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그룹 연구혁신센터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독일 뮌헨의 BMW 그룹 연구혁신센터(BMW Group Research and Innovation Center)에서는 매일 자동차의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이 개발된다. BMW는 최근 한국 등 일부 언론에 차를 직접 몰지 않아도 각종 차량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시스템, 차와 차 간 통신 시스템, 아이폰을 이용한 각종 편의 사양,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 키, 수소연료전지차, 각종 안전장치 등을 공개했다.- ▲ BMW그룹 산하 연구혁신센터에 있는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시스템. BMW 3시리즈 차량이 IMAX 같은 360도 화면을 보며 실제 자동차 운전과 흡사한 주행 테스트를 한다.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시설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된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시설은 BMW그룹 연구소 안. 허름한 벽돌 창고 건물 같은 곳으로 들어가면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시스템이 나온다. 좁은 복도 끝에 나타난 방에는 직경 7.5m에 높이 5m의 흰색 원형 공 같은 게 설치돼 있다. 그 안에 BMW 3시리즈 자동차를 고정해놓고 시뮬레이션 주행 운전을 한다. 바퀴만 없을 뿐이지 진짜 3시리즈 자동차다. 차에 앉아 보면, 마치 진짜 운전하는 것처럼, 사방이 버츄얼 스크린이다. IMAX 같은 스크린이 360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백 미러에도 진짜 주행 상황이 보인다. 산을 오르거나 비포장도로를 지난다면, 원형 공이 전후좌우 위아래로 움직이며 실제 상황을 연출한다.
- ▲ 원형 시뮬레이터 내부에 BMW 3 시리즈 차량이 설치돼있으며, 실제 주행 상황을 만들기 위해 원형 시뮬레이터가 전후 좌우, 위 아래로 움직인다.
알렉산더 후스만 수석엔지니어는 "시뮬레이션 운전을 통해 운전자 및 자동차의 반응을 살피는 게 이 시스템의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시뮬레이션에서 얻은 각종 정보를 통해 파워 트레인 다이내믹, 인간공학, 인지 기능, HMI(Human Machine Interface) 콘셉트 등을 구상한다. 이후 실차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이 밖에도 대형 TV 모니터를 자동차 앞에 설치해놓고 시계 100도의 주행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시뮬레이터, 고정된 차체를 중심으로 전후 좌우에 도로와 주변 상황을 영상으로 재현하는 시뮬레이터 등이 있다.
- ▲ 주행 성능 시뮬레이션을 하는 모습.
◆차와 차 간 통신 시스템
BMW그룹 연구혁신센터는 이어 'Car-to-X 커뮤니케이션(Car2X)'으로 불리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차량과 도로 인프라 사이의 정보 교환을 하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교통 신호등에서 나오는 정보를, 사거리를 지나는 차량에 전달하는 기능이 있다. 이럴 경우 신호등을 지나는 차량이 교차로에서 정지하지 않고 이동, 연비를 최대한 절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BMW그룹 레이먼드 프레이먼(Freymann) 기술연구소 사장은 "모든 신호등과 모든 차량이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자동차 연비를 개선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통 체증과 교통사고를 대폭 줄여 효율성 높은 미래 도시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교통 상황, 도로 상태, 기타 요인들에 대한 데이터를 지나는 차량에 전송해줘 안전 운전을 하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특정 구간을 이미 지나간 차량이 뒤따라오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사고, 교통정체, 도로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즉시 내보낼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교차로에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 안전 거리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
- ▲ 주행 성능 시뮬레이션을 하는 모습.
◆레이저 및 초음파 센서로 안전 운전 유도
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을 추월할 때 왼쪽 갓길 여유가 없으면 추월하기가 참 곤혹스러운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BMW는 '좁은길 추월 어시스턴트(Narrow Passage Assistant)' 시스템을 개발했다. 왼쪽 갓길 여유가 없으면, 유리창에 비치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대형 'X'자 표시가 뜨면서 핸들이 뻑뻑해진다. 추월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래도 운전자가 굳이 추월을 강행할 경우, 자동차는 스스로 알아서 장애물이 있는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튼다. BMW는 차 귀퉁이 네 모서리에 초음파 센서를 부착, 100~200m 앞을 측정하고, 앞 라디에이터 그릴 부근에 레이저 스캐너를 장착해 먼 거리를 인지하도록 설계했다.
- ▲ BMW그룹 산하 연구혁신센터 전경.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 키
BMW그룹 연구혁신센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인 팔로알토에 기술사무소를 차리고, 첨단 통신 시스템을 자동차에 적용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팔로알토 연구소는 구글이나 애플 등 자동차와 관련 없을 법한 기술들을 찾아내 자동차에 응용하고 있다. 스테판 두라흐(Durach) 연구원은 "애플 아이팟 장착에 사용되는 최초의 인터페이스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면서 "BMW iDrive를 사용해 오디오 기능을 제어하는 옵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BMW 팔로알토 기술사무소는 또 배터리 충전 상태에 대한 데이터, 전기 동력만으로 이동 가능한 차량 거리 등 주요 정보를 운전자의 휴대폰에 직접 전달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밖에 차량 키에 호텔 객실 전자 예약 정보를 담거나, 신용카드 기능을 첨부해 차내에서 버스·기차·비행기를 간편하게 예약하고, 키에 e티켓을 저장할 수도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BMW그룹은 이를 위해 운전자가 별도의 비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보안칩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