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실크로드
미술문화 기행
◁ 길을 떠나며 ; 파키스탄을
향한 여정 ▷
오랜만에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꿈을 꾸어 왔고 마침내 그 꿈을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의 실현은 험난한 여정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는 길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문화의 원류를 찾고자
하는 욕구가 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여 몇
해 전부터 그 첫 번째 여정을 인도로 잡아, 이미
두차례의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불교를 전해준 인도에서
불교문화의
원류를 찾아보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인도의 서북쪽에 위치한 파키스탄으로 전해집니다. 파키스탄은 불교미술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간다라 미술의 발생지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우리 불상의 원형을 여기에서 찾고 있습니다. 저는 간다라
지역에서 많은 불상과 탑이 만들어졌던 현장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 첫 번째 여정은 파키스탄의
라호르라는 도시입니다. 라호르는 넓은 의미에서 고대의
간다라
지역에 속합니다. 물론 지금 파키스탄은 회교국가입니다.
과거의 불교유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국민들은
회교를 믿고 있으며 회교식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의 관심사인 간다라의 불교유적을 중심으로 우선
살펴보고 여타 파키스탄의
이모저모에 대해서도 제가 본 것들을 두루 둘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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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우리를 싣고 떠날 비행기 / 첫날은, 인천공항에서 태국을 경유, 파키스탄의 라호르로
향하게 된 일정입니다. 잠시, 중간에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방콕 공항에 내렸습니다. 창밖으로 비가 내린 가운데
비행기를 바라보며 설레는 가슴을 진정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떠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받은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
02
태국식 불전
/ 공항 안을 돌아다니며 마주친
태국식 미니 사원 건축입니다. 태국의 전통적인 지붕과 기둥
모양이 독특합니다. 오가는 사람 중에 이곳에 돈을 놓고 가거나
합장하고 경배하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
03
인도 신화
"우유바다 휘젓기" 이야기를 형상화한
조각 (1) /
방콕공항 안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 작품은 힌두의 천지창조 신화
"우유바다 휘젓기 이야기"에 등장하는 내용을
배경으로 하는 사진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선신인 데밧타들(Devatas)과 악신인
아수라들(Asuras)이 끊임없이 전쟁을하는데 모두가 지쳐서
비슈누신(Visunu, 세계를 유지시키는 신)에게 중재를 요청합니다.
비슈누는 서로 싸우지 말고 힘을 합하여 우유바다를 휘저어,
죽지 않고 썩지
않는 불로장수의 영약인 암리타(Amrita ; 불사의 의미)를 만들
것을 권합니다. 이렇게 하여 1000년 동안 우유
바다를 휘젓는데 이 과정에서 온갖 생명체들이 탄생한다는
줄거리입니다. |
04
인도 신화
"우유바다 휘젓기" 이야기를 형상화한
조각 (2)
/ 선신과 악신들은 머리가 여러
개 달린 뱀인 나가(Naga)의 왕 바수키(Vasuki ; 고대 인도신화에
나오는 우주의 뱀)의 몸통을 만다라(Mandara)산에 박아놓은
축에 감아서 양편으로 잡고 바다를 휘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축의 받침으로 있던 산이 바다밑으로 가라앉게 됩니다.
이 때 비슈누는 거북으로 변신하여 그 산을 자기의
등으로 떠받쳐 산이 가라앉는 것을 막았습니다. 거북이의 왕
쿠르마(Kurma)가 회전축의 역할을 하고 양쪽이 줄을 잡고
심판을
보고 있습니다. 천장에서는 인드라신(Indra)이 역시 힘에 의해
튕겨나가지 않도록 만다라산을 눌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드라(Indra; 모든 악마를 정복한 신이며 천둥,번개,비의 신,
신들의 제왕)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바즈라(Vajra, 벼락무기)를
지니고 있다하는데 여기에서는 칼과 삼지창을 들고
있습니다. |
05
아수라(악신들)의 모습
/ 선신과 악신들이 양편으로
나뉘어 머리가 여러
개 달린 뱀(여기선 3개의 머리)인 나가(Naga)의 왕 바수키(Vasuki ; 우주의 뱀)의
몸통을 줄다리기용 줄처럼 잡아 당기고 있습니다. 신들은 소용돌이치는
물살 주위에 바수키를 둘러서 묶어놓고 양쪽에서 끌어당기면서
큰 우유바다를 휘저어 섞는데 이는 천지창조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힌두교에서는 바다를 휘저어 천지창조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여기 바수키의 머리쪽 부분에서 줄을 당기는 이들은 얼굴이
