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 모비딕, 혹은 아하브 선장의 몰락
아브라함은 신으로부터 장차 위대한 나라의 아버지가 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그러나 그 부인 사라와의 사이에 후사가 없자 아내의 하녀인 하갈에게서 첫아들을 얻는데 그가 이스마엘이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서의 주인공도 이스마엘인데, 이 주인공을 통해 아하브 선장의 몰락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아하브는 노련한 선장이요 고래잡이 달인이다. 한 번 출항하면 삼사년 동안 대양을 몇 바퀴 돌며 고래 사오십 마리를 잡는다. 그중에서 제일 값나가는 게 고래 기름인데, 고래를 잡으면 칼로 몸통이며 머리를 갈라 기름을 채취하고, 이를 기름통에 차곡차곡 채워 출항지로 돌아간다.
고래 중에서도 몸체가 가장 클뿐더러 기름에 향내까지 나 값이 제일 많이 나가는 모비딕을 잡는 게 꿈인데, 아하브 선장은 그걸 잡다가 실패하고 오히려 모비딕에게 물려 다리 한 짝을 잃는다. 그런 몸으로 다시 선원 30여 명을 모집해 고래잡이에 나섰던 것이요 그중에 이스마엘도 작살 잡이로 참여한 것이다.
대서양을 돌고 인도양을 돌고 태평양을 돌며 고래를 찾던 중 여러 차례 폭풍도 만나 난파 직전까지 가지만 포기하지 않고 항해를 계속한다. 그러던 중 고래는 어지간히 잡아 고래 기름을 통에 가득가득 채웠건만 아하브 선장은 만족할 줄 모른다. 오로지 모비딕을 잡겠다는 욕망뿐이다. 만선이 되어 출항지로 돌아가는 배를 만나도 모비 딕을 보았느냐는 질문만 할 뿐이다. 선원체험을 일찍 시키겠다고 어린 아들을 배에 태웠다가 바다에 휩쓸리자 애타게 찾고 있는 레이철호의 선장이 아들을 함께 찾아보자고 구원을 요청했건만 모비 딕을 찾는 데에 혈안이 되어 관심을 주지 않고 항해를 계속한다.
선원들은 지칠 대로 지쳐 모비딕 포획을 중단하고 귀로에 오르자고 간청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아하브 선장은 고래 기름보다도 자신의 다리 한 짝을 물어뜯고 사라진 모비딕을 포획해 복수하려는 일념뿐이다.
드디어 모비딕이 뱃전에 나타났다. 본선에서 보트를 내리고 작살을 들고 보트에 올라 타 고래를 향해 돌진하며 작살을 내던지지만 엄청난 괴력의 모비딕이 꼬리를 휘두르며 잠수했다 솟구쳤다 반복하자 보트가 박살나고 본선도 부서져 침몰하면서 선원들도 선장 아하브도 모두 바닷물 속에 잠기고 만다. 마침 본선에서 떨어져 나와 둥둥 떠 있는 나무 관을 붙잡은 이스마엘만이 하루 낮 하루 밤을 견디자 지나가는 배가 발견하고 구해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다. 그 배는 바로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대해를 헤매고 있던 레이철호였다.
아브라함은 하녀 하갈에게서 아들을 얻은 후에 본처 사라에게서도 아들을 얻는다. 그게 이삭인데 배다른 두 형제는 의좋을 리 없는 것인지, 이삭은 이스라엘 민족의 뿌리로서 서구 기독교문명의 모태가 되고 이스마엘은 아랍인들의 뿌리로서 이슬람문명의 모태가 되어 서로 갈등을 빚어오고 있다.
아하브의 몰락 원인은, 자신을 포함한 여러 선원들의 목적이 고래잡이임에도 그 목적을 저버리고 복수에 매달린 데에 있지 아니한가. 더구나 아들을 함께 찾아보자는 레이철호 선장의 구원의 손길마저 저버렸으니 신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역으로 생각해 보면 자명해지는 일이다.
이 시대의 선장들이여, 적폐 청산에 여념 없는 위인들이여, 복수의 칼을 집어넣고 바닷물에 휩쓸려 표류하고 있는 아이가 어디 있는지도 살펴보시라.
정치 이야기는 하고싶지 않지만, 어느 정치인(h)은 최근 지인들에게 위 소설 백경 혹은 모비딕을 선물했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나는 지난 어린이날을 맞아 이 소설의 문고판을 마지막 어린이날을 맞은 손녀에게 선물했다.
첫댓글
고래잡이의 달인 아하브 선장의
모비딕을 잡아야 한다는 증오의 집념이
끝내는 몰락하고 마는...
고래잡는 포경선의 이야기를 통해서
본래의 목표는 뒷전이고 복수심에 불타는
제2, 제3의 아하브 선장과 같은 정치인에게
어떤 경고를 하는 듯 신인 정치인의 뉴스인가
싶습니다.
요즘 넘 바빠서인지
제대로 뉴스를 보지 못했습니다.^^
네에, 내일 뵙겠네요..
소설 모비딕에서 나오는 에이허브 선장은 정말 복수의 화신 입디다
그런데? 선원들이 꼼짝 못하고 죽을 줄 알면서도 그를 따르니 그의 카리스마가 엄청 납니다
그런데 그 복수가 실패하니 주인공 이스마엘을 제외하고는
선원들 전원이 사망하고 배도 파괴되어서 가라 앉으니 안타까웁디다
현 시대에도 복수를 전혀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적당하게 끝을 내야 할 거 같습니다
충성 우하하하하하
적당한게 좋지요.
그런데 하던 일은 맞쳐야겠지요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은
겁쟁이보다 위험하다고 하네요
본래의 목적을 저버리고 복수심에 불타서
몰락해 버린 아하브 선장의 이야기가
안타깝습니다
그런사람은 참 무섭지요.
복수심이 개입되었다면
그건 정치라 할 수 없겠고..
모리배들의 망나니짓에 불과하겠죠.
지금은 거악의 뿌리를 뽑아야할 자들이
손놓고 하세월 국민을 기만하는 국면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국록만 축내는 심각한 직무태만으로 엄벌 대상이 되겠습니다.
백경은 예나 지금이나 전국민 필독 도서로 꾸준히 사랑 받는 것 같군요...
그런데 세상이 온통 그런 것 같습니다.
미국 소설가 멜빌이 쓴 백경 고전이라고 하여 여러번 읽으려고 잡았으나
결국 앞부분만 읽고 포기하였습니다.
고전은 의무감에서 읽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 독서들이 지적 재산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백경을 다이제스트로 읽은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문고판으로도 백경이 출시되었나 봅니다.
정치인 H가 선물한 그 백경을 읽은 선장들도 올바른 판단을 하여
선원들을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그전이라기보다 재미있지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상대되는~
내일 보겠네요.
글의 전개가 많은것을 시사합니다. 세상이 온통 욕심과 탐욕으로 서로를 물리치고 헐뜨고 일어서려는 싸움판속에 살고 있습니다. 성경말씀이나 소설속의 주인공이나 우리는 배울점이 많으나 실천하지 못하고 사는게 안타깝습니다.
그러게말입니다.
그레고리 펙이 무뚝뚝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아하브 선장으로 나온 흑백 영화 몇 장면이 기억납니다.
소설은 못 읽고 어릴 때 동화판으로
나온 동화만 읽어보았습니다. ㅎ
법이 제대로 자리잡고 지켜지는
그런 나라이면 좋겠습니다.
그런 영화가 있었군요.
법이라는게 말이 법이지
빠져나갈 구멍이 참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