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투합한 드림팀의 지리산 둘레길 산행은 10월 6일 하동에서 시작되었다. 하동센타에
들러 필요한 지도 구입과 스탬프 날인을 미리 받고, 코스 설명을 들은 후 인근 하동시장에 들러 돼지국밥에
막걸리 한잔으로 점심을 떼운 후 호기롭게 출발하였다.
원래 12코스는 하동호
다음인 삼화실에서 대축마을(16.7km)까지이나 하동읍내에서 중간지점인 서당마을(7km)로 가는 지선을 선택하였다. 하동읍의 시원한 너뱅이들과 적량들판, 그리고 바람이 잦은 곳이라는 바람재를 넘어 농촌의 일상을 마주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었으나, 출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정표가 끊겨 스님, 가정주부 등 4~5명한테 물어 물어 방향을 잡아 전진한 결과는 안타깝게도 출발지쪽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리본 보는 것도 깜빡하고, 밤을 줍느라 정신이 팔린 탓도 있지만
왔다 갔다 상당한 거리를 산행한 것으로 치부하고 다음 일정을 고려하여 택시로 이동키로 만장일치 합의를 보았다.
구재봉우리와 섬진강변
너른 들판이 만나는 기슭에 자리한 서당마을의 무인주막 갤러리에 도착, 막걸리와 새참을 먹은 후 요금을
계산함에 넣었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 한잔 건넨다는 생각으로 꾸려가면서 농촌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고, 지키는 이 없어도 손을 탄 적이 없었는데 우리 도착 2~3일전에 계산함을 부수고 돈을 털어 갔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서당
마을을 출발하여 우계 저수지, 갓 만큼 작다는 뜻의 갓논(다락논)을 지나 신촌재, 먹점재를 힘겹게 넘은 다음, 매화가 참 곱다는 먹점 마을을 지나 형제봉능선과 섬진강 건너 백운산 자락이 걷는 이를 지치게 하면서도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코스였다.
대축마을 직전의 고개를 넘어가던 중 날이 어두운데다 이정표도
안보여 인근 마을로 다시 내려가 민박집 주인의 도움으로 악양면 대축마을의 게스트 하우스 사랑채 농원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서당-대축13.4km) . 9년
전 서울 생활을 접고 귀농한 주인 부부가 직접 재배한 각종 야채로 차린 웰빙식과 양조장 막걸리로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귀농한 계기, 즐겁게 살아가는 일상, 특히 매월
3~4 주말 지리산 귀촌 학교에서 “귀농,귀촌
알아야 할 88가지”의 저자 겸 식초연구가의 강의가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 등을 듣고 숙면에 들어갔다.
다음날 주먹밥을 비상식으로 준비한 후 들판 넘어 최찬판댁을 배경으로
주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악양 평사리 최참판댁으로 방향을 잡았다. 토지문학제(10/14~10/15)를 앞두고 토지마을 장터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으며, 최참판댁
사랑채에서 바라본 탁 트인 들판은 정말 풍요로왔으며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이었다. 최참탄댁은 드라마 “토지”의 세트장이 조성된 곳이며, 소설이 현실로 변신한 곳이기도 하다. 지리산과 백운산이 만든 협곡을 헤쳐 흐르던 섬진강이 부려놓은 느른 들판으로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었다.
최첨판댁을 다소 여유있게 구경한 다음 평사리 너른 들판과 대봉,밤 등 각종 과실로 둘러 쌓인 둘레길을 걸을 때는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한 느낌의 연속이었다. 입석마을을 지나 아랫재로 가는 길에는 애기 머리통 만한 밤송이에 주먹만한 알밤이 즐비하여 작은 놈은 버리고
큰놈만 줍느라 구절양장 구비길을 걷는 피곤함을 잊게 해 주었고, 먹음직한 대봉 홍시(물론 떨어져 있는)로 요기를 해 가면서 6.3km의 아랫재를 넘어 원부춘 마을회관에 도착, 주먹밥으로 점심을
대신하였다.
