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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 첫째날 |
○ 07:25 동부터미널(노포동) 출발 ○ 10:30 울진터미널 도착 ○ 10:30 ~ 18:00(7시간 30분 도보이동) 울진터미널 - 봉평해수욕장 - 죽변항 - 후정해수욕장 - 북면 - 원덕(호산 해수욕장) ※ 30㎞정도 |
아~ 순박한 고향의 땅 강원도를 접어들다... |
6.21 둘째날 |
○ 07:00 ~ 17:00 (10시간 도보이동) 원덕 - 임원해수욕장 - 근덕 - 맹방 해수욕장 - 삼척해수욕장 관광지 ※ 40㎞정도 |
맹방해수욕장 (삼척제일) |
6.22 셋째날 |
○ 05:00 ~ 10:00 (5시간 도보이동) 삼척 - 후진항 - 증산해수욕장 - 동해터미널 ※ 20㎞정도 ○ 10:00 ~ 15:00 동해에서 부산으로 |
해오름의 고장 동해 |
[6. 20(토) 국토종단 6구간 첫째날]
<울진 - 원덕 : 30Km, 10시 30분 ~ 18시(7시간 30분)>
전날 일기예보에 강원도 쪽에 비가 제법 많이 올 거라는 보도가 있어 출항을 앞둔 선장의 마음처럼 안타깝기만 하다. 새벽5시 절로 눈이 떠진다. 베란다를 쳐다보니 하늘이 잔뜩 찌푸린 게 금방이라도 한줄기 쏟아질 것 같다. 비가 많이만 오지 않는다면 이런 날이 걷기는 안성맞춤인데...
전날 챙겨놓은 배낭을 짊어지고 동부터미널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요즘국토종단을 떠나면서는 거의 무의식으로 행동하는 것 같다. 서면에 내려 지하철 1호선 타는 곳으로 걸어가는 나 자신이 몽유병 환자같이 느껴진다. 울진터미널로 가는 첫차에 몸을 실으니 잠을 설친 탓인지 어린아이 마냥 금방 잠들어 버리고...
3시간정도 지나니 울진터미널에 도착, 대합실로 걸어 나오는데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이 기분이 참 좋다. 허름한 터미널 건물 옆으로 관광안내도가 보이고, 여기 저기 한참을 구경하다가 7번국도 옆 지방도를 따라 강원도 쪽으로 발걸음을 내 딛는다. 1시간정도를 걸어가니 드디어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뙤약볕 보다는 비 오는 날이 걷기에 더 좋은 것 같다. 운치도 있고 시원하기도 하고...
도로변 좌측으로 모내기를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 군데군데 전형적인 시골집이 나타나면서 평안함을 더해준다. 시골정취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어보는데 비가 오니깐 불편은 하다. 도로변에 핀 우드베키아와 들국화가 먼 곳에서 온 이방인을 어서오라고 반겨준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친구인냥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지금까지 걸어온 동해의 바닷가와 비슷하다. 철썩이는 파도와 갈매기 소리.. 남해의 바닷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해의 바다는 아담하고 편안한 어머니 품 속 같은 느낌이라면 동해의 바다는 거칠고 엄한 아버지의 근엄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울진에는 성류굴, 불영사계곡, 덕구온천 등 유명관광지가 많이 있는데 일일이 다 둘러보지 못 한 다는 게 너무 아쉽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차를 이용해서 유명관광지를 돌아보고 싶기도 하다.
죽변항을 거쳐 한참을 터벅터벅 걸어가니 후정해수욕장 간판이 보인다. 500m 정도 걸어 들어가야 되는데 동해안에서 해수욕장을 너무 많이 본 관계로 이곳은 생략... 잠시뒤 원자력 홍보관이 눈앞에 나타난다. 밖에 조성된 조형물만 보더라도 여기가 원자력 홍보관 이라는 걸 알 수 있는 것 같다.
비가내리니 운치는 있고 좋은데 행동이라든지 모든 것이 참 부자연스러운 것 같다. 앉아 쉬는 것도 그렇고... 내일은 비가 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둘러 오늘의 목적지인 원덕으로 힘차게 힘차게 발걸음을 내 딛는다.
