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여자 복사, 여성들의 봉사에 대한 교회의 자세는?
대축일 미사에 여자 어린이 복사는 봉사할 수 없나요? 성인 복사로 봉사하는 여성도 보기 쉽지 않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여성이 복사로 봉사하는데 특별한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본당마다 사정이 다르니 본당 신부님들의 안내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남성만 복사로 봉사하던 시절이 있었나요?
네, 분명히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복사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제대 위의 복사 말고, 다른 종류의 복사도 포괄하는 말이었습니다. 즉, 예전에는 선교사나 신부님의 시중을 드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남자 교우만 그 역할을 했었습니다. 1887년 <한국 교회 지도서>에 보면 관련 규정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남자 교우여야 하고, 신부님과 함께 넓은 사목 관할 구역을 함께 여행하며 다녀야 했기 때문에 너무 나이가 많아도 안 되고, 또 너무 젊어서도 안 된다는 규정이 그것입니다. 심지어 복사에게 간식으로 술을 대접해서는 안 되고, 여교우들과 함께 있어서도 안 된다는 규정도 눈에 띕니다.
그러나 점차 신부님의 시중을 드는 복사들에서 미사 복사가 분리됩니다. 다만, 미사 복사는 처음에는 교회의 공적인 직분을 받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일 중 하나였습니다. 시종품이라는 이름의 ‘품’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당연히 그 당시에 품을 받을 수 있는 남자만 복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종품이 시종직이라는 이름의 일반적인 교회 직무로 바뀌면서 (남성)평신도도 할 수 있게 되었죠.
여성이 복사 봉사를 할 수 있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1969년에 발표된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이었습니다. “부제 이하의 모든 계층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는 시종직이나 독서직을 받지 않은 평신도들에게 맡길 수 있으며, 사제석 밖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직무는 본당 신부의 재량대로 여성에게도 맡길 수 있다.”라는 규정이 포함되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94년도에 교황청에서, 교구장이 허락하면 미사 복사를 소녀들에게도 허용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어린이 여성 복사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개정된 미사 경본 총지침도 “제대에서 사제를 돕는 임무는 주교가 자기 교구를 위해 정한 규범을 따른다.”(107항)라고 동일한 맥락의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교회가 너무 여성들의 봉사에 소극적인 것 아닐까요?
우리 교회는 교회 내 여성의 중요성을 거듭 표명해왔습니다. 지난 2016년에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의무 기념일이 축일로 승격된 변화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승격을 선포하는 교령을 발표하면서 당시 경신성사성 아서 로시 대주교님은 “이번 결정은 여성의 존엄성 …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과”라고 발표하셨습니다.
복사를 비롯한 전례 봉사와 관련해서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2021년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독서직과 시종직을 여성도 받을 수 있다고 선포하신 것이 바로 그 변혁의 핵심입니다. 물론 독서직과 시종직을 받지 않았어도 평신도들에게 해당 직무의 일이 이미 개방되어 있었지만, 이번 선포는 교회의 변화 의지를 교회의 직무에 제도적으로 연결하여 공식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교회가 더욱 열린 교회가 되길 바라는 교황님의 마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2023년 9월 24일(가해) 연중 제25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서울주보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