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대간 제3구간(6) - 배너미산 798미터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뱃나들]

배너미산 798미터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선암봉수대 흔적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주변을 좀 더 살펴보니 산북의 석봉리 쪽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나무 틈 사이로 보였다. 높이는 지금 내가 서 있는 배너미산 정상과 거의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였다. 지도를 펴서 확인을 해 보니 해발 798미터 지금 서 있는 배너미산 정상과는 불과 5미터 차이이다. 문경시에서 발간한 <문경의 명산> 소개 책자에는 798미터 고지를 배나무산으로 표시해 놓은 산행 안내도를 보았던 것이 기억이 났다.
   일반적으로 배너미산이라고 부르는 정상인 813미터 고지와 그 마주보고 있는 798미터 고지 사이가 <잘록이>를 이루고 있다. 이 <잘록이>로 아득한 옛날에 큰 홍수가 나서 배가 상선암 쪽으로 넘어왔다는 전설이 있어 동네 사람들은 <배너미산>으로 부르는 것이다.
   지도의 등고선 보면 잘록이 아래로 상선암 마을까지 긴 계곡이 펼쳐져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아마도 이 계곡을 <불당골>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우리 나라에 <불당골>이란 명칭은 많다. 산북의 김용사 부근에도 <불당골>이 있다. 전해 오는 얘기를 적은 문경지에는 이 불당골에 있었던 선암사(仙巖寺)가 빈대 때문에 망했다는 전설을 기록으로 남겨 놓고 있다. 그 기록에는

  『호계면 상선암 뒤에 우뚝이 쌍 봉으로 솟은 산을 속칭 배남산이라 한다. 이 산 중턱에 작으마한 기와집 하나가 있다. 그 둘레에는 보기 드문 큰 느티나무 세 그루가 고색 창연하게 서 있고 크고 작은 느티나무 숲을 이르고 있다. 이 기와집을 산제당이라고 하고 그 산제당 방안에는 산신령이 호랑이를 타고 있는 화상 한 폭이 걸려 있다.
   이 산신당 앞에 옛날에 큰절이 있었는데 언제 세워져서 언제 폐허된 것도 확실치 않으며 절 이름도 확실치 않으나 동명이나 산골 이름 등으로 미루어‘청남사’란 절이 빈대 때문에 망했다는 전설만 전해지고 있다. 혹은‘선암사(仙巖寺)’라고도 전해 온다. 이 절터에는 지금도 절 돌담과 흡사한 담이 있고 옛날의 기와장이며 때로는 불상도 출토되었다고 한다. 골짜기마다의 이름도 거의가 절과 관계된다. 예컨데 절터골, 불당골, 불선 바위, 애당골, 청남골, 작은 불당골, 절토골 등 동네 이름 또한 마찬가지다. 상선암, 하선암, 옛날에는 중선암도 있었다고 한다.
   이 절에 빈대가 얼마나 많았는지 빈대기둥이 생겼으며 절 방마다는 물론 부처님 좌대 밑이 온통 빈대 투성이라 중들이 다 떠나게 되자. 자연 절은 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이  절터골에서는 물론 그 아래 밭에까지 돌 밑에 빈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빈대가 많았던가를 짐작할 수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에서는 813미터 고지와 798미터 고지 두 봉우리를 일러서 <배너미산>이 아닌 <배남산>으로 이름 부르고 선암사가 청남사라는 별칭을 가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배남산>이 한자로 표기가 되지 않아서 홍수로 배가 넘었다는 전설로 이름 지어진 <배너미산>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 글자인지 알 수는 없다. 아마도 남쪽을 절하듯이 굽어본다는 의미로 <拜南山(배남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억지로 끼워 맞춰보았다. 이유는 여기서는 남쪽인 산양 방면을 굽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청남사도 한글로만 되어 있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798미터 고지가 지호지간에 있지만 813미터 고지에서 잘록이로 내려가는 경사도가 매우 급해서 813미터 고지와 연결 지으면 마치 물매(경사)가 아주 급한 수학의 이차방정식이 그리는 포물선과도 같게 보인다. 또 잘록이에서 798고지로 올라가는 경사도도 매우 급해서 798고지에 갔다가 다시 813고지로 오려면 넉넉잡아 40∼50분은 소요될 것 같아 빠듯한 일정 때문에 가보지는 못하고 다음 날을 기약하면서 그냥 단산 쪽을 향하여 발걸음을 돌렸다.
   아마도 단산에서 <배너미산>으로 내려오거나 부운령에서 <배너미산>을 올라오는 산행객들은 대부분 798미터 고지를 여간해서는 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당골이나 산북의 돌당골 쪽으로 난 능선을 타고 올라온다면 자연스레 798미터 고지를 거쳐 813미터 고지로 등산길이 잡히겠지만 듣기로는 <배너미산>에 오르는 등산로가 그리 만만치 않은 것으로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경시에서 발간한 <문경의 명산> 안내 책자에 소개된 배너미산(배나무산) 안내도이다. 813이라고 적혀진 곳이 <배너미산>의 정상이지만 여기서는 이 정상과 마주보고 있는 봉우리에 <배나무산>이라고 적고 있다. 여러 문헌을 참조한다면 배나무산 즉, <배너미산>은 813미터 정상과 그 마주보고 있는 봉우리(798미터) 둘을 가리켜서 <배너미산>이라고 불러야 옳을 것 같다. 어떤 지도나 산행 안내도에 보면 문경활공장 아래에 있는 <굴골>을 <달밝골> 옆에다 표기한 것도 있다. 이것은 잘못된 표기이다. 지도에서 <굴골> 부근은 <장자골>이라고 하기도 한다. 단곡 부운령 등에 표시된 임도도 위의 안내도와 현재의 실제 상황은 다르다. 단곡에서의 임도는 지금 부운령과 연결이 되어 삼실까지 닿고 있다.]

