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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뉴스 스크랩 글로벌 시티 75개… 도시가 세계무역 중심으로 떠올라
정외철 추천 0 조회 59 13.02.08 23:0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Weekly BIZ] [칼럼 Outside] 글로벌 시티 75개… 도시가 세계무역 중심으로 떠올라

앨런 버루브(Berube) 美브루킹스硏 선임 연구위원

조선비즈 입력 : 2013.02.01 13:49

앨런 버루브(Berube) 美브루킹스硏 선임 연구위원

최근 몇 명의 미국 통상부서 공무원이 새 무역 전략을 짜내기 위해 모였다. 어느 분야의 수출 경쟁력이 있고, 무역 파트너는 누구이며, 어떻게 외국의 통상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등에 관한 회의였다. 일견 평범한 이 회의가 시선을 끈 것은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의 샘 애덤스 시장과 민관 협력기구인 '위대한 포틀랜드'가 주최했다는 점에서였다. WTO와 자유무역협정(FTA), 통화전쟁의 시대에 왜 도시가 '무역 전략'을 논의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도시가 세계 무역의 진정한 중심으로 뜨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2000년보다 훨씬 오래전, 국가가 출현하기 이전에 실크로드는 중국 시안(西安)과 바그다드, 이스탄불, 그리고 수백개 도시를 연결했다. 중세에는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과 동아프리카의 많은 도시가 아시아 상인들을 위한 무역 허브 구실을 했고, 시장 도시들의 연맹인 한자동맹(Hanseatic League)은 13~17세기 유럽 각국의 무역을 촉진했다.

도시는 상품·서비스·정보의 교환이 이뤄지는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한 장소로 끌어모았다. 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은 "도시가 혁신·교역을 진흥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와 일꾼, 정보를 한데 모으는 진정한 '집합경제'이다"고 했다. 2008년 폴 크루그먼 박사는 메트로폴리탄 지역이 핵심적인 무역 접지점이라는 것을 규명한 논문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여기서 확인되는 공통적인 사실은 국가만이 아니라 도시가 무역을 융성하게 하는 원천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런 점들을 무시해왔다. 지방의 많은 정책결정자 역시 무역이 새로운 부를 창출하고 일자리 등을 제공해 인근 지역과 주민을 번영케 한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망각한다. 수십년 동안 많은 미국 도시는 경기장·카지노·컨벤션센터·쇼핑몰 등 허영 넘치는 프로젝트를 벌였지만 외부에서 번 돈은 아주 적었고 왕성한 글로벌 수요를 활용하는 데도 실패했다.

브루킹스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글로벌 메트로모니터(Global MetroMonitor)'에 따르면 세계 300개 대도시에 세계 총인구의 19% 정도가 살고 있는데, 이들이 장악한 세계 GDP 비중은 48%에 달했다. 세계 인구 대부분이 도시에 살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세계경제의 엔진'으로서 도시의 잠재력은 막강하다.

그런 맥락에서 요즘 주목받는 개념이 '글로벌 시티(global city)'이다. 사회학자 사스키아 새신(Sassen)이 고안한 이 개념은 당초 뉴욕·런던·도쿄 등 3개 금융 중심지만을 지칭했으나 지금은 상파울루,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울, 타이베이 등 새로운 허브 75개가 이 이름을 쓰고 있다. 이들은 금융은 물론 제조(디트로이트·슈투트가르트)와 학문(보스턴·난징), 해양활동(앤트워프·싱가포르), 미디어(마드리드·시드니)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무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무역 도시'는 세계 무역의 핵심이다. 미국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시는 옛 군사기지를 내륙항구로 개조했는데, 이 덕분에 미국과 멕시코 간 무역의 절반 이상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시는 해외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중앙 정부와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중국과의 오랜 유대 관계를 매개로 시내 만안(灣岸) 지역과 베이징·항저우·상하이 등의 공동경제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론 국가는 세계 무역에서 여전히 결정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정치·재정적 능력과 강력한 법적 권위, 지리적 규모 등은 도시와 비교할 수 없는 국가의 강점이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경제발전 속도가 느려지고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는 시기일수록, 국가는 다른 도시들과 조직하고 투자하며 협조하는 자국 도시들의 활동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무역이 도시 경제 정책의 최선두에 있는 것처럼, 개별 도시 역시 각국 무역 전략의 최선두에 놓여 있는 주체들이다. 개별 도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무역 전략이야말로 국가와 지역이 장기 번영에 도달할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실크로드가 열린 지 2000년이 흐른 지금, '무역 도시'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다시 부각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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