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02 - 260709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 피천득 - 민음사
요즈음 문학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젊은 층이라면 ‘피천득’이라는 학자에 대하여 모를 수도 있다. 1910년 태어나 2007년 타계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중년층에 접어든 분들도 모르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쳐 오면서 교과서에 수록된 이 분의 작품을 대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관련 수업시간에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장년이나 노년층에 계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알고계실 것이다. 교육자로서 혹은 문학인으로서 또는 영문학자로서 교육이나 언론계에 잘 알려진 분이고 사회적으로도 많이 노출되신 분이며 이름을 아는 분 중에 그의 시나 수필 한 편 쯤은 대해보지 않는 않은 분은 드물 것으로 추측된다. 내가 모든 학교를 다녔던 60~70년대엔, 특히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에는 그의 글을 대할 때마다 세세히 읽었던 생각이 난다. 그러나 그의 어떤 글을 읽었는지, 그 내용들은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에 없다. 단지 그 이름만이 잊히지 않을 뿐이다.
내가 중고등교를 다닌 60년대 중반에는 각 라디오 방송국마다 외국노래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을 곁들여 청취자들의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던 음악 방송이 심야까지도 매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 당시 인기가 높고 유명했던 각 방송국의 디스크자키(DJ)들 중에 ‘피세영'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이 분이 이 책의 저자인 ’피천득‘교수의 아들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책에 나와 있는 이력을 보니 그 분이 첫째 아들이었다. 아무튼 내 세대는 피천득 교수의 시나 에세이 등을 읽으며 동시에 그 분의 아들 피세영DJ가 진행하는 라디오 팝송 프로그램을 한 밤까지도 즐겨 듣던 세대가 되었다. 그만큼 나 자신이 나이를 먹었다는 결과가 되겠지만 당시에 눈으로는 아버지의 글을 읽고 귀로는 아들의 음악을 들었으니 눈귀가 행복한 시절이었다. 이제 이 책의 저자인 피천득 교수는 타계한지 긴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그 분의 책을 다시 대하니 글과 음악을 즐기던 그 때의 생각이 많이 난다.
이 책은 미출판 글들을 새로이 모아놓은 책은 아니다. 책이 시작되는 첫 머리에 2018년에 출판되었던 ‘인연’이라는 책에 수록되었던 글을 재수록하고 아들에게 보냈던 미공개 편지 7편을 말미에 넣어 새로 엮은 책으로, 책의 이름을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로 개명하여 2025년에 초판이 발간되었다. 내가 자주 드나드는 동네 공공도서관 신규 리스트에 책의 제목과 저자 ‘피천득’이 적혀있어 자료를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그 ‘피천득 교수’가 맞기로 반가운 마음에 대여하였다.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기다리고 있었음으로 나는 예약을 하고 한 참을 기다려 읽을 수 있었다. 책 초입에 소개된 2018년의 ‘인연’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어렴풋이 그 책을 읽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책 속에 있는 글들은 전혀 기억에 없어 모두가 새로 대하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내 어머니보다도 10년 전쯤에 태어나신 분이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를 오롯이 지내고 한국전쟁도 모두 겪었으며 춘원이나 도산 등과도 인연이 깊으며 그 외 미국이나 구라파에서의 생활 및 여행 등에서 많은 학자들과의 인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이름도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그만의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들에 대하여 궁금한 것은 없다. 그냥 저자의 수필로만 읽으면 된다. 그들이 누구인가를 내가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옛 수필가를 생각하면서 모두 잘 읽었다.
요새는 책 사이즈가 정해진 것이 없는 모양이다. 이 책은 통상적인 사이즈에서 넓이를 줄이고 그만큼 길이를 길게 하였다. 길이는 통상적인 것 같지만 넓이를 줄인 만큼 길이가 길어 보인다. 왜 이런 사이즈를 만들까? 책이 얼른 독자들의 눈에 뜨이라고? 아니면 문학이나 출판계의 시대적 변화인가?
2026년 7월 10일
하늘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