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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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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사진---^^ 스크랩 가야의 올림포스산이라는 신어산-돛대산(‘14.5.30)
가을하늘 추천 0 조회 27 15.06.03 05:1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신어산(神魚山, 631.1m)-돛대산(298m)

 

산행일 : ‘15. 5. 30()

소재지 : 경남 김해시 대동면과 상동면 그리고 삼방동의 경계

산행코스 : 선암다리돛대산동봉(605m)신어산헬기장서봉(641m)천진암은하사주차장(산행시간 : 3시간40)

함께한 산악회 : 청마산악회

 

특징 : 전형적인 육산(肉山), 산행 내내 바위를 거의 볼 수 없었던 산이다. 그러나 산행을 마칠 때쯤이면 그게 얼마나 잘못된 판단이었는지를 알아차리게 된다. 은하사 뒤편의 산자락에 빼꼭하게 들어찬 기암괴석(奇巖怪石)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늘 걸었던 산행코스가 처음에서 끝까지 온통 흙길 일색이었고, 거기다 빗속을 걷다보니 바위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 원래부터 육산으로 보았던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산은 순하다. 코스를 그렇게 잡아서인지는 몰라도 산행 내내 황톳길을 걷는데다가, 오르막길의 경사(傾斜) 또한 완만(緩慢)해서 걷기가 여간 편한 것이 아니다. 거기다 오늘은 비록 비 때문에 시야(視野)가 트이지 않았지만, 능선 곳곳에서 멋진 조망처를 만날 수 있었다. 산행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요인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할 때 가족산행지로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산행들머리는 선암장어마을(김해시 대동면 수안리)

남해고속도 동김해 I.C에서 내려와 동김해I.C 사거리(김해시 삼정동)에서 우회전하여 부산방면으로 달리다가 부산김해경전철 불암역을 지나자마자, 그러니까 부산과 김해을 잇는 김해교(선암다리)를 건너기 바로 직전에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남해고속도로의 아래를 지나는 굴다리를 통과하게 된다. 굴다리 근처가 그 유명한 선암 장어마을이다 

 

 

 

들머리는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왼편으로 열린다. 축대를 뚫어 만든 길에 나무계단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도 못 믿겠다면 들머리 왼편에 세워진 김해시보건소의 올바른 걷기자세안내판을 참조하면 될 일이다.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우거진 수풀에 절반쯤 가려있는 이정표 하나가 눈에 띈다. 신어산까지의 거리가 6.4란다. 산길은 초입부터 가파르게 시작된다. 오늘 산행이 걱정되는 순간이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날에 등산로까지 가파를 경우에는 고생을 각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이도 그 걱정은 기우(杞憂)에 그쳤다. 잠시 후부터는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갔기 때문이다.

 

 

능선 양쪽으로 그다지 굵지 않은 소나무와 잡목(雜木)들이 듬성듬성 서있다. 덕분에 가끔 조망(眺望)이 트이면서 광활한 김해평야와 그 중심에 있는 김해시가지가 널따랗게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오뉴월 땡볕이라도 내려쬘 경우에는 걷기가 만만치 않을 구간이 될 것 같다. 다만 다행인 것은 능선의 오르내림이 크기 않기 때문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도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좌우로 나뉘는 갈림길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는 어느 곳에서 오르더라도 능선을 향해 방향을 잡기만 하면, 산길은 하나같이 신어산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해경사 갈림길’(이정표 : 신어산, 천불사 2.1Km/ 해경사 336m, 지내동 730m/ 선암다리)활천중학교 갈림길’(이정표 : 신어산, 천불사 1.5Km/ 활천중/ 해경사 570m, 선암다리 1.5Km) 외에는 이정표조차 세워놓지 않았다.

 

 

길을 가다보면 곳곳에서 쉼터를 만날 수가 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운동기구까지 갖춘 쉼터가 있는가 하면 그냥 벤치 몇 개만 놓은 쉼터, 또 어떤 곳은 식탁용 테이블까지 갖추고 있다. 관할 지자체인 김해시에서 이곳 신어산을 산상공원(山上公園)으로 가꾸어가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시민들의 후생복리(厚生福利)를 위해서이다.

