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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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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1 궁궐 안 (새벽)
어느 전각들 사이로 환관들에 이끌려 전의가 황급히 달려 오고 있다. 이들 급히 전각의 사잇길을 돌아 침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전의 대체 어느 분이 아프신 것이오니까?
환관 쉬이, 입을 다물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서 가세.
전의 아니, 그래도 ....뭔가는 알아야...어, 어디로 가오이까?
환관 저어기, 폐하의 침전 쪽일세
전의 예에?
환관 어서
그들 그렇게 걸음을 서둔다.
씬 2 그 침전 근처의 어느
누각 중문 앞
뿌연 입김을 뿜으며 급한 걸음을 재촉해 지나쳐 가는 전의와 환관들. 저만큼 사라져 가는 그들을 영기와 견훤들이 보고 있다.
견훤 전의가 아니옵니까?
영기 ... 그렇구만. 이 꼭두 새벽에 저렇게 황급히 어디로 가는겐가?
견훤 (한참 보다가) 아니 장군, 폐하의 침전 쪽이 아니옵니까?
영기 으음.....?
그때 추허조가 상애와 함께 급히 달려 온다.
추허조 나으리
견훤 무슨 일인가? 어디서 오는겐가?
추허조 폐하의 침전 쪽에 무슨 일이 생긴것 같사옵니다.
영기 뭐라? 일이라니....? 그 근처엔 개미새끼 한마리 얼씬할 수 없는 곳인데 일이라니...? 수직 하는 군사들은 어디 있는가?
추허조 말씀들이게
애상 예, 소인은 각간 어른을 기다리느라 침전 근처에서 밤을 세우고 잇었사온데....
영기 그런데?
애성 어디선가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 왔었습니다요. 그것이 아무래도 폐하의 목소리 같았사온데....
영기 비명소리? 아니 그렇다면 수직 하는 우리 군사들은 무얼 하고 있었단 말인가?
애상 그렇지 않아도 군사들이 달려간 모양이온데....환관들이 아무일 아니니 조용히들 하라고 하여.....
영기 견훤 ........(뭔가 의심스럽다)
추허조 방금 전 환관과 전의가 침전으로 들어갔사옵니다.
견훤 전의가 폐하의 침전을 왜?
영기 가보세.
추허조 아니되옵니다. 수직 장수와 군사들은 제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라 하였다 하옵니다.
두사람 ........?
씬 3 그 침전 복도
환관들과 궁녀들이 긴장해서 대기해 서 있다.
씬 4 동 침전
얼굴이 파랗게 질린 진성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부르르 떨고 있다. 죽은 위홍을 살피던 전의가 눈치를 보며 고개를 젓는다.
진성 대..대체...어이된 일인...고?
전의 (눈치를 보며) 이미.... 숨... 줄을... 놓으셨사옵니다.
진성 .....뭐라..
전의 송구하옵니다.
진성 어떻게.... 이런... 일이....
전의 갑자기... 기가... 위로... 올라와... 숨을... 멈추게 한... 것이옵니다. 이를 일러...사가에서는.... 복상사라.......하옵는데...
진성은 여전히 떨며 죽은 위홍을 본다. 그리고 잠시 뭔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전의를 보다가 입술을 앙다물며 나즉히 밖에 이른다.
진성 밖에 게 있느냐?
환관 (E) 예, 폐하.
진성 장군 영기를 들라하라. 어서!
환관 (E) 예, 폐하.
진성 경은 밖에 나가 대기토록 하라.
전의 예, 폐하.
전의가 밖으로 나가고, 여왕은 위홍을 보다가
휘장을 휙 닫아버린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진성 어이할꼬... 대체 이 일을 어이할꼬...
씬 5 동 침전 복도
환관들과 함께 영기가 복도로 걸어 들어와 침전 앞에 선다.
환관 폐하, 집사부의 영기 장군께서 드셨사옵니다.
진성 (E) 들라하라.
씬 6 동 침전
궁녀들이 문을 열어주면 영기가 들어와 군례를 올린다.
영기 폐하, 불러계셨사옵니까?
진성 그렇소. (눈으로 침대를 가리키며) 상대등께서 운명하셨소.
영기 ........
진성 경은 누구보다도 우리의 일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오. 짐은 이 나라의 여왕이오. 어떻게 해야할 지는 경이 알 것이오. 짐의 말을 알아듣겠소?
영기 예, 폐하.
진성 부탁하오. 상대등을 별전으로 모시고 대신들을 들라하시오.
영기 예, 폐하.
진성 이는 국상이오. 마땅히 나의 지아비를 모시는 예로서 처리할 것이오. 경이 좀 도와주어야겠소.
영기 이를 말이옵니까.
진성 (한숨을 지으며) 전의가 모든 상황을 알고 있으니 쓸데없는 요설이 퍼지지 않도록 적절히 조치토록 하시오... 경만 믿으오.
영기 예
진성이 다시 휘장을 걷으며 그제서야 눈물을 머금으며 한참이나 위홍을 내려보다가 그제서야 부릅뜬 두 눈을 감겨준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여왕의 눈물....
진성 숙부, 어찌하면 좋습니까?... 이제 날 보고 어쩌라구요...
여왕은 그렇게 눈물을 흘린다.. 그 여왕의 흐느낌 위로...... 구슬픈 소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씬 7 궁궐 성루(아침)
성루에서 군사들이 긴 소라를 불고 있다. 이 나라 상대등의 죽음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 부감으로 판하여 궐문을 잡으면 그 육중한 궐문이 소리나며 열리면서 십 여필의 기마병들이 전령기를 꽂고 급히 달려나가고 있다. 그들 그렇게 멀리 사라지면서.......
씬 8 궐 안 길
대소신료들이 구름처럼 들어서고 있다. 길 곳곳에 영기와 견훤의 군사들이 열을 지어 오가는 것이 보이고 삼엄한 경계가 펼처져 있다. 그들 대신들의 표정은 뭔가 불안하며 긴장돼 있다.
씬 9 궐 안 길 그 일각
전각 어느 쯤에서 영기와 견훤이 들어서는 대신들을 보고 있다.
전의가 미심쩍어 하며 군사들에게 이끌려 가고 있다.
전의 아니, 대체 나를 어..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이오이까?
군관 허어, 따라와보면 알것 아닌가?
그들이 그렇게 사라지자 견훤이 묻는다.
견훤 전의는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영기 폐하께서는 해괴한 소문이 세상에 퍼지는 것을 원치 않으시네.
