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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 한국과 미국의 보건의료분야의 정반대 길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의료분야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나가겠다고 하였다.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서비스산업발전을 위한 기본법'- 영리병원 허용 등 대통령령으로 의료서비스 분야에 대한 선진화·산업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은 정반대의 개혁움직임이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미연방정부의 '오바마케어'가 계속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프레드 업튼 의원이 상정한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였는데 이 법안은 기준미달의 기존 보험상품을 1년 더 연장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이다. 이 법안과는 별도로 법안 통과 하루 전인 지난 11월 14일 오바마 대통령은, 기존 가입 보험이 '오바마케어'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이를 1년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안과 함께 앞으로 이를 시행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결국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기준 미달의 상품이라도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오바마 대통령의 수정안은 기준미달이더라도 당분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보험료 폭등이 그 이유이다. 보험료 인상은 오바마케어가 내건 '10대 기본 진료 보장' 조항 때문이다. 이 10대 기본 진료 보장에는 ①외래환자 서비스 ②응급진료 ③입원치료 ④산모 및 신생아 출산 ⑤정신 건강 및 약물중독 치료 ⑥처방약 ⑦재활훈련 및 장비 구입 ⑧임상시험 ⑨만성질환 ⑩치과, 안과, 소아과 진료 등이다. 이는 입원치료와 임상시험을 제외하고 "일차의료" 영역이다. 결국 일차의료 영역이 부실한 미국의 보험사 입맛에 좋고 이득을 많이 챙길 수 있는 "cherry picking" 보험 상품들로 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차'라는 말은 '1차'와 혼용하여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2, 3차 의료기관과 대비하여 의료전달체계의 동네의원을 1차 의료라고 하지만, 숫자 '1' 이 아니라 'Primary(일차적으로 중요한)'의 의미로, '일'차의료라 표현한다. 2007년에 발표된 Family Medicine 39호에 의하면 "건강을 위하여 가장 먼저 대하는 보건의료를 말한다. 환자의 가족과 지역사회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환자-의사 관계를 지속하면서, 보건의료 자원을 모으고 알맞게 조정하여 주민에게 흔한 건강 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이다. 일차의료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 보건의료인들의 협력과 주민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우리나라의 맥락에 맞는 일차의료 정의를 한국의 일차의료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발표하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우선순위는 국가적으로 다른 보건의료 아젠다에 비해 한참 밀려 있다. 유럽의 각 선진국에서는 일차의료운영위원회(Primary Care Steering Group,아일랜드)나 일차의료특별법(Primary Care Act, 영국)을 국가에서 주도하는 가운데, 의료에 관한 한 자유방임 국가라는 미국에서도 소위 '오바마케어'에 정권의 명운을 걸기도 한다. 또한 미국에서 조차 Primary Care Medical Home이라는 표준일차의료모델을 장려하기도 한다. 영국은 국가보건의료체계(NHS)에서 일차의료특별법 제정이후 일차의료서비스를 확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일차의료 서비스에 있어서 보건의료(Health Services)와 사회복지서비스(Social Services)를 통합하는 쪽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바꿔야 할 때다. 집단개원, 보건복지 사회적 협동조합과 같은 새로운 개업형태의 거버넌스를 도입하여 사회복지사 등의 복지서비스와 심리상담, 정신 건강 등의 의료서비스도 포함시켜야 하고, 일차 의료를 강화하여 불필요한 입원율을 낮춰 의료비용을 아껴야 할 때다. 이러한 과제들은 국가 공공부문의 조정과 통합, 운영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의 보건의료 선박이 미래를 향하여 항해할 때 그 조타수 역할을 국가와 공공부문이 해야 될 때가 온 것이다. 지금까지 보건복지 공공부문에 있어 4대 사회보험을 포함한 큰 뼈대를 구축하는 작업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도입하였다. 제도의 도입 순서대로 나열하면, 먼저 1964년부터 시행된 산재보험을 시작으로 1977년의 건강보험, 1988년의 국민연금, 1995년의 고용보험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회보험제도가 모두 시행되고 있다. 한국의 일차의료영역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국민건강보험제도는 그동안 상당한 개혁을 이루어 왔다. 1977년 의료보장제도가 도입된 이후 조직 및 재정의 통합, 수가 및 보장성 강화 논쟁 등을 겪으며 전 국민으로 확대되었다.