신발에 물이 조금씩 차오르는 게 걷기가 불편하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빨리 쉬고 싶은 생각이다. 2시간 정도 걸으니 오늘의 종착지인 원덕(호산리)에 도착 모텔에 자리를 잡는다. 지금 시각 17:40 모텔에 투숙하면서 늘상 느끼는 거지만 왠지 좀 찝찝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치고 간 곳이라 그런지... 한비야씨가 쓴 국토종단기 책에 보면 우리나라 여관(모텔)의 실태에 대해서 후반부에 몇 페이지에 걸쳐서 언급을 해 놓았는데 한비야씨는 여관을 불륜의 온상지로 거의 분류를 해놓고 있다. 군데군데 눈에 띄는 머리카락이나 여관방 특유의 꿉꿉한 냄새 등을 비유하면서...(물론 나같이 홀로여행 다니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여행 첫날이라 그런지 여독이 겹치니깐 더 피곤한 것 같다.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하고 TV를 보다가 절로 잠이 들어 버린다.
[6. 21(일) 국토종단 6구간 둘째날]
<원덕 - 삼척해수욕장 : 40Km, 07시 ~ 17시(10시간)>
아침6시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저절로 눈이 뜨인다. 어제 맞은 비로 몸 컨디션은 별로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오늘이 이번종단의 분수령이 될 것임을 알고 있기에 나 자신에게 각오를 다져본다. 정성껏 샤워를 하고 난 뒤(?) 아침은 미리 준비한 육포로 대충 해결을 하는데 한 조각 먹고 나니 먹기가 싫다.
7시 모텔을 나와 삼척해수욕장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귓전을 스치는 시원한 아침바람.. 비온 뒤의 삼척은 정말 깨끗하고 아름답다. 도로에 휴지 한 조각 보이지 않는다. 간혹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선 정겨운 사람냄새가 난다. 부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그런 사람냄새가...
시골스러운 조그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지나고 삼척의 외곽도로에 접어들면서 또다시 멋진 바다풍경이 이어진다. 군데군데 작은 해수욕장을 차례로 만나고 삼척에서는 제일 유명하다는 맹방해수욕장이 오른편으로 500m 안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해수욕장이 접해 있어 또 다른 느낌이다.
특이한 것은 이곳에 예전에는 해당화가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고향 바닷가에 해당화 심기운동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해당화 밭을 만들어 놓을 정도다. 해당화를 잘 몰랐는데 이젠 확실히 구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잎사귀는 찔레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꽃잎이 훨씬 크다.
드디어 맹방해수욕장이 눈앞에 나타나는데 사람은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맹방해수욕장을 알리는 간판과 전광판만이 나를 반겨주는 듯하다. 이곳 맹방관광지는 약 6km에 이르는 백사장이 여러 마을에 걸쳐져 있는데 상맹방, 하맹방으로 분리되어 있고 접근하는 곳 또한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수심이 얕아(1m 안쪽)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즐기기엔 안성맞춤이다.
해변을 한바퀴 돌아보고는 다시 삼척해수욕장 방면으로 출발하는데 날씨가 거의여름 수준이다. 땀이 얼굴에서 떨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몸이 끈적끈적 거리는게 더위가 많이 느껴진다. 도로변 옆에 돌나물 군락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돌나물이 별로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그냥 내버려 두고 있으니 말이다. 돌나물은 지방에 따라 돈나물 이라고도 하는데 초창에 묻혀 먹거나 국물김치 담을 때도 사용하곤 하는데...
잠시 뒤 맹방초등학교를 지나가는데 이곳은 운동장에 잔디를 조성해 놓았다. “미래를 지향하는 골프 특성화 학교”라는 문구가 이채롭다. 촌 동네(도로 옆은 거의 논이고 밭인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라서 그렇게 표현함)에서 골프 특성화 학교라니 이해가 빨리 되지 않는다. 어느 부모가 이런 촌 동네에서 그런 학교를 보내는 건지???
버스정류소에서 좀 쉬어갈려고 했더니 의자에 먼지투성이다. 그래서 정류소옆 인도 변에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 신발 벗고 양말도 벗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내뿜는 담배연기 속에 힘듦은 사라지고, 하늘을 쳐다보니 저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적이 있던가 싶어 디카로 남몰래 찍어본다. 가로수 나뭇잎 옆으로 보이는 흰 구름이 하얀 도화지 위에 코발트색 물감을 붓으로 엷게 칠해 놓은 듯 정말 아름답다.