 

 

오늘은 행운이다.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한 산딸기가 곳곳에서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것도 처음에는 뱀딸기를 닮아 냉큼 입에 넣기가 거북했었는데 조금 후부터는 제대로 된 딸기로 변하기까지 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지런한 집사람의 손길이 한층 더 빨라진다. 그러나 그 수확물의 대부분은 사진 찍느라 바쁜 내 입속으로 들어온다. 가시에 찔려가면서 딴 수확물을 자기가 먹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입속에 넣어 주는 걸 행복으로 아는 그녀, 현모양처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여자와 함께 사는 난 행운아가 분명하다.

 

 

산행을 시작한지 30, 활천충학교 갈림길에서는 3~4분쯤 되는 곳에 이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편은 평지길이고 왼편은 약간 경사가 진 오르막길이다. 비록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지만 왼편으로 진행한다. 잠시 후 돌탑 앞에서 묵념(?念)을 하고 있는 여성이 보인다. 함께 산행을 하고 있는 일행인데, 앞에 보이는 돌탑은 ‘2002년 중국민항기 추락사고때 숨진 이들의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쌓은 탑이란다. 김해소방서 의무소방대원들이 쌓았다는데, 돌탑의 틈새에다 민항기의 파편들을 넣어가며 쌓았다지만 지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참고로 이 사고는 한국인 탑승객 137명 중 129명이 사망했고, 전체 생존자는 37명에 불과한 대형 참사였다.

 

 

위령탑에서 잠시 아래로 내려섰던 산길은 또 다시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중간에 거리표시도 없는 이정표를 만나기도 하고 거대한 소나무 아래에 만든 쉼터도 지난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걸으면 전망데크 모양으로 지어진 정자(亭子)를 만나게 된다. 참 잊은 게 하나 있다. 정자가 있는 이곳으로 오기 전, 산길이 진행방향의 봉우리를 피해 왼편으로 우회를 시작하는 지점이 있다. 만일 돛대산을 오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우회(迂廻)를 하지 말고 곧장 능선을 치고 오르라는 얘기이다. 물론 이곳에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다. 덕분에 나도 그냥 왼편으로 우회해 버렸지만 말이다.

 

 

정자에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길이 ‘T'자형으로 길이 나뉜다. 비록 이정표는 없지만 돛대산은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진행해야 한다. 물론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야 하지만 말이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5분 가까이 치고 오르면 오른편으로 난 길이 보인다. 아까 능선을 곧장 치고 올랐을 경우 만나게 되는 지점이다.

 

 

갈림길에서 몇 걸음 더 걸으면 바윗길이 시작된다. 비록 그 거리는 짧지만 오늘 산행에서 유일하게 손맛을 볼 수 있는 구간이다. 그리고 올라서는 바위마다 시야(視野)가 뻥 뚫리는 멋진 조망처이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날씨 때문에 조망이 트이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말이다.

 

 

앞을 가로막는 바위들을 우회하거나, 이도 어려울 경에는 넘으면서 진행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돛대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기암괴석들이 마치 연꽃모양으로 벌어져 있는 돛대산 정상은 일단 비좁다. 그러나 정상석까지 갖춘 의젓한 산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은 궂은 날씨로 인해 시계(視界)가 제로에 가까운 탓에 다른 사람이 쓴 글로서 조망을 대신해 본다. ‘낙동강과 김해평야가 턱밑에 있다. 주변 봉우리를 살펴보면 진행 방향으로 신어산, 그 우측으로 푹 꺼진 생명고개와 장척산이, 11시 방향엔 까치산과 그 뒤 백두산이 확인된다.’

 

 

삼거리로 되돌아와 다시 신어산으로 향한다. 잠시 후 안동 갈림길’(이정표 : 신어산 정상 3.6Km/ 안동/ 선암다리 2.8Km)을 지나고, 이어서 멋진 전망바위를 만나게 된다. 바위 위로 오르면 희미하게나마 김해시가지가 널따랗게 펼쳐지는데 그 왼편에는 방금 올랐었던 돛대산이 정확하게 삼각형을 그려내고 있다. 저런 생김새가 흡사 돛을 닮았다고 해서 돛대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는데, 그렇다면 돛대산이 아닌 돛산이 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돛대는 돛을 달기 위해 배의 바닥에 세운 기둥을 말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길을 가다보면 공사를 하는 구간이 자주 눈에 띈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본 신어산 누리길 조성사업현수막(懸垂幕)과 무관하지 않을 듯 싶다. 공사현장을 보면서 가슴에 와 닿는 게 하나 있다. 작은 감동이랄까? 가능하면 자연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공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래 사진은 데크로 바닥을 깔려는 모양이고, 또 다른 곳에서는 경사진 길을 네모로 칸을 막아 토사(土砂)가 흘러나가지 않게 하면서도 윗부분은 흙이 노출되도록 그대로 놓아두었다.