견훤 없앨것이오니까?
영기 폐하의 영을 따를 뿐이지....
견훤 대신들이 뭐라 하겠습니까? 어쨋든 상대등께서 폐하의 침전에서 운명하셨습니다.
영기 이미 폐하와 상대등의 일은 비밀아닌 비밀일세. 두 분 사이에 숨겨진 아이까지 있다는 것도 또한 세상이 다 아는 바이고...
견훤 그렇다고... 그 일을 공표하실 것이옵니까?
영기 폐하의 결심이 그렇게 서신 것 같더구먼...
견훤 허허.... 그러하옵니까?
영기 우리는..... 두 분의 일을... 너무 많이 알고 있었네.... 허허허.... 대신들이 들고 있으니 나도 가 봐야겠구먼... 내 마지막 할 일을 다 해야 하니까. 자네도 준비를 하도록 하게나. 한 이틀 후면 우리는 아마도 이 서라벌에 없게 될걸세.
견훤 ...
영기가 가 버리고, 견훤은 다시 주변을 돌아본다. 그때 추허조가 다가온다.
견훤 별 일은 없는가?
추허조 예, 나으리. 이미 도성 안에 있는 전 군에 비상령이 하달되어사옵니다.
견훤 그래..
추허조 저희들도 지금부터는 병부령의 군령을 받으라는 지시가 방금 전 하달되어왔사옵니다.
견훤 병부에서.........?
빠르기도 하구먼... 그렇다면 그건 노대신들이 병권을 장악 했다는 뜻이지.....
그건 그렇고.. 이 급보를 각간댁에는 알려드렸느냐?
추허조 예.. 상애와 군사들을 보냈사옵니다.
견훤 그래......그럼 되었다....
허조야
추허조 예..?
견훤 우리 가병들을 모두 점검하고 단속하도록 하라.
추허조 .......?
견훤 이 서라벌을 떠날 준비를 하라는 게야.
추허조 (그제서야) 아...알겠사옵니다. 나으리...
추허조가 신이 나 달려
간다. 견훤이 빙그레 웃다가 역시 답답한 듯 하늘을 본다.
씬 10 평의전 외경
대신1 (E) 지금 뭐라고하시었소?
씬 11 동 평의전 안
문무 신료들이 가득하게 모여 있다. 영기가 진성의 옆에 읍하고 서 있다.
대신1 상대등께서 그 야심한 시각에 폐하께서 계신 내전에서 운명을 하셨다구요? 이보오 영기장군?
영기 말씀하시오소서.
대시1 그런데 그 이유가 , 그러니까 돌아가신 연유가 복통이라 그 말씀이시지요?
영기 황실 전의의 말로는 그렇다 하옵니다.
진성 ..............
대신1 그런데 왜 그 시각에 그곳에 계셨다 하오이까?
영기 국사를 논의 중이시라고 하였습니다.
대신1 국사라.....? 허 아거야....국사를 왜 그곳에서 논의를 하시었는고?
영기 이 나라의 상대등이시옵니다. 쌓인 현안이 한 둘이 아니온데 장소가 문제이겠사옵니까?
진성 이보시오.조부령
대신1 예, 폐하
진성 무엇이 그리 궁금 하오? 경은 도대체 누구의 덕으로 지금의 그 자리에 계시오?
대신 예?
진성 상대등께서 경에게 얼마나 잘해주시었소? 살아께실때는 입 한 번 뻥끗 못하시다가 이제서야 기운이 나시는 모양이십니다?
대신1 그...그것이 아니오라....이나라 신료중 최고의 어른이신 각간께서 일을 당하신지라....
대신2 그러하옵니다. 상대등께서 운명하신 일은 나라의 대사라 세상의 관심과 의문이 클것이옵니다
진성 분명한 것은 그분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이예요. 그리고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해두겠습니다.
모둬들 .......?
진성 상대등께선 나의 숙부이시고 이 나라를 오랬동안 지켜오신 최고의 어른이십니다. 또한 이몸을 지켜주시고 왕실을 지켜주신 분이세요. 그리고 짐의 지아비 올습니다
그러자 모두들 경악하며 웅성 거린다.
진성 왜요? 무엇이 이상합니까? 이 왕실이 어떻게 지켜져 왔소이까? 이나라 최고 귀족이라 하는 그 옛날의 성골은 무엇이고 지금의 진골은 또 무엇이오?
가까운 인연끼리 왕통을 이어가다보면 그들 사이에 혈연이 관련되지 않은 곳이 어디있소? 있다면 말을 해보오.
모두들 ...................
진성 세상이 상대등을 욕하고 짐을 손가락질 하는것 알고 있어요. 여왕은 국법으로 혼인을 못한다고 하였소. 그래서 나는 부군이 없소. 오로지 숙부가 나를 이끌어 주었어요. 그 분이 나의 지아비가 되어주고 그래서 이 신라를 이끌어오고 연약한 짐을 오늘에 있게 하였어요. 할 말들 있으면 해보시오.
앙칼지고 독이 오른 여왕의 가시돋힌 말에 아무도 댓구가 없다.
진성 지금 짐은 지아비를 잃고 슬펴 하고 있어요.
내 분명 일러둡니다.
앞으로 짐과 상대등에 관하여 왈가 왈부하는자는 극형으로 다스릴것이오. 나는 그분을 사모하였고 그분?밖에 모르오. 알겠소?
모두들 .....................
진성 알겠소 모르겠소? 지금까지 상대등에게 은혜를 입은 많은 대신들은 다 어디에 있소? 지금 이 자라에 계신 분들은 상대등과는 관게가 없는 분들이신 모양이구료?...
일동 망극 하옵니다
진성 상대등돠 짐의 일은 모두 나라를 위한 일이었소.
나라를 위해서요.
지금부터 짐은 명하오.
나의 부군 상대등 위홍의 장례를 국상으로 치룰 것이며 아울러 그 분을 임금의 예로 하여 대왕을 추증할 것이오.
대신1,2 대,....대왕?
신료들은 아무도 경악한채 입을 다물지 못한다. 표독해진 진성의 표정
에서.....
해설 위홍, 경문왕의 아우이다. 그는 신라 신료들의 최고 벼슬인 상대등으로서 한때 황룡사 9층탑을 중수 하기도 했으며 또한 대구화상과 함께 신라시대의 향가집을 집대성한 “삼대목”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형인 경문대왕의 죽음이후 정권을 장악하고 조카인 정강왕과 헌강왕의 정무를 연이어 보좌하였으며 이후 역시 조카인 진성여왕대에 이르러서는 아예 여왕과 정을 통하며 궁중에 들어가 정치를 하였다고 한다.
