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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론 스크랩 시위 취재 후, 지하철에서 남몰래 소리죽여 울었다
ⓧ동네쥐바퀴 추천 0 조회 173 08.06.30 00:14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이 대통령 취임식날 작성기사에 '탄식' 내뱉다

 

가두시위가 처음으로 벌어진 지난 5월 24일 이후, 만 36일이 지났다. 나는 시위현장에 서서 가끔씩 현기증을 느낀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과연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요즘 들어, 내가 그동안 써온 기사 중에서 가끔씩 돌아보며 한숨을 내쉬는 기사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날 저녁에 쓴 <취임 축하합니다, 하지만 당신과 싸우겠습니다>라는 기사다. 그 기사에서, 나는 마무리 부분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취임 첫날, 그 기쁨과 함께 당신의 수많은 불법비리 의혹에 대한 반성과 시도하려는 정책으로부터 유도될 '수천만 인간의 원한'도 동시에 기억하길 바랍니다."

 

문득 이 부분을 보다가 남몰래 탄식을 내뱉었다. '경고'의 의미로 남기고자 했던 이야기였지만, 이 이야기는 2008년 6월의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됐다. '수천만 인간의 원한'은 '촛불'을 거쳐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시위로 거듭났다.

 

대통령과의 '소통'을 위해 청와대로 가려다가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에 노출되면서 한달 이상 전쟁을 치루고 있는 시위참가자들, 단지 훈련소에서 차출됐다는 죄로 '전경'이 돼 온갖 피로와 싸우며 촛불시위 참가자들과 대치하는 나의 동생들, 그들이 대관절 왜 싸워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들은 격앙된 감정을 서로에게 쏘면서 '적'이 돼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비롯한 국민을 분노케 한 국정 전반에 대해 책임져야 할 정부와 여당은 차벽과 전경 병력 너머 뒤에 숨어서 그 싸움을 지켜보며 '불법시위 엄단'을 이야기하면서 '배후론'과 같은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을 뿐이다.

 

서로에게 욕을 하면서 서로의 눈물과 피를 자신의 몸에 묻히고 있으며, 물과 소화기 분말이 범벅이 된 옷을 입고 노려보고 있다. 그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전경의 구호와 시위참가자들의 노래, 근 이십여 년 만에 다시 나타난 '뜨거운 1980년대'다. 1980년대 태생인 내가 시위와 진압을 매일같이 목격하는 일을 겪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취재 후 집에 돌아가며 남몰래 울다

 

광화문 일대에서 아침해를 맞이해 경찰의 진압을 지켜본 후, 아침 지하철을 타고 곧바로 출근하거나 귀가하는 것은 이제 일상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당황스럽다. 광화문 일대를 벗어나면 세상은 너무나도 조용하기 때문이다. 무미건조한 지하철 방송 멘트와 무표정한 얼굴로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시민들, 그속에서 느껴지는 침묵과 차창 밖 풍경….

 

광화문 일대에서는 그토록 처절한 전쟁이 일어났고 많은 시위참가자들과 전경들이 피를 흘리며 다쳤지만, 그 바깥의 세상은 너무나도 조용했던 것이다. 나 역시 늘상 젖어들었던 그 일상의 평화로움이 요즘처럼 낯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인터넷에 들어가면, '조중동'의 기사와 그 기사의 영향을 받은듯한 일부 누리꾼들의 '촛불좀비'나 '좌빨' 운운하는 댓글들이 보인다. 절망스럽다. 시위참가자들은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도 시위에 나선 것이지만, 손피켓에도 써 있듯이 "함께 살자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위해서도 밤샘을 마다하지 않고 피를 흘리고 물대포를 맞아가며 싸운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평화로움, 그래서 낯설다.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 너무 어색했고, 밤새 시위를 벌인 누군지도 모르는 그네들이 생각나 지하철에서 소리죽여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그들 중에는 연행된 이들도 있고 다친 이들도 있다. 한달이 넘었지만, 지하철 속 일상의 평화로움은 아직도 낯설다.  