   나는 단산을 향해 가면서도 지나쳐 버린 798미터 고지가 자꾸 마음에 걸려 몇 번을 뒤돌아보았다. 그곳에 가면 돌당골이 보이지는 않을까? 이 번 제3구간을 설정하면서 <선암봉화대> 흔적을 살펴보리라 했는데 813미터 고지에서는 도무지 그러한 흔적이 보이지 않으니 798미터 고지에 올라가면 혹 희미하나마 옛 흔적을 볼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를 어지럽히고 발걸음을 무겁게 했던 것이다.
   선암봉수대 흔적에 대한 미련을 뒤로하고 어른 키가 넘는 진달래 숲과 참나무 낙엽으로 발이 빠지는 오솔길로 향해 가노라니 햇빛이 드는 양지쪽에 노랗게 핀 <양지꽃> 한 송이가 잎은 낙엽에 묻힌 채 노란 꽃잎만 빼죽이 내밀어 부끄러운 듯 반겨준다. 큰 나무 사이에 조금씩 드는 햇빛 때문에 피어난 듯 싶어 안쓰럽고 가련하게 보여 사진기를 들고 오는 석보에게 한 장 찍어두라고 했다.
   계속 해서 20여분을 걸어가니 배너미산 813미터 고지에서 단산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하게 능선을 이루어진 길로 주변에는 참나무와 진달래 철쭉이 주된 수종이었고 군데군데 그리 굵지는 않았지만 쭉 쭉 곧은 소나무 군락이 가리고 있어 주변의 풍광을 조망할 수는 없었다. 그저 호젓한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가끔 능선 길옆으로 파헤쳐진 도랑 같은 곳에는 이 단산 지역의 일대가 한 때는 탄전지대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석탄이 덜된 시커먼 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마성면 외어리부터 단곡 계곡을 거쳐 부운령을 올라오기 전 단곡 끝 계곡 아래에서 단산으로 올라 갈 수 있는 다른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단산 정상을 오르기 위한 잘록이 경사면 초입 근처에서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배너미산에서 단산에 오르는 등산로가 만나게 되고 여기서 계속 가면 단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있고, 가다가 단산 정상을 오르는 잘록이 경사면 초입에서 그냥 우측으로 약간 틀어 계속 앞으로 나가면 단산에서 한 줄기 뻗은 산의 능선을 따라서 난 길이 있는데 이 길을 찾아 내려가게 되면 <달밝골>과 석봉리 김용초등학교석봉분교 앞으로 내려 설 수 있음을 지도에서 보았다. 나는 그 두 길이 만나는 지점을 염두에 두면서 앞으로 나갔다. 왜냐하면 <달밝골>로 내려가는 길을 오늘 산행의 하산 길로 잡았기 때문이었다.
   <달밝골>은 그 명칭이 어디서 유래가 되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산북의 석달리 즉 돌담골에 대한 명칭 유래는 석달리 동네로 내려 온 산등성이의 모양이 닭이 잠을 자는 홰와 같은 모양을 이루고 있어서 마치 돌 닭이 홰에 오르는 모양과 같다 하여 석달(石達)이라 불렀으나 오랜 세월이 흐르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돌담골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지금은 <돌당골>로 표시되기도 한다.
