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28분에 일어났다. 어젯밤에 생각했던대로 제일 먼저 텃밭으로 갔다.
2번 골의 부부가 먼저 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내 자리에 와서 보니─
엿새만에 고구마 줄기가 좀더 뻗어나왔지만, 그래도 말끔한 편이었다.
2번 골의 아주머니가 와서 보고 말씀하셨다.
- 이겁니까? 골이 깨끗하네예~
월요일날 땡볕에 우산을 쓰고, 악착같이 김매기를 마쳤더니, 내가 봐도 훤했다.
초보 농사꾼 3년차에 접어드니, 남에게 칭찬을 다 받고 괜찮다야~
고추를 땄다. 60여남은 개는 족히 됐다.
이쪽 저쪽 남하고 같이 쓰는 골부터 훑어나갔다.
모르긴 해도, 고추도 그렇고 고구마도 그렇고 시들은 떡잎을 제때 치워줌으로써
보기도 좋고, 병충해도 덜하는 것 같다. 솔직히 나오면서 쭈~욱 보니
이것 저것 잔뜩 심어놓기만 하고, 제대로 돌보지 않는 이랑도 드문드문 보였다.
흉을 보자면, 내 옆의 아주머니 골은 억수로 지저분한 편이다.
수박을 따서 박살을 내서 무성한 풀 뒤에 던져놓은 것도 풀매다가 내가 치웠다.
작년에 가끔 마주칠 때보면, 심성은 좋아보이던데, 심성과 밭정리는 다른건가? 헛
어쨌든 그것도 다 내 업이라 생각하고 갈때마다 슬쩍슬쩍 같이 풀매기를 해준다.
비료를 뿌리다가 남은 건지, 내쪽으로 고춧대 밑에 소복히 뿌려놨길래, 고춧대는
얼마 안가서 뽑을거라 한웅큼 집어서 배추심을 땅에다 뿌리고 흙을 덮어놓고 왔다.
지인도 가족도 동료들도 사람상대를 해보니, 책임감 강한 쪽이 늘 피해를 보더라
지나고 보니, 상대의 무책임한 행동때문에 힘든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네 그려~.
그런 사람일수록 사과는 곧 죽어도 안한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것은
역시 사람이 치유해 준다지만, 나는 그런 치유를 받은 적이 없다.
나에게 맞닥뜨리는 이 모든 상황을 나의 업으로 여기며, 오늘도 나는 내캉 논다.
첫댓글 ㅎㅎㅎㅎ 내 마음이 풍족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