진성여왕은 아마도 위홍을 진정 사랑했던것 같다.
그녀는 위홍이 죽자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기도 했으며
결국은 위홍의 시호를 혜성대왕으로까지 추증해 올려 불렀던 것이다.
씬 12 위홍의 집 근처
상애와 수십명의 군사들이 다급하게 말을 몰아와 위홍의 집 앞에 멈춘다. 그리고 문을 급히 두드
린다.
상애 급보요. 급보요.
대문이 열리고 군사 하나가 고개를 내민다
군사 무슨 일이슈?
상애 급변이 일어났느니라. 마님은 안에 계시느냐?
군사 예
상애 물렀거라 .
그렇게 급히 안으로 달려 들어가면 동집안 뜰에서 산책중이던 왕륭과 두 사부가 허둥거리며 내아로 가고 있는 상애를 보며 의하한 표정을 짓는다.
마씨 주군, 뭔가 급한 일이 생긴 모양이옵니다?
왕륭 ........?
변씨 급변이라고 하지 않았사옵니까?
씬 13 동집 내아
내아의 문이 열리며 위홍의 처가 모습을 들어낸다. 상애가 허리를 숙인다.
위홍처 무슨 일이 그리 급하단 말인고?
상애 마님, 각간 어르신께오서....
위홍처. ..........?
상애 각간 어르신께오서...지난 밤 궁궐에서.....운명하셨다 하옵 니다.
위홍처 뭐라?
잠시 침묵이 지나간다. 위홍처는 말이 없다
상애 마님...각간 어르신께오서......
위홍처 그래, 돌아가셨단 말이지?
상애 그러하옵니다 마님.
위홍처 돌아가셔.........돌아...가.....?그리되었단 말이지......그리.......
상애 ................
위홍처 (집 안에 들어와 지켜서는 군사들보며) 저 군사들은 무엇인고?
상애 예,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불온한 자들의 침입을 염려하여 견훤부장님께오서 보내셨사옵니다.
위홍처 물리거라
상애 예?
위홍처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불온한 자들이 무엇하러 예까지 오겠느냐?
상애 예?
위홍 알았으니 물러가거라. 곧 입궐차비를 차릴것이니라.
상애 예, 마님
상애가 물러 간다. 위홍처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눈을 감는다. 너무도 담담하고 냉철하기만 하다.
씬 14 동집 마당
상애가 갸웃하며 나오는데 왕륭들과 서 있던 변씨가 다가와 묻는다.
변씨 이보시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상애 예, 국상이 났습니다요.
변씨 에?
상애 각간 어르신께서 돌아가셨습니다요. 서라벌이 지금 난리입니다요. 급보를 가지고 파발들이 전국으로 떠났구요.
왕륭들이 모두 놀란다. 상애가 급히 밖으로 가버린다.
마씨 주군, 각간이....죽었답니다?
왕륭 .....................?
변씨 저희도 돌아갈 준비를 서둘러야 겠사옵니다.
왕륭 (끄떡이며) 그렇게 하게. 그러나 우리와 인연이 있었던 사람일세. 문상은 하고 가야 도리가 아니겠는가...궐에 갈 준비도 해주게
두사부 예
왕륭 ....................?
씬 15 서라벌 거리
곳곳에 군사들이 지켜 서있다. 백성들이 눈치를 보며 피하듯 지나쳐 간다. 간간히 군사들의 한 떼가 지나쳐 가기도 한다. 어디선가 소라 소리가 간간히 들려 온다. 그리고 범종 소리도...
씬 16 궁궐 일각
상복을 입은 군관들이 긴 소라를 불고 있다. 부산하게 지나치는 궁녀와 대신들도 모두 상복 차림이다.
씬 17 빈청
빈청에 모셔진 위패에는 “대신라국증혜성대왕신위”(大新羅國贈惠成大王神位)란 글이 씌여 있다. 일단의 승려들이 가득히 모여 독경을 하고 있고 그 한 켠에 진성여왕과 위홍의 처가 사이를 두고 앉아 있다. 그네들은 간간히 서로를 보지만 묘한 냉기만 교차할뿐 아무 말이 없다. 잠시 후 왕륭이 환관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와 여왕과 위홍의 처에게 예를 올린후 향을 꼽고 절을 올린다.
왕륭 폐하, 그리고 마님 . 얼마나 애통하시옵니까?
진성 이렇게 와주니 고맙구려
위홍처 .........고맙습니다.
왕륭 각간 어르신의 부고를 받자오니 그동안 많은 은혜를 입은 이몸, 슬픔을 감당할 길 없사옵니다.
두여인 ...............
왕륭 부조로 황금 오십량과 비단 백필을 올리옵니다. 가납하여 주시오소서.
진성 고맙구료. 입만 살아서 움직이는 대신들보다 공의 충성심이 더욱 돋보이는구료.
왕륭 망극하옵니다, 폐하.
진성 송악군의 성주라 하였던가요?
왕륭 그러하옵니다.
진성 짐이 기억을 하리다.
왕륭 망극 하옵니다. 폐하
씬 18 평의전
여왕이 없는 자리에서 문무대신들이 가득히 모여 회의를 거듭 하고 있다. 대신1이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한다. 영기와 견훤도 말석을 차지 하고 있다.
대신1 이미 이번 국상으로 인하여 상대등께선 대왕으로 추존되시었소. 이제 지난 것을 왈가왈부 따지기보다는 눈 앞에 와 있는 시급한국사들을 논의 하십시다.
대신2 옳은 말씀이세요. 지난 번에도 병부시랑 최공이 진언을 올린 것처럼 시급한 일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역의 무리들이외다.
병부령 그 일이라면 돌아가신 상대등과 논의가 있었소이다.
대신1 말씀 하세요.
병부령 급하게 막아야 할 것이 사벌주의 상주에서 발생한 반란이외다. 그 곳에 성주는 이미 죽었고...지금은 일곱살짜리 성주의 아들이 반란군을 상대 하고 있답니다.
대신들 허허...이런....
병부령 누차 진압군을 보내도 소용이 없어요.
대신3 어디 거기 뿐입니까? 북원이며 죽주는 어떻구요?
