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서 내륙으로 통하는 길은 모두 험한 고개를 넘어야 했고, 주로 5일장과 연관이 있다.
구슬령(珠嶺)은 평해장, 고초령(高草嶺)은 매화장, 십이령(十二嶺)은 흥부장·죽변장·울진장에서 내륙으로 통하는 길이었다.
우리 민초들이 생존을 위해 넘나들던 애환의 길이었다.
이는 동서를 가로막고 있는 험난한 산지에서 비롯된 지리적 환경으로 지금도 짚신자국으로 깊숙이 홈이 파여진 흔적이 남아있다.
대령산(大嶺山 652.4m)은 금장지맥에서 분기해 소령산(小嶺山·590m), 남수산(嵐峀山·437.7m)을 잇는 산줄기의 주산이다.
이 산등성이는 양쪽 겨드랑이에 왕피천과 매화천을 끼고 금장지맥과 나란히 동쪽 바다를 향해 뻗어간다.
대령·소령은 ‘큰(大) 고개(嶺), 작은(小) 고개(嶺)’를 일컫는 지명.
주변 산세가 험준할 뿐만 아니라 왕피리 사람들이 매화장을 오가던 크고작은 고갯길이 많기 때문이다.
대령산~남수산 코스는 전형적인 육산으로 숲이 짙다.
송림 우거진 한적한 숲길을 걷는 것이 힐링으로, 조망을 욕심낸다면 그게 사치다.
솔가리가 푹신푹신한 산길은 산봉우리를 비켜 산사면으로 이어진다.
최고봉인 대령산에서 왕피리 속사마을 갈림길인 '지름재'로 고도를 뚝 떨어뜨린다.
다시 고개를 쳐박고 한 차례 힘을 써야만 '삼면봉(금강송·매화·근남면)'인 소령산에 올라설 수가 있다.
이 후 산길은 우리 민초들의 생존의 길인 듯 산허리를 비켜돌며 난이도가 뚝 떨어진다.
남수산(嵐峀山 437.7m)은 군사시설이 있어 출입통제이고, 정상석은 429m봉(가진봉)에 세워져 있다.
표석 뒷면에는 ‘산의 여러 돌구멍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남수산(嵐峀山)이라 하였다는 내용이다. * 아지랑이 람(嵐), 돌구멍 수(峀).
격암 남사고(格菴 南師古·1509~1571년) 선생의 학문터가 있다고 했지만 나는 무심코 비포장임도를 따르다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근남면 수곡리에서 태어난 선생은 조선중기 학자로 천문,지리,역학에 능한 예언가로 알려져 있다.
코스: A)매화면 갈면리 284-1(무릉도원관광농원터)-대령산-소령산~457.1m봉(송이막터)~남수산표석)~울진군농업기술센터(5시간)
B)울진군농업기술센터-제1·제2·제3쉼터-남수산표석-격암 학습터(U턴)-군부대입구(출입금지 U턴)-임도-원점(4.3km, 3시간)
궤적.
11.4km에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고도표.
<월간 산> A코스.
<월간 산> B코스.
미리 준비한 표지기.
네비에 '울진군 매화면 갈면리 284-1'을 입력하여 차단기가 있는 임도입구에 버스를 댔다.
이정표가 있는 들머리는 화살표.
차단기 앞의 안내판은...
왕피천유역 생태 보전지역.
<돌아본 사진> 이정표가 안내하는 목계단길이 들머리.
대령산이 3km, 남수산이 8.4km.
계단길은 곧 끝이나고, 무덤이 있는 곳에서 좌측 능선으로 올라 붙는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은 솔숲길.
대령산 2.2km 이정표를 지나며...
누가 울진 아니랄까봐 솔숲이 도열해 있다.
대령산 1.2km 이정표 지점에서 식사를 한 뒤...
다시 고도를 높혀간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등로 우측으로 금줄이 쳐져있는 걸로 보아 송이버섯 채취구역인가 보다.
대령산 정상에 올랐다.
표지기를 건 뒤...
기념촬영을 했다.
