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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리 동네 목욕탕 원문보기 글쓴이: QandA
미국 내에서 요즘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바로...
각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는 치킨 샌드위치 전쟁입니다.
실제 언론들도 Chicken Sandwich War 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요.
왜 뜬끔없이 이것 갖고 싸우느냐고 하실텐데...
미국에서 치킨 샌드위치는 저걸 말하는게 아닙니다.
물론 스타벅스 등 커피집들이 주로 내놓는 저런 것도 치킨 샌드위치로 부릅니다만,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의 전쟁터가 되고 있는 치킨 샌드위치는 이걸 말합니다.
아니, 이건 치킨 버거 아닌가요? 맞아요. 우리나라에선 치킨 버거로 부르죠.
근데, 미국에선 "버거"라는 건 고기 패티가 들어간 것만을 의미하고 그 외의 것이 들어가면 다 샌드위치라 부릅니다.
생선버거도 피쉬 샌드위치라 부르죠.
<미국 맥도널드 홈페이지의 피시버거 소개입니다. 붉은 줄 그은 부분 보면 피쉬 샌드위치라고 부르고 있죠.>
심지어 버거도 샌드위치라고도 부릅니다.
이를테면 맥도널드에 가서 빅맥을 주문하면 "Meal or Sandwich?"라고 물어보는데, Meal 은 세트메뉴를 Sandwich는 단품을 의미합니다. (첨에 미국와서 나는 햄버거 시켰는데 왜 샌드위치를 먹겠냐고 물어보지 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각설하고,
이 전쟁을 촉발시킨 업체는
한국에는 없는 칙필레(Chick-Fil-A)라는 체인입니다.
프라이드 치킨 같은 메뉴는 없고 오직 치킨 샌드위치만 파는 이 업체는... 놀랍게도 최근 몇 년간 다른 모든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기피하며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혼자 매출이 계속 늘어왔죠.
매장에 가서 먹어보면 바로 왜 그런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맛나거든요.
같이 주는 감자튀김도 맛있지만, 빵-마요네즈-피클-통가슴살 튀김 으로 구성된 이 단순한 메뉴가 정말 맛이 탁월합니다.
토마토랑 양상추를 끼워주는 더 비싼 메뉴도 있지만 99%는 그냥 이 샌드위치를 시킵니다.
광고도 재미있는데
사람 모델이 아니라 소들을 등장시켜서 "닦 더 머거요" (소가 쓰는 거라서 스펠링 틀림ㅋㅋㅋ)라는 표어를 씁니다.
즉,
버거회사들을 디스하는 거죠.
이렇게 인기를 누리다 보니 하나씩 다른 업체들이 유사한 치킨 샌드위치를 내놓기 시작헀고, 전쟁터가 되어버린 겁니다.
근데, 하나 궁금하시죠?
이렇게 인기라면 왜 한국에는 안들어왔을까요?
추정이지만 거의 99% 확신하는 이유는 바로...
이 매장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습니다.
전국 모든 매장이 동일합니다.
심지어 쇼핑몰 안에 있는 푸드코트 매장도 사람이 그득한 일요일에 혼자 문닫고 있죠.
이 조건을 받아들일 한국 업체가 없었을 겁니다.
칙필레는 남부쪽에서 시작한 업체인데 독실한 기독교 근본주의자 가족이 오너이고 기업공개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요일에 문을 안엽니다. 그리고 성서에 반하는 동성애, 낙태 등에 반대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서 한 때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뭐 맛이 좋으니 그런 반대에도 계속 성장세가 이어져 온거죠.
이런 칙필레의 독주를 보다 못한 전통의 강자가 2019년 드디어 칼을 빼듭니다.
치킨 하면 자기네가 원조라고 말할 수 있는 두 군데 중 하나,
바로 파파이스죠.
파파이스는 2019년 가을에 기간 한정으로 치킨 샌드위치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왼쪽이 칙필레, 오른쪽이 파파이스의 치킨 샌드위치입니다.
언뜻 봐도 오른쪽이 더 먹음직해 보이죠? 일단 패티 튀김 스타일이 다르고, 실제 보면 사이즈도 더 크고, 빵을 칙필레가 쓰는 보통 햄버거 번이 아니라 비싼 브리오쉬 (프랑스 빵으로 버터를 많이 넣어 고소합니다) 번을 썼습니다.
신제품에 더해 기간 한정이라는 특수성까지 겹치며 파파이스 매장 앞마다 긴 줄이 늘어섰는데...
매릴랜드주의 한 매장에서 그만 새치기에 신경전이 벌어지다가 살인사건이 나고 맙니다.
사건은 비극이지만 파파이스는 만세를 부를 일이었죠. 언론에 보도되며 엄청나게 바이럴 마케팅이 됩니다. 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살인사건까지 난거냐... 이렇게 된거죠.
그리고 2020년 봄, 파파이스는 이 메뉴를 판매 재개하며 기간 한정이 아닌 상시 메뉴로 채택했습니다. 즉 어느 매장에서나 기다림 없이 먹을 수 있게 된거죠. 이것이 치킨 샌드위치 전쟁의 서막이었습니다.
