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벽은 높았다. 선장을 잃고 좌표 없이 표류하고 있는 한국 축구가 재도약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다시 한번 "월드컵 번개골"의 주인공 쉬퀴르 악몽에 휘말려 2년 전 패배의 설욕에 실패했다. 신세대 수비수 조병국의 위협적인 세 차례의 헤딩슛을 포함해 18차례의 슈팅이 모두 불발탄에 그쳐 극심한 골가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한국은 2002월드컵 개최 2주년을 기념해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나이키 초청 국가대표팀간 친선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이 12계단 높은 7위 터키를 맞아 분전하고도 전반 21분 쉬퀴르에게 내준 선취골을 끝내 만회하지 못해 1-0으로 졌다. 2002월드컵 3~4위전서 11초 만에 월드컵 최단시간골을 넣어 한국축구에 불명예를 안겼던 쉬퀴르는 한국에 또 한번 악몽을 안기며 "나이키 경기 MVP"에 뽑혔다.
지난 4월 19일 코엘류 감독이 중도 퇴진한 이후 박성화 감독대행 체제로 치른 두번째 A매치에서 태극전사들은 상암벌에 요동친 5만여 "대~한민국"의 함성을 등에 업고 투지를 불살랐으나 마무리 난조로 끝내 터키 골문을 열지 못한 채 월드컵 3~4위전 3-2 패의 설욕을 5일 오후 8시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차전 "달구벌 대결"로 미뤄야 했다.
한국은 지난 3월 몰디브전부터 3경기 연속 무득점의 늪에 빠졌으며 지난해 12월 동아시아대회 중국전부터 이어오던 6경기 무실점행진도 중단됐다. 지난해 11월 불가리아전에서 1-0으로 패한 이후 4승3무 뒤 8경기째 만에 패배를 맛봤다. 한국은 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7-0으로 패한 이후 터키와의 역대 A매치 전적에서 1무4패를 기록했다.
전반 21분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 소속의 미드필더 오칸이 한국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는 기습 전진패스를 해주자 쉬퀴르가 문전 왼쪽에서 오른발슛을 날렸다. GK 이운재의 손에 맞은 볼은 골문 안으로 감겨들어 터키는 선취골을 낚으며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2002월드컵 3~4위전에서 뛰었던 멤버는 한국이 5명, 터키가 6명이 출전했으나 지난 4월 귀네스 감독의 바통을 이어 야날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한 터키가 4연승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편 일본과 중국은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선전을 벌여 최근 잇따른 졸전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일본은 이날 영국 맨체스터에서 벌어진 3개국 친선대회에서 잉글랜드를 맞아 후반 8분 오노 신지의 동점골 덕에 1-1로 비겼다. 중국은 전날 베이징 친선경기에서 헝가리에 2-1로 역전승했다.
상암 | 특별취재반
[양팀감독의 말]
●에르순 야날 터키 감독
한국에서 다시 경기하게 돼 기쁘다. 마치 홈경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감독 부임 후 4연승해 더욱 기쁘다. 터키는 2년 전 훌륭한 팀이었지만 그 이후 몰락했다. 월드컵 3위팀이라는 자부심을 버리고 월드컵 4위팀을 이겨보자는 다짐으로 싸웠다. 터키에 친선경기는 없다.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5일 경기는 터키의 A매치 400번째 경기다. 좋은 경기를 하겠다. 한국은 수비에서 키가 크고 기술이 좋은 우리 선수들 때문에 고전했다. 더욱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박성화 한국 감독
늘 매 경기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가 불만족스러워 죄송하다. 후반 젊은 선수들이 투입돼 활기찬 경기를 펼쳐 다음 경기에 좀더 나은 플레이가 기대된다. 지난주 프로리그가 연속 경기로 치러지면서 선수들이 굉장히 지쳐 있다. 그래서 전반전에 고전했다. 수비의 조직력이 2002월드컵 때보다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 새 감독이 부임하고도 그 정도의 조직력을 만들려면 상당한 훈련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5일 경기에는 유상철 박지성 김태영이 뛸 수는 있겠지만 훈련량이 부족해 컨디션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오늘 경기는 당초 스리백을 예상했지만 정경호와 설기현을 투입하면서 공격수의 포진 때문에 전반에는 포백을 사용했다.
[주요선수 코멘트]
●김은중=터키팀이 그렇게 터프하지는 않았다. 컨디션이 좋았고, 안정환과의 호흡도 잘 맞았다. 특히 후반 들어 젊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경기가 더 잘 됐다. 하지만 찬스를 골로 연결하지 못해 아쉽다. 터키의 2번과 13번 선수가 좋았다.
●송종국=준비하고 나갔는데도 당해서 화가 났다. 그래서 거친 플레이가 나왔다. "형제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경기 특히 A매치는 서로 승리하기를 원해서 거칠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 올림픽 대표선수들과 월드컵 대표선수들이 반반 섞여서 뛰었는데, 서로 호흡이 잘 맞지 않아 전반에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후반에는 많이 나아졌다. 2년 전 월드컵 때에 비하면 전력이 많이 떨어졌다. 전에는 팀워크가 잘 맞았는데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가슴이 많이 아프다. 아시안컵에는 팀플레이 준비를 많이 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 또 다음 경기는 전반부터 퇴장당하지 않을 정도로만 세게 할 것이다.
●김동진=너무 아쉽다. 후반 포지션을 옮기면서 공격적으로 경기에 나섰는데 앞으로 계속 열심히 하면 잘될 것 같다.
●설기현=전반보다는 후반 경기가 더 잘됐다. 감독이 얼른 선임됐으면 좋겠다.
[특별취재반 명단]
●상암 | 특별취재반
김한석차장 류재규기자 위원석기자 박현진기자 오광춘기자 김상호기자 조성경기자(이상 스포츠부)
성복현차장 박성일기자 박진업기자(이상 사진부)
첫댓글 어제 경기보면서 내내 가슴이 답답하더라구요... 예전의 빠르게 움직이던 공간 패스도 거의 없구 ㅠㅠ 골 결정력도 ㅠㅠ 어서 감독이 선임되어 안정된 한국 축구를 보고 싶네요
예전같지 않은 우리나라 플레이에 실망하긴 했지만.. 터키 선수들의 다혈질적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니.. 우리 선수들 다칠까봐 그게 더 걱정되더군요.. 형제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정이 왜이리 안 가는지..ㅡ,.ㅡ
솔찍히 우리는 별로 터키에 대해 형제의 나라라는 둥 별 생각 없잖아요..근데 터키 다녀온 사람이 그러는데..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정말 굉장히 좋아하구, 잘해준다더군여...볼 것도 많구...터키 매력있는 나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