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종착역이
이토록 비참할 줄
난 정말 몰랐어.
I hadn't the slightest idea
that my life would end up
in such misery.
젊은 날 절차탁마로
형설의공을 쌓는데
그치지 않고,
산설고 물설은
먼 나라에 가서
고독을 친구삼아
수많은 밤을 지새며
학문을 갈고 닦아
월계관을 썼었지.
Although I had reaped fruits
of my hard study in my youth,
I went to the distant country,
where everything was strange,
worked through countless nights,
made friends just with loneliness
and finally won my laurels.
귀국한 뒤 사랑하는
제자들을 가르치는
기쁨을 만끽하였던
세월, 세월들...
Returning to my country,
I had my fill of joy teaching
my students I loved so much
for years, yes, for many years.
그 세월들은
꿈처럼 감미로웠는데
그예 한송이 꿈이었나
아님 한줄기 바람이었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구나.
Those years were so sweet
but now they've vanished
just like a whiff of wind
or a bundle of dreams.
그 세월에 대한
희미한 기억의
마지막 조각마저
날개를 달고
새처럼 훨훨 날아
저멀리 구름뒤로
꼭꼭 숨어버렸구나.
Even the last bit of dim memory
grew the wings with which to fly
into a cloud in the remote sky
to hide behind it completely.
내가 평생 연마한 학문,
천착과 사유와 고뇌의
탐스럽던 과실들이
모두 나를 버리고
떠나간 오늘,
Today,
I find that my study I had brushed up on so hard
all my life and the enviable fruits of my thought,
agonization and excavation have all deserted me.
내가 과연 누구였는지
무얼 했던 사람이었는지
마지막으로 날 버리고 간
기억의 조각 그 뒷모습을
꿈속에서 더듬어보는 오늘,
내앞에 커다란 그림처럼
불쑥 나타난 낯선 사람들,
내손을 잡고 귀엣말을 하고
내등과 가슴을 쓰다듬고
축복의 기도를 해주지만
Then I ask myself who I was and
what I was doing during this world,
fathoming in my dream the appearance
from behind of the last bit of memory
that had deserted me;
Some strangers appear from nowhere
like large paintings to say a prayer
for blessings on me, hold my hands,
whisper warmheartedly in my ears
and gently caress my back and chest;
내가 알 바 없는 이들은
분명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대들을 못 알아보는
나를 부디 용서해 줘요.
However,
I've no idea who you are;
I just think you must be
those I loved much.
Please forgive me for my
failure of recognizing you.
그대들이 날 처음보고
알아 보지 못했듯이
세상 모든 기억들로부터
한껏 자유로워진 내가
오늘 그대들을 못 알아 보는 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
As you fail to recognize me at first sight,
I can't but fail to recognize you, now that
I'm totally free from memories of the world.
무정한 세월을 탓할 밖에
우리네 인생무상을 탓할 밖에
Let's blame the cold-hearted years;
Let's blame the transience of our lives.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내가 그대들과 함께했던
꽃같은 시절에 대한 기억이
나에게 아직 남아 있다면
그 상실감이 비수가 되어
나의 심장을 파고들 거야.
However, on my second thought,
Should I still keep the memory
of those flowery days with you, I
might let my sense of loss turn into
a sharp dagger to cut into my heart.
그러니 난 이대로가 좋아
가시밭처럼 거칠었던 세상
그 기억들 모두 뒤로하고
두둥실 구름 탄 아희처럼
기억상실이란 마취제로
세상살이 아픔을 잊고
청춘시절 술한잔으로
거나해졌던 기분으로
미련도 회오도 없이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내 영혼의 영원한
안식처 찾아 갈거야.
So, I'd better stay this way, before
I get rid of the memory of the world
tough like a thorny field, as if I were
a child riding high on a cloud,
forgetting the pain of the world
with the anesthetic called memory loss
and as if I were a bit tipsy
with a glass of wine in my youth
with neither regret nor lingering desire
without even turning my head once
and go to my soul's eternal resting place.
첫댓글 6월 14일 요양병원에 찾아뵈었을 때 김진만 교수님은 치매와 중풍, 기억상실로 단 한마디 말씀도 못하셨지만 교수님께서 만일 말씀을 하셨더라면 하실 말씀을 독백형식으로 교수님의 반말조의 말투를 흉내내서 써 보았습니다.
그러게요. 안타까운 마음만 드네요.
그래도 우리를 알아보시는 표정이셨어요. 눈빛이요.
재모씨, 정말 바쁜 일 내려놓고 동행해서 감사하고 좋았어요.
춘희랑 귀연이도 감사하구요.
다들 바쁘다고 나 혼자만 갔으면 어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