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습지, 람사르보다는 습지생태공원으로서 참여 확대를
지난 9월 6일 제10회 장산반딧불이 생태탐방 행사(해운대라이프 9월 11일자 참조)에서 부산대 주기재 교수의 ‘장산습지를 람사르습지로 지정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10월 29일에는 아침부터 한국습지보전연구회(이하 한습연)의 정용권 회장을 비롯하여 야생화, 수생식물, 조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현장조사가 펼쳐졌다. 한습연의 현장조사는 몇 해 전부터 몇 차례 진행되었지만, 이날은 ‘과연 람사르습지로 지정할 가치가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현장에서 직접 뛰는 전문가들이 나선 자리였다.
장산습지 입구에 도착한 탐사팀 10명은 현장을 둘러보고 점심도 같이 하고 오후에는 임도변 습지를 둘러보면서 장장 5시간 이상 열띤 논의를 벌였다. 탐사팀의 의견을 종합하면, ‘부산에서는 드물게 대도시에 근접한 산 정상 습지로 보존되고 있어 충분히 생태적인 가치는 있지만, 과거 목장이 있던 자리로 물은 풍부하나 종 다양성이 부족하다. 실제 우리나라에는 이런 습지가 흔한 만큼 습지 보존을 위해 미국쑥부쟁이, 울산도깨비바늘, 돌소리쟁이 등 외래식물 퇴치작업을 하고 자주땅귀개(멸종위기식물 2급), 땅귀개, 끈끈이주걱 등 희귀식물을 이식할 필요가 있다. 습지 주변에 인위적으로 식재한 조경수목들은 다른 곳에 이식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철저한 보존 위주의 람사르습지로 당장 지정하기보다는, 다소의 훼손을 감내하더라도 습지생태공원으로서 시민과 학생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식물명 안내판을 설치하고 탐방로를 조성하는 등 편의시설을 갖춰 나가는 게 마을 주민들에게도 실익이 클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후에는 현재 개설 중인 군부대 임도 주변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습지를 탐사하며 습지를 덮치고 있는 진풀이새의 제거, 탐방로 설치 등을 통해 습지를 보존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앞으로 장산마을 주민들과 이날 함께한 이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장산습지의 관리 방향에 관해 토론하고 대책을 의논해 나가기로 했다.
/ 김영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