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2일 새벽 담낭암 투병 중 별세
문학계 거목의 마지막 유언 잔잔한 울림
‘문단의 큰 어른’ 박완서씨가 22일 오전 6시17분 별세했다. 향년 80.
고인은 지난해 가을 담낭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치료를 받아 왔으나,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병세가 나빠져 세상을 떠났다.
1931년 개성 외곽 개풍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전쟁이 터지면서 갓 입학한 서울대 국문과를 중퇴했으며, 1970년 <여성동아> 장편 공모에 소설 <나목>이 당선하면서 늦깎이로 등단했다. <나목>은 아직 휴전협정이 맺어지기 전 스산한 서울을 배경 삼아, 전쟁이 할퀴고 간 작가 자신의 황폐한 청춘기를 되살린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화가 박수근과의 만남이 비중 있게 그려진 것 때문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76년 첫 창작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출간한 그는 이후 <배반의 장미> <엄마의 말뚝>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등의 소설집과 장편 <휘청거리는 오후> <도시의 흉년>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등을 펴냈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모독> <어른 노릇 사람 노릇> <호미> 등의 산문집에 이어 지난해 7월에도 신작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내놓았다. 이밖에도 <부숭이의 땅힘>을 비롯한 동화와 가톨릭 묵상집 <님이여, 그 숲을 떠나지 마오> 등의 저서가 있다.
고인은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인촌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4년 예술원 회원으로 선임되었으며, 2006년에는 모교인 서울대에서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유족으로 장녀 호원숙(작가), 차녀 원순, 삼녀 원경(서울대 의대 교수), 사녀 원균씨 등 4녀와 사위 황창윤(신라대 교수), 김광하(도이상사 대표), 권오정(성균관대 의대 학장), 김장섭(대구대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장례식은 천주교 식 가족장으로 진행된다. 발인은 25일 오전이다. 장지는 용인 천주교 묘지로 정해졌다. (3410-6916)
최재봉 기자
■ 빈소 표정
고인의 빈소에는 활짝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이 놓였다. 박 선생은 지난해 10월 담낭암 수술을 받고 상태가 호전돼 이달 11일부터 자택에서 큰딸 호원숙씨(57·여)와 함께 지냈다.
큰딸 호씨는 "어머니가 주무시다 편안히 돌아가셨다"며 "특별한 임종 시에 유지를 남기시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셋째 사위인 권오정씨(53)는 "더 이상 장모님의 훌륭한 말씀을 듣지 못한다는 게 너무 슬프다"며 "장모님과 대화를 나누는게 인생의 재미중에 하나"였다고 심경을 전했다.
오전 11시께 찾은 고인의 빈소는 지인들과 가족들의 장례준비로 분주했다. 오전 11시30분께는 이명박 대통령의 조화도 도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 선생의 지인들과 문학계 후배들의 조문도 이어지고 있다.
오전 11시50분께 빈소를 찾은 가수 김창완씨(57)는 "한달전쯤 고인을 만났을때 '몸이 안좋아요'라고 첫 마디를 나눴다'"며 "그게 마지막이 됐다"고 고인과의 인연을 털어놨다.
눈가가 촉촉해진 김씨는 "그래도 선생님이 많은 것을 남겨주셨다"고 안도했다.
고인의 빈소 입구에는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는 안내문이 쓰여 있다.
고인은 평소 "문인들은 돈이 없다"며 "내가 죽거든 찾아오는 문인들을 잘 대접하고 절대로 부의금을 받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사위인 권씨가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등단 40주년을 맞았던 작가 박완서 씨가 22일 오전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사진은 2007년 2월 산문집 '호미'를 출간할 당시
경기도 구리시 아차산 자락의 박씨 자택 마당에서 찍은 모습. 2011.1.22 << 연합뉴스 DB >>
첫댓글 님은 갔지만 보내진 않았습니다' 란 시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