험상궂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악신들인 아수라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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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선신들(데밧타)의
모습
/ 선신과
악신들은 천년 동안 이 줄을 잡고 돌면서 우유바다를 휘저었는데, 이
때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힘을 못이긴 뱀 바수키가 그 입에서
독을 뿜어냅니다. 그러자 브라흐마가 간청하여 시바신이 바수키가
뿜어낸 독을 마십니다. 그런데 그 독이 너무 강하여 독이 타고
내려간
시바의 목이 타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때부터 시바의 목이
푸르게 변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선신과 악신들의 노력으로
영약인 암리타를 얻기도 했지만, 우유바다는 육지가 되고
온갖 생명체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즉, 천상의 춤추는 여신인
6억명의 압살라(무희)들, 코끼리 머리가 3개 달린 아이라바타(Airavata),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 락슈미(Laksumi), 우유같이 흰 말
등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후 신들은 암리타를 차지하겠다고
또 전쟁을 하게 됩니다. 여기 사진에 나오는 신들은 바수키의
꼬리부분을 잡아당기고 있는데, 얼굴이 곱상한 것으로 보아
선신들(데밧타)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
07
라호르 공항에서
/ 7월 24일 밤 11시,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에 파키스탄 라호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중나온
현지 가이드가 꽃다발을 목에 걸어주면서 엉겁결에 찍힌
사진 한 컷. 무거운 베낭을 메고 순탄치 않은 여행을 예감한듯
자못 진지하면서도 긴장된 표정입니다. |
08
첫날 밤을
지낸 호텔 / 라호르의 여름 날씨는 사진에 나오듯 안개가 낀
것처럼 매우 흐려
보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후덥지근하고 끈적끈적한 것이 매우 습하고 불쾌지수가
높습니다. 앞으로 지낼 날이 퍽이나 걱정되었습니다. 호텔은 5성급으로
매우 쾌적하고 훌륭한 잠자리였습니다. |
09
바드샤히 모스크
정문
/ 인도 대륙의 4대 모스크(이슬람
사원) 가운데 마지막 건축물인 바드샤히 모스크 정문입니다. 붉은
사암으로 만든 웅장하고 거대한 문인데, 대형의 첨탑(미나레트)과 이를 본따 만든
망루 모양의 소형 첨탑(차토리)이 지붕 위에 얹혀져 있습니다.
위풍당당한 이 정문은 무굴제국 시대 모스크의 전형적인 양식이고,
고유한 지붕 모형입니다. |
10
바드샤히 모스크(회교
사원)
/ 1673년 무굴제국 6대 황제 아우랑제브(재위
1658-1707) 때 세워진 사원입니다. 라호르 시의 금요 모스크(자미
마스지드)로 세워졌고, 금요집단 예배 모스크는 공동체의
신앙 중심지입니다. 거대한 안뜰(광장)과 함께 6
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예배실이 있습니다. 아랫 부분의 예배실의
붉은 사암으로 만든 벽과 윗 부분의 3개의 흰 대리석으로
만든 돔의 대비가 매우 강렬합니다. 사원의 주 건물과 아치형 입구들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전형적인 무굴시대 건축물입니다. |
11
바드샤히 모스크의
첨탑과 회랑 형식의 예배실 / 라호르에서 가장 중요한 바드샤히 모스크를
둘러싸고 있는 긴회랑, 모스크의 돔, 차토리(소형 첨탑)
그리고 안뜰을 둘러싼 네 모퉁이의 팔각형 미나레트(첨탑;
예배를 알리는 탑)가 돋보입니다. 미나레트는 꼭대기로 올라갈수록
좁아지고, 꼭대기에는 인도풍의 차토리(소형탑)가 얹혀져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 델리나 아그라의 건축물에 비해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다소 떨어집니다. |
12
모스크의 내부
복도 / 바드샤히 모스크는 인도대륙에서 가장 큰
모스크입니다. 우리들은 무슬림들의 기도 장면을 보고 싶었으나 예배시간에는
광광객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데, 여성들은 예배드리러 모스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고 주로 가정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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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모스크 내부의
천장 문양(1)
/ 이슬람 예술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생물체를 묘사하거나 그리는 것을 종교적으로 금하는
우상숭배 금지였습니다. 이 금지법의 기초가 되는 전제는 신만이
삶의 유일한 주관자이므로 살아있는 것들의 초상을 만드는
자는 신에게 대적하는 자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천장은 식물 문양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세부
장식에서 새나 짐승 및 인간의 형상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무굴제국 시대의 이러한
벽면 장식들은 모두 이슬람 미술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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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모스크 내부의 천장
문양(2)
/ 천장은 평면이 아니라 다면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면체의 각 면에는
순전히 장식을 위한 식물형태의 도안이 그려져 있습니다.
