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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미륵하생성불경(佛說彌勒下生成佛經)
후진(後秦) 구자국(龜茲國)삼장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
김달진 번역
대지(大智) 사리불(舍利佛)이 능히 부처님을 따라 법륜(法輪)을 굴리니, 불법에 있어서의 대장(大將)이라. 중생을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앞뒤 경전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미륵(彌勒)이 하생(下生)하여 성불(成佛)하리라 하셨으니, 원컨대 미륵의 공덕과 신통력과 국토를 장엄한 일을 자세히 듣고자 합니다. 중생이 어떤 보시와 어떤 계율과 어떤 지혜로써 미륵을 볼 수 있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를 위해 자세히 해설하겠으니 너는 전일한 마음으로 들어야할 것이라.
사리불이여, 사방 큰 바닷물이 차츰 줄어들어 3천 유순(由旬)이 될 그때에 염부제(閻浮提)의 땅은 길이가 십천(十千) 유순이고 너비가 8천 유순이며, 그 지면은 거울처럼 판판한데 그곳에는 이름난 꽃과 부드러운 풀이 땅을 두루 덮고, 갖가지 나무들의 꽃과 열매는 무성하게 자라있는데 그 나무들의 높이는 모두 30리(里)에 달한다. 그리고 성읍(城邑)은 차례지어 가지런히 있어서 닭들이 서로 날아들어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번화하니라. 사람의 수명은 8만 4천 세인데 지혜와 위덕(威德)과 색력(色力)을 구족하여 안온하고도 쾌락하지만, 다만 세 가지 병이 있으니 첫째는 똥오줌을 누어야 하는 것이고, 둘째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고, 셋째는 쇠약하여 늙어지는 것이니라. 여자는 나이가 5백 세가 되어야 시집을 가니라.
이름이 시두말(翅頭末)이라고 하는 큰 성이 있으니, 길이가 12유순이고 너비가 7유순이며, 단정하고 엄숙하며 뛰어나게 아름답고 장엄한 데다 청정하며, 복덕 있는 사람들이 그 성 중에 가득 차 있어서 이 복덕 있는 사람들 때문에 풍부하고 쾌락하고 안온하니라. 그 성의 일곱 가지 보배 위에는 누각이 있는데, 바라지[戶牖]ㆍ헌함[軒]ㆍ창문에 이르기까지 모두 보배로 되어 있고, 진주(眞珠) 그물이 그 위를 가득 덮고 있느니라. 거리와 길 언덕은 너비가 12리(里)인데 깨끗이 청소되어 있느니라.
그리고 다라시기(多羅尸棄)라는 대력(大力) 용왕(龍王)이 그 성 근처의 못[池]에 있는데, 용왕의 궁전이 이 못 속에 있어서 항상 밤중에 가는 비를 내려 먼저 흙을 축축하게 하므로 그 땅의 윤택하기가 마치 기름을 바른 것 같아서 행인들이 오고 가는 데에도 먼지가 없느니라. 이때 세간의 인민들은 복덕으로 말미암아 궁전 안의 거리 곳곳마다 높이가 10리나 되는 밝은 구슬 기둥이 있어서 그 광명의 비춤이 밤낮 다름이 없으므로 등촉(燈燭)의 광명은 다시 필요하지 않고, 도시의 사택(舍宅)과 마을 거리 등 모든 곳에 조그마한 흙덩이조차도 없으니 순수한 금 모래[金沙]가 땅을 덮어 곳곳마다 금은(金銀) 덩어리가 있느니라. 그리고 이름이 발타바라사새가(跋陀波羅賖塞迦)[진(晉)나라 말로는 선교(善敎)이다.]라는 대(大) 야차신(夜叉神)이 있어 항상 이 성을 수호하고 항상 깨끗하게 청소하니라. 만일 똥오줌과 같이 깨끗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땅이 저절로 벌어져 그것을 땅 속으로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뒤에는 땅이 다시 합하여지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늙어 임종을 맞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무덤 사이로 가서 죽게 되느니라. 이때 세간은 안락하여 사람을 해치거나 재물을 훔치는 등의 근심이 없으므로 도시나 촌락에 문을 닫는 자가 없고, 또 쇠하거나 괴롭거나 물ㆍ불ㆍ무기와 흉년ㆍ독해 등의 환란이 없으므로 사람들이 항상 인자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화순하여 모든 감관을 조복하며 말씨가 겸손하느니라.
