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옥몽(속 금병매) <83>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서 옥경과 은병은 그져 마음이 들떠 있는데 염상 묘원외를 만난다.
휘영청 늘어진 강뚝위의 수양버들,
번화한 도회지는 흥청대며 활기차다.
간교한 작은 새는 둥우리를 옮기는데,
화려한 꽃이건만 향기는 별로이네.
동굴밖 흰원숭이 남의 계집 훔치는데,
개울가의 붉은 단풍 님을 잘못 만났구나,
어스름 저녁 강건너 사라지는 나그네,
부평초는 하얀 물결이 못내 슬프기만 하다.
양주에 도착한 정옥경과 은병이 탄 배는 묘원외(苗员外)라는 양주의 대부호의 큰 배가 정박해 있는 바로옆에 도착 닻을 내렸다. 하지만 어디 마땅히 갈 곳도 없는지라 갈아타고 갈 배가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 배에서 지내기로 했다. 사공과 진희는 갈아타고 갈 배를 구하러 갔다.
옆 큰배의 주인 묘원외는 양주성(扬州城) 내에 묘청(苗青)이라는 소금을 취급하는 대상이 있었는데, 재산이 대략 십만 냥이 훨씬 넘는 엄청난 부자였다고 한다.
그는 해적패거리와 뒷거래를 하여 주인 묘증(苗曾)을 죽이고 그 재산을 낚아챈 날강도였다.
그런 연유를 모르는 양주 사람들은 그가 돈을 주고 산 벼슬이라 하여 묘원외(苗员外)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그 자가 하는 일이라곤 돈많다고 남들 앞에서 으시대고, 재물 되는 것이라면 물 불을 안가리고 차지하며, 주색 잡기는 양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한량이었다.
최근에는 동옥교(童玉娇)라는 기생을 첩으로 맞아들여 장강에 큰 배 한척을 띄워 놓고 매일같이 낮에는 술타령이요, 저녁에는 옥교와 껴안고 뒹굴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일까 필연일까? 개봉 한량 정옥경의 탄배가 양주 한량 묘원외의 배옆에 정박하게 된것이다.
한번도 개봉 외의 세상을 구경을 해본 적이 없는 정옥경은 모든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했다.
양주의 번화한 풍경을 보고나자 괜히 우쭐해지고 신이나서 양주의 명주 삼백천주(三白泉酒) 한 단지와 신선한 게, 생선, 미역과 과일을 사와서는 은병과 마시니 마냥 즐겁기만 했다.
밤이 되자 정박 한 모든 배들이 등불을 밝히자 온 천지가 휘황찬란해 지면서 사방에서 악기 소리와 노래 소리가 들려 왔다. 은병은 뱃머리에 나와 생전 처음보는 화려한 풍경에 넋을 잃고 구경을 했다.
강의 양쪽 둑위에는 푸른 수양버들이 끝없이 늘어져 있고, 먼 넓은 강 끝으로는 수평선이 하늘에 닿아 있어 마음을 탁 트이게 하였다. 넓은 강위에는 수백척의 유람선이 돌아 다니며 풍악을 울리고 있으니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싱숭생숭 들뜨게 했다.
황홀한 풍경에 취해있던 옥경과 은병이도 흥취가 일어나자 옥경의 퉁소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자 주위에 있던 배들이 가까이로 다가와 귀를 기울인다. 은병이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어 노래를 부르니, 봉황이 울고 용이 신음하듯 물고기들 조차 모여들어 노래에 취한 것 같았다.
묘원외도 배에서 동옥교의 노래를 듣고 있었지만 은병의 노래가 시작 되고는 쥐죽은 듯이 감상만 하고 있었다.
은병의 노래 실력은 동옥교의 노래와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이나 수준 차이가 났다.
이번에는 옥경이 피리를 불고 은병이 비파를 연주하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동옥교가 이정도 실력이라면 분명히 양가집 규수와 서방은 아니고 전문가들인 것 같다고 단정한다.