보건의료 민간지출이 높고 의료비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고령화 시대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건의료비용은 민간지출이 높고 의료비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GDP 대비 의료비 지출 규모와 공공재원 비중규모를 살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OECD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규모는 2005년에는 5.7%에 불과하였지만, 2006년에는 6%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7.1%로 확대되었다. 국민의 의료 비용 지출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OECD국가 중에서는 슬로바키아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가계 소비지출에서 의료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34개 국가 중 5번째로 높았다. 또한 2002~2007년까지 5년 동안의 연평균 증가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9.3%로 OECD 평균(3.4%)의 2.7배였다. 민간지출과 의료비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공공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27개 국가 중 칠레, 미국, 멕시코 다음으로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지출 비율은 58.2%로, 칠레 47.4%, 미국 47.7%, 멕시코 48.3% 등에 이어 최하위 수준이었다. OECD 평균인 72.2%에도 크게 못 미쳤다.
201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자체적으로 계산한 건강보험 보장률이 이보다는 조금 높지만, 63.0%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비중, 즉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은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며, 민간중심의 공급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재정운영은 공공성을 강화하여 균형을 맞추고 있다. 달리 보면 우리나라의 의료시장은 미국보다 더 자유롭게 방임된 측면이 강하다.1) 그러나 자유방임적 측면이 강하고, 보건의료 전달체계가 비효율적이더라도 일차의료에 대한 공공의 뒷받침이 잘 구비되어 있다면 현재와 같은 기형적인 공급체계와 공공성의 부조화는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건강보험의 지속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급증하는 의료비 문제와 노인인구의 증가 및 만성질환증가 등 보건의료문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차의료 제공시스템 강화에 대한 동의가 확산되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모형들이 제시되어 왔다. 또한 일차의료의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보건의료비 지출이 감소되었다는 사례도 위 사실들을 증명해 준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은 2013년 12.2%로 2030년은 24.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다양한 노인문제가 제기될 것이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발 노인의 건강문제이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인구 고령화 및 질병 구조 변화는 정책으로 쉽게 교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비 증가 경향 줄이기 등의 비용억제나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비롯한 효율적인 보건의료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되었다.2) 그러므로 국가는 적절한 정책개입을 통하여 예방적 상담서비스나 만성질환 관리서비스 등을 시행하는 등의 일차의료서비스의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일차의료 개혁에 대해서 2008년 대한의사협회 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는 여러 가지 일차의료 활성화 제언의 마지막 방안으로서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국가와의 공조 및 지원의 확대'를 제시하였고,3) 2012년 대한가정의학회의 한국 일차의료의 발전방향 모색에서는 '한국적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의료전달체계의 정립과 일차의료의 건강함'을 꼽았으며,4) 같은 해 한국개발연구원의 한국 일차의료발전을 위한 모색에서는 "일차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일차의료 구현방식을 확정하여 한두 가지의 제도 도입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방식의 시도들을 통해 근거를 축적하면서 정책도구를 개발하고, 새로운 형태의 일차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제안하였다.5) 최근 문헌들의 공통점은 바로 국가와 공공부문의 역할을 바라는 것이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와 도구 및 모델의 개발을 모색하는 것이다.