대신4 또 있지요. 서남해 쪽에 바다에는 해적들이 득실거린다고 들었습니다. 양민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팔고 있고 밀무역이 극성을 부리고...
병부령 그렇소이다. 처처에 그런 일들이 만연 하고 있소이다.
대신1 그래서요.? 상대등과 무슨 논의를 하셨소이까?
병부령 죽주나 북원은 아직까지 그곳의 군사들이 막아보고 있으니 결과를 보기로 하고 우선 상주와 서남해에 장졸들을 보내자고 하였소이다.
대신2 장수는 누구를 보냅니까?
병부령 폐하를 모시던 저어기 영기 장군을 군사들과 함께 상주로 보내고 상대등을 모시던 부장 견훤을 승급시켜 서남해로 보내자 하였소이다
영기, 견훤 .......................?
대신3 영기장군이야 그렇다 하고 견훤이란 사람은 아직 장수로 보내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소? 그는 군졸 출신이예요.
병부령 그렇지가 않아요. 상대등께서 말씀하시기를 저 촉나라에 있었던 유비나 관우, 장비같은 세사람의 장수를 다 합쳐도 견훤이란 사람보다는 못할 것이라고 하였지요.
모두들 .......?
병부령 뭐 그렇다고 군사를 딸려 보내는 것도 아니고 왕실의 의지와 지엄한 견책을 전하자는 것이올시다.
대신1 그대로 하십시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전장에 가라고 하면 아무도 가지를 않아요.
싸우라고 하면 목숨이 아까와 다 도망치니 역도들이 우리 군을 없수이 여기는 거예요.
저들을 보내십시다.
지금 그대로 군령을 내리세요.
대신들 모두 고개를 끄떡
인다.
대신1 (두 사람에게) 그대들은 들었는가?
두사람 예
대신1 바야흐로 국가에 충성할 절호의 기회일세. 마침 상대등께서 천거를 하셨다하니 죽기로 싸워서 공을 세워 보게나
두사람 황공 하옵니다.
병부령 그대들은 내일 일찍 병부에 가서 군령장과 장군의 관인을 받게나. 그리고 속히 떠나도록 하게.
두사람 예.
두사람, 크게 허리를 숙이며 서로를 본다. 그렇게 고마울리 없는 일인 것이다.그러나........
씬 19 궐안 길
영기와 견훤이 측근들을 이끌고 오고 있다. 추허조와 능환 상애들도 따르고 있다.
영기 어떤가? 이제 자네도 장군이 되었네 그려.
견훤 허허허, 허울뿐인 장군을 무엇에 쓰겠습니까?
영기 서남해라......길이 멀구먼
견훤 가는 길에 장군님과 상주까지는 동행을 해야할것 같사옵니다.
영기 상주는 왜?
견훤 그 곳에 저의 가족들이 있사옵니다.
영기 호오, 그랬는가? 상주가 고향인가?
견훤 그러하옵니다. 어차피 이번에 서남해로 가면 고향에 돌아 올지 못? 올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일이구요.
영기 하긴 그러하이. 사방이 전장터인데 언제 어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들이 그렇게 가고 있는데 저만큼 왕륭들이 마주 오다가 마주친다.
왕륭 (반가워) 아니, 견공이 아니시오?
견훤 여기서 뵙사옵니다?
왕륭 예, 빈청에 좀 다녀 오는 길이올시다. 상대등 어른께서 졸지에 그런 일을 당하시다니...참으로 황망하기만 합니다.
그들 ................
영기는 묵례를 하고 먼저 앞서 간다. 왕륭의 두 사부와 왕건이 견훤을 본다. 추허조와 능환도 그런 그들을 본다.
견훤 송악으로는 언제 돌아가시 옵니까?
왕륭 곧 일을 수습 하고 떠날까 합니다.
견훤 허어, 그러시군요.
정말 서운하고 아쉽게 되었사옵니다. 실은 소인도 서남해로 떠나라는 영을 받고 가는 길이 옵니다.
왕륭 서남해요?
견훤 예, 그 곳에 대규모의 군사 주둔지가 있사옵니다..
왕륭 아쉽소이다. 정말 아쉬어요. 군사들을 많이 데리고 갑니까?
견훤 아니올습니다. 그 곳에 가서 지휘권을 이양 받게 되어 있사옵니다.
왕륭 허허, 먼 길인데 고생이 많으시겠소이다.
견훤 그래도 이 서라벌보다야 낫지 않겠사옵니까?
왕건 언제 가시는지요?
왕륭 영을 받았으니 서둘러야 겠지요. 공자님.
왕륭 또 뵐 수가 있겠소?
견훤 글쎄올습니다. 이 난세에 누가 장담을 할 수 있겠사옵니까? 자, 왕건 공자님. 만나뵙자마자 이별이로군요.
왕건 섭섭합니다. 견훤 장군님
견훤 그렇습니다. 이젠 명색이나마 장군이 되었습니다. 공자님은 분명 훗날 큰 인물이 되실겝니다. 그때 꼭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견훤들이 그렇게 지나쳐 간다. 왕륭이 미련처럼 한참이나 보고 있다.
변씨 주군 우리도 차비를 서둘러야 할것 같사옵니다.
왕륭 아까운 사람이야, 저 견훤이란 사람은.....
마씨 가시오소서.
그들도 다시 걷기 시작 한다.
씬 20 그 어느 길
견훤과 수하들이 오고 있다.
추허조 나으리, 저 왕건이란 아이말이옵니다. 참으로 영특하게 생겼사옵니다.
견훤 맞아
능환 보통 아이가 아니예요. 눈치도 빠르고 예의범절도 반듯 하고...
견훤 송악 성주의 자제일세. 어련 하겠는가?
추허조 헌데 나으리, 서남해가 어디옵 니까?
능환 바닷가야. 저어 무진주 근처에 있는 끝도 없이 넓은 바다이지.
추허조 허어, 생선께나 먹게 생겼사옵니다?
능환 아마도 생선 먹을 여유는 없을 께다.
추허조 예?
능환 우리는 지금 전장터로 가고 있는게다.
견훤 ...............
능환 아무튼 적절한 때에 서라벌을 잘 떠나는 것 같사옵니다.
경훤 그런것 같구먼...
능환 나으리...우리가 서남해에 도착하기 전에 그곳 사정을 좀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사 옵니다.
견훤 ...?
능환 눈치빠른 애상이를 미리 보내 심이 어떻겠사옵니까?