사리불이여, 내가 이제 너를 위해 저 국토 성읍의 풍부하고 안락한 일을 대략 말하여주겠노라. 그곳의 정원과 숲이나 연못과 샘물 가운데엔 저절로 여덟 가지 공덕수(功德水)가 있어 푸르고 붉고 흰 여러 빛깔의 연꽃이 그 위를 두루 덮고, 그 연못의 사방 변두리엔 네 가지 보배로 된 계단 길이 있느니라. 뭇 새들이 화합하여 모여들어 거위ㆍ오리ㆍ원앙ㆍ공작ㆍ비취(翡翠)ㆍ앵무(鸚鵡)ㆍ살리카[舍利]ㆍ구나라(鳩那羅)ㆍ기바기바(耆婆耆婆) 등 모든 묘한 소리를 내는 새들이 항상 그 속에 있고, 또한 기이한 종류의 묘한 소리를 내는 새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과일 나무와 향(香) 나무가 온 나라 안에 가득 차 있어 그때 염부제 안에는 항상 좋은 향 있는 것이 마치 향산(香山)과 같고, 흐르는 물은 깨끗하고 맛이 좋아서 병을 제거하며, 비와 이슬이 수시로 내려 곡식이 다 무성하며, 더러운 풀이 나지 않아서 한 번 종자를 심으면 일곱 번에 걸쳐 수확을 하니 노력은 적은 반면 그 거두어들이는 것은 매우 많으며, 그 맛과 향이 좋으면서 기력을 충실하게 하느니라.
이때 그 나라에는 양거왕(蠰佉)라는 전륜왕(轉輪王)이 있는데, 그는 네 종류의 군사를 지니고 있되 위엄과 무력으로써 4천하를 다스리지 않으니, 그 왕에게는 천 명의 아들이 있는데, 모두 용감하고도 건장하며 힘이 강해서 원적(怨敵)을 물리칠 수 있느니라. 왕에게 일곱 가지 보배, 즉 금륜보(金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여보(女寶)ㆍ주장보(主藏寶)ㆍ주병보(主兵寶)가 있느니라. 또 그 국토에 칠보대(七寶臺)가 있는데, 그 높이가 천 길[丈]에 달하며 너비가 60길이니 천 마리의 말과 천 대의 마차가 자리할 만하니라. 또 네 곳에 큰 창고[藏]가 있는데, 하나하나의 큰 창고는 각각 4억 개의 작은 창고을 함유하고 있느니라. 이륵발(伊勒鉢)이란 큰 창고는 건타라국(乾陀羅國)에 있고, 반축가(般軸迦)란 큰 창고는 미제라국(彌緹羅國)에 있고, 빈가라(賓迦羅)란 큰 창고는 수라타국(須羅陀國)에 있고, 양거(蠰佉)란 큰 창고는 바라내국(波羅㮈國)에 있느니라. 이 네 곳에 있는 큰 창고의 길이와 너비는 천 유순이고, 그 가운데 값진 보물이 가득 차 있는 4억 개에 달하는 조그마한 창고들이 딸려있고, 네 큰 용왕(龍王)이 각자 이를 수호하느니라. 이 네 군데 큰 창고와 여러 조그마한 창고는 저절로 솟아나온 모양이 연꽃과 같아서 무수한 사람들이 다 함께 가서 보니라. 그때에는 이 많은 보배를 지키는 사람이 없어도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탐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니, 마치 땅에 버려진 기왓장이나 초목이나 흙덩이처럼 여기느니라. 그때에 사람들이 이를 보면 마음속으로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 서로 ‘옛날 중생들은 이 보배 때문에 서로가 해치고 또 서로가 훔치거나 겁탈하거나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여 생사의 괴로운 인연을 더욱더 키우고 자라나게 하였도다’라고 생각하느니라.