 

29일 아침에는, 방향이 같아 함께 집으로 가던 지인과 나의 물에 흠뻑 젖은 옷차림을 본 어느 아주머니께서 다가와 포근한 미소와 함께 내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시위 현장에서 오신거죠? 젊은 사람들이 애 많이 쓰네요."

 

평소엔 가슴속에서만 흘렸던 그 눈물이 눈밖으로 나올 뻔 했다. '참가'가 아닌 '취재'를 했던 내가 들을 칭찬과 격려가 아니었다. 내 가슴 속에서는 아주머니의 그 말씀을 수천·수만개의 파동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나는 결국 찔끔 눈물을 흘렸다.

 

집으로 돌아와 TV 보며 화가 났다

 

평소의 나는 TV를 즐겨보지 않는다. 과민한 탓일까. 연예인들의 농담와 주변 이야기를 굳이 시간을 투자해가면서 보고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들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문득 TV를 지켜봤다. 브라운관에서는 유명연예인들이 "세상은 이렇게 평화롭고 재미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스크린쿼터 축소 및 폐지를 반대하면서 "한국영화를 살려달라"는 시위에 참가했던 유명영화인도 있었다.

 

촛불시위를 유발한 '미국산 쇠고기' 파문과 이명박 정부의 친부유층 정책이 그의 탓도 아니었건만, 괜히 울화가 치밀었다.

 

"한국영화를 살려달라"는 목소리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와 '한미FTA'로 상징되는 미국발 신자유주의의 압력과 그것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해 구성된 '친부유증 정책'에 맞서싸우는 목소리를 내걸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그 목소리를 용기있게 드러내면서 시민들과 동참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브라운관 속에서 웃고 떠들며 '재미있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TV 속 그 평화롭고 재미있는 세상이 너무나도 낯설다. 

 

모든 사람들이 시위에 공감하거나 동의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함께 살기 위해' 밤샘 속에서 폭력과 맞서싸우는 그들을 생각하면,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울화가 치밀어오를 수 밖에 없게 된다.

 

두려움 없이 싸우는 그들, 경의를 표한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싸우는 대상은 겉으로 드러난 전경 병력만이 아니다. 그네들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모든 총체적인 보수권력과 싸우고 있다. 정치권력과 사정권력, 그리고 언론권력과 막강한 금권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총체적인 권력들이 촛불시위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그들은 굴하지 않고 나름의 재치와 연대의 힘을 발휘해 맞서싸우고 있다. 아니, 오히려 죽기살기로 싸웠다고 할지라도 막상 전경 역시 한 사람의 인간이자 20대 아들이자 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낙오된 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힘내라"는 인사까지 나눈다. 

 

그저 경의를 표하고 싶을 따름이다. 이렇게 절박하게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인간의 정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법시위 엄단'을 외치는 권력의 압력이 들어오더라도, 그리고 '조중동'과 그 영향을 받은 누리꾼들의 과격하게 어긋난 목소리가 쏟아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거리에서 연대의 힘을 발휘하며 인간의 정을 보여줄 그들, 평생을 살면서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그렇게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위대한 힘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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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6.30 00:18

    첫댓글 제 마음하고 같네요..TT..요즘 티비보거나 주위사람들 만나면 괴리감 느껴서..다 끊고 삽니다..TT

  • 08.06.30 00:30

    저도 연예인과 관계된 어떤것도 관심이 딱 끊기네요.

  • 08.06.30 00:29

    제 마음도 그렇습니다...

  • 08.06.30 00:45

    아닙니다. 그들모두 평화스러운것은 아닐겁니다. 다만 그렇게 가장하고 있는겁니다. 저도 답답한 생각을 합니다만, 그런 사람들이 모두 모여 광화문의 70만, 100만 민중이 되는거 아닙니까? 희망을 가집시다.

  • 어제 시위 끝내고 버스타고 홍대앞을 지나갔습니다. 불야성이더군요.. ㅜㅜ 정말 너무 슬펐습니다.

  • 08.06.30 01:00

    광화문 밖은 조용하다라는 말... 가슴이 아픕니다 촛불을 지켜주시는 시민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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