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딘가에 홀로 고립된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물론 그 고립된 장소가 폐쇄된 곳인지 아니면 열린 공간인지도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일단 공포심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존인데 그 첫째 조건이 양식 아니겠습니까? 무엇을 어디서 구해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안전입니다. 어찌 보면 안전이 먼저이겠지요. 죽으면 먹는 것도 소용없으니 말입니다. 주변에 공격해올 대상은 없는지, 위치한 곳이 안전지대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두려움이 커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먹을 것 걱정이 들 것입니다. 먼저 심리적 두려움을 이겨야 합니다. 아마도 생존 본능 때문에 얼마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숨 쉬는데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지구 안에서의 일입니다. 만약 지구 밖 우주에서 고립된다면 우선 산소의 양부터 계산해봐야 합니다. 규모가 큰 우주선을 타고 있다면 자체 생산하기에 걱정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소규모 이동선이라면 면밀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먹을 것은 고사하고 일단 산소를 보충할 방법부터 찾아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온도 유지입니다. 햇빛이 없다면 그야말로 영하의 기온일 것입니다. 아무리 우주복을 입고 있다 해도 그 자체 난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열을 어디서 얻겠습니까? 지구 안에서도 남극이나 북극에서 고립된다면 온도 유지는 큰 숙제입니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그 이상일 것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다른 땅은 달입니다. 화성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화성은 거리만 해도 몇 배나 멀리 있습니다. 밤하늘 뒤져봐야 육안으로는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달은 가까이 있고 친근합니다. 그 변해가는 모습으로 시간도 계산합니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달을 쳐다보며 상상과 이야기도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 안에 토끼는 진작 사라졌지만 우리 대부분 즐거운 동화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사람이 가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20세기에 드디어 인류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온 세계가 기뻐하며 반겼습니다. 그리고 원대한 우주의 꿈을 꾸기 시작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달 탐사 작업에 들어갔고 엄청난 자원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선 상상의 이야기부터 만들게 되었습니다. 있을 법한 이야기지요. 평이한 이야기보다는 재난을 곁들이면 한결 긴장감과 흥미를 더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꾸며졌습니다. 5년 전의 실패를 딛고 세 사람의 우주인이 다시 달을 향하여 떠납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달을 향하여 순항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주선 바깥에서도 작업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태양의 흑점 폭발로 태양풍이 불어 닥칩니다. 그리고 우주선 바깥에서 작업하던 대원이 우주에서 객이 됩니다. 우주선 안에 젊은이 혼자 남습니다. 어쩌지요?
포기할 수 없습니다. 희생한 두 사람의 대원들의 품었던 뜻과 5년 전 우주여행의 시도에서 희생한 아버지의 뜻을 이어 ‘황선우’ 대원은 홀로 달로 향합니다. 지구에 있는 우주센터에서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첫 시도에서 실패하고 소백산에 묻혀 살고 있는 전임 센터장 ‘김재국’까지 다시 불러들입니다. 전 인력과 기술을 합하여 남은 대원을 구하려 총력을 기울입니다. 일단 달에 무사 착륙합니다. 얼마나 큰 기쁨과 기대를 갖게 합니까? 그러나 위험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법입니다. 중요한 자료들을 채취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유성들이 들이닥칩니다. 마치 포탄을 퍼붓는 듯합니다. 여기저기서 터집니다. 목숨이 간당간당합니다.
가장 문제는 산소의 양과 체온 유지입니다. 위기를 벗어나려 해도 쉽지 않습니다. 남은 동력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할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지구의 우주센터도 바쁩니다. 그런데 통신이 들어왔다 나갔다 갈피를 잡기 힘듭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 돌아올 길이 막막해집니다. 이것은 우리만의 힘으로 할 수 없습니다. 돌아오게 할 우주선도 없으니 말입니다. 천상 달 궤도를 돌고 있는 유인우주선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NASA에서 일하는 유인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윤문영’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과거의 개인적인 관계를 빌미로 압박(?)을 가합니다. 타국에서 온 개인전화까지 받고는 이상한 지시를 내리고 있으니 국가기밀 유출의 의심을 받습니다. 이러저러한 장애물을 딛고 우주선에 연락을 하고 도움을 청합니다.
지구 안에서라면 서로 대치할 수도 있고 방해할 수도 있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 밖에서는 한 인류입니다. 우주에 또 다른 인간은 없습니다. 어쩌면 이 태양계의 유일한 인간, 우주에서 보니 바가지만한 땅덩이에서 티격태격하고 있는 겁니다. 이 안에서나 내꺼 니(네)꺼 따지지 저 널따란 공간에서 싸운다는 것은 의미도 없습니다. 함께 사는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그렇게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살아 귀환합니다. 온 세계가 조마조마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함께 기뻐합니다. 한 사람의 사건이지만 온 인류의 꿈을 담은 일이었습니다. 예, 거기까지만 했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리네 신파만 빼면 그야말로 특산품입니다. 영상만 봐도 아깝지 않다 싶습니다. 영화 ‘더 문’(The Moon)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