견훤 일리있는 말이야. 그렇게 하게.
능환 예...헤헤헤...애상아...
서남해 구경을 네가 제일 먼저 하게 생겼다.
애상 하명만 하시오소서...
능환 이것 저것 미리가서 상세히 좀 잘 살펴보거라.
애상 예...
씬 21 서라벌 관문
영기가 거느리는 수많은 군사들이 서라벌을 빠져 나가고 있다. 영기와 그의 부장들, 그리고 견훤과 그의 가병들도 함께 가고 있다.
애상은 보이지 않는다. 길가의 연도에서 백성들이 수근거리며 보고 있다.
씬 22 그 대열
수심에 찬 영기와 견훤이 나란히 가고 있다.
영기 이보게 견훤이.
견훤 예, 장군
영기 우라가 살아서 다시 볼 수 있을까?
견훤 어인 말씀이시옵니까?
영기 쉽지 않은 전쟁이 될게야.
견훤 허허허, 무슨 말씀을.......한때 신라의 전통과 자랑인 화랑을 거치셨고 폐하를 측근에서 뫼셨던 장군이시옵니다.
영기 다 썩어버린 화랑얘기야 해서 무엇 하나? 이번 출전은 반란을 진압 하는 일일세. 이런 전쟁은 백성들의 인심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지. 그리고...... 나는 너무 늙었어.
견훤 ................
영기 하기사 자네도 답답할 것일세.
오래 전에 엉망진창이 된 군대를 장수 하나가 내려 가서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견훤 ...........
영기 자네 한 목숨이라도 보존을 하도록 하게.
견훤 ....말씀 고맙사옵니다.
영기 어쨋든 상주를 거쳐 간다하니 관산현(문경)관문까지는 함께 가겠네 그려.
견훤 예.
영기 잘됐네.....갈수록 모든 것이 어려워 질 것일세. 상대등 어른이 세상을 버렸다는 소식은 전령들이 떠났으니 지금 쯤 세상이 다 알게 되었을 것이고....반란은 처처에서 더욱 심해질게야.
견훤 그럴 것이옵니다.
그들 그렇게 간다.
씬 23 시골 길
서라벌을 떠나온 전령들이 바람처럼 달려와 사라져 간다.
씬 24 어느 지방 관문
드문드문 저자거리들이 보이고 행인들이 오고 간다. 군사들이 삼엄하게 지켜서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감찰 하고 있다.
사람들 속에 섞여 궁예들이 오고 있다. 이들이 다가오자 군사들이 보고 있다가 묻는다.
군사 어디서들 오는 길이슈?
종간 서라벌에서 옵니다.
군사 (살펴보다가)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요?
종간 죽주로 갑니다.
군사 거긴 무엇 하러 가는거요?
종간 거기 있는 칠장사 절에 갑니다. 헌데 왜 이리 어수선 합니까? 난리라도 난것 같구려.
군사 사실이오. 난리가 났다오. 상대등이란 높은 사람이 죽었 답니다.
궁예 ..........?
종간 누가 ...죽어요?
군사 이 나라에서 제일 높으신 어른 말씀이오. 폐하의 숙부라던가, 남편이라던가....
그게 난리가 아니고 뭐요? 자, 빨리 가슈. 다음 사람....
군사들은 계속 행인들의 짐을 조사 하고 있다. 궁예가 짐시 맘칫 하다가 짧은 한숨을 내 쉬며 성문을 지나쳐 간다.
종간 들으셨사옵니까? 각간 위홍이 죽었다 하옵니다.
궁예 결국...그렇게 되었군요.
일국을 호령하던 그 사람도 세월과 죽음은 어쩔 수가 없었나봅니다. 허허허...
궁예의 웃음이 웬지 허허
롭다. 종간이 눈치를 보다가 묻는다.
종간 그래도 숙부가 아니시옵니까?
궁예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소이까?
종간 그나저나 죽주에서 스님의 어머님을 찾아죌 수 있을런지 그것이 걱정이옵니다.
궁예 가보십시다.
종간 (사이) 지금쯤 송악사람들도 서라벌을 떠났겠습지요?
궁예 그랬겠지요.
종간 생각해보면 그사람들과는 적지 않은 인연이었사옵니다.
왕건이란 아이도 그러하고...
궁예 웬지 또 만날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종간 (보다가) 소인도 그런 예감이 드옵니다.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전혀 낯설지가 안았사옵니다.
궁예 허허허....날이 저물어 갑니다. 어디 주막이라도 잡아야 하겠 소이다. 이제 죽주에 다 와 갈텐데.....
그들 그렇게 간다.
씬 25 강변 길
달빛이 대낮처럼 밝다. 왕건 일행들이 오고 있다.
변씨 주군, 마침 달도 밝고 물 때도 좋사옵니다. 배를 띄우기에는 그만인 것 같사옵니다.
왕륭 다행이로구먼.
마씨 참으로 놀랐사옵니다.
각간 위홍이란 사람이 죽어서 대왕의 칭호를 받다니요?
왕륭 그럴만 하니까 그랬을테지.
왕건 (듣고 있다가) 아버님 어떻게 신하가 대왕이 될 수 있사옵 니까?
왕륭 허허허,비록 신분은 신하이지만 그 업적이나 공이 매우 높거나 폐하의 아주 가까운 혈족이거나 하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니라.
왕건 하지만.....
왕륭 왜?
왕건 각간 어른은 그런것 같지가 않사옵니다. 소자는 서라벌에서 거지들과 굶어죽은 시체들을 많이 보았사옵니다. 정치를 잘 하였다면 왜 백성들이 그렇게 되겠사옵 니까?
모두들 ...............?
왕건 그렇게 대단했던 시장들도 볼품이 없이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사옵니다. 그리구.... 백고좌라는 법회에서는 폐하께서 도선대사님에게 꾸중을 듣고 도망치셨다 했사옵니다.
왕륭 허허, 이런....
마씨 하하하, 공자님 잘 보셨고 정확히 들으셨사옵니다. 주군, 아무래도 이번 서라벌 길은 소득이 큰 것 같사옵니다.
변씨 정말 그렇사옵니다. 주군
왕륭 그렇다 건아, 아무리 큰 왕궁과 수많은 신하들이 있어도 군주 한 사람이 잘못하면 다 허사이 니라.
왕건 허면 이 나라와 백성들은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왕륭 힘이 있는 새로운 군주가 나타 나서 다시 이르켜야지.
