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여름밤 / 윤단비 / 한국 / 2020 / 9.0
<남매(들)의 어느 여름날>
방학이 된 어느 여름 날, 옥주와 동주는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으로 갑니다. 2층 양옥집인 할아버지 집에서 처음엔 시큰둥했던 가족들은 어느 순간 각자의 이야기로 스며들게됩니다.
윤단비 감독의 신작입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뛰어난 데뷔작이자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집에 갔던 기억들. 그곳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웃었던 기억들. 안 좋았던 기억들. 우리가 겪었던, 혹은 우리 부모님(혹은 그 이전) 세대가 겪었을 그 기억들.
화려하지 않은 연출이지만 아름답게 보여준 미장센. 그 하나하나의 컷에 담긴 어느 여름날의 기억들.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저 괜찮다가도 혼란스러워하는 한 소녀, 혹은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들은 우리의 어떤 순간들을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씬과 씬 사이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감정들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듯한 모습들. 모든 것들이 아스라이 빛나는 별들처럼 보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별똥별처럼 눈물이 흐르게 됩니다.
‘사랑은 짧지만 망각은 길다’... 그렇지만 그 순간에도 기억하고, 행복과 기쁨이 한 번씩 찾아오겠지요.
너무나도 짙은 여운과 기억으로 마음을 가득 채웠던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