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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윗대, 죽순,
여름 무의 궁합 금수암 올라가는 소롯길은 온통 초록의 물결이다. 온 나라를 휩쓸고 간 비 소식이 이곳만은 비껴간 듯 촉촉이 젖은 금수골의 풍경은 싱그럽기만 하다. 차밭과 두충나무밭 옆으로 무성한 푸새들이 또 다른 수풀을 만들었다. 나무를 휘감고 올라간 칡넝쿨은 위에서 넌출거리고, 땅 위를 덮고 있는 돌나물은 머위 잎 우산 아래서 방긋거린다. 그러고 보니 큼직한 머위 잎이 기슭을 얼추 덮고 있다. 유난했던 장맛비가 습을 좋아하는 머위의 성장을 도왔음이다. 싱싱하게 돋은 대궁들을 보니 문득 내려가 뜯고 싶어진다. 어렸을 적 고향집에선 담장 아래 핀 머위로 여름 내내 반찬을 해 먹었다. 할머니는 머위의 대궁이 자라기가 무섭게 싹둑 잘라 와서 언제나 똑같은 초무침을 만들라고 했다. 간혹 쓴맛이 덜 우려졌을 때도 할머니는 ‘여름철 보약’이라며 꼭 한 입씩은 먹을 것을 강요했었지…. 그 보약 반찬을 먹기 위해 손가락이 까매지도록 껍질을 벗겼던 기억도 새롭다.
아니나 다를까, 대안 스님도 머윗대를 가득 장만해 두고 여름 별식 만들 채비를 하고 있다. 사찰의 여름 식단에서 머위가 빠질 리 없다. 초여름에 따 갈무리해 둔 죽순도 보인다. 맛이 덜한 여름 무는 초절임으로 마련했고, 세 가지 주재료에 궁합을 맞춰 여름철에 흔한 생야채와 부재료들을 선별했다. 건강한 밥상을 위한 제철 식재료의 필연성 강조는 대안 스님의 요리철학 제1조가 아니던가. 그 다음으로 ‘간단하고 쉬운 요리 과정’을 강조한다. 더욱이 불 앞에 서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인 한여름임에랴. 오늘 대안 스님의 요리 주제는 ‘즐겁게 만들고 행복하게 먹자’이다. 꼬소하고 담박하고 상큼한 세 가지 모두 번거롭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일품요리다. 음식을 먹기도 싫고, 만들기도 싫다는 타령을 달고 사는 한여름 중생들을 위한 고마운 식단이다. 사 · 찰 · 여 · 름 · 별 · 식 · 만 · 들 · 기 · 2 머위들깨찜 재료|머윗대, 생들깨, 불린 쌀, 표고버섯, 집간장, 들기름.
만들기|1. 머윗대는 껍질째 푹 삶아 하루 이상 찬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다음 껍질을 벗겨 한 번 더 헹군다. 2. 표고버섯은 깨끗이 헹군 다음 생수에 불려 곱게 채를 썰고 버섯 불린 물도 따로 둔다. 3. 생들깨는 곱게 갈아 거른 후 불린 쌀을 조금 넣고 믹싱해 둔다. 4. 1을 적당한 크기로 쪼개고 잘라 냄비에 담고, 집간장과 들기름으로 볶다가 2와 생수를 넣고 국물을 자박하게 만들어 20분 정도 끓인다. 5. 머위 줄기에 충분히 간이 배면 3을 넣고, 은근한 불에서 뒤적거려 주며 익힌다. 맛내기 힌트 ·표고버섯 우러나온 물은 최고의 조미료이므로 버리지 말고 국물로 쓰면 좋다. 단, 불리기 전에 깨끗이 헹궈야 한다. ·들깨가루를 써도 되지만 생들깨를 갈아 쓰는 것이 훨씬 맛도 고소하고 영양소도 최고다. ·들깨만 하는 것보다 쌀을 조금 섞으면 들깨가루 씹는 맛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머위는 익힐 때 공기에 닿으면 갈색으로 변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삶을 때는 넉넉한 물에 빨리 집어넣는다. 또 여름철 머위는 쓴맛이 강하므로 하룻밤 이상 충분히 우려내야 한다. 덧붙임|머위는 식욕을 증진하고 독소를 제거하는 약성이 강하므로 여름철에 꼭 필요한 식재료다. 하지만 자체 영양소가 적어 주로 독이 있거나 독이 있을 것 같은 다른 식재료의 요리에 부재료로 많이 써 온 산야초다. 반면 들깨에는 피부 영양소인 비타민 E와 두뇌 영양소인 DHA를 비롯,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 지혜를 알고 있었고, 사찰 공양간에서는 지금도 여름철 식단으로 머위와 들깨를 이용한 음식을 제일로 꼽는다. 기존의 조리법에 쌀가루를 가미함으로써 손색없는 일품요리를 만들었다. 음식이 상할 위험도 많고, 입맛도 잃기 쉽고, 피부도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음식궁합은 없다는 것이 대안 스님의 생각이다. 죽순전 재료|죽순, 통밀가루, 쌀가루, 집간장, 후추, 참기름, 통깨.
