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쯤,
같이 산행하기로 목표만 거창하게 잡고
시간은 점점 흐르는데 준비가 매우 소홀하다.
얼마만인지 거의 십년이 다 되어가는 장거리 부부산행의 꿈.
올 6월에 지리산 무박, 7월에 설악산 공룡능선 무박!
약속은 쉽게 해놓고 둘 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던지 체중을 좀 줄이려 애쓴다던지
노력은 거의 안하고 게으른 부부는 늘 입으로만 웅얼거린다.
'해야지~~해야지~~'
토요일에 중랑천 장미축제를 걸어가 구경하고
지하철로 청량리에 내려 시장통에서 점심식사 후에 이것 저것 바리바리..
깜빡하고 시장가방을 안챙겨 양손에 주렁 주렁 들고 집으로 왔다.
어제 일요일,
새벽같이 눈이 떠졌는데 잠시 후 바깥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아내가 주방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 "굿~모닝~!"
"날씨도 좋은데 일찍 가지 뭐~"
8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와 우이동으로 향한다.
줄서지 않으면 백운대 오르고 줄서면 그냥 지나쳐 정릉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출발!
겨울에도 출발 후 십분이면 땀을 흘리는 체질이라
뒤에서 따라오며 계속 잔소리를 해댄다.
"더 천천히~천천히~"
같은거리를 3분 정도만 더 늦게 걸었을 뿐인데 호흡이 너무 편안하다.
아내는 오르는데 강점이 있고 나는 하산하는게 더 편하니
예전에 같이 산행 할 때에도 늘 그게 문제였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내가 십년은 젊었을 때라 고집도 더 세고
아내입장에서 더 배려하는 마음도 많이 가지지 못했음이 생각난다.
올라 갈 때 발걸음 맞춰주며 온갖 수발 들어주니
내려 갈 때 훠이 훠이 내려가 기다리며 바라보는 내가 얼마나 미웠을꼬.....(반성ㅜ)
평소 기본적인 운동을 해서 그런가 내뒤를 바짝 따라오는 아내에 밀려
역시나 내가 더 숨가쁘게 오른다.
낙석위험으로 폐쇄된 정릉방향을 포기하고 백운대아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혼자 다닐 때는 무엇에 쫓기듯 자주 쉬지도 못하고 싸가지고 간
먹을거리도 안먹고 휘돌아 내려오기 일쑤였는데
둘이서 산엘 오르니 급할게 아무 것도 없고 날씨조차 너무 좋다.
먹고...먹고... 마시고...또 먹고, 그리곤 잠시 낮잠도 즐긴다.
산아래에서의 이런 저런 고민은 잠시 제쳐두고
오롯이 흔들리는 푸른 나뭇잎과 파란 하늘만 가득 담는 시간.
슬며시 맘속에 있던 마음도 고백해 본다.
"앞에 대놓고 말하기 좀 그런데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네~"
자리를 정리하고 아내가 힘들어 하는 하산시작이다.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뒤에서 따라가야지~' 다짐하고 내려가니
이 정도 걸음이면 지리산도 괜찮지 않을까 자신감을 보인다.
아내가 늘 내게 맞추던 발걸음을
이제사 나도 아내에게 맞추어 보려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으니
어쩌면 뒤늦게 철드나보다라는 말을 조만간 들을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두 분이서 발걸음을 맞추면
남들 보기도 좋아요.
도시락 맛나겠어요.
번데기와 김밥좀 나눠 주세요.ㅋㅋ
저도 토욜은 곡성 장미축제에 다녀왔고
일욜은 남편과 등산을 했답니다.
장미꽃 만발한 5월 너무 아름답네요.^^
중랑천 장미축제 첫날인데 꽃은 이미 절정인 것 같더라구요.
김밥은 있던 재료 엉터리라네요.
번데기는 세 번쨴데 만오천원어치 젤 큰거...단백질과다 ㅜ
같이 하시는 등산~좋으시죠? ^^
지라산 공룡능선 무박, 저로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부럽습니다.
