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상위 20% 고가(高價) 아파트와 하위 20%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이번 정부 들어 다주택자와 고가 아파트 보유자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했지만, 오히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서울·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서 고가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0억1588만원, 하위 20%(1분위) 평균 매매가는 1억1599만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20% 아파트값을 하위 20% 값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8.8배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전국의 고가-저가 아파트 가격 격차는 2009년 10월 8.1배를 기록한 뒤 서서히 줄어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6월 4.4배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벌어졌다. 2017년 5월 4.7배에서 2018년 10월 6배, 2020년 2월 7.1배로 커지더니 작년 9월 8.2배로 뛴 뒤 지난 3월 8.8배로 최악의 격차를 기록한 것이다.
실제로 저가 아파트 가격은 제자리를 맴돈 반면 고가 아파트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국 하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1억1837만원에서 지난달 1억1599만원으로 오히려 200만원 정도 내렸다. 같은 기간 상위 20% 고가 아파트는 5억6078만원에서 10억1587만원으로 무려 81%나 올랐다. 서울의 경우 상위 20% 아파트값은 이번 정부 출범 후 11억9527만원에서 21억1747만원으로 10억원 가까이 폭등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으로 아파트값에 따른 빈부 격차가 최악으로 치닫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도세·종부세 중과(重課) 등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아파트값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다주택자라면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며 “수요가 많은 서울 아파트값은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가지만 (저가 아파트 비중이 높은) 일부 지방에선 집값 폭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