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촌국민학교 8회 벗님들, 한 갑자 우정-잊혀 진 여인
긴 잠에서 깨어 보니 세상이 온통 낯설고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이 없어
나도 내가 아닌 듯해라
그 아름답던 기억들이 다 꿈이었던가
한마당 달군 그 불길이
정녕 꿈이었던가
누군가 말을 해다오 내가 왜 여기 서 있는지
그 화려한 사랑의 빛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멀리 돌아보아도 내가 살아온 길은 없고
비틀거리는 걸음 앞에
길고 긴 내 그림자♪
우리 시대 가수 임희숙이 ‘잊혀 진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처절하게 불렀던 바로 그 노래다.
내 그 노래로, 외로운 삶의 애절함을 읽었다.
내게, 그렇게 삶이 애절했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안타깝게도 10여 년 전에 모진 세상을 등지고 말았지만, 국민학교에 중학교까지 동기동창인 윤규원 친구를 두고, 내 하는 말이다.
“난 요새 둔네에서 살아여.”
살아생전 언젠가, 그 근황이 궁금해서 전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친구의 답이 그랬다.
내 그때만 해도, 왜 그 친구가 강원도 오지마을 둔네에서 은둔의 삶을 사는지 그 이유를 몰랐었다.
어느 날 함박눈이 쏟아진 그 뒤 끝에, 같은 국민학교에 중학교까지 동기인 정진성 친구와 같이 둔네의 그 친구를 찾아갔었다.
지척에 영동고속도로가 가로지르는 외딴 곳에, 100여 평 텃밭이 딸린 그 친구의 작은 집이 있었다.
그래서 그 사연을 들어보고서야, 그 친구가 그렇게 외로운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그 이유를 알았다.
그때 그 친구는 집 뒤쪽의 텃밭에 어린 소나무를 잔뜩 심어놓고 있었다.
사시사철 푸른 풍경이 좋아서 그리 심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그 푸른 풍경을 끝내 보지 못했다.
두 해인가 세 해인가 지나서, 그 모진 병마를 끝내 감당하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때 이후로, 내 그 영동고속도로를 지나칠 때마다, 친구가 살던 그 외딴 집이 어딘가 하고 찾아보고는 했다.
또 찾아봤다.
엊그제인 2019년 10월 11일 금요일 해질녘인 오후 6시쯤에 영동고속도로 상행선을 달리던 중에 그랬다.
너무 어두웠다.
내 딴에는 소나무가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소나무가 아니라 아예 집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순간에 언뜻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이번 주말이면 졸업 60주년 기념으로 만나게 될 점촌국민학교 8회 동기동창 친구들과의 얼굴들이었다.
이미 잊혀 진 친구들도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 생각은 간절한 바람으로 이어졌다.
곧 이 바람이었다.
‘우예뜬동 많이들 온나. 그래가꼬 이젠 살아생전 우리 서로 잊지 말고 잊혀 지지 말고 살자.’
첫댓글 앞 저사진을 본것이...엊그제 같은데
쏜살같은 세월속에 인생은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