2020년 실제로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가 상당한 인기를 끕니다. 그리고 슬슬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이 전쟁에 참전하기 시작하죠.
초반에는 웬디스 같은 중소업체들이 주로 참전을 헀지만 별 영향력이 없었고...
2021년 2월,
드디어 패스트푸드계의 따거가 이 전쟁을 세계대전급으로 끌어올립니다.
어딘지 아시겠죠.
바로 맥도날드입니다.
응?
맥도널드에 맥치킨, 상하이버거같은 메뉴들이 이미 있지 않얐느냐구요?
아뇨. 미국엔 없었어요.
맥날에 버거가 아닌 메뉴는 앞에서 소개해드린 피쉬샌드위치밖에 없었습니다.
BTS 세트에 포함된 맥너겟은 있었죠.
맥날은 후발주자 답게 두 회사 메뉴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절충주의로 갑니다.
왼쪽의 파파이스 버거에서는 고소한 브리오쉬 번을 갖고 오고, 패티는 오른쪽 칙필레같은 좀 덜 크리스피한 튀김을 썼죠.
하지만 제가 먹어본 경험으로는 셋 중 가장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매장들이 너무 많다 보니 품질관리도 쉽지 않고, 원래 치킨을 하던 데가 아니라 튀김을 두 전문업체처럼 잘 튀겨내기도 쉽지 않죠.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 패티는 그냥 파파이스 치킨이랑 똑같은 튀김이예요)
그리고 맥도널드 참전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2021년 3월에...
맞춰보세요.
누가 또 참전했을까요?
*힌트 : 앞부분을 다시 인용해보면 : "이런 칙필레의 독주를 보다 못한 전통의 강자가 2019년 드디어 칼을 빼듭니다. 치킨 하면 자기네가 원조라고 말할 수 있는 두 군데 중 하나, 바로 파파이스죠. "
그 두 군데 중 다른 원조집이 참전을 선언합니다.
바로 KFC죠.
여기서 또 질문이 나올 시점이죠. 원래 KFC는 징거버거가 있지 않았나요? 미국엔 없었나요?
미국에도 있었어요. 한국 징거버거랑 같은 메뉴였죠.
근데 1편에서 언급했듯이 이 치킨 샌드위치는 극히 단순하게 번(빵)-치킨-마요네즈-피클 로만 구성되고, 징거버거처럼 야채나 해시브라운 같은 걸 쓰지 않아요. (위에 상품 설명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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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격으로 (이름뿐이지만) 멕시코 음식을 한다는 타코벨은 차마 치킨샌드위치를 팔지는 못하고, 자기네 나름대로 치킨 들어간 신상을 내놓는데, 광고가 재밌습니다.
19세기풍의 고루한 학자들이(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를 상징하죠) 치킨 샌드위치의 기본조합이 뭔가를 놓고 논쟁을 벌입니다.
한명은 번-치킨-피클-마요-번 순서로 놔야 한다고 하면, 다른 사람은 번-마요-치킨-피클-번 순서로 놓아야 한다는 식의 예송논쟁같은 다툼을 하다가 "신성모독(Blasphemy)"이라며 싸움이 나죠.
그런 가운데, 젊은 사람들이 그들이 뭘 하건 타코벨 신상이 젤 맛있다며 먹고 있는 모습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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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에, 치킨계의 대부이지만 여기서는 후발주자가 된 KFC는 크기로 승부합니다. 튀김 크기가 이제까지 가장 크던 파파이스를 넘어 어마무시합니다. 한 입에 잘 안들어갈 정도.
위에서 보듯이 광고도 "거대함"을 최대한 부각시킵니다
그리고...마지막이자 가장 처절하게 이 싸움에 참전하는 업체가 등장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니 이 마지막 업체가 어디인지도 짐작이 가능하시겠죠?
바로 버거킹이 2021년 6월 신제품 "치킹"(Ch'King)을 내놓았습니다.
자, 다들 그냥 치킨 샌드위치라고 하는데, 왜 굳이 치킹이라는 브랜드 이름까지 만들었을까요? 그건 가장 후발주자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 업체가 이름에 "버거"가 들어간다는 점, 그리고 버거킹 하면 누구나 "와퍼"를 떠올린다는 점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치킨 전문업체가 더 맛있지 "와퍼" 만드는 "버거"킹 치킨 샌드위치가 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그렇게 생각하기 마련이죠. 그걸 깨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이 브랜드 이름을 각인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리고 광고를 어마무시하게 때리기 시작했는데 (요즘 티비만 틀면 나옵니다) 이 광고가 그야말로 처절한 자기 디스의 극치입니다.
1차 광고는 사람들이 먹어보고 반응을 보이는건데, 다들 다른회사 치킨 샌드위치랑 비교를 하는게 아니라... 와퍼랑 비교를 합니다.
"와퍼 큰일났네"(Whopper is in trouble)"
"와퍼는 빠지는게 좋겠어"(The Whopper better run)
"와퍼? 그게 뭐여?"(Whopper Who?)
그리고 2차 광고는 버거킹의 마스코트인 왕(King)이 악몽을 꾸는 내용입니다.