시두말성(翅頭末城)은 온갖 보석으로 된 비단 그물이 그 위를 덮고 보배 방울이 장엄되어 있어 미풍(微風)이 불어 흔들면, 그 소리의 화창하고도 고상함이 마치 종과 경쇠를 두드리는 것 같으니라. 그 성 중에 큰 바라문으로서 묘범(妙梵)이란 이가 있고, 바라문의 딸인 범마파제(梵摩波提)라는 이가 있어 미륵이 그에 의탁해 출생하여 부모를 삼으매, 자금색(紫金色)으로 된 몸의 32상호(相好)를 중생들이 아무리 보아도 싫어할 줄 모르고, 몸의 힘이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광명의 비춤이 장애가 없으므로 해ㆍ달ㆍ불ㆍ구슬 등의 빛은 그 앞에서 그 밝음을 드러내지 못하느니라. 몸의 길이는 천 자[尺]이고 가슴의 폭이 서른 길[丈]이며, 얼굴의 길이가 열두 길 넉 자로서, 신체의 구족하고도 단정함이 견줄 데 없으며, 그 상호를 성취함이 마치 금으로 만든 형상같이 완벽하느니라. 육안(肉眼)은 청정하여 10유순에 드러나고, 항상 그 눈에서 발산하는 광명이 사방 백 유순이나 비추어 해ㆍ달ㆍ불ㆍ구슬의 광명은 그 앞에 다시 빛을 드러나지 못하니, 다만 부처의 광명만이 제일 미묘함이 있느니라.
이때에 미륵은 세간의 5욕(欲)과 근심을 깊이 살펴서 중생이 고통을 받으며 긴 생사의 굴레에 빠져있는 것을 불쌍히 여기느니라. 스스로가 이러한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속가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느니라. 이때에 양거왕이 여러 대신들과 함께 칠보대(七寶臺)를 가지고 미륵에게 가서 받들어 올리고, 미륵은 이것을 받아서 바라문에게 보시하니 바라문은 이를 받아서 곧 부수어 각각 나누어 가지느니라. 미륵보살이 이 묘한 보대(寶臺)가 잠깐 사이에 무상(無常)하게 됨을 보고서 일체 법도 모두 닳아 없어지는 줄을 알고 무상의 생각을 닦아 출가하여 도를 익히느니라. 용화(龍華) 보리수 아래 앉는데, 나무의 줄기와 가지와 잎의 높이가 50리(里)에 이르느니라. 곧 출가한 그 날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니, 그때 여러 하늘ㆍ용ㆍ귀신 왕들은 그 몸을 나타내지 않고서 꽃과 향을 비처럼 내려 미륵불에게 공양하매, 삼천 대천세계가 다 크게 진동하고, 미륵불의 몸에서 광명을 내어 한량없는 국토에 비추매 제도를 받아야 할 자는 다 미륵불을 보게 되느니라.
