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107. 포근한나무의 천권읽기 - 19권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 저자: 이소영 / 출판사: RHK
*책과의 인연
미술분야 도서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저자 이소영님의 신간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처음 알게된 책이다. 이번 신간에서 다룬 주제는 북유럽 국가중 하나인 스웨덴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칼 라르손이라는 화가의 생애와 작품이었다. 북유럽 미술은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나에겐 다소 생소한 주제였는데 서점에서 서문과 그림들을 살펴보니 칼 라르손이라는 화가의 생애에는 나름대로 독특한 점이 있어 보여서 좀 더 깊이 알고자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감상후기
이 책은 칼 라르손이라는 화가의 생애와 작품들, 그리고 그가 부인과 평생을 가꾼 보금자리인 릴라 히트나스에서의 삶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칼 라르손이 살았던 곳을 방문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서 머나먼 한국에서도 생동감 있게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칼 라르손에 대해서 생각한 점. 알콜중독자 아버지로 인해 너무나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가정의 행복을 느껴보지 못했을 그가 정작 성인이 되어서 카린과 결혼하고 가정을 이뤄서 8명의 아이를 낳고 동화책 이야기처럼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믿기지 않으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칼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성인이 되면 모두다 불행하고 고독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불행이 아닌 행복을 스스로 만들며 살아간 칼에게 존경하는 마음도 들었다.
카린 라르손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칼 라르손처럼 정식 미술 교육을 받았던 카린은 결혼을 하고 나서 화가로서의 활동 영역은 좁아졌지만, 릴라 히트나스에서 평생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실내 인테리어를 구현했고 이것이 스웨덴 국민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많은 자녀들을 키우는 것만 해도 벅찬 일이었을텐데, 집을 계속하여 개조하고 집안을 꾸미고 가꾸는 것을 취미가 아닌 일처럼, 혹은 작품 창작처럼 열심히 임했던 모습을 보며 감동받았다. 사회적으로 화가로서의 활동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얼마든지 다른 방면으로 자신의 예술성을 실현하며 살아갔던 카린이 무척 진취적이고 선각자적인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녀의 인테리어 방식이 온 국민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 또한 기억에 남았는데, 결국 스스로 고민하고 창조하고 고군분투한 자신만의 흔적이 갖는 독특함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것이 아닌가 싶다. 예술가 혹은 공예가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깊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녀를 보며 또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 만큼 많은 독자들이 칼 라르손과 카린 라르손에 대해 낯선 상태로 책을 읽었을텐데, 저자가 이를 간파한 듯 칼 라르손의 생애와 정신세계, 작품, 삶과 작품의 연관성을 깔끔하게 정돈하여 소개하고 있어서 칼 라르손에 대해 쉬우면서도 깊이있게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옆에서 직접 설명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그리고 책 중간 중간에 삽입한 문구들도 그림과 설명내용,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잘 어울렸다.
다만,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이 칼 라르손의 그림을 그토록 아름답게 만드는 것인지 궁금해했던 한 사람의 기록이라고. 희극과 비극, 행복과 불행의 사이에서 방황을 하고 있는 저자의 마음이 곳곳에 숨겨져있음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모지스 할머니 책에서 느꼈던 푸근함, 미술에게 말을 걸다에서 느꼈던 활기찬 모습 보다는, 행복을 그린 그림을 소개하고 있으면서도 그 그림들을 아직은 온전히 가슴에 담아내지 못한 한 사람의 답답함이 느껴져서 마음 한 켠이 조금 아리기도 했다. 그것이 그렇게 그대로 느껴졌던 것은 나 역시 이 책을 똑같이 읽고 있으면서도 저자가 느끼고 있을 법한 답답함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과 슬픔은, 행복 또는 행복을 그린 그림을 보고 있다고 해서 사라지진 않는다. 칼 라르손이 불행 속에서 성장했지만 행복을 찾아 살아갔듯이, 행복을 내 삶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혹은 용기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이것이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단 한 발짝 내딛어 시도해보라고 용기를 준 칼 라르손에게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