만들기|1. 죽순은 된장을 조금 푼 물에 살짝 데친 다음, 2등분하여 칼등으로 자근자근 두드려 납작하게 만든다. 2. 통밀가루와 쌀가루를 1:1로 섞고, 집간장과 후추로 간을 한 다음 묽은 반죽을 해 둔다. 3. 팬에 참기름을 두른 다음, 죽순을 어긋나게 해서 가지런히 놓고 그 위에 2의 반죽을 고루 부어서 지져 낸다. 4. 집간장, 생수, 통깨로 소스를 만들어 곁들인다. 맛내기 힌트 ·죽순을 데칠 때 된장을 조금 풀어 넣으면 특유의 아린 맛이 없어진다. ·다른 기름보다 참기름으로 지질 때 맛이 배가된다. ·지져 내기가 좀 어렵긴 하지만 반죽에 쌀가루가 많이 들어갈수록 전이 바삭해진다. 덧붙임|탄수화물에서 단백질, 칼슘, 인, 비타민까지 함유하고 있는 죽순은 특히 섬유소가 풍부하고 정혈 작용이 뛰어나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 여기에 쌀가루와 참기름을 곁들이면 영양 면에서 크게 부족하지 않은 일품요리가 된다. 간단한 조리법으로 고영양을 섭취하는 것도 여름철 식생활의 지혜다. 무야채감자쌈 재료|초절임 무, 감자, 두릅 속잎, 팽이버섯, 꾀꼬리버섯, 당근, 오이, 청홍황 피망, 고추냉이, 집간장, 죽염.
만들기|1. 초절임 무(시중에 파는 것)는 한 장씩 물기를 닦아 놓는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삶아 죽염 간을 해서 곱게 으깨 놓는다. 3. 두릅은 부드러운 속잎만 한 잎씩 떼어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구고, 팽이버섯과 꾀꼬리버섯도 차례로 데쳐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꼭 짠다. 4. 당근은 생으로, 오이는 겉살 부분만 세로로 곱게 채를 썰고, 피망도 곱게 채를 썰어 둔다. 5. 고추냉이와 집간장, 생수를 적당량 배합하여 소스를 만든다. 6. 초절임 무 위에 으깬 감자를 고루 펴 바른 다음 3, 4의 재료들을 한 가지씩 색을 맞춰 넣고 돌돌 말아 고추냉이간장에 찍어 먹는다. 맛내기 힌트
·두릅과 버섯류를 데칠 때 같은 물에서 팽이버섯, 두릅, 꾀꼬리버섯 순으로 데치면 영양 손실을 막으면서 각각의 색과 향도 살아 있다. ·특히 팽이버섯은 아주 살짝 데쳐야 쌈을 만들 때 모양이 난다. ·절에서는 주변 산에서 나는 꾀꼬리버섯과 한여름에도 아직 부드러운 두릅 속잎을 구할 수 있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이것들 대신 표고버섯이나 브로콜리를 써도 좋고,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다른 야채들도 입맛에 따라 응용하면 좋다. 덧붙임|초절임 무에 온갖 산야초 채를 싸서 먹는 무야채쌈은 시각적으로 입맛이 당기고, 맛도 상큼해서 여름철 사찰에서 자주 올리는 반찬이다. 대안 스님은 여기에 감자를 곁들임으로써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일품요리를 만들었다. 모양도 예쁘고 맛이 새콤달콤해서 야채를 기피하는 아이들의 간식으로도 좋다. 글 이경애·사진 이현정
대안 스님 경남 산청군 금서면 수철리 금수암(금당사찰음식문화원 운영) 전화 055-973-6601 |
첫댓글 웰빙의 원조 사찰식,,,, 감사합니다