 

 

길을 가다보면 측백나무 숲이 나타난다. 90년대 말 산불이 난 뒤 조림한 것이란다. 누군가는 편백나무라고도 하지만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측백나무로 보이니 어쩌겠는가. 나무는 굵지는 않다. 그렇지만 잠깐의 그늘을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자랐다. 거기다 짙은 솔향까지 전해주니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따로 없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구간이다.

 

 

측백나무 조림지역을 지나면 또 다른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지나갈 때마다 이름 모를 산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전망바위에서 잠시 더 걸으면 임도(林道)를 만나게 된다. 안동갈림길에서 30분 조금 못되는 지점이다. 임도를 만났어도 산길은 임도로 내려서지는 않는다. 임도 오른편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것이다.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신어초등학교 갈림길’(이정표 : 산어초등학교 1.8Km/ 선암다리 4.7Km)을 지나서, 곱디고운 황톳길을 따라 7분 정도를 더 걸으면 또 다른 임도에 내려서게 된다. 벤치를 갖춘 쉼터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임도에 가까워지면 저만큼에 신어산이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푸른색으로 덧칠한 산자락에 회색빛 바위 몇 개를 안고 있다.

 

 

 

 

두 번째 임도에서도 임도를 따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에는 임도를 가로질러 11시 방향의 샛길로 들어선다. 샛길로 들어서면 산길은 가팔라진다. 그러나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보다 조금 더 가팔라졌다 싶을 뿐이지, 오르기가 버겁다는 느낌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그저 조금만 속도를 떨어뜨린다면 별 어려움 없이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임도에서 8분쯤 올라서면 김해대학교 갈림길’(이정표 : 신어산 정상 0.9Km/ 김해대학교 1.6Km/ 선암다리 5.5Km)을 만나고, 이어서 2분 후에는 쉼터를 겸한 또 다른 갈림길(이정표 : 신어산 정상 0.8Km/ 산림욕장 0.8Km/ 천불사 3.08Km). 왼편은 삼림욕장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그대로 쭉 직진한다. 이어서 4분 후에는 비를 막을 수 있는 지붕까지 씌워진 약수터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물은 흐르지 않고 있다. 요즘 가뭄이 알려진 대로 심한 모양이다.

 

 

 

약수터를 지나면 잠시 후 나무데크 계단이 시작된다. 초입에 세워진 이정표(신어산 정상 0.45Km, 철쭉군락지/ 천불사 3.3Km)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왼편으로 길이 나있는 것이 보인다. 주능선을 거치지 않고 신어산 정상으로 오르는 지름길이지 않나 싶다.

 

 

나무데크 계단을 지나면 드넓은 평원(平原)이 펼쳐진다. 보통의 철쭉과 황철쭉, 그리고 자산홍(개량철쭉) 17,000그루의 철쭉을 식재(植栽)한 철쭉군락지라는데 그 넓이가 무려 2에 이른단다. 군락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쳐놓은 금()줄 사이를 가볍게 치고 오르면 능선안부의 삼거리(이정표 : 신어산 정상 0.3Km/ 상동매리 10Km/ 천불사 3.8Km, 선암다리 6.1Km)에 올라서게 된다. 이곳 삼거리는 낙남정맥(洛南正脈)이 관통하는 구간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부터 신어산 정상을 거쳐 서봉에 이르기까지는 낙남정맥의 마룻금을 따라 걷게 된다. 낙남정맥은 백두대간인 지리산 영신봉(靈神峰.1,652m)에서 남하하여 하동, 진주, 마산, 창원을 거쳐 김해 낙동강하류에서 그 맥을 다하는 총 도상거리 232 km의 산줄기로서 주요 산으로는 옥녀산(玉女山, 614m), 천금산(千金山), 무량산(無量山, 579m), 여항산(餘航山, 744m), 광로산(匡盧山, 720m), 구룡산(九龍山, 434m), 불모산(佛母山, 802m) 등이 있다.