두사부 ...........
왕건 아, 그러니까 견훤 장군이나 선종스님 같은 분들 말씀이로 군요?
왕건 으음?
왕건 소자는 서라벌에서 그 분들이 제일 기억에 남았사옵니다. 정말 힘이 있고 당당해보이셨사옵니다.
마씨 진정한 힘은 무술이나 완력이 아니옵니다. 지혜와 덕을 갖추는 것이옵니다 공자님.
왕륭 마사부의 말이 옳다. 아무리 큰 용맹함도 지혜와 덕 앞에서는 다 무릎을 꿇는 것이니라.명심 하거라.(사이) 어떤가?
이제 다와 가는가?
변사부 예, 주군 조금만 더 가면 포구가 나올 것이옵니다. 이미 출항 준비가 끝나 있을 것이옵니다.
왕건은 왕륭의 말을 계속 생각 하고 있다. 이들 포구 쪽을 향해 그렇게 가고 있고.....
씬 26 어느 길주막 외경
(밤)
주막집 툇마루엔 장사꾼으로 보이는 몇몇 길손들이 걸터 앉아 술을 마시고 있고 주모가 그 한 켠으로 상을 들고 방 쪽으로 가 기척을 한다.
주모 손님, 손님ㅡ 국밥 가져 왔습니다요.
종간 (E) 예.
종간이 대답 하고 방문을 연다. 그리고 상을 받는다.
종간 허어. 한 밤중인데도 손님이 많소 그려.
주모 많기는요. 어쩌다가 가믐에 콩 나듯이 두어사람 들었구만요.
종간 여기서 칠장사란 절이 얼마나 걸리오?
주모 한 시오리 됩지요.
주모가 상을 건네고 돌아서 간다. 문을 닫는 종간. 부억으로 가려던 주모가 마침 들어서던 기훤의 부하들을 보고는 안색이 싹 변한다. 도적들인 것이다.
동적1 헤헤헤....주모, 잘 있었는가? 오늘은 쏠쏠하게 손님이 들었네 그려.
주모 ............또들 왜 이러우? 어히구....
이미 손님들이 눈치를 보며 도적들을 살피고 있다. 낄낄거리며 손님들을 살펴보고 있는 도적들, 험상궂어뵈는 그들은 네 다섯이나 된다.
씬 27 동 주막 방안
궁예와 종간이 국밥을 먹고 있다.
종간 따끈한 방에서 국밥을 한 그릇 하니 피곤이 싹 가시는것 같사옵니다.
궁예 그렇구료. 며칠을 걸어왔으니 .... 오늘은 푹 쉬고 아침에 여유있게 떠나도록 하십시다.
그들 먹기를 계속 하는데 밖에서 주모의 비명 소리
들이 들려 온다.
그리고 부서지는 소리들.... 귀를 기우리는 이들
주모 (E) 대체 어쩌란 말이오? 허구헌날 들이닥쳐서 손님들 등이나 치고 무얼 더 내놓으라는게요?
도적1 (E) 허허. 이것이 그런데.... 네깟것들이 우리 장군님이 아니면 어떻게 여지껏 버티고 장사를 해?
씬 28 동 주막 마당
이미 길손들은 초죽음이 되어 눈치를 보고 있고 도적들은 그들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 다른 도적들은 길손들의 보퉁이를 뒤지고 있다. 몇개의 패물들이 나온다. 그것을 챙기면....
길손 아이구 장사님들, 그건 안됩니다요. 그게 우리 재산 전붑니다요.
도적2 허, 이자가 뭘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우리는 기훤장군님을 모시는 사람들이다. 세금을 걷어야 해.
길손 난리를 피해 처가로 가는 길 입니다요. 제발...그게 우리 전부에요.
도적1 이놈아, 네가 아직 이렇게 살아 있는것도 우리 장군님 덕이니라. 뭣들 하느냐? 여기 짐들을 모조리 뒤지고 저 방에 있는 작자들도 끌어내서 짐을 뒤져보거라.
주모 아이구, 이보시오 들....
매일처럼 이러니 어느 누가 우리 주막에 들겠소? 차라리 날 죽이시우. 날 죽여.
주모가 달려들자 도적이 그녀를 밀친다. 약탈이 시작 된다. 비명 소리들과 애원 하는 소리들.. 또 다른 도적들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한다. 그러나 그대로 마당에 벌렁 나뒹구는 도적 하나. 이미 종간과 궁예가 방에서 나오며 그를 걷어 찼던
것이다. 도적들의 눈이 휘둥그레 진다.
궁예 웬 시주님들이신데 무고한 길손들을 괴롭히시오?
도적1 허, 뭐야? 저 중놈이 아무래도 간이 부어도 한참 부운게로구나.
궁예 손님들의 물건을 돌려주고 조용히 돌아가시오
도적2 저 놈이 아무래도 실성을 한 모양일세. 감히 우리를 쳐. 얘들아 맛을 보여드려라.
도적들이 우 덤벼 든다. 삽시간에 접전이 붙었다. 그러나 어찌 궁예와 종간의 적수들이 되랴..... 몇 합 만에 이들은 땅바닥에 딩군다.
도적1 아니 이것들이 그런데...?
그러나 도적 1과 2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실컷 두드려 맞고 엉망이 되어버린다. 모두 합세하여 다시 덤벼들었지만 이번에는 어디를 어떻게 맞았는지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한다. 도적들도 놀라고 주모도 사람들도 모두 놀란다.
종간 어서 썩 사라지지 못할까?
도적1 (간신히 일어들 나며) 좋아, 두고들 보자...우리를 건드리고 무사하긴 어려울게다. 가자.
도적들이 비실거리며 사라진다.
길손 고맙습니다요. 스님. 고맙습니다요.
주모 아히구....스님..고맙기는 하지만..큰일 났습니다요.저들이 누구인데...저 놈들을 건드리다닙쇼? 어서 여길 피하세요. 경을 칩니다요. 어서요.
종간 그럴일은 없을 것이요. 아궁이에 장작이나 두둑하게 넣으슈. 들어가시지요 스님.
궁예 그러십시다. 모두들 편히 주무시구료.
이들 방 안으로 들어가 다시 방문을 닫는다. 너무도 태연 한지라 아무일도 없었던듯 하다.
씬 29 동 주막 방 안
밖에 바람소리가 들려 온다. 생각에 잠긴 두사람.
종간 괜스리 잠만 설쳤사옵니다 스님.