   여기서 석달(石達)이란 한자 명칭이 재미있다. 한자로 표시된 뜻은 <돌이 내달려 이어진다> 정도의 의미로 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석달(石達)이란 <돌닭>으로 새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石>이 돌임에는 이론(異論)이 없겠으나 <達>이 닭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사리에 맞지가 않다. 허나 이것도 우리 문경 지방의 사투리를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수긍이 된다. 우리 지방에서는 <닭>을 <닥>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달>이라고 발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달(石達)이란 마치 이두처럼 발음에 치중에서 쓴 한자 명칭이지 굳이 한자의 의미를 새기려 들면 우습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돌담골도 되고 돌당골도 되는 석달(石達)의 위치는 <배너미산> 798미터 고지에서 상선암 쪽으로 뻗는 능선에서 몇 줄기 산줄기가 동쪽 사면으로 뻗어 내리는데 그 아래에 있는 마을이다. 아마도 <닭이 잠을 자는 홰와 같은 모양>이란 개천 옆을 끼고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낮은 산의 모양을 가리키는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달밝골>은 닭이 잠을 자는 홰와 같은 모양과 같다하여 생긴 지명인 석달(石達)과는 무엇인가 연관성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 위치가 다르므로 석달(石達)의 또 다른 이름인지 그 연유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짐작으로는 <달밝골>은 석달(石達)과 산줄기를 서너 개를 경계로 하는 골짜기이기 때문에 이 골짜기는 건너편 석달(石達)에서 <닭이 홰를 치면 날아 밝아 오는 골짜기>라는 의미에서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불려지지 않았나 나름대로 짐작은 해 보지만 아무래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의 해석이라 그냥 웃고 넘어갈 일이다. 그러나 석달리(石達里)는 이름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마을만은 아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될「석달마을양민집단대학살」로 불리고 있는 우리 나라의 어둡고 불행한 현대사의 일면이 서려있음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무거워 졌다.

[히야호]

에궁.... 지난달에 갓다 온것을 아직도 올리고 기시니 이달 5일날꺼는 운제나 볼수 잇을라나.... 지도상으로 보나 그날 걸은 시간으로보나 코스가 무쟈게 기네요이,,, ㅎㅎㅎㅎ

[뱃나들]

히야호 내가 너무 바빠서리 써내기가 힘들구먼 ..... 박수치는 사람도 막걸리 한 잔 사주는 사람도 없고 ..... 재미없어 못하겠네. 5월 5일 답사는 성공적으로 마쳤구먼 .... 날씨가 흐려 좋은 전망은 놓쳤지만

[hottie]

박수치는 사람 여깃소... 석달리 양민 대학살 사건의 지인이 나도 아는 지인이네??? 그런 사연이 있었다고 말만 들었지 책으로도 나온줄은 정말 몰랐네~ 하기사 그곳에서 태어나지도 않았으니 알수가 없지 뱃나들은 아는것 많아서 먹고싶은것도 많겠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