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와 단어가 조합을 이루면 대부분 긍정인 뜻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조합이 있습니다. 일단 대표적인 것이 설상가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즉 눈위에 서리까지 더한다는 말로 어려운 일이나 불행이 겹쳐서 일어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이 단어 조합에는 눈과 서리가 겹쳐져 등장합니다. 부정적인 단어가 연속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정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대단한 두 단어가 만나면서 정말 엄청난 최악의 조합을 이루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음주와 운전입니다. 단어 자체만 보면 두 단어 모두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아마도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획기적인 두가지 제품아닙니까.
음주는 술을 마시는 것을 말합니다. 술은 인간이 만든 가장 예술적이고 환상적이고 최고로 오래되고 최고의 가치를 가진 음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됐다고 합니다. 기원전 3000년쯤에 이집트에서 이미 맥주를 만들어 마셨으며 그 제조법이 기원전 1500년쯤에 기록된 그림 문자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술을 최초로 만든 사람은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상을 모두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특히 문학가와 예술가들은 이 술의 매력에 빠져 예술혼과 창작혼을 더욱 불사르기도 했습니다. 술의 대한 예찬가는 수없이 많습니다.
운전은 또 어떻습니까. 운전은 기계 등을 조작하여 움직이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요즘은 주로 자동차 운전을 의미합니다. 예전 마차에서 벗어나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인간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자동차의 아이디어는 이미 18세기와 19세기에 걸쳐 여러 발명가들에 의해 고안됐습니다. 그러다가 실질적인 자동차 개념은 1885년 독일차의 아버지라는 카를 벤츠가 자신의 모터와겐을 개발함으로써 출현했습니다. 이것은 내연기관과 휘발유류 사용하는 최초의 자동차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후 미국의 헨리 포드는 1908년에 대중적으로 생산된 최초의 자동차를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T형 포드입니다. 그후 19년동안 전세계 차량 생산의 절반을 포드가 장악했습니다. 현대의 자동차 산업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교함과 멋짐 그리고 다양성을 지닌 최상의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최고의 음식인 술과 최고의 제품인 자동차가 합쳐져 만들어진 음주운전이 왜 최대의 악연이요 최악의 궁합일까요. 그것은 바로 술과 자동차가 가진 한계성때문입니다. 술은 마시면 취하게 됩니다. 술에 취하면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자동차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움직여줘야 합니다. 누군가가 움직이면 그것이 바로 운전입니다.
술도 시대가 흐름에 따라 각종 스타일의 술로 변천합니다. 술은 점점 더 진화되고 인간들에게 다양한 맛을 제공하고 있지만 딱 하나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취한다는 것입니다. 자동차가 발달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취하는 것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술에 취해도 자동차를 운전할 생각을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발달하고 인간들 스스로가 운전을 즐기면서 문제가 심각하게 변합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차를 운전하면서 대형 사고를 일으키고 타인을 살해하기도 하면서 사회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두가지 멋진 제품이 합쳐지면 시너지효과를 얻어야 하는데 전혀 다른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술에 취해 운전하면서 발생하는 그러니까 음주운전이 각나라마다 골치를 아프게 하는 처단해야 할 사회상으로 변했습니다. 음주운전은 차를 모는 사람뿐 아니라 전혀 관련이 없는 제 3자의 목숨을 빼앗는 악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음주운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운전은 자신만 조심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멀쩡하게 잘 운전하다가도 갑자기 뛰어든 음주운전차량으로 대형 사고가 일어나고 많은 사상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 조심한다고 되지 않는 유일한 것이 바로 음주운전이라는 말입니다.
각국에서는 이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다하다 이제는 차량에 음주측정기를 부착해 음주한 상태에서는 아예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차량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음주가 관대한 나라들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가운데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음주량도 많지만 음주에 대해 대단히 관대합니다. 술 잘 마시는 사람에게 엄지척하는 나라는 러시아와 한국 그리고 중국 정도일 것입니다. 옛부터 음복문화가 있어 제사를 지낸 뒤 조상이 마신 술을 함께 마시면 복을 받는다는 이유로 수많은 음주가 이뤄지는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술에 취해 행동해도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하면서 두둔합니다. 오로지 백성들이 억울함과 답답함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술마시는 것밖에 없었던 일제 강점기나 독재의 울분을 삭히며 억압의 마음을 달래주던 바로 그 술이기에 사회는 관대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한국도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경찰 등 단속기관에서는 음주운전 기준과 처벌을 대단히 강화했습니다. 이제 정말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 사고를 일으키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음주운전 사고는 계속되고 있고 삼진 아웃에서 이진 아웃으로 처벌을 강화했지만 괄목할만한 효과는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음주운전 초범 가운데 재범률이 40%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음주운전은 망국병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자동적으로 당연히 운전을 하지 않도록 어릴때부터 강력한 사회적 교육을 실시하고 각 가정에서도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음주운전만은 해서는 안된다는 철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각 회사에서도 회식날은 아예 집에서부터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음주운전으로 인한 가정적 그리고 사회적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좋은 두 단어가 만나 시너지 효과는 얻지 못할 망정 최악의 조합을 이루면서 악마적인 상황이 되는 것은 정말 막아야 할 대단히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지구상의 가장 상극은 아마도 음주와 운전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2024년 3월 1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