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은
1962년 충청북도 중원에서 태어났다.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시 「성선설」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장했으며,
시집으로 『우울씨의 일일(一日)』(세계사, 1990),
『자본주의의 약속』(세계사, 1993),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창작과비평사,1996),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2005) 등을 펴냈다.
시 「광고의 나라」는 그의 두 째 시집인 『자본주의의 약속』에 실려 있다.
함민복 시인의 시들은
속악한 자본주의적 세계의 비인간적인 폭력과 부조리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면서도
소외된 현대인에 대해서는 따스한 손을 내밀고 그것을 감싸안으려는
포용력을 보여준다고 평가된다.
시 「광고의 나라」는
자본이 지배하는 세계의 다양한 환상과 물신주의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제목인 ‘광고의 나라’는
광고가 지배하는 나라라는 뜻으로, 광고의 힘과 허구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 시는 모두 다섯 개의 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연들은 모두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용 또한 변화가 심하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첫 번째 연은
3음보 중심의 운문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두 번째 연은
산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연은
이상의 시 「오감도 시제1호」를 패러디하고 있으며,
네 번째 연은
다시 산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연은
3음보와 4음보의 운문 형식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처럼 형식의 변화가 심하지만
모든 연들은 자본의 자기 증식 전략인 광고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로 일관되고 있다.
광고가 약속하는 행복과 파라다이스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주된 메시지인 셈이다.
첫 번째 연에서는
광고가 지닌 속성을 묘사하면서 유토피아를 약속하는 자본의 전략이 허구임을
과장된 어조를 통해 비판하고 있다.
“좋은 것만 가득 찬” 광고 속의 세상은
“에덴동산”이자 “무릉도원”이며,
“서방정토”이자 “개벽세상”으로 비유되는데,
이러한 과잉 수사 속에 광고의 허구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둘째 연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직장에 출근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달콤하게 유혹하는 광고에 젖어 사는 현대인의 일상을 산문 형식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둘째 연은 주로 현대인의 의식 속에서 흘러가는 낭만적인 광고 문구로 넘쳐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 설정은 광고가 현대인들의 의식의 지배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연에서는
이상(李箱)의 시 「오감도 시제1호」를 패러디하며
광고를 통해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욕망을 실현해줄 것 같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상품들이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 톰보이”, “아모레 마몽드”, “비제바노” 등의 다국적 상품이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을 통해
시인은 광고로 각인된 상품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또한 시인은 이상의 시 「오감도 시제1호」를 패러디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그러한 상품의 질주가 현대인들에게 불안과 고독의 정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넷째 연은
퇴근해서 잠들기까지의 과정에서
광고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역시 특별하고 놀라운 세계를 경험할 것이라는 광고의 이미지에 빠져들어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의 모습이 부각된다.
마지막 다섯째 연에서는
첫 번째 연의 내용을 반복하면서
변주를 가하여
광고에서 약속하는 유토피아가 허구에 불과한 것임을 비판한다.
즉 “행복과 희망만 가득 찬 / 절망이 꽃피는, 광고의 나라”라고 진술함으로써
행복과 희망의 이미지로 가득 찬 광고의 세계가
곧 현대인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야기하여
오히려 절망의 근원일 수 있음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발은 광고가 구축한 이미지가 결국 환상이며 허구라는 사실을 담고 있다.
- 황치복, 한국현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