 

 

삼거리에서 오른편 상동매리 방향으로 진행한다. 동봉에 다녀오기 위해서이다. 동봉을 둘러본 후에는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철쭉군락지를 지나면 숲길이 나타나고, 잡목(雜木)으로 가득한 오솔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면 10분쯤 후에는 동봉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열 평이 조금 못될 듯 싶은 정상에는 김해가야산악회에서 세운 정상표지석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외에도 돌탑이 하나 보이지만 탑()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돌무더기로 보는 게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동봉에서의 조망도 괜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아래 생명고개, 그 뒤에 있는 장척산과 동신어산이 보이는 것은 물론 날이 좋을 경우에는 금정산과 불모산, 굴암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오늘은 비록 구름 속에 갇혀있지만 말이다.

 

 

아까의 안부삼거리로 되돌아와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이번에도 역시 철쭉군락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이어진다. 그리고 철쭉터널이 끝나는 곳, 두루뭉술하게 생긴 봉우리가 신어산 정상이다. 누군가 어머니의 젖무덤처럼 유순하게 생겼다고 했는데 이 또한 틀리지 않은 표현일 것 같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 30분이 걸렸다.

 

 

정상은 비록 반반하지는 않지만 많이 넓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지점은 산불감시초소가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리라. 정상표지석과 삼각점은 망루(望樓)의 바로 앞, 이 또한 신어산의 상징물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초소가 감시의 수준을 넘어 짐짓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 어쩌면 90년대 말에 이곳에서 일어났던 큰 산불을 떠올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철쭉군락지 쪽에는 전망데크를 만들어 조망를 돕고, 공터의 가장자리에는 벤치들을 배치해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참고로 신어산의 신어(神魚)’는 수로왕릉의 정문에 새겨진 두 마리 물고기를 뜻하면서 동시에 수로왕의 왕비인 허 황후의 고향인 인도의 아유타국와 가락국의 상징이기도 하단다. 그 이름에서부터 금관가야(金官伽倻) 탄생설화(誕生說話)’와의 밀접한 관련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거기다 은하사(銀河寺)나 영귀암(靈龜庵) 남방불교(南方佛敎) 전래의 성지(聖地)’로 분류될 만한 유적들까지 산속에 품고 있으니 가야의 올림포스(Olympos)이라는 말을 듣는다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할 것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사방으로 시야(視野)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법 굵어진 빗줄기 속에서 조망은 기대할 수조차 없다. 다른 이의 글로서 아쉬움을 달래본다. ‘산마루에 서면 부산을 에워싼 능선의 연봉들이 한눈에 잡힌다. 동쪽으로 독수리 머리를 닮은 금정산 고당봉 용마루가 급격하게 내리 닫아 파리봉을 이루더니 금련산, 백양산, 엄광산을 차례로 지나 푹 꺼지다 다시 구덕산과 승학산으로 치솟아 오른다. 해운대 마린시티의 초고층 아이파크 아파트와 달맞이 고개의 AID 재건축 아파트도 하늘 한자리를 꿰찼다. 남쪽으로 유장하게 대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낙동강 뒤로 화명대교와 다대포, 몰운대, 가덕도 연대봉도 알알이 눈에 박힌다.’ 이 외에도 무척산과 토곡산, 매봉, 오봉산 등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정상에서 산길은 두 갈래(이정표 : 영운리고개 4.0Km/ 상동장척 1.5Km/ 매리(낙남정맥 10.3Km/ 선암다리 6.4Km)로 나뉜다. 하산은 영운리고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능선을 따라 서봉까지 갔다가 은하사로 내려가기 위해서이다. 이때는 물론 서봉을 오른 후에 직전의 헬기장까지 다시 되돌아와야만 한다. 하산을 시작해도 산길은 내리막길을 만들지 못한다. 능선이 오르내림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밋밋하기 때문이다. 하산을 시작하면 잠시 후 헬기장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나타나는 숲속 오솔길을 얼마간 더 걸으면 벤치와 테이블이 있는 쉼터에 이른다. 이곳에서 알아두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이곳 쉼터 근처에서 영구암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뉘니 놓치지 말고 들러보라는 얘기이다. 영구암은 마치 제비집이라도 되는 양 깎아지른 절벽 위에 매달리듯 자리하고 있다는 산중 암자(庵子)이다. 그것도 가야국의 수로왕비인 허왕옥의 오빠 장유화상이 세운 천년고찰이라니 한번쯤은 둘러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들머리를 찾는 게 그다지 쉽지 않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놓쳐버렸다. 조금 더 관심 있게 지도(地圖)를 살펴보지 못한 게 그 원인이다. 사전지식(事前知識)을 덜 알아온 게 또 다른 원인일 것이고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참고로 영구암(靈龜庵)은 낙동강 하구에서 바라볼 때 마치 신령한 거북이 중생을 태우고 지혜의 바다로 나아가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하산을 시작한지 10분쯤 지나면 출렁다리를 만나게 된다. 이름처럼 걸음을 옮길 때마다 출렁출렁 춤을 춘다. 그러나 무섭지는 않다. 다리가 길지 않고 다리 아래에 아스라한 낭떠러지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출렁이는 율동에 맞춰 걷기만 하면 된다. 거기다 흥이라도 난다면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왼편에 거대한 바위무더기가 나타난다. 잘 하면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빗속에 오르는 것은 금물, 그냥 지나친다. 이어서 나타나는 장척계곡 갈림길’(이정표 : 천진암 0.4Km/ 상동장척 1.7Km)에서 천진암 방향으로 진행하면 잠시 후에는 또 다른 헬기장에 올라서게 된다. 출렁다리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이다. 헬기장에서 또 다시 길이 두 갈래(이정표 : 은하사 1.3Km/ 영운리고개 3.0Km)로 나뉜다. 서봉은 이곳에서 영운리 방향으로 조금 더 진행해야 만날 수 있다. 은하사로 하산을 하려면 서봉을 둘러본 후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길은 희미해진다. 낙남정맥의 마룻금을 따르는 능선임에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잡목(雜木)들이 갈 길을 방해하는 거친 오솔길을 따라 7분 정도 걸으면 서봉 정상이다. 두세 평 남짓 되는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에는 정상표지석 외에도 서툴게 쌓아올린 돌탑과 이정표(이정표 : 상동묵방 1.7Km/ 신어산 헬기장 0.3Km)가 세워져 있다. 정상으로서의 구색을 갖춘 셈이다. 낙남정맥은 이곳에서 골프장을 통과하여 영운리고개로 연결된다. 오늘 산행은 이곳에서 낙남정맥과 이별을 고하게 된다는 얘기이다.