두 분이 발걸음 호흡을 맞추고 같이 걸어가면
문제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남은 세월 서로 보조 맞추어가며
행복 가득한 길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늘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살도록 노력하는 중 입니다.^^
이맘떠 지난해에는 곡성장미축제도 여유롭게 다녀왔는데
올해는 어쩐지 바빠서 숨돌릴 여유도 없내요
저희집 현관옆에도 장미꽃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장미 만발한 축제장에서 제사진은 한 장도 안찍었습니다.
'남자가 뭐 꽃밭에서~~' 속으로 이러면서요...
찍을 걸 그랬나봅니다.ㅎㅎ
걸음 걸음, 부부 두 분이
고소한 참깨 향기를 넘 날리는 것 아닙니까.
도시락 싸는 정성이 대단한 살림꾼입니다.
다행히 부인도 산행을 좋아하시는 것 같고
서로서로 보조를 맞추려는 마음이 만점 부부애입니다.
앞으로,
길게 서로서로를 위하며 등산 보조를 맞추듯이
함께 잘 살아가실겁니다.
세상에 많은 인연들이 있겠지만
부부연이 최고이지요.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셔요.
고마운 말씀 감사합니다.^^
산행시작은 아내로부터 배운거지요~
그간 손주들 돌보느라 한동안 멀리했던 아내의 산행을 요즈음 부추기는 중입니다.^^
발걸음 맞추기가 쉽지 않지요.
두 분 중 한 분만 맞추면 힘들어요.
이제 둥실 님이 아내 분한테
맞추려 하시니 아내 분
넘 좋으시겠어요.ㅎ
알콩달콩 부부 등반하시고
간식 펴놓고 드시면 꿀맛이지요.
김밥이며 과일들이 넘 맛있어
보입니다.
아내=등산전문, 저=하산전문 ㅎ
아내는 저를 맞춰주는데 제가 잘 못맞추었었죠.
혼자 다닐 때보다 얼마나 좋은지
고마운 마음입니다.^^
발 맞추며 천천히 걸으셔요~
예전 어르신들은
부인보다 꼭 앞서서 걸어갔지요
그 모습이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니 손도 잡아주고
서로 맞춰가며 살아야지요~ㅎ
같이 걷다가 좁은 길에서 누가 오면 자연스레 제 뒤로 섭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서로가 편하다는 것을
많이 늦었지만 요즘에 더욱 더 깨닫는 중입니다.
손잡는 것은 어색해요...ㅎ
부부가
함께 하는 모습
참 멋진 모습입니다.
연세도 있으신데..
백운대까지 가시는군요.
저는 십여년전 사패산 등산을 마지막으로
그 아름다운 북한산,도봉산과 거리가 멀어졌습니다..ㅎ
같이 산행 하던 친구들도 대개는 같이 하기가 힘들어 졌어요.
살랑 살랑 즐기며 다녀야 하는데 몸과 다르게 마음은 아직 욕심을 부리고 있네요. ^^
평생을 같이한 아내의 고마움에 감사함 표시가 내용의 골자인 것같습니다. 잘 하시는 겁니다.
네~뒤늦게 아주 조금씩 깨닫고 있나 봅니다.^^
참 다정도 하십니다.
둥실님의 어부인 김장군님의 체력은 그정도면
상위 10% 입니다 ^^
너무 원대한 계획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지고
오래 고생할 수도 있으니 욕심내지 마세요.
저도 요즘은 게을러지기도 했지만 몸 아끼기
위해 속도를 늦추고 산행거리를 줄였습니다^^
아내 말이 천천히만 다니면 괜찮을 것 같다더군요.
저도 천천히밖에 못하니...
어지간한 금욜 중산리행은 매진이라서....
날짜 잡기가 좀 애매하네요~ㅎ
시험삼아 중산리부터 다녀오려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