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문학지에 대구문협시인들의 시가 실렸습니다
차례
작가초대석
강효삼- 우리의 고향에 무엇이 있는가(시)
강효삼-그네들의 무덤에 비석을 세워드려야(수필 외3편)
강효삼-나에게서 문학은(창작담)
산 천- 삶의 변화양상에 림한 시인의대응양상(작품평)
김응룡-불행아가 이뤄낸 문학의 꿈(작가평)
인물전기
류연산-불멸의 영령 최재(련재끝)
김병민-숭고한 리상과 훌륭한 인격을 지닌 민족지도자(평론)
장편소설련재
박 일-안개 흐르는 태양도(련재5)
김 혁 코너
김 혁-령혼의 비늘
소설문학
김금희-딸랑이북 흔들던 날(외 2편)
강효근-활개치라, 청출어람(평론)
수필문학
김의천-나의 영어선생 카롤린
최상철-캠퍼스 서정
최 철-둥근 것이 주는 계시(외1편)
최영란-첫사랑을 찾아서
시와시평
김영건-도욱의 바다
전경업-머나먼 태고의 노래를
시문학
김창영-서탑(외9수)
김기덕-꽃한 송이 마주보며(외4수)
정 란-생명의 서곡(외4수)
대학생 코너
리미향-길은 이름으로
한미화-동안
중국문학
여 화-형제(련재끝)
한국코너
김세웅-봉지 안의 잠(외1수)
공영구-바람과 풀꽃(외1수)
이춘호-바람(외1수)
혜 봉-눈물(외1수)
남서희-마침내 오늘(외1수)
한국장편련재
소엽청-건달수업(련재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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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감상
[장백산](2008.6기)<한국 대구시인 특집>김세웅 시인
봉지 안의 잠
김 세 웅
새우깡을 먹다가 잠이 든다
다리와 허리를 구부린, 봉지 안의 잠이다
봉지 안의 은박에 눈이 부신
잠 속에선
옆의 새우깡이 꿈결에 나에게 발을 걸쳐온다
봉지 밖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은 더욱 구부려지고
새우깡끼리 발 걸친 채 떠다니는 눈부신 바다,
봉지 안의 세상은 또 하나의 화엄이다
사명과 의리는 부처님 손바닥 위에 맡겨두고,
四海가 잡념 없이 은빛 가득한
봉지 안은 시방 새우깡의 불국토다
장자의 나비
김세웅
한밤에 자다가 깨니
내가 영 내가 아니다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되풀이되는 꿈을 깨면
장자의 나비처럼,
살아가는 내가 영 내가 아닌
되풀이되는 꿈일 수 밖에 없다
그럼, 죽음도 두려워할 건 아닌 건가
죽어서야 꿈 아닌 삶을 찾을 수 있다면,
혹은 창문 안에서만 바라보던 바깥풍경을
이젠 바깥 풍경 속에 직접 서서
오히려 비좁은 창 안을 들여다 본다면
그 것이 죽음이라면,
삶은 영 내가 아니구나
가위눌린 꿈을 깬 새벽에
잠든 마누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누라에게 미안하고 미안하나,
살아가는 내가 영 내가 아니다
<金世雄詩人 약력>
▲1953년 대구 출생.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81년『시문학』 추천 완료로 등단.
▲시집,『삼중주』(시문학사),『날이 갈수록 별은 보다 높이 뜨고』 (시와 시학사),
『돌아가는 길』 (시와 시학사) 등이 있음.
▲에세이집『바람으로 지은 집』발간.
▲현재, <낭만시> 동인. 세종이비인후과 원장.
[장백산](2008.6기)<한국 대구시인 특집>공영구시인
바람과 풀꽃
공 영 구
바람은 자신도 모른 체
풀씨 날리고
풀씨는 고마움 모른 체
질긴 싹 튀운다
이리저리 몸 흔들릴 때마다
뿌리는 흙속에서 마음 다독인다
바람은 풀잎 끝에 애원하며 매달린다
웃어주던 풀꽃은 먼산 보며 외면한다
고삐 없는 바람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뒤 돌아보지 않고 가버린다
달팽이의 외출
공 영 구
와지직!
발끝에서 묻어나는
한 생명의 종말
장마 끝 알리는 햇살 좋아
화려한 몸단장하고
나들이 가던 중이였을까
더듬이 내저으며
마른 땅 피해
설마하던 순간
무심코 내 디딘 발걸음 앞
귀울림 속에 찡한 굉음
와지직!
<공영구시인 약력>
▲경북 영천 출생.
▲대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
▲<심상> 신인상 시 당선으로 등단.
▲1998년, 민족문학상 우수상 수상.
▲시집 <엄마의 땅>,<여자가 거울을 보는 것은>출간.
▲문집 <방앗간집 아이들>출간.
