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7년 빛과 그림자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인권보호…내국인 일자리 잠식 현상도
외국인 근로자를 소재로 한 영화 ‘방가방가’에 이어 KBS 2TV 해피선데이 ‘1박2일’의 외국인근로자편이 방영되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나아가 고용허가제로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방가방가’· ‘1박2일’로 관심고조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외국인 근로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08년 말 54만8553명에서 2009년 말 55만1858명으로 2205명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적별로 보면, 한국계 중국인이 30만6334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인이 5만530명으로 뒤를 이었다. 그 외 필리핀 2만8859명, 타이 2만5811명, 인도네시아 2만4184명, 중국 1만8934명 등이다.
55만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로 유입된 것이다. 2004년 8월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내국인과 동등하게 노동관계법을 적용함으로써 인권문제의 소지를 없애고, 사업주들도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또한‘산업연수생 제도’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인식아래 그 대안으로 중소기업의 인력난 완화와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불법 외국인 노동자의 수도 줄어들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문제점 또한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 박완석 대표는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로 인정받게 됐고, 폭력 등의 인권침해 사례도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업체 이전 기회 3회 제한은 ‘독소조항’
하지만 고용허가제가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다는 것. 특히 ▲직장 이동의 자유 불허 ▲‘불법체류자’강제 추방 ▲고용계약 1년마다 갱신 등 고용허가제의 핵심이 외국인 노동자의 독소조항이라는 주장이다. 고용허가제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는 사업주의 동의 없이 개인 의사만으로는 직장을 옮길 수 없고, 업체 이전의 기회도 3번으로 제한돼 있어 있으며, 변경 조건 또한 까다롭다.
때문에 사업주의 횡포가 심하더라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이야기다. 게다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도 채 5년이 되지 않아, 숙련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구로의 한 생산업체에서 근무하는 모하마드(32·파키스탄)는 “회사에 불만이나 진정을 제기하면서 사업장 변경신청을 하려고 해도 너무 조건이 까다롭고, 괜히 불만만 말했다가 옮기지도 못하게 되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또한 고용허가제는 고용허가 신청후 입국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체류기간 연장에 따른 업무의 연속성이 부족하며, 노동부, 법무부, 외교통상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외국인 노동자 관련 기관의 다원화로 효율성도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그로인해 내국인의 일자리 잠식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노동자시민단체는 “일련의 불평등한 노동조건과 강제노동은 고용허가제가 가지고 있는 제도적 한계”라며 “뿐만 아니라 ‘사업장 이동의 제한’과 같은 독소조항은 강제 노동과 인권침해의 원인을 암묵적으로 묵인해 주고, 이주노 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옥죄는 족쇄 구실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적립금 제도나 또 이주노동자들이 신분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없는 나쁜 점이 아직 남아 있다. 또 회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점과 바꾸는데 제한이 있다는 점 등 아직도 불합리한 조건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용허가제 본질 제대로 알아야
더불어 합법적인 구조안에서 이주노동자의 수가 많이 늘어나면서 내국인 일자리 잠식, 사회적 비용부담 증가라는 문제점도 야기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 박완석 대표는 “고용허가제의 본질은 외국인의 취업이 아닌,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에 외국 인력을 충원해 주는 것”이라며 “하지만 고용허가 제의 도입으로 내국인의 일자리 잠식현상이 일어나고, 더불어 내·외국인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노동관계법에 따라 임금수준 또한 하향화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실질적으로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내국인 고용 노력기간이 90일에서 현행 3일로 축소됐고, 이는 현실적으로 내국인 고용기회를 보장해 주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고용허가제로 인해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인건비가 대폭 상승했다”며“하지만 상대적으로 내국인 노동자들에 비해 숙련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며 동일한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고 이들의 숙식비용 부담으로 월 30여만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2008년 9월 ▲기숙사비 및 식대분담 제외 ▲최저임금제 감액 적용 수습기간 3개월 확대 ▲정부합동단속을 통한 불법체류 외국인 20만명으로 감소 ▲5년 내 체류외국인의 10%이하 감소 등을 골자로 하는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방안’을 발표 했다.
명분은 중소기업의 비용절감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였지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일자리 잠식론’과 ‘사회적 부담 비용’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글 _ 이경하 기자·사진 _
★ 출처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