넘나드는 탄탄하고 가볍고 위트있는 칙코리아의 피아노 타법을 따라 무심코 한곡 한곡 듣다보면 시린 옆구리나 지끈지끈 맹맹 아프던 머리가 깃털처럼 어느새 가벼이 정리된다.
추천 트랙은 4번째 곡 [500 miles high] 되겠다. 가볍고 긴장감 넘치는 칙 아저씨의 피아노와 테너 색스폰 의 멋진 조화가 함께 앞으로 달려가는 느낌 물씬 나는 그런 곡 되겠다. 멋지다... 가을의 우울함을 견딜만한 것으로 바꿔 줄만한 곡이다. 무거운 고민일랑, 속도감과 차분함을 함께 가진 재즈선율에 가볍게 털어 버릴 수 있게 만드는 앨범 되시겠다.
<Round Midnight Original Sound Track> - herbie hancock
베르뜨랑 따베르니에(Bertrand Tavernier)의 85년 작품
세 번째 항우울제는, 아마도 재즈팬들에게 최고의 재즈영화로 꼽힐만한 <Round Midnight>의 사운드트랙 앨범 되시겠다. 본 영화 울나라에서 그다지 구하기가 쉬운 작품은 아니다만 본 기자, 소가 뒷발걸음하다가 심봤다하는 심정으로 어찌어찌 볼 기회가 있었다.
프란시스라는 가난한데다 착하기까지한 파리 청년이 늙고 지친 섹스폰 주자와 나누는 교감과 우정이 본 영화에서 그나마 존재하는 기둥줄거리되겠다. 영화 중간에 프란시스라는 이 청년이 재즈 클럽에 들어갈 돈이 없어 멋진 연주가 한창 흘러나오는 클럽 창 밖에서 어떻게든 창밖으로 새어나오는 연주를 들으려고 비를 맞으면서도 바짝 붙어서서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돋움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영화가 담고 있는 jazz 안에서의 따뜻한 교감과 예술을 향한 소박하고 진지한 한 청년의 열망이 잘 드러나는 멋진 장면이었다.
그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앨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허비 행콕이 앨범의 전체적인 음악을 맡게 되면서 당시 자신의 슬럼프를 극복하며 아카데미 오리지널 스코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앨범 소개하다 삽질하는 이야기일수도 있으나 이 영화에는 허비행콕이 직접 기타리스트로, 존 맥라클린이 기타리스트로 ,덱스터 고든이 주인공인 거물 섹스폰주자로, 그리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매니저역으로 출연한다. 재즈적 분위기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영화, 그리고 앨범 되겠다.
<Ballads> - Miles Davis
본 작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숱한 앨범 중에서 무게잡는 부담감도 없고, 그의 얼음처럼 날카롭고 정교한 cool함에서도 비교적 거리를 두어 따뜻함이 느껴지는 재즈 스탠더드 발라드 연주앨범이다. 프리재즈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방위적으로 재즈음악계를 종횡무진하는 활동을 증명하는 170여장의 디스코 그래피 중에서도 이 앨범은 스테디셀러에 속하는 편이다.
제일 추천하고픈 트랙은 3번째 [I fall in love too easily]이다. 중간 중간 끼어드는 피아노 솔로도 멋지고 마일즈 특유의 정확한 연주와 싸늘함이 느껴지면서도 멜로디는 따뜻하다. 이 곡을 가장 멋지게 듣는 방법중의 하나는 볼륨을 한껏 올린 채 헤드폰을 귀에 꽂고 사람 없는 지하철안에서 듣는 것이다.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Buckshot Refongque> - Buckshot Lefongque
재즈를 그다지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변주가 곁들여져서 끝없이 반복되는 느낌의 재즈가 지겨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좀 분위기 다른 걸로 마지막 하나 골랐다.
마샬리스 형제(윈튼 마샬리스, 브랜포드 마샬리스) 중 동생인 브랜포드 마샬리스가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인 벅샷 르퐁크는 재즈를 그 중심축으로 해서 흑인음악의 모든 장르를 실험하고 재편성한 앨범되겠다. 2장의 앨범을 내고 해체했지만 그 두 장의 앨범에는 펑키, 소울, 재즈, 힙합, 애시드, 알앤비 등등의 숱한 흑인음악 장르들이 조화롭고도 자유롭게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한 마디로 멋진 앨범되겠다.
정통 혹은 메인스트림 재즈가 지겹거나 힙합비트가 가미된 재즈 곡이 듣고 싶다거나 애시드재즈적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이런 모든 요망사항에 부합하는 컴필레이션(?) 앨범 되시겠다. 추천 트랙은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으로, 퓨전재즈적 분위기에 소울과 흑인영가적 분위기까지 함께 느낄수 있는 곡이다. 10번째 트랙은 스파이크 리가 감독한 뮤직비디오가 멋진 곡이고 그외에도 비트가 잘 살아있는 12개의 곡들이 더 수록되어 있다. 본 작 들으면서 우리 함께 가을의 우울함을 그루브에 실어 밀어내버리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