"이 노래 곡조는 분명 양주(扬州) 노래 곡이 아니라 개봉(开封)에서 온 사람들이 부르는 것이 틀림없어요.
그럼 무엇하는 사람들일까?"
묘원외 역시 궁금하기 마찬가지였다.
"내일 내가 초청장을 들고 가서 내력을 알아 봐야지, 노는 꼬락서니를 보니 양가집 규수는 아닌것 같고, 기생년 같은데 뭐 초대하면 좋아 할거야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계집인지 내가 가서 내눈으로 봐야겠어."
날이 밝자 묘원외는 초청장을 써가지고 동자(童子)한명을 데리고 옥경의 배로 건너왔다.
"우리집 원외(员外)께서 어저께 저녁 어르신네 피리소리를 듣고 피리소리에 취하여 특별히 찾아 뵙고져 왔습니다." 하고 동자가 아뢰었다.
옥경이도 처음 나온 강호에서 어떻게 하여 생활을 할까 하고 생각 중이었는데 자신의 피리소리가 좋아서 찾아왔다고 하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자신의 재능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면 반드시 엮어야 했다.
옥경은 동자에게 빨리 모시고라고 일렀다.
묘원외가 큰배에서 건너오는데 잘 살펴보니 옷과 의관을 잘 갖추어 입었으며, 눈은 움푹 들어갔고 수염은 누런데 메부리코에 개구리처럼 크고 불거진 입 모양을 하고 있었다.
몸에서는 부티가 났지만 약간 흉악스런 모습이었다.
은병에게는 급히 숨어 있으라 하고는 선실로 모셨다.
은병은 잣차를 준비해서 앵도를 시켜 내어다 따라 주라고 시켰다.
묘원외는 찻잔을 받으면서 앵도를 눈여겨보니 청아하게 생긴데다가 옷을 입은 맵씨가 제법 법도가 있어 보여 안주인도 재색을 겸비한 것으로 추측 할 수 있었다.
"형씨께서 어디에서 오시는 길인가요?" 하고 묘원외가 물었다.
"저는 개봉(开封)에서 왔습니다.
친척 한분이 진강(镇江)에 계신데 다녀가란 연락이 와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이 배의 사공 이야기가 여기서 배를 갈아 타야만 한다고 하여 내일 하루 더 묵고서 내일 떠나려던 계획인데 음률에 조예가 있으신 어르신을 만난 것 같습니다 영광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이 세상 사람 모두가 따지고 보면 형제가 아니겠소?
형씨께서는 인품도 고상하시고 취미 또한 우아하신 분 같은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 되어 만나게 된 것인데 말씀을 너무 겸손히 하시니 제가 오히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묘원외가 돌아가고 나자, 옥경도 답례차 원외의 큰 배를 방문했다.
배안에서는 은하를 다는 저울이 몇개 있는 걸로 보아 소금을 취급하는 대상인것 같아 말로만 듣던 큰 염상(盐商)을 만나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아아! 이거 잘만 사귀면 한껀 건질 수 있겠는데, 그 유명하다는 양주의 염상을 이렇게 우연 찮게 만나다니, 이게다 큰 인연이야, 허 허."
옥경이 자신의 배로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서 갈아 타고 갈 배가 도착 했는데 현재 타고 온 배보다 훨씬 크고 좋았다. 옥경은 진희를 시켜서 짐보따리를 옮기게 하고는 앵도를 건너가게 한 후 아가씨가 거처할 곳을 미리 정리 하라고 시켰다.
묘원외는 갈아탈 배가 도착하여 짐을 옮기는 것을 보고는 문제의 여인이 어떤 모습일까하고 선실의 창을 열고는 눈이 빠져라 주시하며 기다렸다.
한참 만에 옥경과 여인이 나와 큰배로 옮겨가는데, 그 자태가 월궁의 선녀 보다도 더 아름다운지라 묘원외는 넋이 나간듯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해서 84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