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리아를 보고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오마이에 몇자 적어보냈습니다.
오마이에서 대문짝에 큼직하게 올려주었네요.
현정화 이분희 재회추진 청원운동 같은 것을 해볼까 구상중입니다.
왜냐면 현정화와 이분희는 남북단결의 아이콘이기 때문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31818&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웃음과 눈물로 얼룩진 감동 코리아
현정화와 이분희는 남북 협력의 아이콘
“만나서 또 그렇게 정이 들고...”, “우린 헤어져 서로가 그리운 그대 그리고 나... ” 만나서 정이 들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그런 인생과 판박이인 것이 남북관계이다. 어차피 남과 북 자체는 본질적으로 헤어져서 그리워하는 관계이다.
현정화와 이분희도 이산의 아픔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다투는 것들이 그리워하는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소설이라면 절정에 도달하기 위한 갈등구조의 한 장치라고나 하겠다. 현실에서는 죽고 죽이기거나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위험한 갈등이다. 만남을 허용하지 않는 위험한 갈등 때문에 그리움은 더 간절해진다. 이산가족의 아픔이 바로 그런 것일게다.
북한 국가대표 경섭에게 한눈에 반한 남한 여자선수 연정에게 경섭은 말한다. “만나서 혹시정분이라도 들면 어떡합니까? 평생 만나지도 못하고 살아갈 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산가족은 그런 아픔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현정화와 이분희는 또다른 이산가족이다. 그들은 이미 서로 정이 들어 버렸다. 그동안 만나지 못한 채 가슴에 그리움만 쌓아두었는데, 이제 작은 가슴에 담아 두기에는 그리움이 너무 자라버렸다.
1991년 지바세계탁수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 ‘코리아’는 부동의 세계최강 중국을 물리치고 우승을 한다. 중국의 세계선수권 9연패를 좌절시킨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세계선수권 우승이었다. 이런 실화를 각색해서 영화 코리아가 만들어졌다. 눈물샘 자극하기 위한 최루나 신파도 좋다. 극적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각색도 용인된다.
영화 같은 현실을 영화화한 코리아
현실은 그보다 더 눈물나는 것이고 그보다 더 극적이었다. 최루든 신파든 어색한 각색이든 모두 현실을 충실하게 묘사하기 위한 노력일 뿐이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서 세계최강 중국을 이겼다는 극적인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꾸밈도 허용이 된다. 관객들이 웃음과 눈물과 감동을 마음껏 넘나들 수 있어야 1991년의 감동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바 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은 중국의 탁구마녀 덩야핑을 꺽은 북한선수 유순복이었다. 영화에서는 유순복은 빼어난 실력을 갖고 있지만 실전 울럼증으로 제 실력을 발휘 못한 역할을 한다. 국제무대에서 첫출전이라 긴장하면서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유순복을 보면서 관객들은 안타까워한다.
현정화 역을 한 하지원이나 이분희 역을 한 배두나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사이에는 내 누이 같은 소박하고 인간적인 모습의 유순복(한예리 분)이 있다. 자칫 배두나와 하지원이라는 두 여전사가 만화 같은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는데 유순복이 리얼리티를 심어주었다.
유순복의 존재로 현정화와 이분희의 결합은 만화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현정화와 이분희는 분단시대 남북의 화해와 단결의 아이콘이다. 남과 북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다는 가능성을 심어준 것이다.
짧은 정치와 영원한 스포츠
1991년 12월 남과 북은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그 특수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인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였다. 1991년 4월 코리아팀의 세계선수권 우승이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드는 1등 공신이었던 것이다.
영화에서 남과 북의 실력자들이 선수단에게 “우리가 탁구나 치자고 단일팀 만들었는 줄 알아”하고 호통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만들어 지는 순간부터 지워지기 시작했지만 단일팀 우승은 아직도 감동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정치는 짧고 스포츠는 영원하다.
그러나 짧은 정치는 영원한 스포츠를 통제하는 것을 좋아한다. 북한에 존재하고 있는 경직된 모습들을 담아 내지 않으면 영화일지언정 남한에서는 왠지 편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남한에서 코리아가 이렇게 각색되어 만들어지는 것도 못마땅할 것이다. 그런 정치는 현정화와 이분희의 만남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정화와 이분희는 1993년 이후 아직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
현정화의 코를 부러워했던 이분희
영화에서처럼 이분희는 건강상태가 좋지 못했다. 현정화와 이분희는 몇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재회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분희는 건강이 회복되었고 지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영화에서 현정화는 이분희와 이별하며 그들의 슬픈 운명을 예감했던가. "뭐 이런 이별이 다 있어. 난 뭐라고 인사해야해. 연락할께도 안되고, 편지할께도 안되고, 난 어떻게.... "
1991년 당시 이분희가 현정화에게 “너 같이 오똑한 코가 좋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떠오른다. 그런 말을 건넬 수 있었던 이분희이기에 지금도 현정화를 잊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 민간교류가 활발해져서 수많은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 틈 사이에 이분희와 현정화는 없었다. 분명 무슨 사연이 있었을 것이지만 그래도 이분희와 현정화는 만나야 한다. 북한 사람들과 헤어질 경우에 북한 사람들은 “통일되면 다시 만나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자주 만나야 통일된다. 그동안 어떤 속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분희와 현정화는 다시 만나야 한다. 영화 ‘코리아’는 코리아라는 말을 감동스런 단어로 만들어냈다. 현정화와 이분희의 재회는 다시한번 감동 코리아를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