문양은 주로 꽃무늬
장식인데, 등나무나 덩굴 잎이 있는 포도 송이, 그리고 꽃당초
무늬 등 주로 덩굴 무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천장
전체가
아주 촘촘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마치 다채로운 꽃밭처럼 보입니다. |
15
모스크의 벽장식(1)
꽃이 있는
식물무늬의 격조높은 벽화 / 자연계의
식물 스케치, 자연주의와 주위세계에 대한 자세한 관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방형의 틀 안에 덩굴잎이
있는
덩굴무늬 도안과 화병 그리고 꽃잎 문양들이 촘촘히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모두 장식성이 강조된 벽장식입니다. |
16
모스크의 벽장식(2) 꽃
장식 벽화
/ 벽면 공간을 세 개의 기둥으로
구획하고 잎사귀와 꽃잎을 무성하게 장식하였습니다. 네모 공간 밖은 크고 작은 꽃잎들을 일렬로
배치하여 마치 띠를 두르듯이 하여 빈 공간이 없게 촘촘히
그려 넣었습니다. |
17
모스크의 벽장식(3)
나무잎 줄기
/ 꽃나무의 줄기를 마치 두 개의
기둥처럼 사용하여 장식하고 그 위에 잔가지와 꽃봉오리를
올려 양각하였습니다. 구도는 이슬람 미술의 기본원리인 대칭
형식을 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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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바드샤히 모스크와
하즈리 정원 1 /
앞에 보이는 넓은 공간이 기하학적 대칭 구도로 이루어진 이슬람 양식의
하즈리 정원입니다. 정원도, 중앙 파빌리온도, 금요 모스크도
모두 다 그 형태가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칭구도의
이슬람 건축물과 정원을 자주 보는 사람들은 조금은 답답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별로 재미없어 하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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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하즈리 정원의
중앙 파빌리온(pavilion; 부속건물, 별관)
/ 바드샤히 금요
모스크와 라호르 성채를 연결하는 하즈리 정원의 한가운데 위치한
파빌리온입니다. |
20
라호르 성의
알람기리 문
/ 라호르 성채와 금요 모스크를
연결하는 하즈리 정원의 중앙 파빌리온 내부에서 라호르
성을 향하여 바라본 것입니다. 아우랑제브 황제는 라호르
성채 안의 궁전과 금요 모스크를 연결하기 위하여 성채의
서쪽에 이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운 알람기리문을 만들었습니다.
이 알람기리문은 입구 좌우에 원형의 능보를 만들고, 그
위에 커다란 차토리(소형첨탑)를 올려 놓았습니다. 능보의
토대가 연꽃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
21
알람기리 문에서
바라본 바드샤히 모스크와 하즈리 정원, 그리고 중앙 파빌리온 2
/ 알람기리문 입구의 형태 윤곽을
넣은 채 알람기리문이 있는 건물 내부에서 찍어본 것입니다.
사진 기술을 한 번 뽐내 본 것이죠. 알람기리문은 아우랑제브(무굴제국
6대황제)가
세운 유일한 건물로, 바드샤히 모스크와 함께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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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나들이 나온
파키스탄 가족
/ 알람기리 문 입구에서 만난
오붓한 파키스탄 가족의 모습입니다. 나들이 나온 그들의 수줍어
하면서도 밝고 화기애애한 표정은 지구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답고 따뜻한 모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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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파키스탄의 아름다운 풍광 ...즐감하였습니다...대숲님의 사진을 보며 ...한참동안...맑았던 어린시절로 돌아갔습니다(대숲님은 저의 소학교 짝꿍하고 많이 닮았어요^^)
대숲님의 여행은 학술여행이셨습니다. 세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작업하셨는데 감사드립니다. 보람있는 여름을 보내셨습니다. 공부하면서 유익하게 감상하였습니다. 늘 평안하시죠..
파키스탄 여행기라고도 할 수 있는 [실크로드 미술문화 기행]을 우리 토만사 카페에도 소개해줘서 고맙습니다. 불교 문화와 미술에 대한 월정(대숲)의 해박한 지식과 꾸준한 관심, 그리고 그 열정에 경탄과 큰소리나는 박수를 보냅니다. 지속해서 연재해주기를 부탁합니다.
퍽이나 웅장하고 아름답습니다...인도에선 군데군데 카메라 입장료를 따로 내라고 글더만....첨엔 까짓 멀 그런걸 내고까지 카메라를 들고간다냐 하며 카메라를 입구에 맡기고 들어갔는데....후회막심이었네요......마음에만 담고오기엔 용량초과라........오랫만에 뵙는 대숲님 반갑기 그지없네요.....이제 1편 시작 됐으니 ....
파키스탄하면 동파키스탄 서파키스탄...가난하고 종교분쟁이 끊이지 않는나라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아는만큼 느낀다는 선인의 말씀이 맞습니다....대숲님을 파키스탄 홍보대사로 위촉합니다 짝 짝 짝~!!!
햐~ 정말 웅장하고 멋있습니다. 사진이 이정도 인데 직접보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2탄 기대만땅 입니다 ㅎㅎ.
대숲님 저도 잘 보았습니다..웅장하면서도 사람들의 미소지움이 정말 소박해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