지름재로 고도를 낮추어가다 마주 보이는 봉우리에 겁부터 난다. 이어서 오를 소령산이다.
뚝떨어진 안부(고도 약 425m)는 지름재 옛고개다.
이정표에는 '왕피리~삼거리'로 표시되어 있고, 좌측으로 '왕피리(속사)'를 가리키고 있다.
땅바닥에 날개를 떨어뜨린 이정표에 '남수산(가진봉)4.6km'.
다시 '소령산~삼거리' 이정표는 우측으로 '기양3리(문니골)3.6km'를 가리킨다.
그렇게 빡시게 올라선 소령산에 준비해간 표지기를 걸었다. 소령산에선 30여m U턴을 해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아야만 한다.
노송에 난 생채기는 송진채취의 흔적.
이 후 산길은 산허리를 감아돌아 고도가 평이한 둘레길 수준.
솔숲길은 울진의 금강송.
황장목인 것.
우리 민초들의 생존의 길은 짚신 자국에 홈이 파여져 움푹하게 길이 났다.
지금은 철 지난 송이움막 흔적. 앞에 솟은 봉우리는 457.7m봉.
우측으로 빼꼼이 드러나는 풍차.
살짝 당겨보았다. 현종산인가?
덜커덩덜커덩 굉음이 들려 "여기도 풍차가 있남?"하며 풍차 돌아가는 소린(?) 줄 알았더니 중장비 체인 돌아가는 소리였다.
산허리를 감아돌며...
반질반질한 산길엔...
속도가 붙는다.
'기영1리 갈림길' 이정표.
임도에 내려선다. 오래된 지형도엔 임도가 표시되지 않았다.
임도에 내려서서 돌아본 길.
임도 100여m 진행후 우측 산으로 다시 올라붙는다.
뒤에서 헐레벌떡 따라가지만 앞서가는 회장님과 장선생님을 "못따라 가겠다. 헥헥~"
조금 올랐더니 무슨 용도인지 임도가 나고 있어 무심코 따랐더니 고도를 조금씩 올리며 산허리를 감아돈다.
그렇게 정상석이 있는 곳에 올라 지형도상의 남수산에 걸지 못하는 표지기를 걸었다.
정확한 지점은 여기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옮겨 온 것.
표지판엔 '남수산(가진봉)'이지만 '가진봉'은 울진에서 부르는 이름인 듯.
기온이 떨어지더니 나의 오래된 카메라 밧데리 성능이 떨어져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빌려온 남수산 정상석.
정상석 뒷면엔 지잘한 글씨로 남수산에 대한 지명의 유래가 빼곡히 적혀있다.
잘 정비된 산길을 따라 임도에 도착한 지점이...
'제3쉼터'.
지형도 상의 남수산을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정상부위는 통제구역으로 오를 수 없지만...
조망이 목마른 산꾼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아까부터 보아온 현종산(?). 이제 여기서 그만 U턴이다.
임도를 걸어 내려오다 좌측으로 크게 꺾어지는 곡각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우측 산길로 내려선다.
솔숲길.
울진은 금강송으로 유명한 곳.
제1쉼터는...
벤치가 있어 쉬어가기 좋지만 이제 산행 막바지여서 패스.
정자가 있는 날머리.
육각정자는...
남수정(嵐峀亭).
끼워 맞추지 않는다면 읽을 수 없는 초서체다. 낙관엔 갑오년 여름 '백선(白禪)'.
백선(白禪) 윤현수(尹賢洙, 1947~) 선생은 이곳 매화면 태생으로 서예가이자 향토사가이다.
아스팔트 도로에 나와 돌아보는 모습.
10여m 길건너에 '울진농업기술센터' 정문으로 들어가니...
널따란 주차장.
제일 끄트머리에 우리 버스가 보인다.
우리 전용버스가 갑자기 고장이 나 급하게 바꾼 대리버스.
그 바람에 테이블도 없고, 자리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마침 잔디밭에 차를 대는 바람에 이렇게 뒷풀이를 할 수가 있다.
'쯔쯔가무시'는 이런 깨끗한 잔디밭엔 없다고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