또한 주치의 인력을 정점으로 한 일차의료시스템이 갖추어진 국가에서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건강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앙정부 역할과 공공부문의 거버넌스 구조가 중요해졌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사례에서 만성질환관리 모델뿐만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시행되어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음을 보고하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호주, 영국에서의 일차의료 질 관리와 접근성의 강화 전략이 소개되었다.6) 연수강좌의 강화, 인증제, 임상진료지침의 개발 등을 비롯한 질적 향상뿐만 아니라 전화를 사용한 상담 및 평일 야간진료 등의 접근성강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영국과 호주는 성과지불 연동제를, 네덜란드는 만성질환 관리 인센티브제 같은 지불제 도입을 하였다. 대부분 유럽 국가들에서는 비용통제를 위해 진료비총액을 제한하는 총액예산제를 주로 채택하고 있다. 대만은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 총액예산제를 도입한 국가이다. 총액예산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포괄수가제나 진료비목표관리제와 같은 각종 비용억제장치를 강구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은 특히 전반적으로 국민의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의 수준이 높다. 그러나 일차의료체계가 갖추고 있어야 하는 특징적 성격들은 각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영국의 보수당 정부의 민영화 시도와 실패
영국은 NHS를 분권화, 민영화하려고 시도했으나 전체 국민의 반대로 실패하였다. 보수당이 집권한 이래 개혁안은 의료제공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며, 의료제공자들에게 지역수준의 공중보건에 대한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추세지만 의료민영화로 인한 폐해 최근 혈액원까지 기업에 팔아넘기는 수준까지 이르렀지만, 개인은 의무적으로 1차 진료소의 주치의를 등록해서 주치의에 의해 의료서비스를 제공 또는 조정 받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또한 일차의료 질 관리에 대해 '의료서비스 질 관리 개념틀(The Quality and Outcomes Framework, 이하 QOF)'을 도입하였는데 영국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에 궁극적 목적이 있는 제도이다. QOF 제도에 있어 일반의의 참여는 자율적 의지에 따라 결정될 수 있으며, 현재 대부분 의사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매년 평가를 받는다고 보고되고 있다.7)
네덜란드의 질관리와 임상실무지침 사례
유럽국가 중에서도 일차의료가 매우 잘 발달된 국가로 평가되고 있으며 유럽의 일차의료현황과 주치의 제도의 확립과 함께 주치의 역할을 담당하는 가정의의 정체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자체적인 노력에 의함을 역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질적 수준강화와 관련된 내용으로 우선, 정교한 주치의 선발 및 수련과정, 등록시스템과 재평가 시스템을 통한 인력의 질적 수준 유지 작업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Quality Circles(QCs) 및 동료심사(PGRs) 제도를 2000년 이전에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하였다.
스웨덴 우파정부의 주치의 제도 도입
1995년부터는 우파정부에 의해서 가정의를 일차의료 전담의로 하는 주치의등록제를 시행하였다. 특이한 것은 다른 나라와 달리 의과대학 교육과정과 수련과정 모두 전액 국가의 지원으로 이루어진다. 의과대학은 한 해 평균 1100명 정도씩 신입생을 받지만, 그 수는 철저하게 인구와 미래의 의료 수요에 의해서 조절된다.
덴마크의 NHS와 주치의 제도
덴마크 의료보장은 사회보험(SHI) 방식이었던 것을 1973년부터 국가보건의료체계(NHS)로 바꿔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그 당시부터 그룹1에 해당하는 의료서비스 해당자는 거주지 10㎞ 이내 (코펜하겐 거주자는 5㎞ 이내)에서 주치의를 정하고 등록을 하도록 했다. 일차의료 전담의에 의해 예방에 관한 것과 진단 및 치료 등 주치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의뢰를 거친 경우에 이비인후과나 소아과, 안과 등 개원 전문의 진료나 병원 진료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반면에 그룹 2를 선택한 1%의 사람들은 일차의료 전담의든, 전문의든 의뢰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나 비용의 상당 부분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치료는 이들도 무료이다.
