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까운 장유 계곡에 갔다.
시작부터 발을 못 뗀다.
이쁜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해 비탈진 골짜기로 내려갔다.
개서어나무 새잎, 초록이 짙어지기 전에 보는 어여쁨이다.
새잎 나는 감태나무
깔끔한 풀빛 잎에 새하얀 꽃, 언제 봐도 품격이 느껴진다.
"풀솜대(지장보살)야, 오늘 너 만나러 왔다는 거 아니?"
높은 곳이라 아직도 개별꽃이 웃고 있다.
이름에 딱 맞게 바위에 피어 있다.
"바위말발도리야, 올해도 그 자리에서 살아줘서 고마워!"
단풍박쥐 새잎,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샘예! 얘는 누구예요!"
"ㅎㅎ 잘 아는 나무니까 천천히 한 번 보세요. 나무 줄기를 보면 많이 본 아이일 거예요."
조금 있다 조심스럽게 묻는다. "혹시 사람주나무예요?"
"딩동댕! 사람주나무는 새순이 날 때 이렇게 고와요. 발그레하니."
언덕 아래 계곡이라 한 사람씩 쪼로리 내려오다 보니 그대로 그림이다.
숲과 사람!
카메라를 갖다 대는 순간 나도 저 안에 들어가고 싶었다.^^
지금도.^^
뭘 이리 열심히 볼까?
호박벌 종류랑 눈맞추고 있는데 깔쟁이님이 와 보라고 부른다.
속으로 대답했다.
'안 돼. 얘가 뭐하는지 보느라 바빠서 갈 수가 없어. 말하면 놀라 날아갈지도 모른단 말이야.'
벌이 왱왱 대다 앉았다. 요리조리 걸어다니다 가랑잎 밑으로 쏙 들어갔다.
몸을 바르르 떨며 꽁무니를 덜썩덜썩한다. 숨죽이고 지켜본다.
그때 또 부른다.
벌이 가랑잎 밑에서 꼼짝 않는다. 또 대답 안하면 섭섭하겠지?
잠깐 깔쟁이 님 돌아보는 순간 벌이 날아갔다.
"이잉, 물어내! 깔쟁이 보다 날아갔단 말야." ㅎㅎ
점 더 심하게 물어내라 하면 벌 한 마리 잡아다 갖다 줄까 봐 거기까지 했다.^^
요리조리 다니느라 이쁜 궁둥이 다 보인다.
가랑잎 밑에 들어가 궁둥이 들썩이는 벌.
알 낳는 걸까? 왜인지는 모르지만 신기한 모습 지켜본 것만도 기쁘다.
오늘 따라 초피나무 꽃이 유난히 사랑스럽다.
독초인 천남성. 살기 팍팍한 곳에서 잘 자랐다고 칭찬해 주었다.
쥐똥나무. 언제봐도 정겹다. 어릴 때 시골집 골목 생울타리가 쥐똥나무였다.
고추나무에 진딧물이 엄청 붙어 있다.
진딧물 똥구멍에 단물이 삐죽. 다음엔 맛을 봐야지.^^
재밌게 놀다보니 취재차 오마 한 부산일보 기자가 도착 신호를 보낸다.
신발과 옷차림이 거시기^^해서 못 내려 오겠단다.
띠잉~~! 오늘 산에 꽃모임 취재하러 오신 거 아닌감.^^
길에 앉아 인사하러 올라가는 모습을 찍고 있다.
일정이 어찌 되냐 물어서 우리는 위쪽 숲으로 갈 예정이라니,
신발 땜에 못 가니 우리 더러 서로 사진을 좀 찍어 달란다. 허걱! ^^;;
좋은 길로만 갈 줄 알았단다. ^^
그 신발로 갈 수 있는 곳으로 갈 테니 같이 가자 했다.
그래야 진정한 취재가 될 테고, 숲의 매력에도 홈빡 빠지지 않겠나.
그때 꽃님 하나가 차 트렁크에서 신발 한 켤레를 꺼낸다.
