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사! '슈룹'은 순우리말 이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우리가 잘 사용해야"
드라마에는 별로인 아내가 요즘 텔레비전 연속극에 푸욱 빠져있다. 주말마다 종합연예채널 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슈룹>를 놓치지 않는다.
<슈룹>은 조선왕조시대 왕실에서 사고뭉치 왕자를 왕세자로 만들어야 하는 중전 '화령'의 극한 분투기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아내는 드라마에서 중견 배우 김혜수의 감동과 흥미를 주는 연기에 빠져드는 모양이다. 김혜수를 통해 본 중전의 행실은 말씨 하나 처신 하나 버릴 것이 없단다.
드라마에서 현명한 중전의 공명정대한 행동은 자신의 철없는 아들이 세자가 되는데 슈룹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안에서 탄탄한 바가지는 밖에서도 탄탄한 모습으로 백성들의 고달프고 어려운 현실에 슈룹이 되는 모습은 더 감동이란다.
슈룹? 처음 듣는 말이다. 외국어인가 했다. 얼른 인터넷을 찾아봤다. 아뿔싸! 슈룹은 우산의 순우리말이다. 우산은 잘 알듯이 비 올 때 머리에 받쳐 비를 가리는 물건으로, 비 '우(雨)'자에 우산 '산(傘)'자를 쓰는 한자어이다.
슈룹이란 좋은 우리말이 있었는데, 여태껏 모르고 지냈다니!
말은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린다. 예를 들어 '도롱이' 같은 말이 그렇다. 도롱이란 예전 왕골 겉껍질과 같은 것으로 만든 비옷이다. 지금이야 옛 도롱이를 입고 비를 피할 일이 없지만, '레인 코트(rain coat)'라는 외국어에 가려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슈룹은 사라져서는 안 될 우리말이다. '비 올 것 같으니 슈룹 꼭 챙겨 가려무나.'라고 말한다거나, '내가 네 슈룹이 되어줄 게!'라 말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도롱이라는 말 대신에 레인 코트라 말하면 유식해 보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거리 간판에 국적 불명의 말들이 너무 많다. 아파트 이름까지 긴 외국어를 갖다 붙였다. 어떤 간판은 그 뜻을 헤아리기도 힘들다. 뭐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자주 사용하면 좋겠다. 특히 방송에서는. 슈룹 같은 좋은 우리말이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출처 : 인천in 시민의 손으로 만드는 인터넷신문
전갑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