프랑스의 일차의료개혁과 융통성 있는 주치의제 도입
프랑스는 2005년에 주치의 제도를 전격적으로 도입하였다. 프랑스 보건의료시스템의주요 재원은 사회 보험료와 조세이며, 조세는 사회보장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사회보험으로 유입된다. 일차 의료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전달체계로 제도를 개혁함으로써 보건의료 전반의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였다. 하지만 주치의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지불제도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본래 프랑스 외래진료분야의 주된 지불제도는 행위별 수가제이고 의사협회와 보험자간의 계약에 의해 협약요금이 결정되는 시스템이었다. 주치의 제도를 통해 등록환자에 따른 인두제 도입이 가능하지만 인두제에 대한 고려는 없었으며, 향후에도 지불방식의 변화는 계획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보건의료체계 개혁과 주치의법 도입
독일은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방식을 도입한 국가이다. 독일의 공공보험인 법정건강보험은 국민 개보험은 아니고 일정소득 이하자 (2005년 기준 월 3900유로 이하 소득자)만 의무가입대상이고 그 이상 소득자는 공공보험이나 민간보험 중 선택할 수 있다. 2005년 말 기준으로 독일 인구의 88.5%인 약 7220만 명이 법정질병금고에 가입되어 있다. 1993년 보건의료체계구조개혁법에서는 주치의의 역할과 기능 (주치의가 제공하는 서비스, 주치의의 피보험자에 대한 의무, 피보험자의 주치의 선택권), 주치의의 보수와 보수교육 등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었다. 그 후 1996년 개혁법, 1997년 제1차ㆍ제2차 법정질병보험 신 조직법, 1999년 법정질병보험 연대성강화법에 따라 주치의의 교육과 보수수준에 대한 지속적인 개편이 이루어졌다. 2000년의 보건의료체계개혁법에서는 주치의의 독자적인 의사집단 형성을 인정하고 2006년부터 신규로 공급되는 보험계약의사는 주치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국가보건의료체계인 영국,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과 사회보험제도체계인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사례 등 선진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은 다르지만 일차의료의 공공성강화가 공통분모임을 알 수 있다. 의료보험이 너무 비싸서 많은 국민들이 무보험상태로 남아 있어 질병이 걸릴 경우 재난적 의료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점차 국가가 개입을 하고 있다. 사회보장의 도입과 보장성의 강화 등 국가개입 뿐만 아니라 일차의료제도, 일차의료 인력에 이르기 까지 국가와 공공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2. 한국 일차의료의 현황과 문제점
일차의료의 담당 동네의원의 개폐업 현황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2009~2012년) 자료8)를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위기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로 폐업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2009년 1487개소에서 2010년 1559개소, 2011년 1662개소, 그리고 2012년 1625개소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규 개설한 의원급 의료기관 수는 2009년 1986개소, 2010년 2001개소, 2011년 2030개소, 그리고 2012년 1821개소로 파악됐다. 이 기간 동안 신규 개설은 줄어든 반면 폐업한 기관수는 증가한 셈이다. 동네의원 전체 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동네의원 수는 2012년 1분기에 2만7932개소에서 2분기에 2만8029개소, 3분기 2만8047개소로 소폭 증가했지만 4분기에는 2만8033개소로 감소했다. 외래환자의 대도시 큰 병원 쏠림현상은 최근 더욱 심화되어 의료비 증가와 의원 폐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의료전달 체계란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국민 모두가 '적시에, 적정의료인에 의해, 적소에서,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1989년 시작되었지만 1998년 진료권개념을 없애면서 강력한 의료전달 체계가 사실상 무너져 있다. 과거 지역별, 1-3차 제한이 있었던 것을 1단계인 의원 및 병원과 2단계인 종합전문 요양기관으로 단순히 나누어 요양급여 의뢰서 제출과 외래 본인부담금 차등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병원급 이상의 점유율이 의원을 능가하고 있다.
지불제도와 공급구조의 개편이 개혁의 전제조건!