침대에 누워서 앞의 반응들을 보던 킹이 악몽으로 빠져드는데...
사람들이 자기('버거'의 왕)와 와퍼를 개무시하며 다들 치킹만 먹다가 닭으로 변해서 자신을 쫓아옵니다 ㅋㅋㅋ
악몽에서 겨우 깨어나지만 침대 옆에 치킹이 놓여있는... 영화 좋아하는 이들은 다 아는 공포영화의 클리쉐로 마무리하죠.
아, 미국 정식 광고에는 여기에 한 장면이 더해집니다.
"기간한정으로 치킹을 사시면 와퍼를 무료로 드립니다"
최 후발주자인 버거킹이 얼마나 절박한지, 그리고 미국의 치킨 샌드위치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는 이 광고로 바로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젠 더 이상 참전할 업체도 없는 상황이긴 한데, 당분간 티비에는 정말 지겨우리만치 각 회사들의 치킨 샌드위치 광고들이 등장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먹어본 후 매긴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파파이스 > KFC > 칙필레=버거킹 > 맥도널드
위의 글의 호응에 힘입어 부록으로 몇 가지 추가해봅니다.
치킨 샌드위치 전쟁
https://otterletter.com/chicken-sandwich-war/
이 글을 우선 추천드립니다.
저보다 훨씬 깊게 이 치킨 샌드위치 전쟁을 분석하신 글입니다. 버거킹이 택한 흥미로운(정치적인) 마케팅 전략도 나옵니다.
그리고, 이 전쟁에 제대로 끼지도 못하는 소규모 부대지만...
한국에서 최근 인기 많은 쉐이크쉑 버거도 치킨 샌드위치 메뉴가 있습니다.
칙앤쉑(Chick'n Shack)이라는 메뉴인데, 저 그림같지는 않구요^^ 크기가 너무 작아요.
맛은 괜찮습니다만 값도 쉐이크쉑 답게 딴 업체들보다 사악한 수준이구요.
아무래도 인기가 떨어지다 보니, 궁리끝에 올 봄에는 이런 마케팅도 했었습니다. 한류 바람을 이용해서 한국에서 메뉴를 개발한 양념치킨 샌드위치 메뉴를 기간한정으로 발매했었죠.
하지만 모 업체처럼 BTS가 광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크게 히트를 치진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어차피 한정기간 판매였으니까요.
사실 BTS메뉴는 그냥 원래 너겟에 소스 두개만 추가해 날로 먹은 반면, 이건 진짜 한국쪽에서 레서피 만들어서 제대로 한건데 인기는...
(근데 이쪽도 배경에 보라색을 쓰면서 은근히 BTS에 기대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최근 치킨샌드위치 전쟁에 이런 기사들도 나오네요.
"(미국)인구 65%가 치킨 샌드위치 주문".... 닭고기 가격 폭등"
"인구 65%가 치킨 샌드위치 주문"…닭고기 가격 폭등
https://news.nate.com/view/20210616n14232?mid=n1101
첫댓글 브리오슈 좋아라 하는디
역시 원래 치킨 하던 애들이 잘 만드나보군요 ㅋㅋㅋ
한국은 양념통닭 아성 때문인가 저 붐이 그다지인 듯? 파파이스도 철수하고..
그러고보니 조만간 안에 양념통닭 들어가는거도 보겠군요.
한국의 자랑 맘스터치는 상대가 안 되나욤?
맥도날드 거하게 말아드심 맥근혜가 맘터로 이직해서 요즘 맘터가 예전같지 않다던데 .. 아직은 건재한가요 ?
품질 관리 잘 됐다는 전제 하에 막상 먹어보면 싸이버거랑 그냥 비슷비슷합니다. 특히 한국이 치킨 가공 기술이 워낙에 뛰어나다보니까 오히려 이 분야는 한국이 딱히 모자라지 않아요. (한국은 오히려 소고기패티 같이 고기 본연의 퀄리티가 필요한 분야에서 딸리는 듯.)
다만 맘터는 매장별 품질관리가 너무 안되는 게 문제
미국와서 망하고 갔지요...
@화이트캣 맥근혜때문에 헬창의 소울푸드가 예전같지 않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
파파이스가 그 루이지애나 치킨샌드위치 팔던 덴가... 괜찮습니다.
방금 버거킹 갔는데...... 한국 버거킹은 해당 사항 없군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저기서 잘 되면 들어올 가능성은 높습니다......만 가격은 한국패치 되니 가성비는 떡락할걸요
한국은 이미 맘터가 꽉 잡고 있네여 ㅋㅋ
맥그네 오기전엔 갓갓갓였는데 지금은.. 캐시워크 적립한거로 사먹습니다. ㅋㅋㅋ 하루에 기본 15000보 걷다보니 적립이 촥촥
웬디스던가? 예전에 63빌딩에서 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몇 년 전에 갔을 때 없어져서 아쉬웠던 기억도 있고요.
칙필레형 맘에드네, 깔끔해보이는게 제 타입이네요
우리나라는 치킨메뉴가 잘 팔리다보니 치킨버거가 항상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