삼척시를 가기 위해선 한치터널을 지나야 되는데 고속도로 같아서 가기가 싫다. 한참을 돌아가야 하지만 터널 외곽도로를 타기로 했다. 역시나 멋진 곳을 많이 만나게 된다. 돌탑을 경계삼아 지어놓은 오두막집안에 세워져 있는 중고명품 시장에나 나올법한 오래된 자동차, 군데군데 눈에 띄는 이름없는 들꽃들, 한치밑 바닷가 갯바위의 철썩이는 파도소리, 한치터널을 내려다 보면서 걷는 즐거움, 이 모든 것이 힘들고 고달픈 고행의 길을 씻어주는 나의친구들이다.
날씨가 더워서 쉬는 횟수가 잦아진다. 한참을 걸어가니 드디어 “해양․동굴 관광도시 삼척“이라는 박쥐모양의 아치가 나타난다. 삼척시에 접어든 것 같다. 삼척의 한 주민센터를 지나는데 삼척시의 간판은 거의가 주홍색 바탕에 청색글씨로 되어 있는데 그 색깔을 선정하게 된 이유는 다음에 한번 알아봐야겠다.
새천년 해안유원지 길을 따라 걷다보니 2001년도에 조성한 소망의 탑과 조각공원을 만나게 된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잠시 후 오늘의 목적지인 삼척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주변 모텔에 여장을 풀고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몸이 많이 피곤한 것 같기도 하고 내일은 5~6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로 빨리 끝내고 오전중에 부산가는 버스를 탈 요량으로...
[6. 22(월) 국토종단 6구간 세째날]
<삼척해수욕장 - 동해터미널 : 20Km, 05시 ~ 10시(5시간)>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새벽4시경 절로 눈이 떠진다. 땅거미가 아직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동해방면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1시간정도를 걸어가니 밝게 개인 하늘아래 “해오름의 고장 동해”라는 이정표가 동해시 북평동 표시판과 함께 나란히 나타난다.
길옆에 포도가 조그맣게 달려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주렁주렁 영글어 가겠지. 그 뒤로 대한불교 천태종에서 지은 절(?)이 나타나는데 천태종에서 건축한 절은 거의 2층으로 만들어져 있어 조계종과는 한눈에 구분이 되어진다. 조계종에서 지은 절은 대부분 1층으로 지으면서 대웅전, 요사채 삼신각 등으로 만드는데 천태종은 2층 건물 전체에 이러한 시설용도를 다 포함하는 모양이다.
동해시내가 가까워지면서 멋진 전원주택이 눈앞에 펼쳐진다. 주변에 텃밭치고는 제법 큰 규모로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하는 것 같은데 내 꿈도 가까운 장래에 저런 집을 짓고 손에 흙을 묻히면서 살아가고 싶은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지금부터 준비를 해 볼려고 마음은 먹고 있는데...
동해시로 접어들면서 상가, 아파트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동해 터미널에서 10시행 부산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걸었더니만 발이 좀 쉬어가라고 난리다. 날씨가 구름이 많이 낀 것이 한차례 비가 올 것 같다. 부산에 연락을 해보니 부산에는 지금 비가 많이 온단다. 우리나라 참 넓은 것 같다.
동해터미널에 도착 부산행 10시버스에 몸을 실으면서 90km에 달하는 2박3일간의 여섯 번째 종단을 종료시킨다.
여행의 길에 오르면 자기 영혼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지내고 있는지, 자신의 속 얼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여행이 단순한 취미일 수만은 없겠지만 자기정리의 엄숙한 도정(道程)이요,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그러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을 하직하는 연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09년 6월 22일
국토종단의 여섯 번째 구간을 마치고.. 조국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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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국통일님 이쁜글모음방에 있는글 이리로 옮겼습니다
조국통일님의 글을 보면서 저도 언젠가는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단은 아니어도 가까운 곳부터 배낭짊어지고 밟아보고싶다는 작은 꿈 키워봅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이십여년 전에 제가 걸었던 길을 가셨군요...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