그때 인민들은 각각 ‘다시 천만억 세 동안 5욕락(欲樂)을 받을지라도 3악도(惡道)의 고통을 면할 수 없고, 처자와 재산을 구호할 수도 없거니와, 세간은 무상(無常)하여 목숨을 오래 보전하기 어려우니, 우리는 이제 불법에 따라 범행(梵行)을 수행해야 하리라’라고 생각하고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그때에 양거왕도 8만 4천 대신들과 함께 공경히 둘러싸고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다시 8만 4천의 모든 바라문으로서 총명하고 큰 지혜가 있는 이들도 불법에 따라 함께 출가하며, 또 수달나(須達那)라는 장자는 지금의 수달(須達) 장자이니 이 사람도 8만 4천 사람들과 함께 출가하며, 또 이사달다(梨師達多)와 부란나(富蘭那) 형제도 8만 4천 사람들과 함께 출가하며, 또 왕이 아끼고 존중하는 대신으로서 전단(栴檀)과 수만(須曼) 이 두 사람도 8만 4천 사람과 함께 불법 가운데에 출가하며, 또 양거왕의 보녀(寶女) 사미파제(舍彌婆帝)는 지금의 비사거(毘舍佉)이니 이 사람도 8만 4천 채녀(婇女)와 함께 출가하며, 또 양거왕의 태자 천색(天色)은 지금의 제바사나(提婆娑那)이니 이 사람도 8만 4천 사람과 함께 출가하며, 또 미륵불의 친족 바라문의 아들 수마제(須摩提)는 근기가 영리하고 지혜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의 울다라(鬱多羅)이니 이 사람도 8만 4천 사람과 함께 불법 가운데에 출가하니, 이러한 한량없는 천만억 무리들이 세간의 고뇌를 보고서 다 미륵불의 법 가운데에 출가하게 되느니라.
그때 미륵불은 여러 대중들을 보고서 생각하고 말하리라.
‘오늘 그대들은 천상에 왕생하는 즐거움을 위한 것도 아니고, 또한 지금 세간의 욕락을 위해서도 아니고, 다만 열반의 상락(常樂)의 인연을 위하여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니라. 이 여러 사람들은 모두 불법 가운데 모든 선근을 심어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나에게 보내주시어 이제 모두다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므로 나는 이제 이 모든 이들을 다 받아들이리라.
이 여러 사람들 중에는 혹은 수투로(修妬路:修多羅, 經)ㆍ비니(毘尼:律)ㆍ아비담(阿毘曇:論) 등의 장(藏)을 읽어 외우고 분별하고 결정하는 모든 공덕을 닦았기에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혹은 의복ㆍ음식을 사람들에 보시하고 계율을 지키고 지혜에 힘쓰는 공덕을 닦았기에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혹은 번기ㆍ일산ㆍ꽃ㆍ향으로써 부처님께 공양하는 공덕을 닦았기에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혹은 보시ㆍ지계로써 인자한 마음을 닦아 익히는 공덕을 행하였기에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혹은 고뇌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위해 그들로 하여금 안락함을 얻게 하는 공덕을 닦았기에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혹은 계율과 인욕으로써 청정한 인자함을 닦았기에 이 공덕으로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혹은 스님들께 보시하되 항상 음식으로 지계하거나 법회를 베풀어 음식으로 공양하는 이 공덕을 닦았기에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혹은 계율을 지니고 들음이 많거나 선정과 번뇌 없는 지혜를 수행한 이 공덕으로서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혹은 탑을 세워 사리를 공양한 이 공덕으로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니, 훌륭하도다! 석가모니부처님이시어! 이러한 백천만억 중생을 잘 교화하여 나의 처소에 이르게 하셨도다.’
미륵불은 이같이 세 번에 걸쳐 석가모니부처님을 찬탄한 뒤에 설법하되 이러한 말을 하느니라.
‘그대들 중생은 이 괴롭고 악한 세상에서 능히 어려운 일을 하였네.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ㆍ미혹과 짧은 수명을 지닌 사람들 가운데에서 능히 계율을 닦고 모든 공덕을 지었으니, 이는 매우 희유(稀有)한 일이네.
그때 중생들은 부모와 사문ㆍ바라문을 인식하지 못하고 도법(道法)을 알지 못하므로 서로가 괴롭히고 해치며 칼과 병기로 위협하고, 깊이 다섯 가지 욕락(欲樂)에 집착하여서 질투하고 아첨하고 망령되고 흐리고 삿되고 거짓을 부려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없는가 하면, 다시 서로가 해치고 살육하여 살을 먹고 피를 마시거늘, 그대들은 그 속에서도 선한 일을 수행했으니, 이것이 바로 회유한 일 속에서도 선한 일을 수행한 것이니, 이것이 바로 세상에 드문 일이네.