지리산 둘레길은 산행 중 운이 좋으면 주막이나 동네 구멍가게를
만날 수 있지만 간식, 주먹밥, 충분한 식수 등은 필수 준비물
임을 말해 두고 싶다. 정보상으로는 원부춘 마을회관에도 간단한 음료,
라면 등을 판다고 되어 있었으나, 할머니들의 사랑방에 다름 아니었다. 약간의 휴식 후 또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원부춘-가탄구간(14코스, 13.3km) 또한
고산 지역의 길들을 반복해서 오르고 내리는 고단한 길이었지만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템포를 조절해
가면서 지난한 코스를 전진하였다. 전남 보성보다 규모는 작지만 안개가 많고 다습하며, 밤낮의 기온차이가 커 예로부터 차 나무 재배의 최적환경 덕분에 차 재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곳곳의 차
재배지와 지리산 남부능선의 끝자락이 섬진강에 잠기기 전에 우뚝 솟은 형제봉 (일명 성제봉1175m)임도 삼거리에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고 중촌, 대비마을을
지나 화개면 탑리의 멀구슬 팬션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
두번의 혼자 산행시에는 먹을 수 없었던 삼겹살
특식과 주인이 설탕없이 직접 만든 매실주로 여유있는 만찬을 즐긴 후 마지막날 아침은 주인집 거실의 시화 “화개동
들 팎 샘에는 차향기가 묻어있네”로 시작되는 시동생의 시와 茶禪一味의 깊은 뜻을 음미해 가면서, 또 피나는 노력 없이는 지리산 둘레길은 엄두도 못낸다는 여주인의 격려와 함께 조기구이를 특별매뉴로 제공해 준
배려로 3일째 힘찬 출발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전날 발바닥에 물집이 생긴 희국동기는 민박 도착 후 직접 바늘로 따고 깁는 자가응급처치를
마친 후 양말 두 켤레를 껴 신고 .
가탄ㅡ송정구간은 하동에서 구례를 넘나들었었던 작은 재가 이어진
길도 작은재, 목아재를 넘는 길이 제법 경사가 있어 다소 고되기는 하였으나 푸른하늘과 숲, 섬진강을 바라보면서 발길을 옮길 수 있었다. 6.25때 피로 물든 피아골을 볼 수 있는 목아재-당재지선은 시간관계로
생략하고 팬션주인이 정성껏 마련해준 주먹밥과 매실주로 요기를 하던 중 희국동기가 소개한 宋나라시인
黃山谷의
萬里靑天 더없이 높고 푸른 하늘에
雲起雨來 구름이 일고
비가 내리네
空山無人 사람이 돌보지 않는 빈산에
水流花開 물이 흐르고 꽃이 피네
를 감상하는 여유를 가진 후 구례의 첫 마을인 기촌마을을 지나 송정마을에 이르기까지에도 3일간 밤 줍기는 계속되었다. 지리산 자락의 청풍수림 덕분에 표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악양 대봉감과 함께 임금님께 바친 진상품 이었다고 한다. 구례 도착 후 목욕탕에서 달아 본 밤 무게는 첫날 택시비를 훨씬 넘는 양으로 상경 시에는 별도로 가방과 나누어서 들어야 할 정도였다.
남원에서 하동호까지의 10개 코스는 임도, 산길 및 논길, 평지로 고루 구성되어 있었지만 이번 4개 코스(12~15)는 전부 재.임도,산길등으로 조성된 난이도가 최상위에 속하는 등산급 코스였으나 둘레길, 등산,걷기운동은 물론 테니스(병식), 마라톤(희국), 자전거(태용) 등으로 단련된 드림팀이라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자부해 본다. 덕종친구가 혼자 완주했다는 사실에 존경과 함께 과연일까 하는 일말의 의문을 사실 안 가질 수 없는 코스였고 일정이었다.
지리산아! 이번엔 벗이 있어 참 좋았다. 멀리 걷고 싶은면 함께 걸으라는 말도 있듯이 친구와 함께 3일내내 쾌청한 날씨와 웰빙식, 맑은공기 모든게 참 좋았다. 시덥잖은 임시대장을 믿고 두 친구를 기꺼이 동행케 해준 어부인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지인, 동기 여러분께 지리산의 정기를 글로나마 전하면서 또 100세 시대 내내 만수무강과 댁내 평안을 기원하면서!
(참고로 대봉, 차 밭,밤도 많았지만 멧돼지 흔적도 너무 많더라 또 길을 잃은 경우 산악인들이 달아 놓은 마지막으로 본 리본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 다른 길을 찾아야 하며 가족과 지인에게 수시로 연락해서 현재 위치를 공유하는 것도 좋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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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체력에 더하여 지력을 함께 키워나가는 165 드림팀의 쾌거에 박수를 보냅니다. 7035 하이팅
많이 걸으면 건강에 좋지.가을 풍경도 좋고.2017.3.26.08시 봄비가 내리는 송정에서 가탄을 향해(역방향) 출발하면서 담은 사진.그런데 168이 뭐지.키(?)
한창때 키요
현재 길이로 하자
하대장 산길 가이드도 잘 하더니 산행기도 멋지게 썼네요. 실감나는 내용으로 당시 일이 눈 앞에 펼쳐진듯 하오. 잘 읽었소.
친구들 증(?)말 부럽고 보기 좋슴매.
병식아 사진 찍을때 앞으로 나와야겠다 ㅎㅎ
영곤아 168아니다 내가 58번이라도 168이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