▲현재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대구 경신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장백산](2008.6기)<한국 대구시인 특집>이춘호시인
바람
이춘호
흐르는 시냇물에
발 담근 배춧잎 같다가
가끔,
탱자나무 가시처럼 노려보다가
노을을 배경으로 하모니카 불다가
보릿대 입에 물고
휘어진 논둑길
흙 묻은 빗줄기처럼
지나가는 바람
강
이 춘 호
어두우니 소리가 보여요
너무 길고 큰 울음이라 들리지 않고 번져만 가요
누가 제 척추에 풍선을 달고 있는가 봐요
비명같은 물방울 떠내려 가다
지금은 도둑고양이로 앉아 있어요
매일 거울만 보는 공주같아
손금 지웠더니
나뭇잎이 숨겨둔 나이테
물비늘 일으키며 구름을 불러오고
그가 떠난 자리에 부르르 떠는 수심(水深)은
서릿발처럼 일어서다 주저앉아요
은하수 포개어져 수실처럼 달려들어도
그게 수의란 걸 알아요
평생 움켜쥔 주먹 이제 조금씩 열어봐요
저토록 긴 빈손의 유서
서녘 하늘 집어들고 너울너울 올라가요
느릿느릿 기어가
비로소 닿는 자궁,
오! 어머니
<이춘호시인 약력>
▲1960년 경북 칠곡 출생.
▲한양대학교 상경대학원 경제학과 박사과정 수료.
▲저서 <달구벌의 맛과 멋> 있음.
▲현재 영남일보 기자.
[장백산](2008.6기)<한국 대구시인 특집>남서희 시-'어떤 추억'
어떤 추억
ㅡ어느가수의 콘서트를 보고
남 서 희
스무해 전의 해맑은 소녀를 만났지요
세련된 감색 넥타이 교복의 모습
가끔씩 뒤따르는 까까머리 남학생
해와 달과 함께한 라디오 속에서
흘러나오는 비수같은 목소리
그때부터였습니다
즐거웠지요
낭만만이 존재하는 그 시절에
길을 가다 문득 서고
목적지를 지나쳐버린 정거장에서
흥얼거리며 되돌아갈 때 반가운
가로등 불빛들
천국이었습니다
열정을 알았지요
먹던 밥 또 먹고
입던 옷 또 입어도
시계바늘 제 일만 하듯
끊임없이 지치지 않는 탄식과 정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침내 오늘
남 서 희
밤을 지새우고 말았지요
가슴이 뻥 뚤려
입을 뗄 수도
팔을 흔들 수도 없는
그저 바라만 보는 바보,
차곡차곡 쌓아오던 돌무덤의
돌 하나가 빠져나와
서서히 무너지는 아픔, 고독
바로
당신을 만난 거였습니다
행복했습니다
햇살 가득한 추억이 있었기에
사랑스러운 그 옛날의 소녀는
부신 햇살의 건반같은 이 길을
마냥 걸어갑니다
<약력>
▲칠곡동아문예창작대학 수료.
▲대구신문으로 작품 활동.
▲「사림시」동인으로 활동.
[장백산](2008.6기)<한국 대구시인 특집>혜봉스님 시-'산 속에 비 내리니' 외1편'
산 속에 비 내리니
혜봉스님
피어오르는 실안개
허공에 흩날리는 꽃향기
후득이는 빗방울
텅 빈 뜨락,
맨발로 찾아온 손님
빗방울과 함께
밤새도록 經을 읽네
눈물
혜봉스님
말 못하고
가슴 속에 감춰둔 채
편지로도 전하지 못한 말
30년 긴 세월 흘러
그도 나를 사랑했다는
말 전해 듣고
소리없이 흐르던 눈물
돌려받을 수 없고
돌려줄 수 없는 마음
어찌할 수 없어
눈물이 말라
별이 되어 반짝입니다
<약력>
▲東山 혜봉 대종사 : 시인. 수필가. 부처골 지장선원 주지.
▲불교문인협회 회원.달마문인회 회원.
▲세계불교문화 홍보대사.한중일 문화교류회 이사.
▲(재)세계불교 법왕청 감사원장.
▲대한불교 범종단 원로지도자연합회 호국국사.
▲한국불교 삼론종 종정.세계불교 지장선원종 원로위원.
▲2006년 세계불교 법왕청 평화재단 최고훈장 수상.
▲2007년 청소년 종교지도자 대상 수상.
▲시집 <천년의 신비 부처골> 간행.
▲만주사랑문화인협의회 상임위원장.
▲ <사림시> 동인으로 활동.
첫댓글 한국코너에 (김세웅, 공영구, 이춘호, 혜봉스님)의 작품이 실렸군요. 작품 감상하고 싶네요...모두 반가운 얼굴들...
혜봉스님의 <눈물> 조용히 읊조려 봅니다. 지난 봄에 지장선원에서 <부처골 풍경소리>를 낭송해드렸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