궁예 ...(미소)...세상이 어지러우니 도적들도 조정을 핑게하며 양민들을 괴롭힙니다그려.
종간 그러게 말이옵니다....그만 주무시오소서
궁예 ...어머님이 여기 가까이 계시다 생각하니 웬지 마음이 착잡합니다.
종간 이십년이 넘어서 만나뵙는 스님의 어머님이십니다. 당연한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궁예 아직도 수양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종간 아니옵니다. 스님께선 그 업으로 하여 세상을 구하실 막중대사를 지셨사옵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옵니다.
궁예 그만 잡시다.
이들 자리를 보고 눕는다. 바람소리는 더욱 높다.
그들 잠을 청한다. 바람소리는 더욱 높다. 궁예는 생각이 많다. 가벼운 한숨을 내쉰다. 여러가지 지난 일들이 떠오른다. 눈벌을 달리던 그 다급했던 시절의 유모와 자신과....그리고 다시 떠블되어 다급했던 갖난 아기 시절의 모습이 보여온다. 그 엄청나 불길 하며 도망치던 유모와 자신의 어머니 하며.... 그리고 누각으로 올라가 아이를 유모에게 던지던 것과 유모의 손가락에 찔려 눈이 피범벅이 되었던 것
하며... 그리고 그 불바다 속에서 자신을 안고 도망치는 유모모와 이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궁예모의 모습
에서.....(3회 참조)
궁예는 생각을 멈추고
한숨을 쉰다.
궁예 (E) 이제 다 지난 일이다. 여기에서 지난 인연의 끈을 다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대해로 나가는 것이다. 끝도 없는 저 망망대해로......
궁예는 잠을 청한다. 그 밖의 바람소리.....
씬 30 그 주막 외경
달빛어린 마당과 산 기슭으로 모진 바람이 모든걸 날려 가고 있다. 거기서 디졸브 되면
씬 31 이른 아침의 부감
끝도 없이 보여오는 산구릉들 사이로 새벽이 벗어지며 여명의 아침이 밝고 있다. 능선을 타고 영기와 견훤의 군사들이 오고 있다.
씬 32 그 행열
아무도 말이 없다. 쉬지 않고 오고 있는지라 군사들은 지쳐 있고 영기도 피곤하 기색이 역력 하다.
견훤 너무 무리하시는듯 싶사옵니다. 이틀째 쉬지 않고 강행군이십니다 장군.
영기 군령을 어찌하겠나?
견훤 오늘 저녁이면 사벌주 성에 도착하실것 같사옵니다마는....
영기 그런들 무엇 하고?
견훤 ....?
영기 영을 받아 나오기는 했지만 군사들은 이미 싸울 마음이 없네.. 과연 얼마나 버틸지.....
견훤 기운을 내시오소서 장군.
영기 기운이라......허허허...견장군의 고향은 상주 어디인가?
견훤 가은현이라 하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장군과는 이쯤 해서 달리 길을 잡아야 할 것 같사옵니다.
영기 그래. 그럼 가야지..... 고향에는 누가 계시고?
견훤 아버님과 아우들, 그리고 처자가 있사옵니다.
영기 오 농사를 지으시나...?
견훤 예, 적지 않은 토지를 갖고 있사옵니다마는..... 시골의 호족이란 그저 그만한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영기 그래도 고향이란 좋은 것이지.
이들 갈림길에 이르러 그렇게 멈추어 선다. 견훤이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본다.
견훤 부디 조심하시오소서
영기 잘 가게. 이제 부터는 젊은이 들의 세상일세. 잘 살게.
견훤 그럼........
견훤이 군례를 드리고 길을 바꾸어 든다. 추허조와 능환들도 예를 올리고 견훤을 따른다. 영까 물끄럼히 보다가 다시 수신호로 행군의 계속을 지시한다.
씬 33 견훤들이 가는 길
(어느 겨울 논벌)
견훤은 여전히 착찹하다. 가다말고 다시 영기 쪽을 돌아 본다.
능환 나으리, 영기 장군이 걱정되시옵니까?
견훤 참으로 안되었어, 좋은 장수 였는데...
능환 세월이 그러한걸 어찌하겠사 옵니까?
견훤 (끄떡인다)...
능환 가은에서는 얼마나 묵으실 요량이시옵니까?
추허조 허허허. 뭐 길게 묵으실것 있사옵니까? 그래봤자. 큰 마님께서 반가워 안하실것인데요.
견훤 허조 네 말이 맞다.
인사만 드리고 바로 떠나도록 하자꾸나.
추허조 잘 생각 하신 것이옵니다. 사실 우리가 왜 여길 버리고 서라벌로 갔사옵니까?
그게 다 옛날에 큰마님 때문에...
능환 허허.....허조야. 네 놈은 그 입이 늘 문제로다.
(눈치를 보다가) 하긴 여기 상주일대는 나으리와는 맞지 않사옵니다. 큰 곳으로 가셔야 합지요. 그저 한 이틀 쉬시고 서남해로 가시는 것이...
견훤 바로 떠날 것일세.
능환 예?
견훤 허조 말이 맞아. 어차피 아버님을 모시지?못할바에야 여러사람 거북하게 할 일이 무엇 있겠 는가, 나는 계모님도 계모님이 지만 아버님과 맞지를 않아.
능환 하, 하지만....큰 어르신께서는 그래도 나으리를 크게 믿고 계시는데..
견훤 어서 가세 아직도 한참 가야해.
그들은 더 이상 말을
삼간다. 그렇게 길을 돌아들면.....
씬 34 어느 야산 오솔 길
궁예와 종간들이 오고 있다.
종간 스님의 어머님께오서 이십여년을 이런 산 속에서 숨어지내셨다니 얼마나 적적하셨겠습니까?
궁예 본래 분에 넘치는 것을 갖게 되면 재앙이 따르는 법입니다. 어머님은 농사꾼의 따님이셨는데 어느날 갑자기 이나라 대왕폐하의 후궁이 되셨소이다. 그게 화근이었어요.
종간 아물 그렇다 하시더라도....
그들 그렇게 얘길 하며 가다가 문득 앞을 본다. 도적들이다. 지난 밤 보았던 도적들과 함께 신원과 원회가 부하들을 이끌고 막아서고 있다. 족히 십 수명은 된다.
도적1 바로 저자들입니다요. 저기 저 애꾸중 하고 저, 저 저놈입니다요.
두사람 .............?