또한 우리나라 의사들은 OECD 평균에 비해 외래환자를 3배나 더 많이 진료하고, 인구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2007년 우리나라의 활동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1.7명으로 터키 1.5명에 이어 최하위이며, OECD 국가평균 3.1명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외래진료 건수는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2위로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09년 건강보험 총급여비용으로 전년대비 12.8%가 증가한 39조3390억 원이 지출되었다. 여기에 비급여로 환자가 부담한 부분을 더하면 총 의료비지출액은 60조 원을 넘는다. 매년 평균 2%정도의 수가 인상률 외에 10%이상은 진료총량을 늘인 결과이다. 의사 수를 늘리면 우리나라에서 어떤 결과가 생길까? OECD의 의도와는 달리 의사 1인당 외래진료 환자 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늘어난 의사 수에 비례하여 우리나라 전체 외래진료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외래진료 수요에 비해 의사 수 공급이 적어서 우리나라 의사들인 많은 수의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목표수입을 달성하기 위해 외래진료 수요를 창출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의사 1인당 외래진료 환자수를 줄여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과전문의가 아니라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같은 일차의료 담당 의사 수를 늘리고 외래에서 의사유인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주치의 제도 같은 인두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 환자의 선택권에 일부 제한을 두는 예는 미국을 제외한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의 부지기수이다. 왜냐하면 선택이 아닌 강제가입 건강보험이고, 재정이 소요되는 의료이용의 경우 일정수준 제재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병의원간의 진료의뢰, 회송 절차를 확실히 마련하여야 상급병원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병상수의 과잉공급도 문제다. 공급자 유인수요(Physician Induced Demand)는 심각한 정도이다. 의사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고 사회적인 시스템 실패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병원의 행위별수가제로 동일질환의 수술비는 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주요 국가 중에서 병원에 대한 진료비지불이 행위별수가제인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일하다. 병상이 증가하면 그 병상을 채우려고 경쟁할 것이고 이에 따른 의료비의 증가는 당연히 따라온다. 수도권 정비계획법등의 법규에 의해 병상총량제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하여 전문의는 병원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외래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일차의료의사는 ①일반의, ②소정의 일반의 과정을 이수한 전문의, ③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통해 진료면허를 획득한 '일반의'가 안정적으로 일차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기본 틀을 제공토록 하여야 한다. 일차의료 의사인력의 양성뿐만 아니라 활용과 관련된 의료전달체계 및 지불제도 개편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보건의료 개혁권고안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 병원급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공급체계를 일차의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높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비율과 이로 인한 입원치료 중심의 의료서비스 공급체계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비용 수준의 증가는 보다 많은 진료와 고비용 서비스를 유도하는 진료비 지불체계에 의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체 의료시스템에서 병원이 차지하는 압도적인 비중과 OECD 국가 중 최상위에 속하는 불필요한 입원율은 일차의료 체계가 취약한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일차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 일차의료의 문제점이다. 또한 한국의 인구 고령화, 보건의료비용의 급속한 증가 및 만성질병에 의한 부담확대 등 보건의료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보건의료 비용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질 향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우선순위를 재설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 해결방법 가운데 첫 번째로 국가 투자확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환자상담이나 생활양식 개선과 같은 비용효과적인 환자서비스에 높게 보상해주는 방법의 도입과 일차의료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두 번째로 집단개업이 의료서비스의 조정기능과 질 향상에 도움이 되므로 공적인 영역을 비롯한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활동은 지원해야 한다. 이는 지역 차원에서의 의료 질 관련 도구의 향상과 연계하는 방안의 마련도 포함이 된다. 지역사회기반의 일차의료 체계가 없는 결과로 소비자들이 병원서비스를 더 선호하며 이러한 경향은 의원과 병원 사이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심화된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환자 건강에 적합한 의료를 제공하기보다는 의료공급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다른 주요 OECD국가들에 비해 정부책임이 협소하다. 또한 보험 밖의 의료서비스 질 보장에 대해 책임성이 모호하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첫째, 만성질환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한국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일차의료 발전이 최우선 투자영역이 되어야 한다. 셋째 일차의료의 강화를 위해서 그 인력구축을 위한 노력증대 및 정보의 향상이 필요하다. 다시 요약하면 일차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 지역사회 중심으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일차의료의 지역적 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재정적 투자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9)