훌륭하시도다! 석가모니부처님이시여! 대비심(大悲心)으로 고통받는 중생들 가운데에서 능히 성실한 말씀을 설하시어 나에게 미래세에 그대들을 도탈(度脫)시킬 것을 보여 주셨으니, 이러한 스승이야말로 매우 만나기 어렵네. 깊은 마음으로 악한 세상의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고뇌를 구호해 안락을 얻게 하셨으며, 심지어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그대들을 위해 머리를 보시하고, 코ㆍ귀ㆍ손ㆍ발ㆍ팔다리를 베어 모든 고뇌를 받아 가면서도 그대들을 이롭게 하셨네.’
미륵불이 이와 같이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끌어 깨우치고 편안히 위로하여 환희심을 내게 한 뒤에 설법함으로써 복덕 있는 사람들이 그 가운데 가득하여 공경하고 믿어 받아들여 마음껏 대사(大師:大導師)를 우러러 각각 법을 듣고자 하고, 그들이 다 다음과 같이 생각하느니라.
‘다섯 가지 욕락은 깨끗하지 못하며 모든 고통의 근본이라.’
또 근심과 슬픔과 괴로움을 버리고서 괴로움과 즐거움의 법이 다 무상한 것임을 알게 되며, 미륵불은 그때 모인 대중들의 마음이 청정하고 유순하게 조복됨을 관찰하고서 4제(諦)를 설해 줌에 듣는 이들이 한꺼번에 열반의 도를 얻음이라.
그때 미륵불이 화림원(華林園)에 있는데, 그 원(園)은 길이와 너비가 100유순이고, 대중들이 그 속에 가득 차서 첫 회(會)의 설법에 96억 사람들이 아라한(阿羅漢)을 얻고, 두 번째 대회(大會)의 설법에서 94억 사람들이 아라한을 얻고, 세 번째 대회의 설법에서 92억 사람들이 아라한을 얻느니라. 미륵불은 이미 법륜(法輪)을 굴려 하늘과 사람들을 제도하고 나서 여러 제자들을 데리고 성(城)에 들어가 걸식함에 한량없는 정거천(淨居天) 무리들이 공경하여 미륵불을 따라 시두말성(翅頭末城)에 들어오느니라. 그때 갖가지 신통력과 한량없는 변화를 나타냄으로써 석제환인(釋提桓因)은 욕계(欲界)의 모든 천신(天神)들을 데리고 오고, 범천왕(梵天王)은 색계(色界)의 모든 천신들을 데리고서 백천 가지 기악(伎樂)을 베풀어 부처님의 공덕을 노래하느니라. 한편 하늘의 모든 꽃과 전단(栴檀) 가루 향을 뿌려 부처님께 공양하고, 거리와 길 곳곳엔 수많은 번기와 일산을 세우고서 뭇 이름난 향을 사르매 그 연기가 구름과 같으니라. 세존이 성에 들어갈 무렵에 대범천왕과 석제환인은 합장하고 공경하면서 계송을 읊어 찬탄하니라.
정변지(正遍知)이며, 양족존(兩足尊)이시여,
하늘과 세간에 이와 같은 이 없도다.
10력(力)을 구족하신 세존은 매우 희유하시어
위없는 가장 뛰어난 복전(福田)이이로다.
그에게 공양하는 자 하늘에 태어나니,
위없는 대정진에 머리를 조아립니다.
그때 하늘ㆍ사람ㆍ나찰(羅刹)들이 큰 힘의 마군을 미륵불이 항복받는 것을 보고 천만억 한량없는 중생들이 다 크게 기뻐하여 합장하고서 외치길 ‘매우 희유하고 매우 희유합니다. 여래의 신통력과 공덕을 구족하심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라 하니라. 이때 하늘ㆍ사람들은 갖가지 잡색 연꽃과 만다라꽃[曼陀羅花]을 부처님 앞에 뿌려 무릎에 이르도록 쌓이고, 여러 하늘들은 공중에서 백천 가지 기악(伎樂)을 베풀어 부처님 공덕을 노래로 찬탄하느니라.