신원 하하하, 겨우 저런 조무라기들에게 망신을 당했단 말이냐?
원회 행색을 보니 사흘 굶은 강아지들 꼴이 아니냐? 하하하하...
궁예 무슨 일로 앞을 막으시는겐가?
신원 긴 말 할것 없다. 너희들이 나의 수하들을 욕보였다해서 그 값을 치루어주러 왔느니라.
궁예 딱들 하시구먼. 우리는 바쁜 사람들이니 길을 비키시게.
원회 아니 된다. 우리는 기원 장군 님의 수하이니라. 욕을 보였으면 댓가를 받아야 한다.
너희가 나를 이긴다면 조용히 보내주마.(검을 빼며)
자, 무엇들 하느냐? 어서 와 보거라.
종간 보아하니 도적치고는 꽤나 점잖하구나. 그렇다면 내가 상대를 해주마.
원희 이놈, 우리보고 도적이라니....이런 괘씸한 놈 보았나?
저 놈에게 칼을 주어라.
그러자 눈치를 보던 도적이 칼을 던져 준다. 종간이 그것을 받는다. 이들 사이를 두고 서로의 세를 읽기 시작 한다.
원회는 사슬이 달린 철퇴를 들었다. 드디어 공수의 접전이 시작 되었다. 한합, 두합.... 연이어 무서운 살수가 계속 된다.. 칼과 철퇴가 부딛히고 얽히고...잘못하여 나무에 철퇴가 맞으면 그 나무들이 부러져 나간다. 시간이 흘러도 싸움은 백중세이다. 서로의 얼굴에 땀이 흐르기 시작 한다.
원회 제법이로구나. 오랫만에 제대로 된 놈 하나 만났구나
그러나 종간은 웃을 뿐, 목숨을 건 싸움은 계속 된다. 그리고 무서운 살 수 끝에 원회는 열세로 몰리기 시작 한다. 그리고 끝내는 허둥거린다. 드디어는 종간의 칼이 원회의 목을 겨누게 되자 신훤이 소리치며 달려 나온다.
신원 이놈, 시골 조무래기가 어디서 잔재주를 부리느냐?
검을 들고 달려 나오자 이번에는 종간이 위기에 몰린다. 그러자 궁예가 석장을 들고 나와 막아 선다.
궁예 시주님은 예법을 모르시는구먼. 그렇다면 내 석장을 받아보시게
치열한 접전이 다시 이어 진다. 그러나 신원도 궁예의 적수는 아니었다. 얼마간의 검투 끝에 신원도 끝내는 검을 놓쳐 버린다. 도적들이 어쩔줄 모르며 모두 달려 들려 하는데 신훤이 막는다
신훤 모두 물럿거라.
도적들이 주춤하며 물러서자 신훤이 무릎을 꿇는다.
신훤 송구하옵니다. 소인들이 장사님들을 몰라뵙고 무례를 범했사옵니다. 원회 자네도 어서 꿇게
원회 (그제서야 꿇으며) 몰라뵈었사옵니다.용서 합시오.
궁예 (그제서야) 일어들 나시게요. 이제 그만 되었소.
그제서야 그들이 일어 난다.
궁에 그렇지 않아도 세상이 어지러운때에 양민들을 위해 일해야할 장정들이 도둑질이 웬 말이요?
신훤 아니옵니다. 저희는 도둑이 아니옵니다. 기훤장군의 부장들이옵니다.
종간 기훤이란 사람은 누구요?
원회 죽주 일대를 다스리시는 장군님이시옵니다.
신훤 수하들이 아마도 시키지도 않은 일들을 한것 같사옵니다. 용서 하시오소서.
궁예 그렇다면 되었소. 우리는 그만 가보아야 겠소이다.
신원 아, 아니옵니다. 장사님들을 이렇게 뵈었는데 저희가 대접이라도...
궁예 그만 되었소이다.
신훤 어디까지 가시옵니까?
종간 칠장사를 가는중이라오.
원회 그렇다면 다 오셨습니다요. 그 곳도 저희들 관내이옵니다. 저희가 뫼시겠사옵니다.
얘들아, 너희들은 성으로 물러가 있거라.
도적들 예.
신원 가서 성주님께 아뢰어 손님 맞을 준비를 하시라 전해올려라.
졸개들이 대답 하고 그 곳을 떠난다.
원회 가시지요. 절은 바로 요 앞이옵니다.
`그들 그렇게 함께 간다. 가면서 종간이 묻는다.
종간 죽주성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오?
원회 한 오백여명 되옵니다.
종간 관군과는 전투가 많았겠구료.
신원 아니옵니다. 오히려 우리가 가끔씩 싸움을 청합지요. 이 일대에 관군은 없사옵니다. 도망친지 오랩지요.
궁에와 종간을 끄떡이며 그들을 따라 간다.
씬 35 칠장사 어느 암자
근처
궁예와 종간이 원회들과 함께 다가와 암자의 마당으로 들어 선다. 멈칫거리며 보고 있던 행자승이 다가와 두려워 하며 묻는다.
행자 어디서들 오셨는지요?
원회 여기 스님 계시느냐?
행자 스...스님요?
궁예 (그러자 원회를 만류하며) 우리는 서라벌에서 왔네. 여기에 나이 지긋하신 비구니 스님이 계신다고 들었네. 서라벌 왕실에서 오신분이지.
행자 아아, 우리 스님이세요. 맞아요. 옛날에 거기 왕실어딘가에 계셨다는데.....
그때다. 조용히 문이 열리며 오십이 넘어 보이는 기품 있는 비구니 한 사람이 이들을 본다.
행자 우리 스님이세여. 저 분이 바로.....
그러나 이미 궁예는 보았다. 그리고 그녀도 보았다. 그들 모자는 단박에 서로를 알아 보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궁예가 합장을 해 올린다.
궁예 저는 궁예라 하옵니다.
비구니 .............(약간 경련하다가 그러나 곧 침착해 진다.)
궁예 궁예라 하옵니다. 기억 나시옵 니까?.....(사이) 제가 궁예이 옵니다.
비구니 ..............
종간 .............?
궁예 제가 이십여년 전에....
서라벌에서... 제가 바로 그 궁예이옵니다. 궁에이옵니다.
제 눈을 보시오소서.
어머님 궁에이옵니다.
그러나 비구니는 표정이 없다. 모정을 확인 하려는 궁예의 그 간절한 표정에서......
(끝)(12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