 

 

 

헬기장으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천진암으로 향한다. 이정표가 가리키고 있는 은하사 방향이다. 나무데크로 바닥을 깐 길을 따라 잠시 내려오면 다시 맨땅이 나오면서 산길은 서서히 가파른 내리막길로 변한다. 그러다가 10분쯤 후에는 구급함이 설치된 갈림길, 비록 이정표는 세워져있지 않지만 천진암은 왼편이다. 능선을 벗어나 왼편으로 내려선다.

 

 

 

잠시 후 길은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면 바위로 축대(築臺)를 쌓아 보금자리를 마련한 절집 천진암을 만난다. 물론 암자에 들르지 않고 곧장 은하사 방향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천진암은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옛스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아마 산신각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들이 현대풍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조립식으로 지어진 저런 대웅전에서 고찰(古刹)의 흔적을 찾아보라면 차라리 그것이 더 난센스(nonsense)일 것이다.

 

 

 

축대를 쌓아 올려 절터를 마련한 덕분에 조망(眺望)은 뛰어나다. 김해평야 방향으로 시야(視野)가 뻥 뚫리는 것이다. 짓궂은 비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날이라도 좋을 경우에는 김해시가지와 낙동강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란다. 왼편으로 잠깐 고개를 돌리자 신어산의 산자락이 멋지게 펼쳐진다. 능선에 빼꼭히 들어찬 기암괴석(奇巖怪石)들이 하나같이 범상치가 않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던 오늘 산행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신어산의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천진암에서 다듬지 않은 돌로 만든 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서면 주차장에 이르게 되고, 이어서 하늘을 찌르는 솔숲 아래로 난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잠시 더 걸으면 7분 후에는 은하사를 만나게 된다. 연록을 지나 진록으로 들어섰지만 산은 더욱 싱그러운 빛으로 변해 있다. 그런 숲속 저만큼에 은하사가 들어앉았다. 언제부턴가 풍경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있다. 경내(境內)를 울려 퍼뜨리다 흥에 겨워 자신도 모르게 담을 넘어온 것이리라. 그리고 그 소리는 은하사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투명하고 청아해진다.