"우리 남편 건데 신으실래요?"
세상에 어쩜 이리 절묘하게 딱 맞아 떨어지는지.
덕분에 기자님은 태어나 처음으로 큰구슬붕이를 봤다.
가지 끝에 올라 앉은 광대노린재 약충
털이 뽀얀 다릅나무
당단풍 새잎 나올 때 보면 홀딱 반한다.
발그레한 비늘껍질(아린)에 쌓여 있다 나오는 저 뽀송한 잎
임 기자님이 예쁘다고 말한 땅비싸리^^
신갈나무 잎을 많이도 갉아 먹었다.
찬찬히 보니 모메뚜기 종류가 여기저기 귀엽게 앉아 있다.
기척을 느끼고 놀라서 폴짝폴짝 뛴다.
"귀여운 메뚜기야, 우리, 덩치만 컸지 하나도 안 뭐서워!" ^^
ㅋㅋ
얘, 얘, 내 몸에만 안 붙으면 너도 귀여워! ^^
산벚나무
산벚나무 잎에 있는 꽃밖꿀샘. 꿀이 보석처럼 빛난다.
개미가 와서 궁둥이 쳐들고 꿀 빨고 있다.
찾았다 꽃밖꿀샘
개미만 온 게 아니라 다른 친구도 있다.
일반적으로 벚나무 꽃밖꿀샘에는 개미가 찾아오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엔 벌이 와서 꿀샘에서 꿀을 먹는 것도 봤고,
얘도 봤다. 누군지 곤충박사가 말해 줄 거라 믿는다. ㅋㅋ 크리스탈이님...^^
얘도 같은 아이다.
삽주 싹 귀티가 난다.
"애벌레야, 생강나무에서 뭐하니?"
멀찍이서 사진 찍으며 이야기하다가 가지가 휘청 흔들리는 바람에 완전 식겁했다.
꺅~~~~! 내 몸에 붙으면 듁음이여.^^;;
쇠물푸레 꽃을 보면 몸도 맘도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내려 오다가 철쭉도 눈 맞추어 주었다.
연둣빛 숲을 더 싱그럽게 보이게 하는 큰꽃으아리
으아! 이쁘다.
참나물 가운데 자줏빛 꽃이 피는 큰참나물
큰참나물 치고 참 잘 생겼다. 풍성하기도 하고.^^
털두꺼비하늘소. 너 그렇게 힘이 세다며?
독초인 투구꽃. 필요할 땐 약도 된다.
5월의 숲을 더 싱그럽게 하는 애기나리
윤판나물도 싱싱하다.
제비꽃 가운데 원줄기가 있는 졸방제비꽃.
누가 나더러 졸방제비꽃 닮았다 해서 더 살가운 아이다.^^
드디어 점심 시간
오매 오매!
나물만 해도 곰취, 어수리, 참나물, 두릅, 개두릅(음나무), 머위, 초피 장아찌...
완전 보약 밥상이다. 게다가 오늘 뜯은 싱싱한 봄나물 무침까지.^^
기자님도 나물이 맛있다며 밥을 소^^처럼 드셨다.^^
손손님한테 밥만 주면 되나?
달과별이님이 멋진 오카리나 연주를 해 주었다.
ㅋㅋ 임 기자님 처음 오셨을 땐 기자 특유의 냄새^^가 나더니,
어느새 숲에서 말랑말랑 연하고 보드라운 웃음을 띠신다.
이쁜 사람들 힘이다. 자연의 힘이다!
이제 기자님은 가실 시간.
신었던 신발 벗어주기에 기념 사진 한 컷 찍어 주겠다니 완전 남북정상회담 포즈를 취한다.
ㅋㅋ 신문에서 본 것은 많아 가지고.^^
기자님은 가고, 우린 그냥 오기 아쉬워 다시 숲으로 들어 갔다.
자연에 들어가면 자연만큼 이쁜 사람들이다.
[2011. 5. 4. 풀꽃지기 자연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