3. 일차의료의 강화를 위한 전략 제안과 결론
'보편적 국민건강권의 확보'와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위한 일차의료개혁의 필요성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주요 문제점은 효율성의 문제, 형평성의 문제, 포괄성과 지속성 문제, 그리고 질 향상의 문제 등이다. 이러한 문제를 모두 내포하고 있는 한국의 일차의료를 위해 주요 다빈도 질환의 치료와 예방을 통한 포괄성과 환자의 지속적 관리, 일차의료기관의 질의 향상 등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질병 특이적 평가척도뿐만 아니라 전반적 건강에 관한 척도를 추가해야 한다. 단순히 질병의 경과 및 수치 결과 등의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약물 부작용에 의한 건강 문제 등을 포함한 일상적인 건강문제 개선정도, 일상생활의 기능향상정도, 건강위험요인에 대한 예방,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 충고 등의 일차의료 속성들을 빠짐없이 평가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효율성과 형평성의 증진 전략도 구사해야 한다. 이에 대해 최근 주치의등록제를 먼저 도입하고, 이어서 인두제 방식을 도입하는 단계적 접근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국회예산처의 제안10)이 있는가 하면, 민간 주체 주도의 상향식 모델이 새로이 발전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는 기존 규제의 완화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KDI의 제안11)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일차의료 정책에 관해서는 예외 없이 정부가 시장 기전에 맡겨두지 않고 정책적 개입과 공공성의 강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일차의료를 차지하는 민간의료의 공공성 강화의 추진방향은 보건의료에 대한 국가투자 증대와 재정 강화를 통한 재정지원 등 보건의료의 환경적 조건 강화, 지역보건의료사업에 참여 개선, 보건의료사업 관련기관과의 관계 개선, 개별기관 및 제공자의 행태개선 등의 민간부문의 의료제공자의 행태적 조건 강화, 보건의료체계 또는 제도의 개선, 의료자원의 지역적 불균형 개선, 포괄적 보건의료 서비스의 제공 등을 중심으로 한 조직 및 제도적 조건 강화, 서비스의 질적 수준의유지 강화 등의 측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12) 일차의료의 개선방향 및 관련제도 제안은 무수히 많이 있었다. 의료전달체계의 재구축13)14)15)16), 주치의제도의 도입17)18)19)과 일차의료인력의 확충20)일차의료특별법 도입21)등을 제안하였으나 현재 이루어지거나 진행 중인 것은 없다. 도리어 전공의가 잘 충원되지 않는 일부 과목의 전공의에게 혜택을 주는 수당 보조 정책에서 보듯이 정책 개입의 방향이 일차의료와는 점점 더 먼 방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일차의료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애쓰는 선진국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뿐만이 아니라 새롭고 포괄적인 프레임의 구축이 필요한 실정이다.
보건의료체계의 미래 지향적 모습은 '보편적 국민건강권의 확보'와 '지속가능한 의료체계'에 있다.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치를 위해 조정기능을 해야 할 정부의 역할이 사실상 매우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단독개원 형태의 개원의들의 역할과 가능이 점점 축소가 되고 있기도 하다. 보건의료 전달체계로서의 일차의료가 취약한 우리나라는 단일 사회보험제도의 강점을 희석시키는 면이 있다. 국민의 의료 비용 지출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OECD국가 중에서는 슬로바키아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가계 소비지출에서 의료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34개 국가 중 5번째로 높았다. 그 이유는 의료 비용에 대한 정부의 부담이 칠레, 미국, 멕시코 다음으로 적기 때문이다. 합병증 없는 당뇨환자와 같은 경증 만성질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이용할 때 지불하는 약값의 60%로 높여 받아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을 막겠다는 `경증환자 집중 완화대책`과 같은 보건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나 일차의료 강화 등에 정부가 내어 놓았던 여러 가지 방안들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했다. 정부가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비용 증가를 국민에게 전가한 결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킬 가능성이 많다. 고령화와 빠른 의료과학기술 발전은 동시에 그만큼 빠르게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상승시키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소통을 줄게 만든다. 의료서비스 이용을 국민 개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이에 앞서 국가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부분을 책임지는 의료체계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 과감하게 일차의료 정책에 국가와 공공의 역할을 바탕으로 한국 의료체계에 맞는 재정적 보조와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구조적 측면과 일차의료 실행 능력인 질의 담보는 물론이고, 건강의 개념을 모든 정부정책에 담기를 비롯한 지역 거버넌스의 일차의료 참여 등등의 전략도 필요하다. 그러한 체계가 바로 한국의 일차의료에 필요한 의료 체계이며, 그 일차의료의 확립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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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민혜영,이일학,이미진 우리나라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모델 구축- 의료이용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실천전략. 2008.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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