 

경내로 들어서니 신어산 자락에 아래에 자리 잡은 은하사가 나타난다. 그런데 그 풍경이 참으로 낯설다. 지금까지 줄곧 황톳길을 걸어왔는데 뜬금없게도 산자락이 바위들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그것도 온통 기암(奇巖)들이다. 절이 들어앉기에 딱 좋은 장소다. 누군가가 그랬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기암들이 병풍을 둘러친 이런 기막힌 절경을 어찌 스님들이 놓칠 수 있겠는가. 그것도 풍수에 능하다는 스님들이 말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사찰인 은하사(銀河寺)는 구야국(狗耶國)의 수로왕(首露王: 재위 42199) 때 인도에서 온 승려 장유(長遊)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인도불교가 들어온 것을 기념하여 신어산의 동쪽과 서쪽에다 두 개의 절을 지은 후 구야국의 번영을 기원하였다는 것이다. 이때 서쪽에 지어진 절이 서림사(西林寺), 즉 지금의 은하사이고, 동쪽에 지어진 것은 동림사(東林寺)였단다. 그러나 이 시기는 아직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이니 믿고 말고는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사찰에서 출토된 토기(土器)의 파편들은 삼국시대의 것들로 추정되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각설하고 이후 조선 중기까지의 연혁은 전하지 않고, 1592(선조 25) 임진왜란 때 불에 탄 것을 1600년대에 중창하였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웅전과 화운루, 설선당, 명부전, 응진전, 산신각, 종각 그리고 요사채 2동과 객사 등이 있으며, 이 중 3칸의 정사각형으로 지어진 대웅전은 조선 중기 이후에 세워진 전각으로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38호로 지정되었다. 참고로 은하사라는 절의 이름은 신어산이 예전에는 은하산(銀河山)이라 불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소금강산이라는 신어산의 별칭으로 인해 소금강사(小金剛寺)라고도 불렸다고 전한다.

 

절에 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범종루(梵鐘樓), 오는 길에 이대장이 한번쯤 눈여겨 볼만하다고 귀띔해주던 건물이다. 그의 말마따나 이층으로 된 전각(殿閣)은 예사롭지 않다. 어른 두 사람이 한꺼번에 껴안아야 할 정도로 굵은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는 것이 보기에도 우람스러운데, 거기다 그 기둥들이 하나같이 원목(原木)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단청(丹靑)을 하지 않아 원목의 무늬는 물론 푹 파인 옹이까지도 그대로 드러나던 백봉산 자락의 묘적사 관음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눈여겨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산행날머리는 은하사주차장

영화 달마야 놀자를 떠올리며 경내를 구경하다 이내 발걸음을 돌린다. 박신양, 정진영 주연의 달마야 놀자는 깡패와 스님들이 엮어가는 유쾌한 코믹영화이다. 절간을 접수한 깡패들과 젊은 스님들이 족구시합과 무술시합, 거기다 고스톱 대결까지 벌인다. 영화는 재미있었고 물론 흥행에도 성공했었다. 그들이 놀이터로 만들어버렸던 대웅전을 바라본다. 그러나 당시의 풍경과는 많이 동떨어진 것 같다. 하긴 진경(眞景)과 연출(演出)이 조합되었을 풍경을 실제로 찾아본 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경내를 빠져나오면 하산 길은 운치 있는 연못 가운데로 나있다. 이어서 나타나는 바위계단을 내려선 후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4~5분쯤 더 내려가면 일주문을 만나게 되면서 산행은 거의 끝을 맺는다. 산행이 종료되는 주차장은 이곳에서 돌계단을 따라 2~3분만 더 내려가면 된다. 오늘 산행은 총 4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간식을 먹느라 쉬었던 20분이 포함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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