그때 마왕은 이른 밤과 늦은 밤에 모든 인민들을 깨워 이렇게 말하느니라.
‘그대들은 이미 사람의 몸을 얻어 좋은 때를 만났으니, 밤이 세도록 잠자는 것으로 마음을 덮어 버리지 말고, 서거나 앉거나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고 바르게 생각하여, 오음(五陰:五蘊)은 무상(無常)하고 괴로움은 본래 공(空)하고 내가 없음을 자세히 관찰할지니, 그대들은 방일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행하지 않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 만약 악업을 일으킨다면 훗날에 반드시 후회하게 되리라.’
그리고 거리의 남녀들도 다 이 말을 본받아서 말하느니라.
‘그대들은 방일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행하지 않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 만약 악업을 일으킨다면 훗날에 반드시 후회가 있으리니, 부지런한 방편으로 정진하여 도를 구할 뿐 불법의 이익을 잃고서 헛되이 살다가 헛되이 죽지 말라. 고뇌를 뽑아 주는 이와 같은 대도사(大導師)는 만나기 매우 어려우니 굳게 정진하여 상락(常樂)한 열반을 얻어야 하느니라.’
그때 미륵불의 여러 제자들은 다 단정한 위의(威儀)를 구족하여,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싫어하는 한편, 많이 듣고 널리 배워서 법장(法藏)을 수호하고, 선정을 행함으로써 모든 욕심을 여의어 마치 새가 껍질을 벗어나듯 하느니라.
그때 미륵불은 장로 대가섭(大迦葉)의 처소에 가려고 곧 사부대중들과 함께 기사굴산(耆闍崛山)에 나아가 산꼭대기에서 가섭 존자를 만나 보니, 그때에 남녀 대중들이 다 마음으로 놀라고 이상하게 여기는데, 미륵불은 이렇게 찬탄하며 말하느니라.
‘대가섭 비구여! 이는 석가모니부처님의 큰 제자로서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대중 가운데서 항상 ≺두타 제일(頭陀第一)≻이라 칭찬하시느니라. 선정의 해탈삼매를 통달한 만큼, 이 사람이 비록 큰 신력(神力)을 지니었지만 자신이 훌륭하다고 뽐내는 마음이 없어 중생들로 하여금 큰 환희심을 내게 하며, 항상 낮고 천하고 가난하고 괴로운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서 고뇌를 구제해 안온하게 하니라.’
그리고 미륵불은 또 대가섭의 앙상한 몸을 찬탄하여 이렇게 말하느니라.
‘훌륭하도다! 큰 위신(威神)과 공덕(功德)이신 석사자(釋師子:부처)의 큰 제자 대가섭이여, 저 악한 세상에서 능히 그 마음을 닦았도다!’
그때 사람들은 대가섭이 미륵불에게 찬탄받는 것을 보고서 백천억 사람들이 이 일로 말미암아 이미 세간을 싫어하고 도를 구하며, 이 여러 사람들은 또 석가모니부처님이 악한 세상에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교화해 그들로 하여금 6신통(神通)을 갖춰 아라한을 성취하게 한 것을 생각하느니라.
이때 설법을 하던 곳은 너비가 80유순이고 길이가 100유순이며, 그 가운데 있던 대중들은 어떤 이는 앉아 있고 어떤 이는 서 있으며, 가깝게 있기도 하고 멀게 있기도 하나 모두 미륵부처님이 자기 바로 앞에서 설법을 하는 듯이 보게 되느니라. 미륵불이 세간에 머무는 6만 년 동안엔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법안(法眼)을 얻게 하려니와 열반한 뒤에도 법이 역시 6만 년 동안 세간에 머무르리니, 너희들이 정진하되 청정한 마음을 내어 모든 선업을 일으킨다면 이 세간의 등불인 미륵불의 몸을 틀림없이 보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사리불 등이 기뻐하여 받아 간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